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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금오신화(金鰲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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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작품등록일 :
2015.11.10 05:34
최근연재일 :
2016.05.21 01:37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50,017
추천수 :
708
글자수 :
273,904

작성
15.11.29 22:47
조회
535
추천
11
글자
8쪽

26화 만복사저포기(21)

DUMMY

양생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취한사람이 지어내는 이야기로 생각했겠지만 차사가 된 지금 저 사람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녀를 보게 해주고 싶다.


“주선동자야 이 사람에게 저 여자를 볼 수 있게 해줄 방법이 있니?”


“예 있긴 있습니다만 부작용 때문에 그렇게 좋은 방법은 못됩니다. 차라리 차사님이 그냥 말을 전달해 주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부작용?”


“혼을 보는 능력 같은 경우는 잠깐 빌려주는 것인데도 능력의 잔상이 조금 남아 버립니다. 그 잔상은 가끔 귀신에 관련된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작동하여 이승의 것과 저승의 것을 구별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것 때문에 저 사람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저 사람한테 충분히 설명한 뒤 결정하게 해야겠네.”


“딱히 그럴 필요 없이 한꺼번에 뿌리까지 뽑으면 되지.”


주악동자는 손으로 뭔가를 뽑는 시늉을 하며 끼어들었다.


“그래도 그러려면 저 여인에 관련된 기억까지 모두 뽑아야 하지 않느냐.”


“뭐 어때? 평생을 혼란 속에 사는 것보단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게 더 편하겠지. 신참 네 생각은 어떠냐?”


“음 아무래도 이번엔 주악이 말한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신다면 차사님의 선택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그에게는 10분 정도의 시간밖에 못 줍니다.”


“그렇게 짧아?”


“예.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10분이라도 괜찮아요. 양생이 저 때문에 불행하게 되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래도 꼭 한마디만은 제대로 전해야 해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주세요.”


뒤에서 가만히 우리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꽤 괴로운 상황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미 결심을 마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죠.”


“고맙습니다.”


우선 양생에게 내가 차사인 것을 알리고 어떻게 해줄 것인지 설명해주었다. 그의 기억이 지워진다고 했을 때 그는 조금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것처럼 말해주니 받아드렸다.


그가 주선동자에게서 능력을 받고 두 동자들을 봤을 때는 약간 놀란 것 같았지만 뒤에 있던 박지연을 본 뒤에는 그녀 외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이 그들만의 짧은 시간을 가지는 동안 주선동자는 나에게 어떻게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는지 설명해주었다.


“우선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머릿속으로 명부의 모습을 상상하시면 차사님의 가슴속에 박힌 홍옥이 응답을 할 것입니다. 그 느낌을 받으신 뒤 그녀의 이름을 천천히 세 번 부르시면 그녀는 홍옥의 힘에 의에 명부로 인도됩니다. 주의하실 점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영혼을 보내는 단계가 진행되는데 각각 그 단계가 끝나기 전에는 다시 이름을 부르시면 안 됩니다.”


“뭐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네.”


“인간의 혼이 이승에 오래 있어봐야 좋을 게 없으니 잠시 뒤 시간이 다 되면 바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알았어.”


주선이 시간이 다 됨을 알리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양생은 미련이 남았는지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주선동자가 갑자기 튀어나가 그의 이마에 손을 대더니 그가 쓰러졌다. 그녀는 그가 쓰러지는 걸 보고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것처럼 하더니 이내 침착해지며 마음을 정리한 듯 보였다.


나는 주선동자가 알려준 대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5일 전에 갔었던 그곳을 상상했다. 사나운 불길이 하늘까지 솟구쳐 땅덩이가 녹아내릴 것 같던 그곳 염부주(炎浮洲)를 머릿속에 그리니 주선동자가 말한 대로 홍옥이 붉게 빛을 내며 나를 무장상태로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박지연”


그러자 그녀의 발밑에는 동그란 원이 그려지더니 그 원은 천천히 쇠로 된 문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문의 형상이 완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두 번째로 이름을 불렀다.


“박지연”


문이 가운데에서부터 좌우로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벌어진 문틈사이로는 다홍빛의 따뜻한 빛이 나오고 있었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박지연”


완전히 열린 문 안에서 서서히 불꽃이 소용돌이치며 올라오며 그녀를 감싼다. 그 불꽃이 내게도 닿았지만 전혀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따스한 느낌이었다. 그녀도 불길 안에서 점점 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감았다. 이대로 천천히 불꽃이 그녀를 인도할 줄만 알았다.


그러나 마냥 따뜻해 보이던 불길은 갑작스럽게 검은빛으로 물들더니 나와 그녀를 불태우려 들었다. 그 불길한 불이 내 팔에 닿자 너무 뜨거워서 순간적으로 그녀에게서 손을 뗐다. 문은 갑작스레 닫히고 곧 사라졌지만 그 불꽃은 여전히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뭐야 신참 너 뭔 짓거릴 한 거야?”


“잘 봐라, 주악아 저건 차사님이 한 짓이 아니다.”


검은 불길은 불에 타고 있는 사람형상으로 변하였고 박지연을 자신의 왼쪽 어깨에 메고 있었다. 잿빛의 사람형상은 검은 불꽃에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그 자를 보자 동자들은 빠르게 바닥에 손바닥을 댔다. 바닥에서 파동이 일렁이더니 주악동자 앞에는 검은색의 주선동자의 앞에는 하얀색의 거대한 두루마리가 나왔다.


“저희들이 저 놈을 처리할 방법을 찾아보고 있겠습니다. 그때까지 시간만 끌어주시기 바랍니다. 형태를 보니 보통 놈이 아닌 듯 보입니다.”


동자들이 두루마리를 펼쳐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는데 검은 불꽃의 형상이 갑자기 나를 공격한다. 그 놈은 내게 달려와 오른 손 주먹으로 내 머리를 노린다. 반사적으로 피해서 어깨만 살짝 스치긴 했지만 어깨가 불에 덴 것처럼 아려왔다. 저 놈에게 닿으면 안 된다. 동자들이 방법을 찾을 때까지 최대한 멀리서 거리를 유지해야한다.


우선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진 후 아까의 기억을 살려 쇠사슬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달려오는 검은 불길을 향해 오른 팔을 내밀자 4가닥의 쇠사슬들이 빠르게 뻗어 나가 묶는다. 약간 안심이 됐다. 하지만 움직임을 멈추는 것도 잠시 그 놈이 힘을 주자 사슬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얇은 사슬로는 막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떠올려야 한다.


생각할 틈도 없이 놈은 다시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피하려고 했지만 뒤쪽에 쓰러져 있는 양생을 발견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날려 그의 손을 잡아 옆으로 던진 뒤 그와 반대쪽으로 굴러 겨우 피했다. 그 짧은 순간 그의 손목에 묵인 여러 갈래의 실로 엮어진 팔찌를 보고 방법이 떠올랐다.


하나의 실이라면 분명 금방 끊어질 것이다. 하지만 겹겹이 묶인다면 아무래도 더 오래 버틸 것이다.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만들어낸 4가닥의 쇠사슬을 동아줄을 만들 듯 꽈서 한 가닥의 길고 두꺼운 채찍 같은 것으로 만들었다. 그것을 다시 이쪽으로 달려오는 놈을 향해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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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만복사저포기(23) 15.12.02 547 9 7쪽
27 27화 만복사저포기(22) 15.11.30 487 9 7쪽
» 26화 만복사저포기(21) 15.11.29 536 11 8쪽
25 25화 만복사저포기(20) 15.11.27 514 10 7쪽
24 24화 만복사저포기(19) 15.11.25 607 9 7쪽
23 23화 만복사저포기(18) 15.11.23 759 10 7쪽
22 22화 만복사저포기(17) 15.11.22 608 8 7쪽
21 21화 만복사저포기(16) 15.11.21 763 10 8쪽
20 20화 만복사저포기(15) 15.11.18 631 10 5쪽
19 19화 만복사저포기(14) 15.11.17 840 10 5쪽
18 18화 만복사저포기(13) 15.11.16 693 11 6쪽
17 17화 만복사저포기(12) 15.11.16 738 24 5쪽
16 16화 만복사저포기(11) 15.11.16 636 12 5쪽
15 15화 만복사저포기(10) 15.11.16 503 11 5쪽
14 14화 만복사저포기(9) 15.11.15 839 10 6쪽
13 13화 만복사저포기(8) 15.11.15 926 36 5쪽
12 12화 만복사저포기(7) 15.11.14 666 12 5쪽
11 11화 만복사저포기(6) 15.11.14 785 12 5쪽
10 10화 만복사저포기(5) 15.11.13 840 14 5쪽
9 9화 만복사저포기(4) 15.11.12 973 22 5쪽
8 8화 만복사저포기(3) 15.11.12 963 21 4쪽
7 7화 만복사저포기(2) 15.11.12 1,223 19 5쪽
6 6화 만복사저포기(1) 15.11.11 1,232 23 5쪽
5 5화 서장(5) 15.11.10 1,348 21 6쪽
4 4화 서장(4) 15.11.10 1,326 31 5쪽
3 3화 서장(3) 15.11.10 1,402 27 5쪽
2 2화 서장(2) 15.11.10 1,653 30 6쪽
1 1화 서장(1) +2 15.11.10 2,499 4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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