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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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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29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6 00:01
조회
503
추천
11
글자
5쪽

15화 만복사저포기(10)

DUMMY

약간 의문이 들긴 했지만 목상들이 부서져 있는 이유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는 내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설령 아까 날아간 검은 빛에 의해 부서졌다고 해도 내 잘못은 아니다. 내 소원을 들어주려고 했어도 결국은 신이 한 행동이니 말이다.


잠시 뒤 만복사로부터 다시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온다. 두고 온 등불을 가지고 오기 위해 다시 절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의 어둠에 당황한 사람들이었지만, 어느새 다시 불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등불들은 아까처럼 환하고 맑은 빛을 내고 있지는 않다. 담겨져 있던 복을 잃고 그저 빛만 내는 것밖에 못하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나는 아까처럼 계속 등불축제를 즐길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 다시 입구 쪽으로 향했다.


천천히 입구로 향하는데 그 쪽에서부터 한 여인이 걸어온다.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들고 있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제 막 들어온 사람 같다. 등불축제가 거의 막바지라서 길어봤자 한 시간밖에 즐길 수 없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늦게 왔을까?


그 여인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어둠속에서도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 졌다. 단발머리에 약간 촌스러워 보이는 파란 뿔테 안경을 쓰고 있다. 그녀에 얼굴에는 동그란 눈과 분홍빛 입술 그리고 귀엽게 보이는 살짝 통통한 볼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고 하얀 블라우스에 아이보리색 가디건을 걸쳐 하늘하늘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움직이기 쉬운 청바지를 입고 편안해 보이는 하얀 운동화를 신은 예쁜 여인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다. 조금 달라졌어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절대로 내가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녀의 이름은 박지연, 내 첫사랑이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첫사랑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릴 수는 없지만 생애 처음으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한다고 느낀 사람이라고 한다면 분명 그녀는 내 첫사랑이다. 물론 그녀를 만나기 전에 이성을 사귀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어린마음에, 다른 애들이 연애하는 것이 부러워하다가 순간의 기분에 휩쓸려 사귀었던 것이었고 박지연에게 느꼈던 감정은 특별했다.


그 시절 나는 그녀에게 느끼는 이 특별한 감정을 어찌해야 할 줄 몰라 방황했고 모든 것이 서툴렀다. 결국 첫사랑이 다 그렇듯이 나는 그녀와 이루어 질 수 없었다. 그 때 그 간절함 때문인지 나는 아직까지도 마음속으로 그녀를 그리워하면서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와 지냈던 시간들은 추억으로서 고이 접어 마음 속 한편에 꼽아 두고 생각날 때마나 펼쳐보며 그리워 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다.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그리움 때문에 가슴을 아련하게 만들던 그녀를 이런 곳에서 우연히 만났다. 아니 이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신이 내린 자비이다. 오랜 세월 이 여인만을 그리워하다가 사랑이 전부 메말라 버린 나에게 내리는 봄비이다.


“혹시 양생이니?”


내가 가만히 서서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니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어, 응 박지연 맞지?”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녀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이런 느꼈던 사람은 그녀 이외에는 없었다.


“어 맞아. 진짜 반갑다.”


그녀는 그녀 특유의 밝은 미소와 함께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사실 그녀가 지은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서 심장을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기면서 나에게 안겼다.


내 심장에 안 좋은 행동이다. 안 그래도 지금 심장이 터지려고 하는데 거기에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도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그녀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그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그저 그 아름다운 눈가에 매달려 저 멀리서 오는 희미한 불빛에 은은히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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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8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0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7 12 5쪽
»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4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40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7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4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4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3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3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500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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