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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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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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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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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또 시작 2

DUMMY

“···.”

눈을 뜨자 보이는건 밝은 공간이다.

몸이 뻣뻣하다. 피곤한건 아니지만 마치 오래되 녹슨 톱니 바퀴 처럼 관절 마디마디가 굳은 느낌이었다.

“어이구···.”

다소 아저씨 같은 소리와 함께 뻣뻣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목을 돌리고 어깨를 돌리고 팔을 휘젓는다.

“여기가 어디야?”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저런 옷들이 보인다. 무슨 옷방. 혹은 옷장. 그리고 나는 더럽게 넓은 침대 위였다.

“···.”

그때, 문이 열리며 여자가 들어왔다.

그 여자를 보자마자 곧바로 원래 자세로 돌아가 눈을 감았다. 마치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무섭다거나 놀란게 아니다.

아니 놀라기는 했다. 왜냐면 그 여자는 드래곤이니까.

지금 여기가 무슨 방인지. 어떤 장소인지 알고 있다.

레스티안의 장난감을 도적질한 바로 그 장소다. 여긴 레스티안의 레어이며 비밀스러운 공간이었고 지금 들어온건 바로 레스티안이다.

그리고 레스티안은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침대위로 올라와 내 몸 위에 올라탔다.

아무래도 엘리엔을 만나는 동안 무슨 일이 있던 모양이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드래곤 정도라면 뭔가 하기에 충분한 시간일 테니까.

이를테면 납치 쯤이야 얼마든지.

그리고 레스티안은, 날 장난감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온몸을 밀착해온다. 따땃한 손이 얼굴. 뺨. 목. 어깨. 팔을 훑고 가더니 이제 가슴. 배. 지금 배꼽에 손가락이 살짝 들어왔다가 나가고, 이제 더 아래로 내려간다.

손뿐만이 아니다. 다른 부위도 써가면서 비비적거린다.

“하아···.”

금세 뚝뚝 떨어지는 신음까지 흘려가며.

그러다가 몸이 움찔 떨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 커졌···.”

그리고 여기서, 나는 눈을 뜨며 말했다.

“야.”

“흐히헥?”

이상한 비명과 함께 놀라 일어서려는 레스티안을 껴안듯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빙글 돌려 깔아 뭉갰다.

이제 내가 위. 레스티안이 아래다.

그 상태 그대로, 왼손으로 어깨를 누른다. 오른손은 이미 가슴을 뭉개듯 쥐었다.

놀란 눈을 뜬 레스티안을 내려다본다. 모습은 전에 봤던 그 하얀 악마였다.

“잠든 사람을 납치해서 장난감으로 쓰다니.”

“어, 아니? 너?”

놀라서 뭐라고 하지만 질문도 아니다. 그리고 이제 왼손으로도 가슴을 쥔다.

그걸 꽤 강하게 쥐어 끌어 모은다. 그리고 허리를 밀어 끝이 살짝 나올 정도로 밀어 넣는다.

머리가 녹을 정도의 부드러움과 탄력이 느껴지지만 꼴사나운 신음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싫으면 밀어내. 드래곤이니 그럴수 있겠지. 그게 아니라면 너 스스로 모아 봐. 네가 원하는걸 해줄테니.”

“···.”

눈이 흔들리는게 보인다.

하지만 기절한 사람을 납치해다가 이런데다가 집어 넣고 지 마음대로 하려던 년이다.

명색이 드래곤쯤이나 되는게 할짓은 아니지만, 사정을 알고 있으니 얼마든지 이럴수 있다 싶었다.

그리고 레스티안은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그러 모았다.

이렇게 되니 이제 손이 빈다. 그 손으로는 머리 위로 솟아난 뿔을 움켜 쥐었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먼저 시작한건 내가 아니다.

먼저 건드린건 레스티안이다. 나는 그냥 어울려주는 것 뿐이다.

그리고 말했다.

“뭐, 들을것도 없겠지만,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말해 봐.”



***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 한 800년 정도 지났다고?”

“으, 응. 그래.”

“그리고 네가 날 여기로 가져온지 800년이 지났고?”

“아, 으. 그, 그래. 읏.”

무슨 일이 있었는가.

레스티안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전부 말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꽤나 충격적이다.

담담히 듣고 있다고 해서 별거 아닌 내용이 아니다.

일단 시간이다.

800년. 그때부터 대강 800년이 지났다.

레스티안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으나 대강 800년에서 900년 사이라 한다.

엘리엔인가 하는 신을 만나서 욕을 내뱉은게 채 5분도 안되는거 같지만 아니었다.

800년이다. 미친 800년이 지나버린 것이다.

엘린에 엘리엔에 아주 신이라는 년 두명이 쌍으로 지랄이었다. 처음에는 사람 끌고와서 개같은 상황에 던져주더니 두 번째 년은 800년 후로 내던진 것이다.

이건 화가 나지도 않았다. 어이가 가출해서 그냥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지.

그렇다면 그 800년이라는 미친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일단 레스티안은 그 800년간 날 따먹었다. 한참 라티스와 테티스를 먹는 도중에 들이 닥쳐 날 납치했고 그때부터 이런 짓을 한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자고 있었고 레스티안은 서지도 않는 날, 지난 800년간 날 먹은 것이다.

그래도 정상참작을 좀 해주자면, 일단은 날 돌봐주고 있었다. 죽지 않게 해주고, 그리고 날 자기 취향에 맞게 좀 바꿔주었다.

외모는 그대로다. 외모는 그대로인데 속이 다르다.

무슨 어려운 마법··· 아무튼 나한테 뭐 그런걸 했다는 것이다. 수명이 다해도 죽지 않도록.

여기 사정은 알았고 이제 바깥.

레어를 벗어나 은빛 산맥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레스티안의 말에 따르면 일단 라인하텐 제국은 갈라졌다.

동 라인하텐. 그리고 서 라인하텐으로 갈라져 있다고 한다.

동 라인하텐은 룬하임을 주축으로 거대 종교 국가의 형태. 그리고 서 라인하텐은 예전처럼 권위적인 제국의 모습.

그리고 이렇게 갈라진 이유는 다름아닌 나 때문이었다.

일리안은 아들을 하나 낳았다.

문제는 그 아빠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 일리안의 권위가 너무 대단해 아무도 아버지에 대해 묻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리안은 황제가 되었고 자신이 드래곤과 결혼했으며 이 아이는 드래곤의 피를 이었다 말했다고 한다.

아주 당연하게도 그 드래곤의 정체. 그리고 아들에 대해 의심하는 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룬하임. 아이린 성녀와 테이 타크란. 이 두명이 일리안을 의심한 것이다.

그래도 제국은 괜찮았다. 일리안이 가진 권위는 상상 이상이었고 이미 수많은 귀족들이 충성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정말 드래곤의 아들일지도 모르니까. 아니 드래곤의 아들이 아니면 말이 안되니까.

문제는 일리안이 생각보다 일찍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 아들은 너무나 유능해서 귀족들의 견제를 심하게 받았다는 것.

그러다 보니 갈라졌다. 그 대단한 드래곤도 겨우 30년 정도 지나니 옛날 일이 되버린 것이다.

사실 뻔한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서쪽은 일단 내 후손이 다스리고 있다. 드래곤을 신으로 모시며 드래곤의 후손이 다스리는 나라가 된 것이다.

반대로 동쪽은 엘린을 모시는 나라다. 룬하임은 산간 벽지의 협곡에서 벗어난다는 꿈을 이렇게 이루어낸 것이다.

“종교 전쟁이라는 소린가? 라인하텐도 망했군.”

“그, 렇다. 으, 앗? 거기··· 아.”

“그리고 리텐은 잘나가는 중이고.”

“그래. 으, 음. 리텐은 이제 제국이다.”

리텐은 이제 제국이다.

다만 인간들의 땅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인간들만의 땅은 아니다.

거기에는 엘프들과 수인들. 그리고 인간. 이렇게 세 종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서로 구역을 나눠서 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안좋은 건 아니고 서로 교류를 활발히 이어 간다고 들었다.

이렇게 할수 있었던 이유는 놀랍게도 나이아와 카리스. 그리고 발렌할 가문 때문이었다.

일단 나이아가 리텐의 유망한 귀족과 결혼했다고 한다. 리텐의 누군지는 몰라도 쥐잡듯 잡혀 살았을게 훤히 보인다.

제국에서 살던 엘프들은 제국이 갈라서면서 떠났다. 그러나 숲에는 이미 다크 엘프들이 와서 살고 있었으므로, 어쩔수 없이 리텐으로 갔다고 한다.

그때 리텐은 발렌할 가문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왕이 페트릭이었다.

벨 발렌할. 그 오라질 년과 결혼한 페트릭 결혼했다. 평민에서 왕이 되는 미칠듯한 신분 상승을 이뤄낸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리텐의 귀족들이 원래 왕이 죽자 그 아들을 왕으로 올린게 아니라 레볼턴 발렌할 후작을 추대 했기 때문이다.

혼란한 왕국을 바로 잡으려면 발렌할 가문 같은 강력한 가문이 왕을 해야 한다고.

레볼턴 후작은 거부했으나, 결국은 귀족들의 추대를 받아 왕이 되었다.

그러나 이때 이미 후작은 늙어 있었고, 후작이 죽자 자연스래 그 아래. 벨 발렌할이 여왕이 된 것이다.

그러니 벨과 결혼한 페트릭이 왕이었고, 페트릭은 엘프들을 받아 주었으며, 동시에 수인들도 받아들인 것이다.

그게 이어져서 지금의 강력한 리텐 제국이 됐다고 한다.

“마족들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고?”

“으, 응. 아. 흐아···.”

이제는 대답도 없다.

이러니 나도 말하기는 그만뒀다. 그러나 머리는 복잡했다.

‘아직 엘린이 준 능력들은 남아 있어. 엘리엔은 아무것도 안준거 같고. 날 아는 인간들은 다 죽었지만 날 아는 마족들은 살아 있는것 같은데.’

인간에게 800년은 무서울 정도로 긴 시간이다. 1000년을 사는 엘프도 800년이면 완전히 뒷방 늙은이다. 카리스도 아마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족에게는 아니다.

라티스. 테티스. 둘다 멀쩡히 살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 싸우는 중이고.

레스티안도 그 둘이 왜 싸우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년은 그날, 잠들어 버린 날 여기로 가져와서 바깥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적당히 알아보며 자기 좋을대로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좋을대로 하고 있다.

“으, 읏.”

이걸로 세번째다. 귀를 간지럽히는 신음을 들으며 천천히 빼낸다.

울컥, 하고 채 받아내지 못한 것들이 아래로 흘러 떨어진다.

그걸 보며, 레스티안의 머리 위에 난 뿔을 다시 붙잡는다.

이미 헝클어진 하얀 머리칼이 뿔에도 몇가닥 엉겨있다. 그걸 붙잡아 거칠게 끌어 당긴다.

“으, 읍.”

이것도 벌써 세번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레스티안은 그 모든걸. 전부 다 받아내 주었다.

만들어낸 가짜 몸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몸으로.

그리고 나는, 거진 800년만에 별의별 감정을 다 느끼며 일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뭘 해야 하는지.



***



라티스는 침대에 피곤한 몸을 뉘였다.

“후우.”

전쟁은 길어졌고 늘어지고 있었다. 이건 아래에 모인 마족들을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중인 각 세력의 병력은 너무나 대등하다. 연일 끔찍한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은 우리 땅이었지만 두시간 후에는 적의 땅이 되는 상황.

이 상황을 우세하게 바꾸기 위한 방법은 없다. 누가 이기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지독한지에 대한 싸움이다.

그리고 이런 날에는 어김없이, 라티스는 침대에 사람을 불러냈다.

물론 남자는 아니다.

네인이었다. 라티스는 벌써 오래전에 자신을 찾아온 인간을 받아 주었다.

네인이 북쪽 땅까지 홀로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물론 그때 이미 그 남자는 드래곤이 집어간 뒤였으며, 언제 올지. 살아는 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라티스는 그걸 네인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네인은 놀랍게도 그냥 포기하는게 아니라 기다린 것이다.

인간이 마족을 찾아와서는 언제 올지도 모를 사람을 기다린다니. 그것도 여기 북쪽 땅에서.

물론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인간의 수명은 고작해야 80년. 길어야 90년 정도. 그동안 기다린다고 다시 나타날것 같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라티스는 네인에게 마기를 강제로 쑤셔 박았다.

인간이지만 마족으로. 그냥 강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거기에 흑마법을 이용해 악마와 계약까지 하게 만들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네인이 기특하다거나 해서가 아니다.

관심사는 오직 몸이었다. 이 좋은걸 그동안 그놈 혼자서만 차지했다는 사실에 화가 날 정도로.

그리고 지금도 그런 관계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네인은 오지 않았다. 지금껏 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 오늘이 처음일 것이다.

그러나 라티스는 관대했다.

“뭐어, 내가 가는 날도 있을 수 있지.”

이것도 늘 같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일 것이다.

라티스는 침대에서 나와 직접 네인을 찾아갔다. 중간 중간 만나는 마족들의 인사를 받으며 찾아간 것이다.

그리고 거침없이 문을 열어 네인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에 네인과 그놈이 있었다.

“아, 으. 으, 아!”

네인의 신음은 많이 들어봤지만 저런 소리는 처음 들었다. 창가로 밀려 양손으로 창틀을 잡고 있다.

목을 있는대로 젖히고 허리를 아래로. 엉덩이는 위로 올린 채 되는대로 교성을 내뱉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 남자의 모습.

“추워. 문 닫고 들어 와.”

너무나 태연스러운 말과 행동에 라티스는 자기도 모르게 문을 닫고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서 있는 라티스에게 말했다.

“이건 내 물건이야. 니가 마음대로 오라 가라 하면 안돼지.”

“···뭐, 뭣?”

“너도 준비하고 있어. 이거 다음은 너니까.”

“하.”

라티스는 웃음과 탄식을 동시에 흘렸다. 하고 싶은 말도 있었다.

물론 그런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지금의 피로를 씻어내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뒤로 다가갔고, 네인에게서 뜯어 내려는 듯, 강하게 끌어 당겨 안았다.

물론 떼어내지 못한다.

나는 아무래도 좋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하고 부드러운 느낌과 아래서 느껴지는 따뜻한 것도 전부.

일단은 800년만에 하는 거다. 물론 나는 그렇게 못 느끼지만.

그리고 물었다.

“테티스와 전쟁중이라고?”

“음. 그렇지.”

“게다가 네인은 왜 아직 살아 있지?”

그러자 네인이 고개를 슬쩍 뒤로 돌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어째서 아직도 살아 있는지 전부 말한 것이다.

말 그대로 이제 인간이 아니란 소리다.

마족이다. 라티스 아래에서 일하고 있으며 심지어 손속이 잔인하기로 꽤나 악명 높았다.

원래 고문 기술자였으니 그거야 당연하겠지만, 일단 겉보기는 전과 다를게 없다.

몸도 전과 다를게 없다. 겉이든 속이든.

물론 다른 의미로 속은 전혀 달라졌다. 원래는 그냥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몸 안에서 마기란게 철철 흐르고 있으니까.

그리고 라티스가 뒤에서 또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힐다도 아직 살아 있어.”

“힐다?”

“그년도 아직 멀쩡히 살아서 꽤 큰 세력을 가지고 있지.”

“그래? 어디서?”

“뱀파이어들. 그리고 언데드들. 엔리프 알지? 그년의 도움을 받아서 자기 둘끼리 뭉쳐서 세력을 만들더군.”

“그것들이?”

“뭐···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신경 안쓰자니 뒤가 서늘한 느낌이지.”

대충은 알겠다.

800년이 지났고 제국은 두개로 갈라졌다.

리텐은 세종족이 아우러 사는 중이고 여기 북쪽은 늘 그렇듯 서로 싸우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예전 바일이 하던 짓을 해야 한다.

엘리엔이 준 힘들은 그대로고 남은 직업들은 한숨 나오는 것들이지만 뭐 어떤가. 그냥 있는 것들로 꾸려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하나.

이건 정말 참을수가 없었다.


[대물 불륜남]


늘 눈에 밟히던 그것. 중요한 일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테지만 남자로 태어난 이상,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명도 없으리라.

'이건 못참지.'

지체 없이 선택한다. 그리고 능력들이 나타난다.


[대물 불륜남]

-길이 : 길이를 조절합니다.

-굵기 : 굵기를 조절합니다.

-스팟 : 완벽하게 공략할수 있습니다.

-불륜 : 한번만 맛보면 다른 남자는 잊어버립니다.


“으흐흐흐흐흐흐흐.”

눈으로 보고도 어처구니가 없어 절로 헛웃음이 흘러 나온다.

문자 그대로 노빠꾸였다. 물론 이런 능력일 거라고 에상은 했지만, 정말 그대로 나올 줄이야.

특히 어처구니가 없는건 위의 두개. 길이 그리고 굵기다.

하지만 쓰라고 줬으니 기꺼이 쓴다. 사양할거 없었다.

“아?”

네인에게서 곧바로 반응이 왔다. 고개를 뒤로 돌려 쳐다보더니, 창틀을 짚고 있는 한쪽 손을 뒤로 내밀며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확인하려 한다.

물론 그런다고 바뀔건 없다. 게다가 라티스가 뒤에서 팔을 뻗어 네인을 잡아 내쪽으로 더 끌어 당겼다.

“윽.”

눌린 신음이 들려온다.

꽉 차는 느낌을 마음껏 즐기며, 뒤쪽의 라티스에게 말했다.

“갑자기 힐다 얘기를 하는걸 보니 꽤 급한 모양이지?”

“뭐··· 부정은 않겠어.”

일은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그리고 이제 내가 조져야 할건 여기 북쪽이 아니라 저 아래.

인간들의 땅이다.

궁극적인 상대는 아무래도 동 라인하텐. 그리고 룬하임.

거기까지 가는 동안 가장 먼저 마주할 적은 리텐이다.

바일처럼 병신같이 질질 끌면서 할 생각은 없다.

“어느놈년들이 문제야?”

“테티스. 힐다. 엔리프.”

“그리고?”

“쿠즈칸도 꽤 컸지. 테티스와 같이 다니면서 전 대륙의 마수는 전부 모았을테니까. 거기에 힐다 아래에는 바넷이라고 미친 뱀파이어년이 하나 있는데. 그것도 좀 문제고.”

“그래서 내가 그놈들을 어떻게 해주길 바라지?”

“목을 따버리면 좋겠지만, 넌 그렇게 안할거지?”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목을 따버리면 네가 즐기지 못할테니까.”

라티스는 이제 완전히 허물어져 메달려 늘어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네인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사실··· 그게 맞다.

쿠즈칸 같은 놈은 몰라도 나머지는 솔직히 아까우니까.

“전부 때려 잡아 주지.”

“정말?”

라티스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대가가 있어야지.”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도 웃음을 지우지 않는다. 그리고 라티스는 아주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

“그 대가는 내 몸으로도 충분하지? 다른 년들은 못하는걸, 나는 해줄수 있거든.”

이게 무슨 말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확실히 매력적인 대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말했다.

“좋군. 그렇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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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패배자의 전쟁 5 +25 20.11.19 2,461 10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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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40 97 14쪽
104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2,998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4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7 121 17쪽
101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49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67 134 12쪽
99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2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5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3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89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06 15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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