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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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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18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6 19:44
조회
738
추천
24
글자
5쪽

17화 만복사저포기(12)

DUMMY

“글쎄? 여기가 따뜻해 보여서 잠시 몸 좀 녹이려고 왔어. 그리고 저 아래에서 등불들을 봤을 때 뭔가 여기로 오면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와봤어.”


실제로 절 주변은 바깥보다는 더 따뜻한 느낌이다. 산 위인데도 등불 때문인지 사람들의 체온 때문인지 초봄의 아직 쌀쌀한 바람을 잘 막아주었다.


“그럼 같이 들어가서 구경하자. 내가 등불 만드는 거 알려줄게.”


중학교 3학년 때의 내가 아니다. 그땐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도 떨려서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봤지만 나도 언제까지나 서투를 수는 없는 법이다. 신이 내린 찬스다. 좀 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저런 제안을 했다.


“어머? 너 등불도 만들 줄 알아? 근데 너 만들기 같은 건 잘 못하지 않아? 너 옛날에 미술시간에 만들었던 걸 내가 기억하는데 말이야.”


그녀의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내가 그 당시에 미술시간 수행평가 과제물로 제출했던 것은 다시 떠올리기 싫을 만큼 끔찍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손재주가 없었던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지만, 그때는 꼼꼼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날 그런 평가가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그 당시 미술시간의 만들기 주제가 자신이 미래에 살고 싶은 집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자유였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은 골판지며 찰흙, 스티로폼 등등 여리가지 유용한 재료를 가지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수업시간에 빈손인 채로 있을 순 없기 때문에 나는 조금씩 다른 애들의 재료를 빌리려 했다. 하지만 모두들 완성하기까지 재료가 얼마나 필요할지 잘 몰랐기 때문에 그들도 많이는 못 빌려주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빌린 정도로는 건물모형을 만드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당황해하고 있을 때 지연이는 자신이 가지고 온 재료를 꽤 많이 건네주었다. 그녀는 과제물의 재료로써 A4용지 한 뭉텅이를 가지고 왔었는데 그 중의 절반 정도를 내게 주었다.


물론 겨우 A4용지 좀 받은 거 가지고 요란 떠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전까지 말도 잘 안 해봤는데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도와주니 내눈엔 그녀가 선녀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주었다고 해도 평범한 종이였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던 나를 통해 멋진 조형물이 될 리가 없었다. 같은 종이를 가지고 이리저리 잘라 멋진 건축물구조를 만들던 그녀와 달리 나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바로 전 시간 국사책에서 본 예전 선사시대의 움막을 만드는 것 외에는 떠올릴 수 없었다.


결국 내가 작품 제출할 때 미술선생님께서는 이게 도대체 뭐냐고 수업시간에 뭘 배웠냐고 꾸짖으셨고 나는 예전 원시인이 살던 가장 원초적인 건축양식에서 생활하는 것도 해보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었다고 대꾸하다가 더 혼났다. 그녀가 말한 미술시간이란 이때를 얘기한다.


“에이 그 때랑 지금이랑 비교를 하면 안 되지. 지금은 공대생이야, 등불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어. 빨리 와봐. 보여줄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나를 못 믿는 것 같은 표정과 함께 나를 따라 왔다. 둘이서 아까 등불 만들기를 하던 곳에 도착했다. 다행이도 재료는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아까 한 번 만들어 봤기 때문에 더 빠른 속도로 등불을 완성해 보였다. 그녀는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내가 등불을 잘 만들자 놀란 것 같다.


“오 대단한데 나도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그렇게 말하고선 그녀는 그녀만의 미적 감각을 살려 내가 만든 등불과는 다른 독창적인 모양의 등을 만들었다. 위에서 내려올수록 좁아지다가 중간에서부터 다시 넓어지는 모래시계모양을 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재밌는 모양의 등이다. 완성된 뼈대에 한지를 다 붙인 그녀는 붓을 집어 들고 겉 부분에 모래를 그려 넣어 작품을 완성한다. 예술작품에서 모래시계는 모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녀의 모래시계 속의 모래는 이미 시간이 다 흘러 밑에 쪽에만 있었다. 그녀다운 참신한 디자인이다.


“어때 나도 잘 만들지?”


그녀는 자신이 만든 것을 만족스러운 듯 쳐다보고 난 다음 내게 내밀어 보이며 자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그 등불이 아니라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응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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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만복사저포기(24) 15.12.03 444 8 7쪽
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7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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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8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1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0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6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3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39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6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5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3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3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2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2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499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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