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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43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21 04:24
조회
763
추천
10
글자
8쪽

21화 만복사저포기(16)

DUMMY

지루한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 알람소리에 일어나 씻고 수업에 들어가고 과제하고 평소에는 아무런 느낌 없이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진행됐던 일상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왠지 그 톱니바퀴가 느리게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지루한 하루를 인내심을 최대한 쏟아 부어 간신히 넘겨낸다. 이제 다시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토요일이다. 그녀를 그녀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다. 빨리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라며 잠을 청했다.


보통 주말에는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알람을 맞춰두지 않고 잔다. 그래서 보통 11시쯤에 일어나곤 한다. 오늘은 그녀와의 데이트가 있는 날이다. 우선 평소보다 더 깨끗하게 씻은 뒤 기숙사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방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데이트에 입고 나가면 좋은 코디를 찾아보았다. 검색해 보다가 ‘남자친구가 데이트에서 입고 와줬으면 하는 스타일’, ‘올 봄 데이트룩’같은 제목의 글들에 들어가 본다. 사진 속의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하얀 셔츠에 깔끔한 스타일의 니트와 진한 색 진을 입고 있었다.


최대한 이 스타일을 참고해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보려고 노력했지만 내 옷장에는 야구잠바, 바람막이, 줄무늬 티셔츠, 평범한 청바지밖에 없었다. 지금 옷을 사러 가자니 시간이 모자를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같은 과 친구한테 전화했다. 같은 공대생이여도 그 친구는 밖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이런 옷들도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보세요?”


“왜 전화했어? 나 월요일까지 실험보고서 제출해야 돼서 피씨방 못 가.”


평소에 같이 피씨방에 가자거나 치킨 먹으러 가자는 전화 외에는 직접 전화를 해 본적이 없었기 당연히 이번에도 피씨방에 가자는 의미로 생각한 모양이다.


“아니. 피씨방 가려고 전화한 거 아닌데.”


“뭐? 그럼 왜 전화했어?”


“나 옷 좀 빌려줘.”


“뭐? 네가 왜 옷이 필요해. 너 밖에 나가지도 않잖아. 귀찮아.”


데이트하러 간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이 녀석한테 말했다가는 분명히 귀찮아진다. 때문에 적절한 변명을 생각해냈다.


“친척 형 결혼식 가야 되는데 지금 기숙사에 있는 옷 입고 나가면 욕먹을 거 같아.”


“귀찮아. 그냥 아무거나 입고가 친척 형인데 뭐 어때.”


“나중에 치킨 사줄게.”


“그래. 지금 내방으로 와.”


그렇게 말하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치킨. 내가 어떤 부탁을 할 때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다. 이걸 대가로 부탁을 하면 성공률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마법 같은 존재이다. 대학생들이 자주 찾다보니 이 근처에는 치킨집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한 마리에 14000원 정도이지만 다행히도 그 중에는 10000원 이하의 저렴한 곳도 있으니 나중에 그 곳으로 데려가야겠다.


그의 방은 같은 기숙사 건물에 있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노크를 하자 그가 문을 열어준다. 그의 방은 여전히 더러웠다. 방바닥에는 페트병과 트레이닝복이 굴러다니고 책상위에는 빈 컵라면용기와 커피믹스 봉지가 쌓여있었다.


“왔냐?”


“어.”


“나 바쁘니까 옷장에서 아무거나 골라서 입어보고 맘에 드는 거 입고가. 그리고 내일 세탁기 돌려야 되니까 내일 아침까진 갖다 줘.”


그렇게 말하고 그는 컴퓨터 앞으로 가서 온라인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보고서 쓰느라고 바쁘다면서 온라인게임을 하고 있다.


“너 보고서 써야 된다면서.”


“야 사람이 어떻게 하루 종일 보고서만 쓰고 있냐? 잠깐 머리 좀 식히는 거니까 괜찮아.”


친구 놈이 말한 대로 옷을 고르기 위해 옷장을 열었다. 이 옷장은 황무지처럼 휑하던 내 옷장과 다르게 여러 옷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나는 이 들 중에서 사진에서 봤던 것 스타일에 최대한 가까운 조합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입어보고 거울로 확인해 봤다. 역시 옷이 날개다. 사진 속 모델들과 비교하면 한 참 모자라지만 적어도 방금 전의 나보다는 훨씬 낫다. 그 중에서 제일 괜찮은 것으로 골라 입고 원래 입고 왔던 옷을 챙겼다.


“고마워. 내일 갖다 줄게.”


“어~ 나중에 치킨 잊지 말고”


“그래.”


그의 방을 나와 시계를 보니 벌써 3시다. 다시 내 방으로 와서 서랍 한 구석에 묵혀뒀던 왁스를 꺼냈다. 뚜껑을 열어보니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이 가득 차 있었다. 슬쩍슬쩍 손가락에 묻혀 머리모양 좀 단정하게 해보려 했으나 너무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모양이 내 마음대로 나오지가 않는다. 그렇게 한 참을 노력을 했으나 하기 전보다 이상해서 그냥 머리를 감았다. 밖을 보니 구름 때문에 하늘이 어둡다. 비가 올 수도 있기에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혹시나 이상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서 기다리는 동안 몇 번이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내 모습을 확인한다. 몇 번을 확인해도 같았다. 그러다 버스가 오고 그녀와 만나기로 한 곳으로 향한다.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30분 남았다. 약속 시간보다는 이르긴 하지만 늦는 것보다는 일찍 와서 기다리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안하다. 조금 기다리자 그녀가 멀리서부터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얼른 보고 싶어서 그녀에게 걸어갔다.


“안녕 생아”


겨우 이틀 만에 다시 본거지만 그녀는 언제나 새롭다. 가방을 맨 그녀는 오늘 안경을 안 썼다. 그녀를 볼 때마다 안경이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없는 게 더 예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확신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새하얀 매화색의 하늘하늘한 원피스는 그녀를 더욱 화사하게 해주었다. 나에게 그녀는 봄 햇살처럼 느껴졌다.


“어 안녕. 엄청 예쁘게 하고 왔네.”


“너도 엄청 멋 부리고 나왔네. 저번에 만났을 때랑은 스타일이 완전 다른데? 그래서 오늘 뭐할까?”


“일단 맛있는데서 밥 먹자. 그 다음에 카페에 가서 같이 커피마시고 그 다음에는 그 때가서 생각해보지 뭐.”


“근데 있잖아. 우리 둘이만 있을 수 있는 장소에 가서 데이트하면 안 될까?”


“둘이서만?”


“응”


그녀와 둘이서만 있을 수 있다면 조금 떨리긴 해도 좋다. 하지만 이 주변에는 그런 장소가 있는지 모르겠다.


“혹시 괜찮은 장소 알고 있어?”


“저쪽에 사람 없는 공원 있는 데 그리로 가자.”


“그래.”


나는 그녀를 따라서 공원으로 갔다. 공원에 도착하자 그녀는 가방에서 이것저것을 꺼내기 시작했다. 먼저 돗자리를 꺼내 바닥에 펼치고 그 위에 아기자기한 등불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락과 식혜가 담긴 물통을 꺼냈다. 나는 그녀의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왔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시락을 여니 그 안에는 몇 종류의 나물과 전 그리고 닭 가슴살을 잘게 찢어 놓은 게 있었다.


“언제 이런 걸 다 준비 한 거야.”


“아니 그냥 집에 재료가 있어서 한 번 해봤어. 자 어서 먹어.”


좋아하는 여자가 직접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먹기에 아까워서 천천히 아껴 먹으려고 하지만 음식이 맛있다 보니 먹는 속도가 빨라져 버렸다. 나와 달리 그녀는 배가 별로 안 고팠는지 자신이 만든 도시락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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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8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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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만복사저포기(21) 15.11.29 536 11 8쪽
25 25화 만복사저포기(20) 15.11.27 515 10 7쪽
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60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9 8 7쪽
»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4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1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7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4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40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7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7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4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4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4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3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9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7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3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500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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