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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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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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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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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패배자의 전쟁 4

DUMMY

공격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본 드래곤들이 나타나 뒤쪽을 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시커먼 브레스를 쏘아낸다.

공중에서 저러고 있으니 속수무책이다. 물론 마족드르이 군대 역시 공중을 날아다닐수 있는 것들은 많았다.

와이번도 있고 가고일도 있다.

그러나 안된다. 와이번과 가고일이 무슨 수로 본 드래곤을 이긴단 말인가.

이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물들과 마수들. 키메라들이 같이 쳐들어온 것이다.

놀랍게도 쿠즈칸이 본 드래곤들과 함께 쳐들어온 것이다. 레스티안은 너무나 충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유희지만 진지하게. 날 왕으로 만들기 위해 맡은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쿠즈칸을 협박했거나 설득했을 것이다. 물론 어떻게 했는지도 중요한건 아니다.

중요한건 쿠즈칸이 완전히 배신하고 쳐들어 왔다는 거다.

그리고 이게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테티스가 풀려났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바일을 배신한 마족들에게 아주 좋은 무기였다.

바일의 무능함을 알리는 무기이자, 동시에 이 모든게 테티스의 계획임을 알리고 다녔다.

그리고 이것을 신호로 인간들의 군대 역시 움직였다.

가장 먼저 드래곤이 공격했다.

먹구름이 몰려왔고 벼락이 내리친다. 굵은 빗방울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내렸고 거기에 더운 바람이 몰아쳤다.

성벽위의 마족들. 마족은 마족이지만 그야말로 하층민의 일반 병사들,

성벽위의 그 마족 병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진 것이다.

화살 한발 날아오고 있지 않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비와 따뜻한 바람이 만나니 찝찝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고온 다습한 최악의 환경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더 최악은, 이게 자연 현상이 아니라 머리 위의 저 드래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자연 현상.

즉, 마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성벽 위를 지키는 마족 병사들에게까지 소문들이 도착했다.

뒤쪽. 북쪽을 공격한 본 드래곤. 그리고 쿠즈칸의 마물들. 마수들.

테티스가 풀려났다는 것까지.

물론 인위적으로 퍼트린 소문이지만 누가 어떻게 퍼트렸건 간에 이걸 들었고 알게 됐다는게 문제다.

흉흉한 말들이 오간다. 거기에는 어디선가 들은 말도 있었고 생각해볼 가치도 없는 헛소문들도 있었다.

그렇게 3일. 겅벽위의 마족 병사들이 비바람 속에서 최악의 3일을 보낸 후. 인간들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공격 개시를 알리는 뿔나팔 소리도 없었다. 공성 병기를 눈 앞에서 만들었고 그대로 돌을 얹어 놓더니 그냥 쏘아낸 것이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돌덩어리에는 현실 감각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저 어? 하면서 날아오는 돌덩어리를 바라볼 뿐이다.

“공격이다!”

누군가 거센 비바람 소리를 뚫으며 소리쳤다. 이어서 콰앙! 하는 굉음이 뒤흔들 듯 터지고 나서야 그, 지독한 현실이라는 놈이 돌아왔다.

“공격이다!”

다시 누군가 소리쳤다. 그리고 성벽위의 방어를 책임지던 마족. 네스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화살을 쏴! 우리도 모조리 내던지란 말이다!”

날씨가 최악인 것과는 별개로 방어 준비는 하고 있었다. 화살을 준비하고 공성 병기 역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화살이 안 나갑니다!”

“바람 때문에 나가지를 않습니다!”

“바람이 더 거세집니다! 서 있기도 힘듭니다!”

“이, 이런 젠장. 지원은? 지원은 언제 오는거냐.”

여기 있는게 전부가 아님을 안다. 인간들의 공격이 시작됐으니 이제 뒤쪽 후방 병력들이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오지 않는다. 거리가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고 바로 뒤에 병력들이 있다.

그냥 뒤만 돌아보면 보인다.

그리고 믿을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원을 오는게 아니라, 그냥 흩어지고 있는 병사들이 보인 것이다.

“아, 아니?”

당환한 목소리가 튀어 나온다. 하지만 이어서 납득과 탄식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래. 결국은 자기들밖에 모르는군.”

저 뒤에 모여 있던 병력은 결국 위쪽에 선 마족들의 군대다.

그리고 그 위에 선 마족들이란건 서로를 견제하기 바쁘지 위기 상황에 뭉쳐 힘을 모은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소문들. 여기 성벽위에서 하급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도 알수 있었다.

마족들이 두 패로 나뉘어져 있다는 걸.

“어떻게 합니까?”

부하들이 묻는다. 그리고 네스카는 허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쩌겠나. 화살은 안 나가고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든데.”

“예?”

“염병할 윗놈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그렇게 말하고 네스카는 그냥 가버렸다. 3일간 비바람을 맞으며 있었는데 전쟁이 시작되자 자기것만 챙기는 놈들을 위해 죽어줄 생각은 없다.

이제는 어떻게 돼든 상관 없던 것이다.



***



결국 성벽이 뚫렸다.

무차별 공성 공격에 여기저기 무너져 내렸고 성벽 위를 지키던 마족들은 알아서 흩어져 버렸다.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었다. 성벽이 너무나도 쉽게 뚫리고 점령당한 것이다.

당장 성벽을 점령한 쪽이 혹시 뭔가의 함정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하지만 뒤쪽 마족들에게는 이건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헤티아를 필두로 한 마족들. 바일과 바일에게 충성한 마족들에게는 저주하고 저주해 죽여야 할 배신자놈들이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인간 병력은 적이 아니다. 저 인간들이 상대하는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바일과 그 아래 붙은 배신자들이다.

이건 인가노가 마족의 전쟁이 아니라 바일과 테티스의 전쟁이었고 이들은 인간들의 군대가 테티스의 지시를 받는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당장 증거도 있었다. 본 드래곤들을 베린이 만든거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인들.

수인들 역시 원래 하딘이 모으던 병력이다. 그 수인들이 인간에게 협조할 리가 없는데 협조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제 남은건 하나다.

바일의 목만 따면 그만이다. 혹은 목을 따도록 돕던가.

어쨌든 성벽은 뚫렸다. 그리고 헤티아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모조리 갖다 바쳤다.

군대의 정보. 어느 마족이 어디에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지.

어느쪽을 조심해야 하는지.

바일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그리고 나는 바닥에 알아서 엎드린 헤티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선봉을 서라.”

“선봉을?”

“자랑스럽지 않나? 테티스님을 위해 너희가 앞장서 바일과 놈을 따르는 배신자들을 처리하는 거다.”

“···.”

“이게 끝나고 나면 네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거다. 군림하는 자로써 모든걸 가질수 있지.”

“모든걸···.”

“하지만 그러기 위해 바일을 죽여야 해. 그러니 너희의 충성심을 보여라.”

“예.”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언제나 그렇듯 네가 먼저 앞장설 필요는 없다. 카로스. 베너. 이런 놈들을 먼저 보내도록.”

헤티아는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도구처럼 쓰여지고 있지만, 자신은 유용한 도구였다.

그리고 자신 역시 쓸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자신보다 약한 자들. 그들은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써먹을수 있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자신의 저택임에도 불구하고 헤티아는 조심스럽게 답하고 일어나 나갔다. 나 역시 일어나 방을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옆방으로 간다. 거기에 라티스와 테티스가 있었다.

테티스는 엎어져 옅은 숨만 몰아쉬고 있었고 라티스가 테티스에게 들러붙어 있다.

자신의 언니의 배를 혀로 슬슬 핥고 있었고 아래쪽은 감싸쥐 듯 손을 대고 슬슬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날 보더니 말했다.

“이 정도면 무조건이겠는데.”

여기에 굳이 대꾸해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침대에 풀썩 걸터앉자 라티스가 다시 말했다.

“바일로 꾸며둔 놈들은 전부 밖으로 보냈어. 몇놈은 머리통만 남겨서 바일이 죽었다고 말하고 다닐거고, 몇놈은 살아서 항복하라고 소리치고 더닐거야.”

“그거 잘됐군.”

“인간들이 성벽을 점령했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점령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지.”

바일을 죽인다.

딱 여기까지다. 이 북쪽땅을 점령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는 테티스가 가져야 한다. 마족들이 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마족들이라는 거대한 적이 남아 있어야 라인하텐 제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마족이 없으면 일리안은 날 등에 엎고 당장 통일부터 하려고 할테니까.

배포가 좋다할지. 아니면 포부가 크다고 할지.

물론 나한테는 그저 귀찮을 뿐이다. 세계 정복? 하나의 통일된 국가?

그런건 100년도 못간다. 그리고 나는 내 남은 시간을 그저 쉬는데에 쓰고 싶을 뿐이니 더더욱.

그리고 지금도 쉬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늘어져 쉬는게 아니다. 바일이 살아 있으니까.

당장 밖에 나가서 뭔가 할건 없고 침대 위에서 여자 둘. 그것도 자매를 안아들고 있다는 기가 막힌 상황이지만 그래도 편하게 있을수가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레스티안이 후방에서 마족들을 치고 있고 전방에서는 인간들이 공격해 오는, 그야말로 바일에게는 최악의 시간이지만, 반대로 이 시간은 나에게도 그리 유쾌한 시간은 아니다.

초조하기 때문이다.

혹시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 뭔가 일이 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게다가 바일이 너무나 조용하다.

이렇게 조용히 있을 놈이 아닌데 너무나 조용하다.

뭔가 꾸미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

헤티아가 뭔가 소식을 들고 올 때까지.

혹은 우리의 여주인공들이 바일을 죽였다는 승전보를 들고 올 때까지.



***



7일이 흘렀다.

레스티안은 문자 그대로 유린하고 있었다. 본 드래곤들을 막을수 있는건 없었고 쿠즈칸의 마수와 마물들이 검은 대지로 들어와 눈 앞에 보이는 모든걸 씹어 먹고 있었다.

인간들의 군대 역시 성벽을 차지하고 지난 7일간 점차 점령지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마족들의 군대와 당연히 충돌이 있었다. 죽은 사람도 많았고 부상자도 많다.

하지만 전쟁이 원래 그런거다. 아무 희생도 없이 아무도 죽게하지 않겠다는 그럴싸한 헛소리는 단, 한마디도 내뱉을 생각이 없으니까.

들려오는 것은 승전보 뿐이다. 마족들이 저항을 하긴 하는데 이미 그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자기들끼리도 단합하지 못하고 저놈이 배신자인지 아닌지 서로 의심하고 욕하기 바쁘다고 한다.

심지어 헤티아의 반란군. 바일 입장에서는 반란군인 헤티아의 마족 군대가 이기고 있었다.

“바일은 완전히 침묵중입니다. 자기 성에 틀어 박혀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습니다.”

헤티아가 이런 보고를 해왔다. 계속해서 승리중이고 바일은 아무것도 안한다는 보고.

“진짜 자기 방에서 자살해 뒤진거 아냐?”

이 보고를 듣고 라티스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테티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놈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조용하면 이상하긴 하군. 정말 죽은게 아니고서야.”

그리고 나는 여전히 초조하다.

‘진짜 왜 조용하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뭐라도 해야하는데 조용히 있다는게.

‘혹시 도망갔나?’

설마.

여기서 도망쳐서 어딘가로 숨어들었다?

패배자의 꼬락서니다. 그러니 이제 온 대륙을 뒤져 찾아내야 한다.

귀찮긴 하지만 정말 도망갔다면 어떻게든 찾아낼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망갔을 리가 없다. 어딘가 도망갈 놈이 아니다.

아직 성은 건재하다. 바일과 마족들은 성에 틀어 박혀 있다. 거기까지 점령하고 나면 바일이 어떻게 됐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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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또 시작 3 +4 20.11.27 2,340 86 12쪽
111 또 시작 2 +33 20.11.26 2,727 107 18쪽
110 또 시작 1 +16 20.11.24 2,676 111 19쪽
109 패배자의 전쟁 6 +21 20.11.21 2,611 105 21쪽
108 패배자의 전쟁 5 +25 20.11.19 2,465 103 12쪽
» 패배자의 전쟁 4 +13 20.11.15 2,900 100 12쪽
106 패배자의 전쟁 3 +25 20.11.13 2,683 116 13쪽
105 패배자의 전쟁 2 +14 20.11.12 2,644 97 14쪽
104 패배자의 전쟁 1 +15 20.11.08 3,001 123 11쪽
103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6 +9 20.11.07 2,808 112 15쪽
102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5 +15 20.11.05 2,989 121 17쪽
101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4 +5 20.11.04 3,053 120 11쪽
100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3 +19 20.11.02 3,171 134 12쪽
99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2 +11 20.11.01 3,456 131 12쪽
98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1 +12 20.10.30 3,808 138 15쪽
97 너. 마왕 하고 싶지? 5 +31 20.10.28 4,118 159 17쪽
96 너. 마왕 하고 싶지? 4 +6 20.10.27 3,992 134 14쪽
95 너. 마왕 하고 싶지? 3 +12 20.10.26 4,110 156 15쪽
94 너. 마왕 하고 싶지? 2 +9 20.10.24 4,616 158 16쪽
93 너. 마왕 하고 싶지? 1 +15 20.10.23 4,629 182 12쪽
92 뜻밖의 침략자 9 +28 20.10.21 5,176 230 18쪽
91 뜻밖의 침략자 8 +6 20.10.20 4,992 175 13쪽
90 뜻밖의 침략자 7 +23 20.10.18 5,502 192 12쪽
89 뜻밖의 침략자 6 +23 20.10.16 5,491 2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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