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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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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19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8 08:28
조회
631
추천
10
글자
5쪽

20화 만복사저포기(15)

DUMMY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얼른 쫓아가서 물어보려고 하지만 그녀는 벌써 어디론가 가버렸다. 잠깐 다른 곳을 본 사이에 골목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자칫 약속 날 서로 엇갈리기라도 하면 다시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신이 이루어준 소원이다. 신도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전화도 문자도 없이 그저 토요일까지 만나기만을 기다리려고 하니 조금 막막하다. 하루만 참으면 되긴 해도 평소처럼 느껴지는 하루가 아닐 것이다. 오늘 일어난 꿈같은 일들 때문에 평범한 하루가 더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휴대전화 번호를 못 물어봐 아쉬워하고 있을 때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가 왔다. 버스 안에서도 그녀에 관련된 생각만 계속하게 되었다. 한 참을 그녀만 생각하다가 문득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3학년이 되어 새로운 반으로 들어갔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처음 보는 여학생이 있었다. 학생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2년간 같은 건물에서 생활해서인지 전교생의 얼굴정도는 대충 기억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 여학생이 새로 전학 온 학생이라는 것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뭔가 신비했다. 평소에 봐오던 평범한 중학생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약간은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예쁜 편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그녀를 계속 보고 있었다.


새 학기 새로운 반에 온 학생들은 저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처음 보는 전학생에게 제일 관심을 보였다. 여러 학생들이 그녀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가까워지려 시도했다. 그녀는 다른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계속 얼굴에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 미소는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만든 그 미소와는 조금 달랐다. 언뜻 보기엔 친절해 보이는 그 미소는 조금 차가웠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어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계속 그런 미소를 지었다.


나는 딱히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빨리 개학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만을 기다렸다. 반에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다가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자기소개를 하고 우리를 강당으로 이끌었다. 강당에서 개학식이 시작됐고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애국가, 묵념,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순으로 진행되다가 교가를 부르는 것으로 끝났다. 그 뒤 우리는 다시 교실로 가서 청소를 하고 종례를 했다.


학교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길에 피어 있는 하얀 수선화를 발견했다. 평소라면 꽃 같은 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 수선화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새로 전학 온 그녀가 떠올라 쭈그려 앉아서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누군가 와서 내 옆에 쭈그려 앉으면서 감탄을 했다.


“아 예쁘다. 너 혹시 이거 무슨 꽃인지 아니?”


놀라서 쳐다봤더니 그녀는 아까 교실에서 보이던 미소와는 다른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그녀가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가슴 속에서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감정은 계속해서 터져 나와 억지로 꾹꾹 눌러야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한 차례 차분해진 뒤에야 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다.


“수선화.”


“이것도 수선화구나. 내가 알던 수선화랑은 조금 다르네. 이거보다는 조금 더 크고 전부 노란색에 겉에 있는 꽃잎이 종처럼 생긴 거였는데.”


“뭐 수선화 종류도 다양하니까. 아마 네가 본건 나팔수선화 중 한 종류일걸? 여기 있는 건 아마 타제트 수선화일거야.”


“대단하다. 넌 어떻게 그런 걸 다 알고 있니?”


“그냥 뭐 관심 있어서 찾아보다가.”


우리는 조금 더 같은 자리에서 꽃을 보다가 쭈그려 앉아 있기 힘들어져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소개를 했다.


“우리 같은 반이지? 나 박지연이야. 너는?”


“양생”


“반가웠어. 양생아. 그럼 내일 보자.”


“잘 가.”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이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잘 생각해보니 이때나 오늘이나 그녀와의 만남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나는 나름대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쪽으로는 전혀 발전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몇 시간동안 긴장하고 있었더니 몸에 힘이 쭉 빠져있다. 빨리 쉬고 싶어 기숙사로 서둘렀다. 방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씻은 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몸은 피곤하니까 계속 자라고 하지만 정신은 그녀 생각에 잠을 자는 걸 미루고 있다. 그러다 결국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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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만복사저포기(24) 15.12.03 444 8 7쪽
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7 9 7쪽
27 27화 만복사저포기(22) 15.11.30 487 9 7쪽
26 26화 만복사저포기(21) 15.11.29 536 11 8쪽
25 25화 만복사저포기(20) 15.11.27 514 10 7쪽
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8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0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6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3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39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6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5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3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3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2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2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499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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