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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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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41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12 21:40
조회
973
추천
22
글자
5쪽

9화 만복사저포기(4)

DUMMY

죽은 자의 혼이 현세를 떠돌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아직 차사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듣지 못했지만, 소설, 만화, 영화 등의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서 알게 된 사회적 통념상의 저승사자의 일은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이 여인은 내가 저승사자인 것을 변한 모습을 보고난 후에야 안 것 같다. 아마도 그 전까지 귀신을 보는 평범한 사람, 아니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만 일단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러니 자신을 데려가야 하는 존재인 저승차사를 데려온 것 같다.


정작 그녀가 두려워하는 차사는 아직 그녀를 데려갈 생각도 없었고 애초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평범한 사람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나를 두려워하면서 작별할 시간을 달라고 애원한다. 이런 그녀의 행동을 통해 생각해 봤을 때 그녀는 자신을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나의 존재가 가장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데려가야 한다고 해도 그 방법조차 모르는 나를 아직은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설령 영혼을 인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서라도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에 결정했을 것이다.


나의 의견이 이렇다 하더라도 저승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있을 터 이 일에 초보자인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주선동자야 지금 이 여인을 당장 저승으로 데려가는 것이 내 의무겠지?”


“물론 저승의 차사, 저승사자 중에서도 가장 말단인 차사님은 정해진 법칙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게 맞습니다. 차사로서 죽은 인간의 영혼을 본 즉시 저승으로 인도해야 하지요.


하지만 차사님은 장차 명부를 다스려야 할 존재입니다. 아무런 지식도 경험도 없이 명부를 다스리도록 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기에 대왕님께서는 당신의 경험을 위해 차사로서 일하게 하는 겁니다.


대왕님께서는 차사로서 정해진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경험을 쌓는 것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셨고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여기서의 거의 모든 일에 관련하여 차사님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차사님께 무작정 맡길 수는 없으니 저희를 보내 보조하도록 한 것입니다. 무엇을 선택하시든 자유입니다만 부디 그 위치에 어울리는 현명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혹여나 이 세계의 질서가 어긋날 정도로 그릇된 판단을 내리시려 한다면 저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습니다만 이번 일은 저 남자의 자살은 막았기 때문에 심각한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러니 저 여인에 대한 처사는 차사님이 직접 결정하시지요.”


모든 것은 내 선택에 달려있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차사의 위치에 걸맞게 이 여인을 지금당장 저승으로 옮겨야 한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하지만 한 번 돕겠다고 결정한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


그녀를 저승으로 보내는 것은 그와 그녀에게 모든 것을 듣고 마지막으로 작별인사까지 하게 한 다음의 일이 될 것이다. 우선은 그녀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다. 지금 나를 두려워하는 상태에서 그녀에게 무언가 듣기는 무리인 모양이니 말이다.


"당신을 저승으로 보내는 일은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선 지금 제가 이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작별 인사는 그다음에 하게 해드릴 테니까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 그게 그러니까"


그녀는 이곳에 더 남아 있을 수 있게 돼서 진정된 모양이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는 것에 대해 망설이고 있다.


집게손가락을 서로 맞대어 비비면서 내 시선을 피한다.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에게 사실관계에 대해 물어도 혼나는 것이 두려워 입을 여는 것을 망설이는 그런 모습이다. 나는 배도 고프고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남자 쪽에게 물어보는 게 더 빠르다고 판단했다.


"주선동자야 혹시 저 남자 좀 깨워 줄 수 있겠니?"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주선동자는 팔짱을 낀 채 지루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던 주악동자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그 남자가 누워있는 곳으로 같이 같다.


"아 귀찮다 귀찮아. 힘들어 죽겠는데 말이야."


귀찮다고 해도 주선동자가 하자고 하면 결국은 한다. 그 둘은 내가 병실에 있을 때 해주었던 것처럼 그 남자에게 양 팔을 뻗는다. 잠시 뒤 남자는 기침을 하고 신음을 뱉으며 깨어난다.


"콜록 콜록 으으~ 음."


살짝 취한 채 슬픔에 절어 있는 그에게 나는 자초지종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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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만복사저포기(24) 15.12.03 445 8 7쪽
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8 9 7쪽
27 27화 만복사저포기(22) 15.11.30 487 9 7쪽
26 26화 만복사저포기(21) 15.11.29 536 11 8쪽
25 25화 만복사저포기(20) 15.11.27 515 10 7쪽
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9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2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1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9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7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4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40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7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7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6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4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4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4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3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9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7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3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500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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