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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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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30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2.03 02:35
조회
444
추천
8
글자
7쪽

29화 만복사저포기(24)

DUMMY

거듭된 치료에도 전혀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의사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무엇 때문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어 계속 입원해 있어도 소용없으니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고 제안한다. 별다른 치료도 없이 입원만 하는 것 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한 소녀의 부모는 결국 소녀를 퇴원시키기로 결정했다. 병원에서 나온 뒤로 소녀와 그녀의 부모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병을 고칠 곳을 알아본다. 그렇지만 어느 곳을 가도 왜 그녀가 아픈지 알고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용하다는 무당집에 찾아갔다.


무당의 어깨에는 어린 아이 귀신이 붙어있었다. 소녀를 자신의 앞에 눕게 하고 무당은 어린아이 귀신에게 살펴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귀신은 무당의 어깨에서 내려와 소녀를 요리조리 보고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귀신의 손에서 푸른빛이 나고 좀 있으니 귀신이 다시 무당의 어깨에 올라가서 귓속말로 소녀의 상태에 대해 속삭여주었다. 물론 소녀의 부모에게는 이런 광경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무당은 자신이 들은 것을 소녀의 부모에게 설명해준다.


“따님의 몸이 자꾸 아픈 이유는 영혼의 힘이 너무 거대해 몸이 그 힘을 제대로 담아두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따님의 육체가 얼마 있지 않아 한계를 넘어버릴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저도 어떻게 해야 될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딸아이만 살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제발 저희 딸 좀 구해주세요.”


“흠.......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라서 확실하지 않지만, 지금 문제는 따님의 육체와 영혼 간 불균형에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을 변화시켜 균형을 맞춘다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상태로 봤을 때 육체 쪽을 영혼에 맞게 바꾸는 것은 시간 때문에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니 영혼 쪽을 약화시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네. 그 방법밖에 없다면 그렇게 해주세요.”


무당은 잠시 어디로 가더니 부적이 겹겹이 붙여져 있는 상자 하나를 가져온다. 부적을 하나씩 다 떼고 상자를 여니 그 안에는 다 타버려 새 하얗게 변한 숯 조각 하나가 있었다. 그 숯을 소녀 위에 올려놓고 무당은 마지막으로 묻는다.


“제가 할 방법은 일종의 저주와도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래도 계속 해도 됩니까?”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두 분은 잠시 바깥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이 나가자 무당은 새로운 종이를 꺼내어 부적을 그린 다음 숯 조각 위에 올려놓았다. 잠시 뒤 연기가 나더니 부적이 타 들어가면서 숯에 작고 검은 불씨가 생겨났다. 부적은 흔적도 안 남기고 다 타서 사라지고 숯에서 피어난 검은 불씨는 어른 주먹만 한 크기가 되었다. 무당이 눈을 감고 집중하자 하얀 숯덩이가 불이 붙은 그대로 소녀의 안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이제 들어오셔도 됩니다.”


“다 끝난 겁니까?”


“네. 아이를 데리고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저기 얼마를 드리면 되죠?”


“불확실한 일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저 아이가 성인이 되거든 그 때 주시면 됩니다. 저는 피곤하여 쉬고 싶으니 어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몇 번을 감사의 인사를 하고 그들은 소녀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무당에게 갔다 온 뒤 며칠 지나고 소녀는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비록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몸이 안 좋아 어쩔 수 없이 결석을 해야 했지만 이 전에 병실에만 갇혀 있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좋은 상태이다. 소녀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해 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소녀는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중학교에서도 여전히 일주일에 하루정도 학교에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자존심이 센 그녀는 학교 안에서는 절대 아픈 티를 내지 않았지만 가끔가다 도저히 버티기 힘들 때는 조퇴를 했다. 선생님들도 그런 그녀의 몸 상태를 알고 이해해 주었다. 하지만 2학년에 올라가자 같은 반에 있는 행실이 좋지 못한 여학생 몇 명이 그녀의 그런 모습을 좋게 보지 않는 모양이다. 학기 초부터 그녀가 미움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반 안에서 그녀와 매우 친하게 지냈었다. 그러다 그녀와 사이가 더 가까워진 그 학생들은 방과 후 자신들이 노는 데 같이 어울릴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매번 거절했고 그녀의 몸에 대한 걸 잘 몰라 배신감을 느낀 여학생들은 그때부터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자신들은 어떤 수를 써도 의심을 받아 조퇴를 쉽게 허락 맡을 수 없었는데 그녀는 쉽게 학교를 빠지니 질투까지 난 모양이다.


그렇게 그 학생들의 교묘한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물건을 몰래 가져간다든가 일부러 부딪친다든가 아니면 몰려가서 악담을 하는 등 선생님의 눈을 피해 교묘히 괴롭혔다. 그래도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외로웠지만 항상 미소를 짓고 대응했다. 그 때문에 더욱 분함을 느낀 여학생들은 더 심하게 괴롭혔고 결국 그녀는 2학기 중간부터 학교를 쉬다가 새 학기에 맞춰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새 학교에 전학 온 그녀는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기로 한다. 애초부터 친해지지 않았으면 그 여학생들에게도 그렇게 괴롭힘을 받지 않았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새로운 반에 들어간 그녀는 단순히 전학생이란 이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띤 채 학생들의 질문에만 대답하고 그 누구와도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녀는 같은 반 남학생이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남학생이 바라보고 있던 꽃을 보고 그녀 자신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며 예쁘다고 감탄한다. 그 때 그녀가 지은 미소는 한 없이 따뜻했다. 그리고 남학생에게 꽃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 꽃을 더 보다가 남학생과 헤어져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들과 밖에서 놀 수 없었던 그녀는 항상 집에서 무언가 만들며 놀았는데 오늘은 아까 본 수선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색종이로 종이 수선화를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 수선화는 그녀와 닮았다. 두꺼운 꽃잎으로 겉을 둘러 안의 여린 꽃잎을 감싼 수선화는 겉으로는 환한 미소로 자신을 두르고 있지만 속은 연약하고 외로운 그녀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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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8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0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7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4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40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7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4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4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3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3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500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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