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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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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45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6 23:04
조회
693
추천
11
글자
6쪽

18화 만복사저포기(13)

DUMMY

눈이 마주친 채 그런 말을 하자 그녀는 살짝 놀란 눈을 한다. 그저 그녀의 예쁜 모습에 정신이 팔려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던 것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로 입 밖으로 꺼내버렸다. 정말 바보 같은 실수다. 나는 이 예상치 못한 실수에 당황해서 허둥지둥 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긴장한 탓에 입 속에선 침이 마르고 시선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손은 나도 모르게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다시 내게 밝은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녀는 나의 방금 전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인 걸까? 산만한 나의 행동에 비해 그녀의 대답은 담담했다. 그저 등불을 칭찬한 걸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우리도 이제 등불 있으니까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자.”


그녀는 빨리 새로운 등불을 시험할 생각으로 약간 들떠 보이는 얼굴로 제안했다. 나 역시 그녀의 제안이 좋았다. 그녀가 다르게 받아드렸을지 몰라도 나는 그녀의 앞에서 그녀를 예쁘다고 칭찬했다. 그래서 인지 둘이서만 있기 조금 어색해 졌다. 행사도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니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고 말이다.


“그래 그것도 좋겠다.”


우리는 등불을 들고 밖에서 나와 등불 행렬에 참가하거나 절에서 제공하는 떡이나 과자 같은 간식거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30분 정도의 아주 짧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절에서 행사가 끝났다는 것을 알렸고 남아있던 사람들은 뒷정리를 하고 돌아갈 채비를 한다. 우리도 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입구를 향해 걸어 나가고 있었다.


“아 재밌었는데 벌써 끝나버렸네. 아쉽다. 좀만 일찍 왔으면 좋았을걸.”


나는 아까 낮부터 쭉 여기서 등불을 질리도록 봤기에 충분히 행사를 즐겼지만 그녀는 늦게 온 탓에 겨우 두 시간정도밖에 행사를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나는 등불행사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주사위를 굴리기 전까지는 조금 지루하다고도 느꼈다. 하지만 그녀가 오고 나서부터 만복사에서의 시간은 달라졌다. 정말로 짧았지만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이제 만복사의 등불축제는 끝났고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이유가 사라졌다. 그래도 그녀와 함께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우리는 등불을 가지고 절에서 빠져나왔다. 자연스러운 흐름대로라면 여기서 다음을 기약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모처럼 다시 볼 수 만났는데 이렇게 빨리 헤어지기 너무 아쉽다. 그 때문인지 내 발걸음은 평소보다 훨씬 느려졌다. 그녀 역시 나에게 발걸음을 맞춰 여유롭게 아주 천천히 가야할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우아~ 생아 하늘 좀 봐봐.”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감탄하고 있었다. 나도 그녀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밤하늘은 한 점 구름 없이 맑게 펼쳐져 있다. 동쪽하늘에서는 보름달이 서서히 하늘 가운데로 올라가고 있었고 하늘 곳곳에서는 그 동안 도시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불빛에 덮여져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별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곳에서 보는 하늘은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여기서는 하늘 전체를 볼 수가 없었다.


“우리 산 정상으로 올라가서 볼래?”


“그럴까?”


“올라가자 그럼.”


모처럼의 별을 볼 수 있는 밤하늘이고 그녀와 지금 헤어지기 싫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했다. 산정상이라고 해도 그렇게 경사가 가파른 것도 아닌데다가 지도상 여기서 조금만 가면 되기에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등불로 어두운 길을 밝히며 말없이 올라갔다. 나는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침묵에 전혀 어색하진 않았다. 말을 거는 대신 그저 가끔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평소처럼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산이라기 보단 언덕에 가까운 이 조그마한 산의 정상에 다다르자 새하얀 수선화가 환한 달빛에 고고히 빛나고 있었다. 밤하늘에서는 별들이 무리지어 그 자태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면 여기서는 순백의 수선화가 수수하게 빛나고 있다.


“네 말대로 올라오길 잘했다.”


“응. 나도 이렇게까지 예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그녀 역시 나처럼 자연이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에 흠뻑 빠져 있다. 이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연스럽게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여기 있는 이 수선화와 닮았다. 안 쪽에 있는 노란 꽃잎과 바깥의 하얀 꽃잎이 어울려 있는 이 아름다운 모습이 내면도 외면도 아름답게 빛나는 그녀와 닮았다.


우리는 계속 이 풍경을 즐기고 싶어 그 곳에 있던 의자에 앉아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환한 달빛 아래에서 두 남녀가 꽃구경을 하고 있으니 꼭 이틀 전에 내가 멀리서 부러워만했던 연인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사실 지금 이 상황이 더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이대로 있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은 나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분위기 있는 대사를 해보고 싶었다.


“저 별들 말이야. 우리가 지금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걸 눈으로 보고 있어도 실제로 저 별은 이미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대. 별빛은 지금 우리가 보는 밤하늘 위에서 빛나고 있지만 저 빛을 낸 별 그 자체는 우리가 있는 이 곳과는 너무 멀어서 그 빛이 여기까지 다 오기도 전에 이미 소멸해 버릴 수도 있는 모양이야. 내 눈에 이렇게 아름답게 비치는데도 이미 별은 존재하지 않다니 참 슬프지 않아?”


“그래? 그렇구나.......”


입으로 꺼내기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감성 넘치는 대사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녀의 반응을 보니 뭔가 아닌 것 같다. 괜히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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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60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9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4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1 10 5쪽
»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4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7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4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40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7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7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4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4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4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3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9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7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3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500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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