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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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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16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3 06:39
조회
839
추천
14
글자
5쪽

10화 만복사저포기(5)

DUMMY

3월 22일 저녁 나는 평소처럼 내 방에서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다. 대학교 기숙사 4층에 위치한 이 곳은 봄마다 학교 대운동장 가장자리를 한 바퀴 빙 두르며 핀 아름다운 배꽃들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이다.


배꽃들은 달빛을 조명 삼아 모델이 된 양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달빛을 머금은 꽃들은 마치 옥으로 만든 나무위에 누군가 은 조각들을 쌓아 올려놓은 것 같았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커플들이 놓칠 리가 없다. 커플들은 이 한 폭의 그림 속에서 그들만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봄을 만끽하고 있다.


이렇게 연인들이 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지난 몇 년간 애인 없이 지낸 외로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도 저 사람들처럼 연인과 함께 이런 아름다운 곳을 걸으며 데이트를 즐기고 싶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적다.


물론 태어나서 지금까지 애인을 사귄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시절에는 공부가 무엇보다 중요했고 어떤 다른 이유 때문에 애인을 사귀지 않았지만, 대학교에 들어가면 반드시 연애를 할 거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내가 목표로 했던 공대에 이렇게 여자가 없을 줄은 몰랐다. 내가 꿈꾸던 핑크빛 넘치는 캠퍼스라이프와는 전혀 다르다. 하필이면 내가 온 이 대학교의 캠퍼스는 사회계열과 자연계열로 나뉘어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과 쪽 캠퍼스에서는 여학생과의 만남을 기대하기 힘들다. 기회가 있어야 시도라도 해보는데 그 기회조차도 굉장히 적다. 물론 될 놈은 어느 환경에 놓이더라도 어디선가 운명적으로 만난다. 하지만 난 안될 놈인가 보다.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가끔 기적적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매번 그 기회가 다가 올 때마다 나는 고등학교 때와 같은 이유로 인해 누군가와 사귈 수가 없었다.


외롭다. 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슬픈 노래라도 틀어본다. 아무것도 없이 홀로 남겨진 누군가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슬퍼하는 가사의 내용이 지금 나의 상황과 매우 비슷해 공감이 된다. 노래를 듣고 기분이 조금 나아졌지만 변함없는 현실에 다시 한 숨을 내쉬며 마음속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아, 만나고 싶다.”


그러자 어디선가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양생아 너의 그 소원을 이루어주마.”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봤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잘못 들은 거라고 넘기기엔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려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이 방안에는 나밖에 없다. 오랜 외로움 탓에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 모양이다.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나아질것 같아 공부나 하려고 책을 폈다. 하지만 다시 그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틀 뒤 만복사(萬福寺)에서 나와의 내기에서 이기면 너의 그 소원 반드시 이루어주겠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니 그 곳에는 검은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있다. 초자연현상이다. 지금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길이 내겐 없다. 그러니 이건 분명 악마일 것이다. 그것도 파우스트를 유혹하고 신과 내기를 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임에 틀림없다. 악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머릿속에서는 계속 생각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언젠가 이런 특별한 일이 내게도 일어나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이게 진짜였으면 하는 기대를 품고 아지랑이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악마 입니까?”


내가 질문하자 검은 아지랑이가 흔들리며 목소리가 들려온다.


“악마(惡魔)라 그것도 괜찮지만 나는 마(魔)보다는 신(神)이라고 보는 게 맞지.”


자신을 신이라고 칭하고 있다. 신이라는 존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악마는 있을 만해도 신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보다는 과학이야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했었다. 신(神)이라는 개념은 단지 아직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공백으로 놔둘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신 채워 놓은 그런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실제로 내 앞에 나타나니 내가 믿고 있던 것을 더 이상 믿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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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만복사저포기(24) 15.12.03 444 8 7쪽
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7 9 7쪽
27 27화 만복사저포기(22) 15.11.30 487 9 7쪽
26 26화 만복사저포기(21) 15.11.29 535 11 8쪽
25 25화 만복사저포기(20) 15.11.27 514 10 7쪽
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8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1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0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8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6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3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39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6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5 12 5쪽
»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3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3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2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2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499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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