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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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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38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4 19:11
조회
666
추천
12
글자
5쪽

12화 만복사저포기(7)

DUMMY

‘똑 또르르르륵~’


바닥에 떨어진 주사위는 6이 위를 향해 있다. 우연일 것이다. 나는 다시 주사위를 굴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다시 6이 나온다. 다시 던진다. 다시 6이 나온다. 또 다시 던진다. 또 다시 6이 나온다. 주사위를 한 번씩 더 던질수록 우연이라고 넘길 수 있는 범주에서 멀어져간다. 그렇게 몇 백번을 계속 반복해서 주사위를 굴렸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처음 10번은 그럴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다. 왜냐하면 확률이 아주 적어도 이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횟수가 100을 넘어가자 계속 주사위를 굴리며 실험을 하면서도 이 주사위가 특수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뭔가 특수한 장비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리저리 주사위를 살펴보지만 딱히 특수한 장치를 발견할 수 없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나무주사위다. 무게중심에 어떤 조작이 가해졌을 지도 몰라 주사위를 손에 들어 봐도 이상한 낌새가 없다. 모양의 문제인가도 싶어서 자로 정확하게 측정해보지만 모서리의 길이는 모두 2센티미터로 동일하다. 각 모서리가 이루는 각도는 모두 90도 완벽한 정육면체이다.


혹시나 싶어서 1이 위를 향한 채 주사위를 살짝 들어 올렸다가 놓았더니 무언가에 의해 미끄러지듯이 돌아 다시 6이 위를 향한다. 이 세상의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어떠한 경우라도 6이 나온다. 결국 이 검은 주사위를 사용하면 무조건 그 내기에서 이긴다. 하지만 어째서 신은 내기의 상대인 나에게 이런 주사위를 나에게 준걸까? 이런 주사위를 주면 무조건 자신이 지는데도 말이다. 그에게 다른 수가 있을 것이다.


하얀 주사위에 뭔가 있을 것 같아 검은 주사위처럼 계속 실험해보지만 평범하게도 모든 주사위의 눈이 골고루 나온다. 충분한 표본을 얻기 위해 하얀 주사위 역시 계속 던져본다.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똑똑’


나는 주사위를 책상위에 올려두고 문을 열었다. 그곳엔 깔깔이를 착용하고 슬리퍼를 신은 난생 처음 보는 고 학번으로 추정되는 선배가 서있었다. 그 선배는 불만과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 밑에 방에서 왔는데요. 뭔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위에서 주사위 굴리는 것 같은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쉬지를 못하겠거든요. 좀만 조용히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네 주의하겠습니다.”


목적을 달성한 선배는 다시 돌아갔다.


생각해보니 이 기숙사는 지어진지 오래돼서 방음시설이 없다. 그래서 내가 굴리는 주사위가 내는 요란한 소리가 밑에 층에 그대로 전달된 모양이다. 거의 한 시간가량 주사위를 굴려댔으니 시끄러울 만도하다. 하얀 주사위의 실험은 더 이상 안 해도 될 것 같다. 6개의 눈 모두 비슷하게 나온 걸 보면 평범한 나무주사위다. 이대로 가면 내가 내기에서 무조건 이긴다.


사실 신은 오랜 시간을 홀로 외로이 보낸 내가 불쌍해서 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닐까? 그런 의도를 가지지 않고서야 이런 내기를 할 리가 없다. 내기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소원을 들어주기 좀 뭐하니까 그런 것 같다. 그냥 솔직하게 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나타났다고 하지 무슨 내기니 뭐니 하면서 무조건 내가 이기도록 하는 신비한 주사위까지 준비하다니 참으로 부끄러움도 많은 신이다. 이런 성격을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단어가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이틀 뒤면 나도 커플이 된다. 신이 맺어주는 여인이다. 분명 예쁘고 성격도 좋을 것이다. 간절히 원한만큼 제대로 소원을 이루어 주실 것이다. 아까 그 만남은 지금까지의 칙칙한 내 대학생활을 한 번에 바꿔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의 시작일 것이다.


내 대학생활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게 실망만 주었었다. 강의실 앞에서 그저 준비된 피피티를 읽는 것으로만 끝내는 수업, 그런 수업으로는 도저히 손도 대지 못할만한 과제들, 항상 조별과제를 할 때마다 만나는 최악의 조원구성 그리고 이렇게 받은 스트레스를 술로밖에 해소 못한다는 사실 등등 어둡고 암울한 생활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틀 남았다. 크게 바뀔 것이다.


이런저런 기대를 하며 빨리 시간이 지나가 소원이 이루어지는 24일이 오기만을 바라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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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9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1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7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4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40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7 36 5쪽
»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7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4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4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3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3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500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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