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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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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27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5 01:06
조회
926
추천
36
글자
5쪽

13화 만복사저포기(8)

DUMMY

잠이 잘 안 온다. 아까의 일 때문에 심장이 쿵쾅거려서 잘 수가 없다. 내일 아침 9시 수업이라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쉽게 잠을 잘 수가 없다. 계속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빼도록 노력을 해보지만, 자꾸 심장 뛰는 소리가 신경이 쓰인다.


이대로는 잘 수 없을 것 같아서 머리맡에 놔둔 스마트폰을 집어서 화면을 켰다. 12시가 이미 지났으니 새로 업로드 된 웹툰이나 보고 자야겠다. 옆으로 누운 채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계속 내린다. 그렇게 오늘 나온 웹툰도 다 봤지만 아직도 잠이 안 온다. 인터넷 사이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재밌는 글도 보고 뭐 새로운 소식 없나 뉴스도 보지만 여전히 같은 상태다. 벌써 2시다. 지금 잠들면 6시간은 잘 수 있다. 손을 가만히 놔두면 더 잠이 잘 올 거 같아서 이번엔 개인 방송 어플을 켜고 멍하니 본다. 꽤나 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정신이 멍해지더니 어느새 잠들었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알람소리에 잠이 깬다. 하지만 너무 졸리다. 어제 그냥 일찍 잤어야 했다. 너무 졸려서 못 일어나겠다. 10분 뒤에 다시 울리도록 알람을 맞춰놓고 다시 잠든다. 잠깐 지났더니 다시 알람이 울린다. 아 그냥 모르겠다 싶어서 수업을 갈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인 8시 40분에 맞춰놓고 다시 잔다.


알람소리에 다시 일어났다. 처음 일어났을 때보다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서 다행히 수업은 갈 수 있을 거 같다. 씻는 것은 무리일 것 같으니 대충 후드에 슬리퍼 차림으로 강의실로 걸어간다. 수업 시작 1분 전 강의실에 도착하였을 때 앞자리밖에 남지 않았다. 뒤에서 느긋하게 숙면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수업이나 들어야겠다.


오늘 현대물리 강의시간의 주제는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개념이다. 아무리 기본적인 개념이라 해도 이 학문은 너무 어렵다. 식 자체만 해도 여러 가지 기호가 섞여있고 이 식의 유도과정이 책 한 페이지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수식으로만 구성된 페이지 구석에 아인슈타인의 사진과 함께 그의 명언이 적혀 있으니 눈이 그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God does not play dice.”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존재하는 전자(電子)를 묘사하기 위해서 확률을 도입한 양자역학을 반박하기 위해 한 말이다. 그는 실체를 가진 것을 확률이라는 불확실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저런 식으로 비유를 했다.


속에 숨어있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저 말 그 자체로도 맞는 말이다. 내가 경험한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주사위를 던지는 것만 보면 주사위 놀이이지만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시점에서 주사위놀이라고 할 수 없다. 신의 앞에선 확률 같은 건 무의미하다.


그런데 굳이 주사위놀이에 비유한 걸로 봤을 때, 어쩌면 아인슈타인도 나처럼 신을 만났을 지도 모른다. 신이 그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나에게 했던 것처럼 내기를 제안 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내기에 이겨서 그런 천재가 된 것은 아닐까? 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 그런 천재적인 두뇌를 가질 수 있을 리가 없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과제는 오늘 배운 챕터 뒤의 연습문제 전부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출석부를 테니 바로 나가지 말고 이름 불리고 나면 나가세요.”


멍하니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강의가 끝났다. 그런데 과제의 상태가 심각하다. 연습문제 전부라니 말이다. 자그마치 6문제나 된다. 고등학교 때였으면 6문제 정도야 길어야 한 시간 안인데 여기서는 한 문제당 한 시간이다. 아 짜증난다. 저 출석체크 하는 것도 짜증난다. 시작할 때 하거나 끝날 때 하거나 아니면 두 번 모두 하는데 그게 무작위로 하는 거라서 무조건 수업에 계속 있어야 한다. 그래도 학점을 잘 주니까 지금 고생해도 나중에 성적표 받을 때 웃어야겠다.


현대물리 강의 외에도 2개의 전공강의를 더 들은 뒤 오늘 시간표가 끝났다. 아직 3시지만 지금부터 과제를 시작해야 내일 여유롭게 만복사에 갈 수 있다. 책과 A4용지 그리고 인터넷과 함께 문제를 풀어 나간다. 혹시나 해서 소스를 찾아보지만, 역시나 없다. 전부 다 풀어야한다.


“후우~”


4시간 동안 계속 풀었는데도 2문제가 더 남아있다. 저녁을 먹은 뒤 계속 푼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잠깐만 폰 좀 보다가 해야지 하고 시간을 좀 보내고 좀만 누웠다가 해야지 하고 침대에서 누워서 휴대폰을 사용하다보니 벌써 10시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남은 두 문제도 마무리 지었다. 이제 피곤하다. 그래도 내일은 공강이다. 늦잠 잘 수 있다. 과제도 이미 끝내서 걱정 없이 내일 내기에 참여할 수 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하고 힘든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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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만복사저포기(24) 15.12.03 444 8 7쪽
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7 9 7쪽
27 27화 만복사저포기(22) 15.11.30 487 9 7쪽
26 26화 만복사저포기(21) 15.11.29 536 11 8쪽
25 25화 만복사저포기(20) 15.11.27 514 10 7쪽
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8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0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7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3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39 10 6쪽
»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7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4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4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3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3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500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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