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金鰲新話)

8화 만복사저포기(3)

큰 죄를 저지른 자가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그런 모습이다.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해 다가가려고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두려움에 떠는 것처럼 보인다. 어째서 그녀는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일단, 그 여인이 우리가 안 보인다고 가정하자. 두 동자들이 나타났을 때 뭣 때문에 뒷걸음 친 걸까? 나는 그녀가 동자들이 안 보인다고 가정하고 그녀가 바라보던 방향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건물의 옥상과 마찬가지로 초록색 페인트를 칠한 바닥 말고는 짙은 회색으로 쌓인 먼지밖에 없었다. 뭐 쥐라도 나왔다 치자.

그녀가 동자들이 나타났을 때 보인 반응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나를 두려워하는 것은 납득이 된다. 나도 아직까지 잘 이해할 수 없는 그 능력이 눈에 안 보인다고 할 때 그녀의 눈에 비친 나는 팔을 뻗어 당긴 것만으로도 수 미터 앞에 있는 난간에서 발이 떨어져버린 사람을 옥상바닥으로 옮겨 놓은 사람이다. 이렇게 두려워하는 반응도 조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부탁대로 여기까지 와서 위험에 처한 남자를 구해줬다.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전부 보이는 건가? 하지만 주선동자가 분명 자신들은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혼자서 고민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낫겠다.

“저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발 지금 당장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조금이라도 괜찮으니 그와 작별할 시간을 갖게 해주세요.”

내가 그녀의 바로 앞까지 가서 말을 건네려고 하자마자 그녀가 간절히 내게 애원한다. 무슨 일인지 잘 파악이 안 된다. 설명해 줄 거라 기대하고 잔뜩 의문을 품은 표정으로 주선동자를 바라봤다. 주선동자는 그런 내 행동을 이해를 못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차사님 혹시 이 여자가 무슨 존재인지도 모른 채로 그냥 따라오신 건 아니지요?”

질문의 내용을 이해 할 수가 없다. 무슨 존재라니 그녀는 아무리 봐도 살아 있는 인간이다.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로 주악동자를 봤더니 그는 그 특유의 말투로 지난번처럼 나를 비난한다.

“어휴 이 녀석 정체도 모르고 따라오라 한다고 그냥 따라왔나 보다. 아니 도대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도와달라는 소리 하나에 그냥 따라오는 게 말이나 되냐? 아니 따라 온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까지 오면서도 이해를 못 하는 건 뭐냐? 한 순간이라도 이 녀석의 장래가 조금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 게 아니었어. 아무리 초보라지만 죽은 인간의 혼령도 못 알아보다니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네.”

그의 말투는 여전히 짜증 날정도로 기분 나쁘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저렇게 심술궂은 건지 주악(注惡)이라는 이름 그대로 성격에 사악함을 부어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뾰족한 말투보다도 그녀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혼자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 탓에 지난 4일, 저승에서의 3일과 이승에서의 1일 동안 겪었던 비현실적인 삶에 무뎌져 버린 모양이다. 그 때문에 여기에 존재하는 이 여인이 사람 이외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했었다.

뭔가 위화감이 느껴져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무시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가 귀신이라고 가정하자 모든 의문은 간단하게 풀렸다. 왜 모두들 그녀의 간절한 부탁에도 무정히 지나쳤는지 왜 그녀는 경찰을 놔두고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길거리를 돌아다녔는지 왜 자기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를 구하지 못 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왜 나와 동자들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