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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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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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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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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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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2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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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19

DUMMY

“잠깐만, 뭐 할 생각이야?”


다음 작전을 위해서 장비를 확인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칼데가 묻자 플라누스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쪼잔하게 꼼수나 부리는 백팀의 그 10조를 혼내줄 거야. 덤으로 우리는 선발 시험에 붙는 거지.”


칼데가 곤란하다는 듯이 지팡이 잔해가 담겨있는 가방을 툭툭 두드렸다. 호프스가 두동강 내버려서 이제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내 지팡이가 이래서는 도와줄 수 없어.”


“아니, 지팡이는 멀쩡한 걸 빌리면 되잖아?”


“뭐? 설마···.”


“잠깐만, 아니···.”


칼데와 호프스가 설마 자기들이 생각하는 그 해답은 아니겠지 눈살을 찌푸리면서 추궁하자 케시와 플라누스는 그 예상이 정확히 맞았다는 걸 바로 확인해줬다.


“호프스한테 빌려.”


“호프스가 빌려주면 되잖아.”


마법사 감수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 한 발 떨어져서 냉정하게 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칼데와 호프스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경기를 일으키면서 제자리에서 팔짝 뛰었다.


“뭐! 뭐어! 아니 왜 내가 얘한테 내 지팡이를 빌려줘야 하는 건데!?”


“이 자식 손이 닳고 숨이 스며든 그런 지팡이를 쓰라니··· 기분 나빠···.”


칼데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호프스의 지팡이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쓸데없이 우산 기능씩이나 내장된 지팡이라니, 미학적으로 최악이긴 했다.


“야 칼데!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웃기지 마! 기분은 내가 더 더러워!”


“호프스, 뭘 화내고 그래? 너 어차피 그거 들고 있어봤자 아무 쓸모 없잖아.”


“마법사가 다른 마법사에게 자기 목숨과도 같은 지팡이를 얼렁뚱땅 넘겨줄 리가 없잖아!”


케시가 핑거 스냅을 하면서 외쳤다.


“아하! 그러면 호프스는 지팡이가 마법사의 목숨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면서도 칼데 거는 아주 산산조각을 냈구나?”


“윽!?”


더 이상 이런 영양가 없는 대화로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던 플라누스는 더욱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부모님이 물려주시고 목숨과도 같은 지팡이를 부숴놓고는 한다는 말이···.”


“···알았어! 알았다고! 빌려주면 될 거 아냐!”


결국 플라누스와 케시의 힐난에 견딜 수 없었던 호프스는 순순히 지팡이를 칼데에게 넘겼다.


* * *


밀렸다가 다시 밀어내는 청팀과 백팀의 전선 근처에서 백팀 쪽에 있는 10조는 2시간 동안이나 사냥감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면서 캠핑하고 있었다.


의뢰는 굉장히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이미 목표의 목숨을 2번이나 빼앗았으며, 한 번만 더 해낸다면 짭짤한 의뢰금도 그들의 것이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골인 지점 바로 앞에서 협력자가 제공하던 신호가 뚝 끊겨버린 탓에, 놈들은 전선 근처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처지였다. 


“아직도 뭐 안 잡혀?”


“아니, 아무것도 안 잡히는데.”


“빌어먹을 새끼들, 대체 뭘 하는 거야? 아예 살림을 차리고 눌러앉은 거 아냐?”


“쫄아서 못 나오는 게 아닐까~?”


“빨리 끝내고 기권하고 싶은데···.”


“설마··· 그 여자가 우리를 배신한 거는 아니겠지?”


“이제 와서? 하! 그런다고 빠져나갈 수 있겠냐? 이 세계는 말이야, 한번 발 담그면 다 끝이라고!”


“킥킥! 이제 그 여자도 우리랑 다를 게 없어. 그러게, 누가 고개를 뻣뻣하게 들라고 협박이라도 했나?”


“멍청하긴, 주류에서 벗어나면 결국 떨거지 인생이 되는 거라고! 나 같으면 그 능력으로···.”


그렇다. 놈들은 한때 순수한 마음으로 미래를 꿈꾸던 기사, 마법사 지망생들이었다.


그러나 실력이 부족했든 신분으로 차별당하든, 그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떤 곳에도 합격하지 못한 채로 수년간 제국 전국을 방황하던 ‘전’ N수생들이었다.


“흥! 옛날로 돌아가고 싶기라도 한 거야? 잘 들어, 이 등신 같은 나라는 우리의 가치를 못 알아봤어!”


N수를 반복하던 놈들은 마침내 수년 전에 타락하여, 이제는 전국의 선발 시험을 순회하면서 정적의 자식을 탈락시키기를 원하는 자들의 의뢰를 받아서 분탕을 치고 다니는 전문 업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똑똑히 보여주지. 돈을 왕창 벌어서 우리를 무시한 놈들한테 한 방 먹여주는 거야!”


“그러고 보면 이번 일은 참 이상하단 말이야. 설마 학교 쪽에서 우리한테 먼저 의뢰를 해오다니?”


“이 새끼들도 겁나 마음에 안 들어! 겉으로는 온갖 착한 척은 다 하더니!”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돈만 받아먹고 꿀꺽하려는 거 아냐? 아예 우리가 뒤통수를 치는 건 어때?”


“오! 그거 괜찮은 생각인···.”


“잡혔다!”


온갖 불평불만과 함께 수다를 떨어대는 놈들 사이에서도 일관되게 마법에 집중하던 마법사가 마침내 침묵을 깨고 손을 들면서 외쳤다. 놈들의 협력자로부터 마침내 목표의 위치 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드디어 왔냐!? 졸려 죽을 뻔했다!”


“동남쪽 500m에서 접근 중이야.”


놈들 중에 한명이 이번 음모의 주모자로부터 받은 지도를 펼쳤다. 주변 지형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매복의 장소를 선정하기 아주 좋았다.


“보자··· 이쪽 지형이 기습하기에 아주 좋은데?


“어이, 어떻게 할 거야. 하던 대로 계속할까?”


“근데 이 정도 당했으면 학습하지 않겠냐?”


“안다고 달라질 게 있어? 학생 수준으로는 못 당해.”


기껏해야 움직이는 표적 상대로 반복 훈련만 해왔던 학생들 상대로 자신들이 질 리가 없다는 비열한 자만심을 놈들은 잔뜩 취해있었다.


“여기다, 이곳에서 기습하자.”


놈들은 최적의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협력자가 방출하는 위치 신호를 통해서 숨어서 폭격할 수 있고, 그 결과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였다.


“빨랑 끝내고 저녁에는 회식이나 하자고!”


“하하하! 오늘은 고기 파티다!”


“떠들지 말고 마법 준비해. 곧 있으면 온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서 약자를 유린해온 마법사 5명은 능숙하게 거대 화염구를 구축해나갔다. 위치 신호가 알려주는 목표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마침내 사정거리 내로 들어오자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쏴!”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대한 화염구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더니,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목표의 시야 바깥에서부터 내려꽂히기 시작했다. 


명중까지 남은 시간은 5초,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착탄 지점에는 칼데가 이끌고 있는 플라누스, 호프스, 케시가 있었다.


“얌전히 처맞고 뒈져라···!!!”


놈들은 플라누스를 포함한 인원들이 휩쓸리기 직전의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봤다.


“빠방!”


동시에,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화염구의 불길이 착탄 지점을 깔끔하게 쓸어버렸다. 


“해치웠나?!”


분명히 해치웠다고 확신하면서도, 두 눈으로 굳이 확인하기 위해서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던 놈들은 각자 무기를 뽑아 들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난 곳을 향해서 천천히 접근했다.


“···음?”


바닥의 나뭇가지들이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자, 놈들도 무언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의심으로 얼굴을 가득 메웠고, 시야를 가렸던 흙먼지가 점차 내려앉자 점차 경악으로 물들었다.


“뭐야, 어디 갔어!?”


분명히 있어야 할 사냥감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우리가 싸그리 태워죽인 거야?!”


“잠깐,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조금 전만 해도 파티를 벌일 생각에 들떠 있었던 놈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이, 이건 사고야! 그러니까 우리 책임은···.”


파악!


“어!?”


이상한 소리에 내려다보니 멀쩡한 땅에서 사람의 손이 솟아나 멀뚱히 서 있던 사람의 발목을 강하게 움켜잡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소름이 끼치는 광경에 놈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귀신이 자기 발목을 움켜잡았다고 생각한 놈은 아예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누, 누가 좀 도와줘 봐!”


주변에서 지켜보던 다른 놈들은 감히 도와줄 생각은 하지 못하고 뒷걸음 치기만 했다. 어떤 놈이 손가락으로 땅에서 솟아난 손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네, 네크로맨서다! 전설의 네크로맨서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이 두쪽으로 갈라지면서 그곳에서 머리통 하나가 바깥으로 톡 튀어나왔다. 손에 이어서 머리가 나오자 놈들은 아예 나자빠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세상이 떠나가랴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던 놈들은, 땅에서 솟아난 머리통에서 어디선가 많이 봤던 얼굴을 알아보고는 순식간에 입을 떡 벌리면서 멈추어 섰다.


그도 그럴 것이, 못 알아보려야 못 알아볼 수가 없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호프스?!”


“그래, 이 자식들아. 내가 바로 니들이 그렇게 못 잡아서 안달인 그 호프스다!”


호프스가 위장을 벗어던지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발목을 잡고 있었던 녀석을 크게 한 바퀴 돌면서 놈들을 향해서 던져버렸다.


“뭐, 뭐야!?”


“어떻게 땅속에서···!?”


공중을 날아간 녀석은 놈들의 바로 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놈들은 아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서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친절하다기에는 뭣하지만, 호프스 다음으로 빠져나온 케시는 놈들에게 순순히 거대 화염구의 불길을 피한 비법에 대해서 힌트를 던져줬다.


“확실히 너희들의 화염구는 엄청 위험하지만, 맞기 전에 알 수만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고!”


플라누스와 칼데가 마저 땅속에서 빠져나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을린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케시는 핑거 스냅을 하면서 놈들을 향해서 활짝 웃었다.


“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잘 숨어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 없다는 말씀!”


“그, 그렇다 하더라도 폭격이 떨어지는 정확한 타이밍은 절대 알 수 없었을 텐데?!”


확실히 착탄 타이밍에 맞춰서 정확한 타이밍에 몸을 숨기지 못한다면 통구이가 되는 쪽은 플라누스와 친구들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냥 운에 맡겼다고? 아니, 그건 알바 아냐!”


놈들은 서늘한 검과 창끝으로 친구들의 목을 노리면서 성큼성큼 거리를 좁혀왔다. 아직 수적으로 그들이 유리했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4명이 끝인가? 겁먹지도 않고 다시 온 걸 보아하니, 꽤 열받았나 보지? 앙?”


“정정당당히 한 번 붙어볼까···!?”


잠자코 듣고 있던 플라누스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정정당당이라. 그럴 리가 있겠냐.”


플라누스와 친구들 뒤쪽 땅에서 또다시 다른 손이 푹! 하고 튀어나왔다. 이번에도 화들짝 놀란 놈들이 본능적으로 욕을 내뱉으면서 한 걸음 물러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악!!!”


“호들갑 떨지 마! 멍청한 자식들아!”


추가로 빠져나온 사람은 바로 플라누스가 오늘 아침에 만났었던 리네아였다. 반년 동안 제국을 횡단한 끝에 이 선발 시험에 참여할 수 있었던 그 소녀도 그와 같은 청팀이었다.


“정말, 오빠!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길이가 100m씩이나 되는 참호를 30분 내로 파놓으라니요! 숙녀한테 이런 지시가 가당키나 해요!?”


“아주 잘했어, 리네아. 네가 숙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생해준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어.”


“나중에 밥 사줘요. 어때요?”


그는 리네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끄덕였다.


“그래, 사줄게.”


미리 파놓은 기다란 참호를 따라서 걸은 덕분에 어떤 타이밍이든지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너희를 이 무대로 유인하는 건 아주 쉬웠지. 어차피 우리가 가는 곳에 알아서 올 테니. 자, 다 나와!”


플라누스가 고개를 까딱이자, 참호를 따라서 기어 온 청팀 인원들이 차례로 빠져나왔다.


“헉···.”


“상식적으로, 정정당당히 싸우겠냐?”


“이··· 빌어먹을···.”


“지금쯤이면 너희 마법사들도 다 해치웠을걸?”


적 마법사들은 이미 다른 조가 공격하고 있을 테고, 자기들만 빠져나가고 싶더라도 활로에는 이미 청팀의 매복이 깔려있었으니 말이다. 이곳을 고른 것 자체가 바로 셰에라자가 조언한 바였다.


“전부 다 꿰뚫고 있잖아··· 어떻게···.”


어딘가 살아날 구석이 없나 눈알을 열심히 굴리던 한 녀석과 칼데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시선을 피하자 놈이 삿대질하면서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로 절규했다.


“배, 배신했구나! 저 빌어먹을 년이!”


그제야 다른 인원들도 자신들이 완전히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분노를 터뜨리면서 칼데 욕을 한 바가지로 퍼부었다.


“그래! 저 여자가 다 불어서 들통난 거야!”


“저 쓰레기 같은 년이, 우리 뒤통수를 후려!?”


이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청팀 인원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플라누스는 입을 열어서 놈들을 향해서 호통을 쳐 단숨에 고발의 목소리를 일축했다.


“뭐라는 거야!!! 우리 칼데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아니···.”


“우리 칼데···?!”


놈들이 플라누스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휘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멈추지 않고 웅변을 이어 나갔다.


“내가 아는 칼데는 언제나 정직하고 올곧은 인간이야!!! 상대 팀과 내통하고 우리를 속일 리가 없어!!!”


“아니! 겨우 오늘 아침에 만나놓고서···.”


“비록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눠봤을 뿐이지만, 나만큼은 분명히 알아볼 수 있어! 칼데는 내 진정한 친우가 되어줄 사람임을!!!”


“미, 미친 거 아냐 저 자식!? 자기를 담그려고 했던 년을 왜 저렇게···.”


그의 연기에 질린 것은 놈들 뿐만이 아니라 당사자인 칼데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나 부끄러운지, 얼굴이 화끈거려서 들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말은 당연히 놈들이나 칼데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아니었다. 놈들의 고발을 묻어버리고 청팀 인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초기 진화였을 뿐이었다.


“아니! 칼데 저년이 우리한테 너희 위치를 팔아넘겼다니까!? 우리가 말하는데 왜 안 믿는···.”


“증거 있어!?”


“증거!? 그야···.”


있을 리가 없다. 만에 하나 꼬투리를 잡힐까 않기 그들이 손수 불태워버렸으니까.


“이 비열한 자식들! 아무리 이기고 싶다고 한들, 내 친구를 근거도 없는 개소리로 비방하다니!”


그와 일면식이 없는 다른 청팀 인원들에게는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 분노를 터뜨리는 호인으로 보였기에, 되려 감동하여 그의 외침에 강하게 호응하였다.


“그래! 열심히 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이렇게 더럽게 해야겠어? 부끄럽지도 않냐!?


“아니, 아니··· 젠장!!!”


완전한 외통수였다. 자백을 할 수도 없고, 설사 자백하더라도 피해자 입장인 플라누스, 호프스, 케시가 칼데를 변호한다면 사법당국에 호소한다고 한들 놈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리는 없었다.


“개새끼들아! 그러니까! 칼데 저년이 배신자라고! 느그들 다 속고 있는 거라니까!”


“그 입 닥쳐!”


“씹···.”


한편의 아이러니를 옆에서 지켜보던 케시와 호프스는 그를 바라보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야! 기가 막히는데?”


“···플라누스랑은 친하게 지내야겠다.”


플라누스가 청팀을 슬쩍 돌아보면서 말했다.


“쳐라!”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놈들이 더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의 열변에 감화된 청팀 인원들이 놈들의 그 입을 닫게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젠장! 제기랄!!!”


청팀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손쉽게 놈들을 요리했고, 덤으로 막대한 포인트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호프스를 잡는 것에만 열중한 터라, 기껏 얻은 포인트를 백팀 본부로 가져가지 않아 일어난 참사였다.


“우와! 7800포인트!? 포인트가 왜 이렇게 많아?!”


“이게 웬 황금 고블린이냐? 덕분에 잘 먹고 갑니다!”


“으으··· 이대로 당하기만 할 거 같냐! 너, 너 이 새끼! 내가 너 꼭 잡으러 간다, 기다리고 있어라!”


수험생 따리들한테 절대 질 리가 없다고 자만하다가 참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놈들은, 부들부들 떨리는 눈으로 플라누스를 노려보면서 철저한 복수를 선언했지만, 그는 피식 웃어넘길 뿐이었다.


“해보든가.”


그 후로 놈들은 칼데가 보내는 가짜 위치 신호를 따라서 시험장 이곳저곳을 헤집는 똥개훈련을 제대로 당하다가, 선발 시험이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팔찌의 통보를 허무한 얼굴로 듣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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