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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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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36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27 02:35
조회
514
추천
10
글자
7쪽

25화 만복사저포기(20)

DUMMY

그 뒤로 일주일간 거의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술과 약간의 음식을 살 때 빼고는 방에서 취한 채로 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나 혼자 있으나 술에 취할 수만 있으면 괜찮았으니 좀 더 편한 걸 선택했다. 정신이 깨어 있을 때보다는 훨씬 편했다. 하지만 점점 더 술에 익숙해질수록 그 효과가 떨어져갔다. 이제는 술에 취해도 괴로움을 전부 잊게 할 수는 없었다. 좀 더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여기서 더 편안해 질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죽게 되면 이 고통스러운 육체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고 그녀도 다시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도 좀 취했지만 아직은 죽기 두려운 모양이다. 좀 더 술이 필요할 것 같아 밖으로 나와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술을 한 병 사서 높은 건물을 찾아다녔다. 뛰어내리면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는 그런 높이의 건물을 찾아다녔다. 마침 주변에 높게 솟은 아파트가 있어 옥상으로 올라갔다. 난간에 기대어 밑을 보니 조금 겁이 났다.


여기서 지면까지의 거리는 약 50미터 떨어지기까지 약 3초정도 걸린다. 그 짧은 순간동안 어떤 기분이 들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 끝엔 평안함이 올 것이다. 빨리 이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간에 올라섰지만 두려움에 발을 떼지 못했다. 이 두려움에 이기려면 더 취해야한다는 생각에 난간에서 내려와 술을 마셨다.


한 병을 다 비우고 나니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지금이라면 뛰어내릴 수 있을 것만 같아 난간에 올라섰다. 밑을 내려다보는데도 두려움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드디어 그녀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이미 기대감은 두려움을 넘어섰다.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결정을 내렸는데도 방해꾼 때문에 주춤했다. 그 누군가가 등 뒤에서 내게 소리쳤다. 취해서 무슨 소린지 잘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던 중 휘청하더니 중심을 잃었다. 나에게 말을 걸었던 자가 이쪽으로 뛰어 온다. 하지만 그는 날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난간에서 발이 떨어졌다. 이대로 3초 후면 지면으로 떨어져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될 것이다.


1, 2, 3


이상한 일이다. 3초가 지났는데도 아직 한참 위에 있다. 떨어지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려는데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묶여 꼼짝도 할 수 없다. 그리곤 잠시 뒤 나는 위쪽으로 솟구쳐 올라가 그대로 옥상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옥상에 도달할 때 머리를 부딪친 탓에 의식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깨어보니 눈앞에 낯선 사람이 있다. 그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평범한 사람이 내게 물어봤었다면 절대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아까 있었던 일도 그렇고 뭔가 특별해 보인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도 믿어줄 것 같아 지금까지의 일들을 전부 털어놓았다. 악마와의 내기, 그녀와 만남, 갑작스러운 이별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이유까지 전부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그는 고개를 돌려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했다. 이 사람의 정체가 궁금하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기에 그 멀리서 떨어지던 나를 끌어올리고 내 이야기를 듣고도 크게 놀란 기색을 띄고 있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도대체 누구랑 대화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와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와 작별인사를 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네?”


“아 우선 제 소개부터 하죠. 저는 박생이라는 저승차사입니다. 제가 그 쪽을 구한 이유는 그녀가 당신을 구해 달라며 절 이리로 데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제가 차사인 걸 몰랐던 모양이지만요.”


“그럼 지연이가 여기 있나요?”


“네. 하지만 당신 눈에는 안 보일 겁니다. 물론 목소리도 안 들리겠죠. 하지만 잠시 뒤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계속 같이 있게 해주고 싶지만 저도 제 일이라서 그녀를 어서 저승으로 보내야합니다. 그래서 시간은 10분정도밖에 드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녀와의 이별을 끝나면 이 일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우겠습니다.”


“그녀와 만난 것까지 전부다 말인가요?”


“네. 저도 그러고 싶진 않지만 규칙이라서.”


“알겠습니다.”


“자 그럼 잠시 눈을 감아주시기 바랍니다.”


눈을 감고 잠시 기다리자 누군가 내 이마에 손을 대는 느낌이 났다.


“이제 떠도 됩니다.”


눈을 뜨자 박생이라는 저승차사 외에도 그 옆에 흰 옷과 검은 옷을 입은 남자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녀가 있었다. 그녀를 보자 그녀에 대한 원망 같은 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지연아.”


그녀를 부르자 그녀는 내가 와 안겼다. 그리고 울먹거리면서 계속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녀를 보기 전까진 몸도 마음도 이미 한계였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짧기만 한 시간이지만 너무 행복하다. 그녀를 계속 안은 채로 있고 싶었지만 마지막으로 그녀의 미소를 보고 싶었다.


“지연아 마지막으로 네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내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언제나 같은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녀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너무 짧은 그 시간은 이미 다 흘러가 버렸다. 차사와 두 남자아이는 우리 사이를 가로막았다.


“죄송합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지연아!”


이대로 끝내기 너무 아쉬워 그들을 뿌리치고 그녀에게 가려고 했다. 그 순간 차사 옆의 흰 옷의 남자아이가 내 쪽으로 뛰어 오르더니 내 이마에 손을 댔다. 그러자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몸에 힘이 빠져나가 쓰러졌다. 희미하지만 의식은 조금 남아있는 상태였다.


“차사님 이제 시작하시지요.”


흰 옷의 남자아이가 이렇게 말하자, 차사는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그녀의 이름을 천천히 부른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째 갑자기 검은 불꽃이 솟구친다. 그녀가 가는 걸 막고 싶었지만 서서히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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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7 9 7쪽
27 27화 만복사저포기(22) 15.11.30 487 9 7쪽
26 26화 만복사저포기(21) 15.11.29 536 11 8쪽
» 25화 만복사저포기(20) 15.11.27 515 10 7쪽
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9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1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7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4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40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7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4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4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3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3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500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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