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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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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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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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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9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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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DUMMY

투척물의 궤도를 뒤틀어놓으려는 칼데의 바람, 투척물을 꿰뚫기 위해서 날아가는 플라누스의 화살, 둘 중에 먼저 다다른 것은···.


그의 화살이었다.


퍼어어어엉! 그의 화살이 정통으로 꽂히자 내부와 외부의 압력 평형이 무너지면서 투척물은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와 동시에 용기 내부에 가득 압축되어있던 연막이 그녀 위로 쏟아져 내렸다.


“···연막!?”


그 연막탄은 유스티아의 후배이자 그에게 소거인 이식의 금술을 집도했었던 시어가 건네준 것이었다.


시어는 마음 같아서는 직접 나서서 존경하는 선배를 돕고 싶어 했지만, 유스티아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그녀는 위험한 일에 아무 관련도 없는 소중한 후배를 끌어들였다가, 잃고 싶지 않았다.


그 뜻을 도저히 굽힐 수 없었던 시어는 유스티아와 그가 성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그녀가 기업에서 개발하고 있었던 여러 가지 시제품들을 몰래 반출해줬다. 연막탄도 그중에 하나였다.


“큭···!”


연막도 엄연한 물질이다. 그녀의 소더에는 연막으로 인한 노이즈가 잔뜩 끼어있었고 플라누스와 호프스의 모습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이까짓 연막, 내 바람으로··· 크흐윽!?”


이미 칼데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뇌를 너무 혹사한 탓에 쌍코피를 철철 쏟는 것은 물론이요, 초점 없는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발이 후들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 아직 싸울 수 있어!!!”


칼데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서 주변으로 뻗어나가는 바람의 길을 만들어냈다. 1초, 2초··· 그녀 주위의 연막이 점점 물러나기 시작할 때쯤···.


-잔량 88%!-


플라누스의 화살이 그녀를 정확히 노리고 날아들었다.칼데는 그의 정확한 공격에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 눈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 연막 속에서 나를 노리고···!?”


그녀는 금세 자기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내 바람의 방향을 읽고 내 위치를?!”


원래도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었지만, 유스티아의 소거인을 강제 이식받으면서 더더욱 날카롭게 날이 선 그의 오감은 바람의 흐름만으로도 칼데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든 연막탄을 칼데의 머리 위에서 터뜨릴 수만 있다면, 마법에 자신감이 있는 그녀라면 분명히 바람의 마법으로 연막을 걷어내려 할 것이라는 플라누스의 예측대로였다.


“하아··· 이렇게 되면···!”


칼데는 굴욕이나 분노를 느끼기도 전에, 빨리 연막 속으로 뛰어들었다. 같은 장소에서 섣불리 바람을 일으켰다가는 플라누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게 분명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어, 칼데!”


하지만 연막 속으로 몸을 숨기기도 전에, 연막 속에서 호프스가 칼데를 향해서 뛰쳐나왔다. 칼데는 당했다는 듯이 얼굴을 크게 일그러뜨렸다.


“으으윽, 팔찌의 경고음 때문에···!” 


플라누스만큼 뛰어난 감각은 없더라도, 화살에 피격당하여 팔찌가 사방으로 내뿜는 강렬한 비트음만큼은 호프스도 못 들을 수가 없었다.


“호프스!!!”


“칼데!!!”


호프스는 거리를 빠르게 좁힌 후에 자신의 지팡이를 위에서 아래로 정직하게 내리쳤고, 칼데는 그것을 자신의 지팡이로 어떻게든 막아내려 했지만···.


콰지직! 어쭙잖게 호프스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던 행동의 결과는 참혹했다. 무게도 강도도 지팡이라기보다는 둔기에 가까웠던 그의 지팡이와 부딪히자, 칼데의 지팡이는 단숨에 두동강이 나버린 것이다!


“···아?”


그리 긴 인생은 아니었지만, 삶의 절반을 동고동락해 왔던 지팡이가 반으로 갈라져서 사망함과 동시에, 그녀의 전의도 산산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지팡이가 망가졌으니 별 위협은 없겠지만···.”


호프스는 그의 지팡이를 검 삼아서 자리에 엎드린 그녀에게 겨눴다. 연막이 천천히 걷히자, 플라누스는 호프스가 해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돌렸다.


“호프스, 계속 보고 있어. 나는 케시를 꺼낼 테니까.”


그는 나무 덩굴에 의해 단단히 포박당해 꿈쩍하지 못하던 케시에게 다가가 단검으로 하나하나 잘라내기 시작했다. 적당히 쳐내자 힘이 좀 들어가기 시작했는지, 케시는 덩굴째로 찢어버리면서 빠져나왔다.


“후! 등에 벌레가 들어갔었는데, 얼마나 간지러웠는지, 죽을 뻔했다니깐!?”


“그거참··· 큰일이었네.” 


“칼데한테 가볼까?”


마침내 그들은 칼데를 둘러싸고 한군데에 모였다. 칼데는 두 동강이 나버린 지팡이 조각을 그녀의 손으로 처절하게 긁어모으는 중이었다. 그 모습이 좀 안쓰러웠는지 케시가 그녀를 도와서 줍기 시작했다.


“칼데···.”


“아··· 아아···.”


슬슬 호프스는 입술이 바짝 마르고 목이 타기 시작했다. 마법사에게 소거인의 공명 현상을 통해서 마법을 증폭해주는 지팡이는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반려자와 마찬가지.


만약 상대 마법사를 죽였더라도, 전리품으로 지팡이를 챙기는 행위는 지양하고 간단한 무덤의 묘비로 삼아주는 게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미덕이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천벌 받는다는 미신도 있었다.


“쓰읍··· 안전하게 무력화한다고 일부러 지팡이를 노린 거였는데··· 내가 너무했나···?”


호프스도 자신을 미워하면서 잘못된 방법을 사용한 칼데를 그리 동정하고는 싶지 않았으나, 어쨌든 같은 마법사로서 지팡이를 부숴버린 점은 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과하지 않았나··· 그런 죄책감을 느꼈다.


“저기··· 미안···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달까···.”


“내 지팡이··· 내 지팡이가···.”


칼데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아예 통곡하기 시작했다. 3인방은 방금까지만 해도 그들을 죽일 듯이 날을 세우던 그녀가 이제는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자 당황하는 것을 넘어서 쩔쩔매기 시작했다.


“왜, 왜 이래? 나도 내 지팡이가 소중하긴 하지만 이렇게 통곡할 정도인가? 케시, 너 뭐 칼데한테서 들은 거 없어?”


“호프스, 겨우 오늘 아침에 만났는데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해줬겠어? 그리고 마법사들의 감성을 기사인 내가 어떻게 알아들어?”


곤란한 것은 플라누스도 마찬가지였다. 칼데를 치워버릴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방어막을 깨버렸을 테지만, 듣고 싶은 내용이 있었기에 호프스에게 무력화만 하라고 명령 내린 건 그였다.


“음··· 칼데.”


결국 그는 칼데의 곁에 한쪽 무릎을 꿇고 물었다.


“소중한··· 지팡이였지?”


청춘을 함께했던 활이라고 생각하면 이해 못할 감정도 아니었다. 칼데는 그를 돌아보더니, 눈물 콧물을 왈칵 쏟아내면서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엄마랑 아빠가 나를 위해서···.”


그야 그럴 것이다. 그가 지구에 있을 적에도, 리커브 보우를 사준 사람은, 그녀에게 지팡이를 사줄 사람은 결국 부모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그녀의 입에서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3인은 더더욱 숙연해졌다.


“흐윽! 흐으으윽!”


“울 정도로 소중했던 지팡이를 부순 건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해. 하지만 그건 우리 책임이 아냐···.”


그래도 엄연히 그녀의 책임 아니겠는가? 지팡이가 박살 난 것을 그들이 책임질 수는···.


“하, 한살 때 돌아가신 엄마랑 아빠가···.”


“?”


“언젠가 굉장한 마법사가 되어서··· 돈도 많이 벌고 사람들한테서 인정도 받고··· 꼭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하면서 할아버지한테 맡겨놨다는··· 뒤늦게나마 물려받은 그 지팡이가··· 내 눈앞에서 산산조각이 나··· 나버려서··· 제대로 된 사진도 남기지 못하고··· 나는 엄마랑 아빠의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데··· 유일하게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마지막 물건이 이렇게··· 호프스 같은 천하의 쓰레기한테··· 흐으윽!”


설마 그녀 양친의 유품이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감히 위로의 말을 건넬 수도 없었던 그들 사이에서 영원과도 같은 침묵을 끝없이 이어졌다. 간신히 입술을 뗀 호프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 아니 나도 몰랐어! 내가 뭔 패륜아도 아니고, 알았다면 나도 절대 부수거나 하지는!”


“흐으윽··· 흐으으으으윽!!!”


“그, 그러니까 그 사실은 플라누스가 무력화하라고 했으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내가 말한 무력화라는 게, 칼데의 지팡이를 문자 그대로 두 동강을 내라는 뜻은 아니었고···.”


“잠깐만! 이제 와서 이러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전부 다 내 잘못은 아니잖아!? 따지고 보자면 칼데가 원인을 제공···.”


플라누스와 케시의 시선이 싸늘해지자 호프스는 급하게 칼데를 붙잡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카, 칼데 들어봐! 내가 전화번호 줄 테니까, 시험이 끝나면 연락해. 내가 그래도 돈은 아주 많으니까, 얼마나 들든 간에 감쪽같이 수리해서 다시 돌려줄게! 그러니까 인제 그만 울어봐!”


하지만 그의 제안에 치욕감을 느낀 칼데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올려다봤다.


“···호프스, 또 돈이면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를 우롱하다니··· 너한테는 우리 부모님의···.”


이상하게 오해가 오히려 쌓여만 가자 호프스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아냐! 아냐! 그런 의미로 한 말이!”


한사코 손사래를 치면서 다른 친구들한테 도움을 요청했지만, 플라누스는 고개를 돌리고 케시가 눈을 감으면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어쨌든 진짜 아니야! 오해라고!!!”


* * *


“어때, 진정이 좀 됐어?”


플라누스는 본부에 쌓여있었던 물병 하나와 간식거리를 챙겨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가만히 앉아있던 칼데에게 슬며시 건넸다.


그녀의 지팡이가 박살 났으니 전투력도 상실했고, 이대로 순순히 협력해줄 리도 만무하고, 방어막도 아슬아슬했으니 일단 청팀 본부로 복귀한 상태였다.


“······.”


그에게서 물병을 받아서 든 칼데는 아무 말 없이 물을 홀짝이기만 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셰에라자가 테이블을 툭툭 두드리면서 플라누스에게 물었다.


“플라누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목숨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시험을 종료시키지 않은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말입니다.”


플라누스와 호프스로부터 칼데가 배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이해한 셰에라자는 그들이 외진 곳에서 백팀 개입 없이 안전하게 싸울 수 있도록 협력해줬다.


이 포인트 게임에서 청팀의 임시 지휘관이기도 했으니, 그녀도 칼데의 처우에 관해서 논의할 자격은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하나, 호프스를 떨어뜨리려고 암약하는 놈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셰에라자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여 이 시험을 더럽히려는 자들, 특히 이 판의 바깥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우두머리를 잡기 위해서는 칼데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했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오늘 아침에 본 생판 남을 위해서 이렇게 나서다니. 플라누스··· 존경스럽습니다.”


“아니, 그렇게 극찬하지 않아도 돼···.”


물론 그가 목적과는 하등 관계없는 이런 일에 이리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에듀그라운드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어떤 형태로든 복수 대상들과의 연결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기에, 차마 못 본 척 지나칠 수가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둘, 칼데의 재능을 인정하니까.”


그러자 호프스가 깜짝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교섭의 여지는 있어. 칼데가 충분히 잘못을 뉘우치고 협력해준다면, 우리는 충분히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나는 믿으니까.”


칼데는 지팡이의 잔해가 담겨있는 보따리를 움켜쥐면서 반박을 쥐어짜 냈다.


“반성은··· 내가 아니라 호프스가 해야 해!”


“그래서 칼데, 증거는 있어? 너에게 지시한 그놈이 그 증거를 보여줬었어? 호프스랑 호프스 부모님이 뇌물을 처먹였다는 증거를 제시했냐고.”


“······.”


증거 이야기가 나오자 칼데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야 못했겠지! 그러니까 그놈도 직접 전면에 안 나서고, 만만한 수험생들을 이용해 먹는다는 음흉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을 테고!”


“···호프스는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심증 아니야?!”


“맞아!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호프스는 수상해! 뭔가 구린 구석이 있지!”


“엑?! 순순히 인정하는 거야!?”


호프스는 깜짝 놀라서 자세를 바로 세웠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셰에라자가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가 대체 무슨 소리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호프스는 머리를 긁으며 그녀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칼데, 호프스가 말했었지? 그 지팡이가 유품이라는 걸 알았다면 부수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야! 그 말대로 호프스는 너의 과거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


“그게 무슨 상관···.”


플라누스는 본부 천막 한가운데 있는 테이블을 쾅 내려치면서 칼데의 주장에 대해서 반박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호프스는 칼데 너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지! 그리고 칼데 너도 호프스에 대해서 하나도 모를 거야! 그래서 실수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는 게 없으면서, 다 안다고 생각하니까 지맘대로 단정 짓고 멋대로 기대한다고!”


그때도 그랬다.


만약 케이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가 다른 동료들이 성공적으로 탈옥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려 한다는 계획을 미리 알아차리고, 어쩌면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케이의 아픈 과거를 듣고 그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만의 착각에 불과했다. 그런 아픈 경험을 다른 친구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그에게는 없잖아 있었다.


“칼데, 호프스의 사정에 대해서 뭐 하나라도 아는 거 있어!? 원래는 마법을 잘하는 아이였는데 무슨 심리적인 충격 때문에 발현을 못 하는 걸지도! 마법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스승의 앞에서 엄숙한 맹세를 했다거나! 학교에서 옛날 모습을 찾기 위한 치료를 위해서 올 예정이었을지도 몰라!


“···.”


“칼데, 얘가 왜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어? 사실관계는 어떻지? 직접 물어보기라도 했어?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나도 몰라! 그래도 호프스는 마법 지팡이를 야구방망이처럼 휘둘러서라도 합격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잖아!”


“야구방망이···?”


“호프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칼데 너는 과연 이런 더러운 음모에 가담했을까?”


칼데의 양어깨는 그의 추궁에 잔뜩 움츠러들었다. 사실 그녀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마법사의 원칙 중의 하나,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할 것. 아무리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대가 해준 말이라고 하더라도, 심증밖에 없는 주장을 철석같이 믿었던 일은 마법사로서 부끄럽게 여겨야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것조차 변명이다. 진심으로 호프스의 부정에 대해서 믿거나 확신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이 편해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마법계에게 차별당해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자신의 갈 곳 없는 분노를 쏟아내고, 정당화하고, 마구 탓할 수 있는 희생양이 필요했을 뿐이었으니···.


“···들려.”


칼데는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다른 친구들이 그녀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들려줘. 호프스. 너의 사정에 대해서···.” 


“칼데···.”


“플라누스 말대로, 들어보고 정할 테니까···.”


모두의 시선이 입을 꾹 닫고 있던 호프스를 향했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모여있는 친구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너희들, 비밀은 제대로 지켜줘야 한다?”


칼데가 저렇게 나오는데 염치없이 입을 꾹 닫고 소통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케시가 친절하게 천막 입구를 내려서 다른 이들이 엿듣지 못하도록 막았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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