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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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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22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2 07:14
조회
1,223
추천
19
글자
5쪽

7화 만복사저포기(2)

DUMMY

그를 말려야 한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지 막막하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은 한 번도 고려해 본적이 없다. 내가 멍하게 서 있자 나를 이 곳으로 데려온 여인은 울먹이며 부탁한다.


“제발 그 좀 말려주세요. 이대로 두면 뛰어 내려요.”


분명 긴급한 상황은 맞다. 하지만 왜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그를 구하려고 시도하지 않을까? 그리고 정 안되면 경찰을 부르면 되는데 왜 거리에서 그렇게 혼자서 도움을 요청한 걸까?


이런 의문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지금은 그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있을 때 전에 봤던 반갑지 않은 불꽃이 내 양 옆으로 솟아오른다.


주선동자와 주악동자다.


불이 그치고 그들은 저번과는 살짝 다른 모습을 내보인다. 주선동자는 수수한 하얀색의 나풀거리는 도포를 주악동자는 비슷한 검은색 도포를 입고 있다. 둘 다 상투를 틀지 않아 어깨까지 오는 긴 장발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인 그 여인에게는 저들이 보일 리가 없을 터였다. 그러나 그 여인은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 명백하게 그 동자들을 보고 지은 표정이다. 놀라기만 한 게 아니라 저 동자들을 두려워 하고 있다. 두려움을 느낀 그녀는 조금씩 우리들에게서 뒷걸음친다. 그런 그녀를 무시한 채 주선동자는 내게 말했다.


“차사님 저 자를 오늘 이 자리에서 죽게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저 사내는 오늘 죽을 운명이 아닙니다. 저 자가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윤회의 고리가 어긋나 저승 쪽에서 일처리가 복잡해져 버립니다. 기록상의 작은 차이이기는 하나 그 사소함으로 인해 재앙이 벌어질 수도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차사님께서 반드시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등장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만 하여 사고를 느리게 했다. 그래도 이 상황에서는 그를 진정 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저기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됩니다.”


영화에서 경찰들이 자살을 막기 위해 흔히 말하는 그런 대사다. 그나마 내가 머릿속에서 꺼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다. 이 말로 그의 기분을 조금은 진정시킬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지금 그의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나의 큰 실수였다.


애초에 그에게 말을 안 거는 게 훨씬 좋을 번했다.


난간 주변에는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는 취한 상태에서 옥상 난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말을 거는 바람에 그가 뒤를 돌아보려 했고 그 순간 술기운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뒤로 떨어지려 한다.


재앙이다.


일을 더 악화시켜 버렸다.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그가 있는 난간까지는 약 30미터 최선을 다해 뛰어도 그가 떨어지는 걸 멈추기에는 늦는다. 그래도 막아야 한다. 애초에 술에 취한 채로 그런 위험한 곳에 올라간 그의 책임이 크지만 내가 그를 돌아보게한 탓에 떨어지려 한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를 향해 달려가며 오른팔을 뻗어 보지만 그에게 닫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나는 그를 구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거의 가능성은 없지만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한순간 믿지 못 할 일이 일어났다. 기척조차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작아졌던 내 가슴 속의 홍옥이 뿜어대던 불꽃은 한 순간의 커다란 화염이 되어 나를 뒤덮었다.


화염이 사라지며 나는 업경 속에서 보았던 내 모습이 되었고 그를 향해 뻗었던 팔의 소매 자락에서는 4가닥의 불꽃에 뒤덮인 사슬이 그를 향해 뻗어가 그를 돌돌 감쌌다. 팔에 뭔가 탁 걸리는 느낌에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당겼다.


그러자 난간에서 발이 떨어졌던 그는 이제 옥상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일단 그가 떨어진 것을 막은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이 해결되어 긴장이 풀리자 그를 묶고 있던 사슬들과 내가 입고 있던 장비들이 다시 불이 되어 내 가슴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무사한지 확인해보았다.


큰일이다. 그의 의식이 없다. 그의 목에 있는 경동맥에 손가락을 짚어 본다. 분명 맥박이 느껴진다. 일단 심장은 뛰고 있다. 이번엔 정상적으로 호흡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코에 귀를 대본다. 숨도 제대로 쉬고 있다. 다행이다. 그저 충격으로 의식만 잃은 것 같다.


"네 놈도 완전 무능력한건 아니구나. 저번에 깨어나자마자 폭주할 때는 저런 놈이 차사 노릇이라도 잘 할 수 있을까하고 앞날이 깜깜하기만 했는데 그럭저럭 최악은 아닌가 보구나."


주악동자는 건방진 목소리로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칭찬을 했다. 그래도 그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본다.


나는 잊고 있었던 그 여인을 바라봤다. 그 여인은 내가 행했던 모습을 그대로 목격한 건지 나를 크게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 앉고 벌벌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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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만복사저포기(24) 15.12.03 444 8 7쪽
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7 9 7쪽
27 27화 만복사저포기(22) 15.11.30 487 9 7쪽
26 26화 만복사저포기(21) 15.11.29 536 11 8쪽
25 25화 만복사저포기(20) 15.11.27 514 10 7쪽
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8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0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6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3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39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6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3 21 4쪽
»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4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2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3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499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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