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희치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전쟁: 시작은 마왕부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희치
작품등록일 :
2017.10.10 01:22
최근연재일 :
2018.09.23 13:54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107,450
추천수 :
1,724
글자수 :
632,766

작성
18.06.28 17:44
조회
1,033
추천
14
글자
21쪽

준비

DUMMY

028. 준비




인사하고 고블린 무리에게 돌아가는 지뉴를 두크레가 불러 세웠다.


“아! 혹시 크랩투스 고기 좀··· 줄 수 있어?”


“크랩투스? 왜?”


지뉴는 두크레의 물음에 되물었다.


“그게··· 병사들이 그동안 전투식량으로 버텼거든. 닐의 말을 들어보니 먹을 수 있다던데. 맛도 좋고.”


두크레는 망설이다가 이유를 말해줬다.


“음······.”


“힘들면 됐어···”


두크레는 지뉴가 고민하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뉴는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 힘든 건 아니고, 문제가 있어.”



“문제? 양이 적은 거면 됐어.”


“아니, 크랩투스의 고기는 마기를 증가시켜 주거든.”


지뉴는 고심 끝에 이유를 말해줬다. 딱히 말하지 않고, 건네줘도 됐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겨 원망을 듣기 싫어서였다.


“마기가 증가한다고? 닐은 괜찮았다는데?”


두크레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건 아마도 마기가 없는 상태여서 아닐까? 변강쇠님과 난 시스템 메시지로 확인했고, 저 고블린들도 변화가 보였거든.”


지뉴의 설명에 두크레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흐음··· 민감한 문제긴 하네. 인간에게 마기가 생기는 거면 마족화 될 테니······.”


“한 끼 정도야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들어. 마기가 생긴다는 건 어떻게 보면 체질이 변한다는 건데 식사 한 번에 체질이 변하기란 무척 어렵잖아?”


지뉴는 고민하는 두크레에게 의견을 냈다.


“아하! 그래, 듣고 보니 그렇네.”


두크레는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르륵!

지뉴는 아공간을 열어 커다란 크랩투스의 고기를 꺼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설명은 해줘. 괜히 병사들 마족 만들어서 원망 듣지 말고.”


지뉴는 고깃덩이를 내밀며 말했다. 그러다 병사들을 한번 본 후 한 덩이를 더 꺼내 내밀었다.


“어이쿠. 그냥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군.”


두크레는 묵직한 고깃덩어리를 받아 들고 웃었다.

지뉴도 웃었다.


“임시이긴 하지만 동료 된 기념 선물이라고 해두지.”


둘은 각자의 무리로 되돌아갔다. 지뉴가 고블린들에게 다가갔을 때 뒤쪽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


두크레가 가져온 고기를 보고 병사들이 환호하는 소리였다. 그러나 함성도 잠시 두크레가 손을 들어 제재하며 크랩투스 고기에 대하여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려왔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이전에 맛을 봤던 닐이 제 몫을 떼어가자 병사들도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톱! 각 분대장 앞으로! 분대 단위로 나눠줄 테니 나눠 먹도록!”


두크레는 질서 없이 일어나 다가오는 병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고, 곧 다섯 명의 분대장이 나와 분대원 수에 맞춰 고기를 가져갔다.


분대장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대부분 군침을 흘리며 바라만 볼 뿐이었다. 혹시라도 마기가 생겨 마족이 된다면 제국에선 더 이상 살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한쪽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 내어 감동 어린 말을 했다.


“으음··· 그래 이 맛이야. 쩝 쩝.”


제일 먼저 고기를 가져다 구웠던 닐이였다.


“형도 먹어봐. 내가 구워 놨어.”


닐은 옆에 앉는 두크레에게 잘 구워진 고기 한 덩이를 내밀었다.

두크레는 망설이지 않고 고기를 받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너무나 허기졌으며 그도 육포와 마른 빵에 질렸던 참이었다. 더군다나 잘 익은 크랩투스의 고기에선 참지 못할 만큼 맛있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으음!! 음! 우와! 졸라 맛있네!”


두크레는 맛에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대장과 닐이 너무 맛있게 먹고 있어서일까? 망설이던 병사들이 하나둘 고기를 떼어다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모든 병사가 크랩투스의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하하······.”


지뉴는 왁자지껄해진 제국군 진영을 보며 웃다가 고블린 무리를 보며 한숨지었다. 녀석들은 변강쇠를 가운데 두고 사방 경계를 서고 있었다.


“야, 야! 너희들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쉬어!”


“키익! 아닙니다!”

“경계! 지킨다!”


지뉴의 말에도 흔들림 없는 녀석들이었다. 말려도 계속할 것 같기에 말을 바꿨다.


“정 경계 서려면 한 명씩··· 아니 두 명씩 돌아가면서 서라.”


그냥 편히 쉬어도 되겠지만 생각해 보니 엄밀히 따지면 이곳은 적진이었다. 지금은 몬스터 브레이크를 위해 함께하고 있지만 언제 저들이 돌아서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네엡!”


고블린들은 크게 답하며 저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마도 순번을 정하는 듯했다.


“흐음··· 이제 뭘 한다.”


지뉴는 모닥불을 보며 생각했다.

해는 이미 지고, 하늘은 무수한 별들이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었다.

제국군도 많이 지쳤고, 수월한 이동을 위해 변강쇠가 소생하기를 기다려야 했다. 게임 시간으로 12시간 정도 남아 있는 셈이었다.

로그아웃해도 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럼 자기 전까지 이 녀석들 방패와 내가 쓸 검을 하나 만들어야겠네.’


지뉴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끝에 할 일을 정했다.


본래는 고블린 녀석들에게 방패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지만 제국군의 습격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신이 쓰는 무기는 대부분 단검이었고 붉은 칼은 고블린들과 변강쇠에게 만들어 줬던 것을 빌려 쓰고 있었다.


스르륵!

아공간을 열어 크랩투스의 작은 집게로 만든 조각칼과 등껍질을 꺼냈다.

고블린들은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들도 지뉴가 뭔가를 만들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방해되지 않도록 숨죽였다.


‘우선 이놈들 방패부터 만들어 주자.’


미소 지으며 조각칼에 마기를 주입해 크랩투스의 등껍질을 깎아 나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멈췄다.


“키익! 킥! 누구냐!”

“키엑!”


경계를 서는 녀석들의 외침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모닥불의 빛을 받으며 두 사람이 나타났다.


“아··· 미안, 방해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뭘 하는지 궁금해서.”


두크레와 닐이었다.


“덕분에 병사들 얼굴이 좀 더 좋아졌어. 걱정하는 놈들도 있지만.”


두크레는 거리낌 없이 지뉴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지뉴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자 고블린들도 경계를 풀었다.


“음? 지뉴님 뭐 하세요?”


역시나 지뉴의 옆으로 다가온 닐이 지뉴의 손에 들린 것을 보며 물었다.


“키익! 인간 방해다!”

“지뉴왕님의 신성한 작업시간이다!”

“조용 해라, 인간!”


고블린들이 성을 냈다. 아무래도 닐에겐 감정이 있는 것 같았다.


“뭘 좀 만드느라고.”


지뉴는 그들을 보지 않고, 하던 작업을 계속했다.


“아··· 음···”


닐이 뭐라 물으려 할 때 두크레가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입을 닫았다. 그리고 지뉴가 하는 것을 지켜봤다.


‘오오···’


두크레는 지뉴의 손놀림에 속으로 감탄했다.

지뉴는 마기를 주입한 작은 칼로 거침없이 붉은 판을 원형으로 자르고 있었는데 원판으로 잘린 것은 너무나 균형 잡혀 있었다. 그것을 들어 좀 더 다듬었고, 이윽고 표면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아! 방패! 읍!”


닐의 목소리였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는지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고블린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이어졌다.


‘방패를 만드는 중이군. 그럼 저건 크랩투스의 껍질이고, 그 칼을 만든 것도 지뉴인가 보네.’


두크레는 속으로 생각하며 작업을 지켜봤다. 저런 식으로 장비를 만들 생각을 한 것에도 놀랐다.


‘대장장이처럼 금속을 녹여 붓거나 두드려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깎아 만들듯이 한다 라···’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 지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크레 자신은 검에 마나가 가미되려면 스킬을 써야 했다. 스킬을 발동하는 잠깐만 검에 마나가 깃드는 방식이었다. 자신의 방어 스킬도 저 정도 장시간 유지되지는 않았다.


‘하긴··· 마왕의 스킬이라면 저 정도는 기본이겠지.’


두크레는 지뉴가 마왕이었다고 확실시했다.


시간은 무척 빨리 지나갔다.


두크레와 닐은 처음 보는 광경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뉴의 작업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결과물에 놀랐으며 바로 다음 방패를 만드는 집중력에 다시 놀랐다.


두크레는 조용히 일어나 닐의 어깨를 두드린 후 자신의 진영으로 함께 돌아갔다. 지뉴에게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를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지뉴는 그렇게 밤이 깊어지는 줄도 모르고 방패를 계속 만들어갔다.



*


이른 아침 막사의 빗장을 헤치고 두크레가 기지개 켜며 나왔다.


“으다다다! 으아···”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굳어있는 몸을 풀었다.


“하아··· 밖에서 자고 일어나면 뻐근한 것까지 너무 리얼한 거 아닌가.”


닐이 뒤따라 나오며 투덜거렸다.

게임 속에서도 피곤함을 느끼는 시스템 덕분에 야간엔 잠을 청해주는 것이 좋았고, 잠자리가 불편해 생기는 몸의 이상에 여간 불만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두크레가 천막에서 나오자 몇 명의 병사들이 다가와 군례를 했다. 분대장들이었다.


“하~아··· 보고.”


두크레가 하품을 하며 말하자 제일 앞에선 병사가 입을 열었다.


“네, 우선 지난밤 이후로 틈새에선 새로 나온 몬스터가 없었습니다.”


지난밤에 두 마리의 몬스터가 세계의 틈새에서 빠져 나왔고, 모두 처리된 상태였다.


“다행이군. 언제든 틈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들 해.”


“예!”


두크레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고블린들이 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블린들은 모닥불 근처에서 어제처럼 크랩투스의 고기를 나뭇가지에 꿰어 굽고 있었다.


꿀꺽!

두크레와 닐은 이미 맛을 본 뒤라 군침을 삼켰지만 먹을 생각은 없었다. 주기적으로 먹었다간 진짜 마기가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 이번엔 다른 걸 만들려나 봐?”


두크레는 지뉴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말했다.


2미터정도 길이에 한쪽은 톱날 같은 돌기가 나 있고, 돌기 쪽으로 활처럼 휘어진 붉은 물체가 있었다.

바로 크랩투스의 커다란 집게발에서 아랫부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아. 일어났어? 변강쇠님 오기 전까지 내가 쓸 무기를 만들려고.”


지뉴는 잠깐 뒤를 돌아 인사한 후 다시 손위의 것을 봤다. 어떤 칼을 만들지 생각하고 있었다.


“만드는 거 구경해도 되지?”


두크레가 옆에 앉으며 묻자 지뉴는 가볍게 답했다.


“마음대로.”



‘흐음··· 조각칼 만들 때와는 경우가 다른데.’


지뉴는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조각용으로 만든 <크랩투스의 붉은 조각칼>의 경우 속까지 껍질로 이루어진 집게의 끝부분을 이용해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지뉴가 만들 생각인 칼은 작은 것이 아니다.


양손으로 쥐고 쓸 수 있는 칼. 그것을 만들기 위해 적당한 것을 찾아봤더니 크랩투스의 커다란 집게발이 있었다.

가장 단단한 집게발의 윗부분은 3미터가 넘었기에 우선 배제하고 아랫부분인 작은 것을 선택했다.

선택한 부위는 2미터 길이에 폭이 50센티, 두께도 30센티는 되었다. 문제는 안쪽에 힘줄과 속살이 있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다.


‘우선 쓸 수 있는 부위부터 추리자.’


집게발의 구멍이 보이도록 비스듬히 세우고, 오른손에 들린 붉은 조각칼에 마기를 주입해 마기의 칼날을 늘렸다.

츠가각!

마기의 칼날이 집게발에 닿자 돌 갈리는 소리가 나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조각술의 도움을 받은 지뉴는 어렵지 않게 속이 빈 쪽을 한 번에 분리해 낼 수 있었다.


“후우···”


지뉴는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조각술의 도움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직접 손을 움직이는 것은 지뉴였기에 그만큼 집중력이 필요했다.


스르륵!

아공간을 열었다.

둘로 자른 것 중에서 단면이 U 자로 이루어진 바깥쪽 부위를 집어넣기 위해서였다. 잘린 부위도 온전한 상태로 A등급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치는 충분했다.


남은 재료를 봤다.


<크랩투스의 큰 집게발 조각>

종류: 재료

등급: 영웅-A004

공격력: ???

방어력: ???

전도율: 마나 0% 마기 850%

내구도: ???/??? 무게 15.9kg

사용 권고: 없음

- 몬스터 크랩투스의 12개 집게발 중 일부분. 매우 단단한 껍질로 이루어졌다.


일부 임에도 불구하고 A004 등급이었다. 단순 등급으로 환산하면 4백만 골드, 4만 모험가 포인트, 현금으로는 800만 원이었다. 그런 재료, 아니 그보다 더 높은 등급의 집게발 부위가 세 개 더 있었다. B등급의 재료는 백을 넘겼다.


‘하! 이런 재료를 다 써보네.’


현실에선 평범한 그림작가인 진우다. 그림 그릴 때도 되도록 좋은 걸 쓰겠다고 만원 단위의 전용 용지를 사용해봤지만 백만 단위의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비록 게임 속이지만 800만 원짜리 재료로 뭔가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집중! 집중하자!’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었다.


단면까지 온통 붉은 껍질은 이젠 폭보다 두께가 더 길었다. 2미터에 이르는 길이는 여전히 곡선을 유지했으며 보기보다 가벼웠다.


꾸욱!

지뉴는 다시 조각칼에 마기를 주입했다.

이미 만들고자 하는 모양을 생각해 뒀기에 조각술의 효과로 절단할 면의 두께와 수평 그리고 중심이 잘 표기되어 있었다. 그것을 따라 잘 잘라내면 되는 것이었다.


츠가가각!

조각칼에서 늘어난 마기의 칼날에 재료는 삼등분 되고 있었다. 30센티나 되는 두께는 양쪽 표면이 두껍게 잘려나가 5센티로 줄었다.


지뉴는 다시 아공간을 열어 잘라낸 두 개의 자투리 부위를 넣었다.


‘음··· 다음은 여기’


남겨진 부위에서 아래쪽 부위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손잡이를 만들 부위만 남기고 주변을 제거한 것이다.

그리곤 또다시 아공간을 열어 손바닥 크기의 판을 집어넣었다.


‘뭐에라도 쓸 수 있고, 팔아도 돈이니까!’


아공간은 아직 넉넉했기에 부담 없이 집어넣고 있었다.


단순하게 자르고 남은 재료는 그 모양만으로 어떤 무기가 나올지 예상됐다.

전체적인 형태는 부엌칼처럼 조리용같이 칼날이 손잡이보다 많이 튀어나왔고, 칼등이 될 톱날 같은 돌기가 나온 쪽으로 크게 휜 형태였다.


“오호···”

“오···”


두크레와 닐이 탄성을 내뱉었다.

아직 기본적인 모양만 나왔을 뿐이지만 그 모양이 제법 멋지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


지뉴도 아직 각진 손잡이를 들어 본 후에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우선 칼날부터.’


5센티 두께의 칼날 부위를 다시 1센티로 깎아냈다. 이전처럼 한 번에 하지는 못했고, 몇 번에 나누어 자른 후 다듬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작업해서 칼날과 칼끝의 날을 세웠다. 그리고 칼등의 돌기도 날카롭게 갈던 지뉴는 손을 멈추고 말았다.


“어? 칼을 만드는 거면 보통 칼날이랑 손잡이랑 따로 분리되지 않나?”


닐의 말 때문이었다.


“아··· 음. 그러네?”


잠시 생각하던 두크레도 의문을 품었다.

지뉴가 헛기침을 하며 답했다.


“크흠··· 다 생각이 있어 그런 거야··· 마기 전도율 때문에.”


“그렇구나···”

“아··· 그런 거군.”


지뉴의 말에 두크레와 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말처럼 마기 전도율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조각을 해서 칼을 만든다는 생각만 했기 때문이었다. 녹색 빛을 띠던 지뉴의 얼굴은 조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기로 이루어진 칼날은 쇠처럼 단단한 재질도 나무보다 연한 재료를 다루는 느낌으로 잘려, 하나의 조각품을 깎는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도 한몫했다. <검치 단도>를 만들 때처럼.


칼을 만든다.

단순하게 현실에서 대부분 칼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칼날과 손잡이는 따로 만들어져 여러 방식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 단순한 것을 지뉴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침착하자··· 이건 이것대로 장점이 있을 거야. 그래 조각술 덕분에 정교하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잖아··· 침착하자··· 소모한 재료도 별로 차이가 안 나··· 어차피 분리해서 만들어도 나중엔 합쳐지잖아··· 원래 만들려는 모양도 하나로 하는 게 편해’


지뉴는 침착하려고 애썼다. 지금 집중력을 잃으면 잘 되던 작업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칼날 다듬기를 잠시 멈추고 아공간을 열었다.


“?”


지뉴가 작업을 멈추고 아공간을 열자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누구도 입을 열진 않았다. 지뉴의 표정이 좋아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공간에서 꺼낸 것은 크랩투스의 힘줄이었다. 나중에 할 생각이었지만 마음의 안정과 마기를 채우기 위해 힘줄 다듬기를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손잡이에 감쌀 힘줄을 자르고, 균일하게 다듬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후우···”


힘줄을 다듬으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한편 마기를 채운 지뉴는 다시 조각칼에 마기를 주입했다.


다시 칼 등에 난 돌기들을 날카롭게 다듬은 지뉴는 손잡이 부위를 다듬어갔다. 칼자루와 칼날의 경계선에 코등이를 만드는 대신 손잡이에서 나온 집게가 칼날을 잡은 듯한 조각을 하고, 그 아래 손잡이는 잡기 편하도록 원기둥으로 부드럽게 깎아내어 끝부분은 원형의 고리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손잡이에 일정한 홈을 팠다.


“후우···”


지뉴는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내 쉬었다.


“오··· 다 끝났어요?”


조용히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닐이 물었다.


“마무리 작업이 남았어.”


지뉴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솜씨가 대단하군. 현실에서 조각가?”


두크레도 감탄하며 한마디 했다.


“아니, 뭐 손재주가 좋고 스킬 덕분에. 후우··· 이제 마무리해 볼까.”


지뉴는 간단하게 답하고, 조각칼을 고쳐 잡았다.


칼날 위 폭 20센티에 달하는 평평한 칼편에 홈을 파고 그 안에 무언가 알 수 없는 무늬를 새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쪽에도 같은 작업을 했다.


칼날 작업을 마친 후 다음은 힘줄을 손잡이에 파 두었던 홈에 매듭을 지으며 감쌌다. 그리곤 끝에 있는 고리에 묶어 나머지 힘줄은 자연스럽게 찰랑거리게 했다.


후 우!

지뉴는 시원하게 숨을 내쉬었다.

상쾌한 그의 얼굴은 작업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으려 할 때,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워워! 쩐다! 개 멋있다. 대박! 대박!”


변강쇠가 호들갑을 떨며 말하고 있었다.

얼마나 작업에 집중하고, 모두가 지켜봤는지 그가 깨어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저! 저! 한번 보여주세요.”


변강쇠는 주변의 상황에 신경 쓰지도 않고, 지뉴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지뉴 또한 얼떨결에 칼을 내주었다.


“헐··· 진짜··· 헐··· 헐······.”


변강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고, 아이템을 보며 연신 헐··· 만 해대는 통에 모두 아무것도 못 한 채 궁금증만 늘었다.

무기를 만든 지뉴 조차도···


변강쇠가 2미터에 가까운 붉은 칼을 들고 두 눈을 크게 뜬 채 감탄만 해대자 참다못한 닐이 낚아채서 확인했다.


“컥! 와··· 이거 형이 판 무기보다 좋은데? 마족으로 전생해야 하나?”


닐은 무기의 정보를 확인하며 말했다.


“줘봐!”


두크레도 붉은 칼을 확인했다.

우람한 체격의 두크레가 자신의 신장만 한 붉은 칼을 손에 들자 상당히 잘 어울렸다.


“허··· 진짜 대단하네.”


두크레가 놀라 말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뉴에게 칼을 건넸다.


칼을 건네받은 지뉴는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크랩투스의 붉은 분노>

등급: 전설-A016

공격력: 255

전도율: 마나 0% 마기 1110%

내구도: 320/320 무게 4.5kg

사용 권고: 마기 270, 힘 12, 검술 5

- 몬스터 크랩투스의 집게발로 만든 칼이다.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고블린이 만들었다. 마기를 주입하면 내구도가 회복된다. 마기를 담은 공격 시 출혈을 일으킨다.


“하··· 하하···”


웃음밖에 안 나왔다.

크랩투스의 사체가 A027이었다. 그런데 그중 일부를 가공했더니 그보단 못해도 비슷한 등급이 나왔다. 공격력은 예전 오크 전사장의 도끼보다 못했지만, 그 외의 모든 면에서 월등했다.


‘다, 당장 써보고 싶다.’


지뉴는 자신보다 기다란 붉은 칼을 치켜들었다.


작가의말

준비~ 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전쟁: 시작은 마왕부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다가오는 그림자 18.07.27 875 12 15쪽
56 다가오는 그림자 +1 18.07.26 836 15 16쪽
55 관계의 연속 18.07.25 852 14 18쪽
54 관계의 연속 18.07.24 835 14 16쪽
53 이프리트 +2 18.07.23 1,046 14 15쪽
52 이프리트 18.07.22 868 13 15쪽
51 이프리트 +1 18.07.21 852 13 16쪽
50 이프리트 +1 18.07.20 901 17 17쪽
49 변화 +1 18.07.19 849 15 16쪽
48 변화 +1 18.07.18 842 16 16쪽
47 악연 +1 18.07.17 865 14 15쪽
46 악연 +1 18.07.16 851 15 18쪽
45 환영받지 못하는 자 +2 18.07.15 1,027 14 16쪽
44 환영받지 못하는 자 +2 18.07.14 984 15 17쪽
43 환영받지 못하는 자 +1 18.07.13 869 12 16쪽
42 환영받지 못하는 자 +1 18.07.12 884 14 16쪽
41 격전 그 후 +3 18.07.11 869 16 17쪽
40 격전 18.07.10 839 13 16쪽
39 격전 +1 18.07.09 891 15 16쪽
38 이름 +1 18.07.08 928 14 16쪽
37 이름 +2 18.07.07 914 14 17쪽
36 이름 +1 18.07.06 917 14 19쪽
35 안일함으로 +2 18.07.05 939 14 16쪽
34 안일함으로 +2 18.07.04 900 15 17쪽
33 앞으로 +1 18.07.03 991 14 16쪽
32 앞으로 +1 18.07.02 946 15 15쪽
31 새로운 직업 +1 18.07.01 995 15 18쪽
30 세계의 틈새 속 해프닝 +1 18.06.30 940 14 19쪽
29 세계의 틈새 속 해프닝 +1 18.06.29 998 14 18쪽
» 준비 +2 18.06.28 1,033 14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