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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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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20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4 06:23
조회
785
추천
12
글자
5쪽

11화 만복사저포기(6)

DUMMY

“당신은 당신이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하였습니다만 어째서 신이라는 커다란 존재가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시는 것입니까?”


“글쎄 그건 따분하기 때문 아닐까나. 아무리 신이라도 지루한 건 이기지 못하지.”


따분하다라 신이라도 그런 걸 느끼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이라는 존재와는 사뭇 다르다. 신이란 보통 전지, 전능, 전선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관념 때문에 나는 신이 존재하지 않다고 믿었다. 전지. 전능, 전선한 신이 있는 세상에서 전쟁 같은 참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이 전지하다면 이 세상의 모든 악을 알고 있을 것이며 전선하다면 이런 악을 없앨 의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전능하다면 마땅히 그 악을 없앨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수많은 악이 넘쳐난다. 이에 따라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 머릿속에서는 증명되어 있었다. 하지만 앞의 전제 가운데 하나라도 부정된다면 어떨까?


신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며 선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면 신은 존재할 수도 있다. 신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가정이 있는 한 신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증명할 수 없다. 비록 논리적이지만은 아닌 사고방식이지만 아무도 발견 못했거나 그 존재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어딘가에서 마땅히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카를 포퍼의 반증 가능성 원리에 따르면 아무리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많아도 하나의 발견에 의해 반증될 수 있다. 모든 까마귀가 전부 검다는 주장은 단 하나의 하얀 까마귀에 의해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다. 즉 기존의 ‘신은 전지, 전능, 전선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다.’라는 나의 이론이 지금 이 새로운 발견에 의해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신은 존재하지만 자신의 지루함을 혼자서 해결할 만큼 전능하지는 않다.


그 신은 내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고 판단한지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간다.


“우선 내기에 관해 설명하겠네. 이틀 뒤인 3월 24일 만복사에서 등불을 밝히며 복을 비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너도 알 것이다. 너희들은 그저 연중행사의 하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등불을 밝히며 복을 기원하면 실제로 그 장소에 복이 가득 차게 된다. 그 절이 만복사(萬福寺)라 이름 지어진 것도 그 때문이지. 네가 나와의 내기에서 이긴다면 나는 그걸 이용하여 너의 소원을 이루어 주겠다.”


“그렇다면 제가 지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너는 만복사에서 평생을 나를 위해 일해야 할 것이다.”


신을 위해 평생을 절에서 일해야 하다니 중이 되라는 소리다. 물론 절에 들어가지 않고 여기에 남아 있더라도 내게 여자친구가 생길 확률은 희박하지만 중이 되는 순간 제로가 된다.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 있는 것과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애초에 내기의 상대는 신이다. 내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인간이 신을 이길 확률은 높게 잡아도 만에 하나보다 적다. 십만의 하나 0.001퍼센트라 하자, 그리고 내가 여기에서 아무런 도움없이 애인이 생길 확률은 0.1퍼센트이다.


계산을 해보자. 내기를 한다고 가정할 때 신에게 이길 경우 100퍼센트 확률로 애인이 생기고 질 경우 0퍼센트 확률로 애인이 생긴다. 즉, 내기를 하게 된다면 0.001퍼센트의 확률로 여자친구가 생긴다. 하지만 내기를 하지 않는다면 0.1퍼센트다. 기댓값으로 따지면 0.00001과 0.001이다. 따라서 내기를 안 하는 게 100배는 이득이다.


“저는 내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평범한 인간인 제가 어떻게 신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것에 대해서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네가 무조건 이기는 내기이다.”


“제가 무조건 이기는 내기이면 내기를 하는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유는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따분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설명을 계속하지. 너는 앞서 말한 그날 해가 저물면 불당 앞에서 검은 주사위와 하얀 주사위를 던져라. 검은 주사위의 눈이 하얀 주사위의 눈보다 높거나 같을 경우 네가 이기고 그 반대의 경우 내가 이긴다.”


총 경우의 수는 36, 이때 검은 주사위의 눈이 높은 경우의 수는 21이므로 확률은 21/36으로 대략 58퍼센트이다. 처음 계산보다는 상당히 높지만 신이 말한 무조건 내가 이기는 경우와는 다르다.


“그렇데 되면 제가 질 확률도 존재하게 됩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줄 검은 주사위는 무조건 6만 나올 것이다. 네가 이튿날 주사위를 던지면 내기를 받아드리는 걸로 알겠다.”


그렇게 말하고 검은 아지랑이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 곳에는 검은 주사위와 흰 주사위가 한 개씩 놓여 있었다. 나는 시험 삼아서 검은 주사위를 던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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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만복사저포기(24) 15.12.03 444 8 7쪽
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7 9 7쪽
27 27화 만복사저포기(22) 15.11.30 487 9 7쪽
26 26화 만복사저포기(21) 15.11.29 536 11 8쪽
25 25화 만복사저포기(20) 15.11.27 514 10 7쪽
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8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0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6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3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39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6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3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3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2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2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499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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