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5,548
추천수 :
76
글자수 :
645,129

작성
23.08.14 00:50
조회
30
추천
1
글자
18쪽

2-3

DUMMY

“유스티아, 배후에 있는 범죄 조직의 정체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은 잡고 있었을 거 아냐?”


“추정뿐이지만.”


유스티아는 플라누스와 함께 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그의 질문에 답했다.


“120년 전, 빼어난 업적을 세운 모험가의 청을 받아들여져 제국에선 공식적으로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어. 당시 노예 산업으로 가장 융성했던 곳이 에듀그라운드였고.”


21세기 지구에서조차 완벽하게 박멸하지 못한 것이 인신매매였다. 뭐든지 한 번 구축해놓은 인프라나 사회 구조는 그리 쉽게 개혁할 수 없는 법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겠지.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으라는데 마음에 들겠어?”


“시킨 대로 사업을 접는 대신, 아예 음지로 기어들어 갔다?”


“그래. 감시 책임이 있는 에듀그라운드시 지방 정부 쪽에서도 눈감아 줬을 거야.”


“시 정부와의 유착관계라. 뇌물 공여로 각종 감사를 무마한 건가.” 


하지만 아무리 돈이 좋다고는 해도, 보통의 경우에는 돈보다는 목숨이 소중하지 않은가?


“당시 공무원들이 뭐가 아쉬워서 황제의 명령까지 씹어가며 놈들의 뒤를 봐줬지? 만일 발각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자신들의 목도 달아날 텐데?”


유스티아는 그의 지적에 간단하게 답했다.


“아예 시 정부도 운명공동체라면?”


“운명공동체라니?” 


“놈들 조직과 시 정부가 이미 떼려야 때놓을 수 없는 관계로 엮여 있을 거야. 둘 중 누구도 배신하지 못하도록 서로가 소로의 목숨줄을 단단히 붙잡고 있겠지.”


“아예 한쪽이 망하면 둘 다 망하는 구조라는 건가··· 확실히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없는 한 함부로 배신하지는 못하겠는걸.”


유스티아는 주먹을 콱 쥐었다. 똘똘 뭉친 그들의 힘 앞에 그녀는 제대로 된 수사 하나 하지 못하고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에듀그라운드 전체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을 거야. 대놓고 찍어낼 정도니··· 어쩌면 중앙 정계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을지도.”


중앙 정계라, 정치가 엮이기 시작하면 사태가 더 복잡하고 위험하게 돌아갈 것은 자명했다. 단 한 번의 실수 때문에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서 차갑고 깊은 호수에 담가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역시 쉽지 않네. 애초에 치안부의 기사였던 너도 털끝도 못 건드릴 정도니, 말 다했지.”


“···난 오히려 호재라고 봐.”


“호재라고? 둘 사이를 이간질할 수도 없을 텐데? 무슨 수로 놈들을 약화시키지?”


“운명공동체로 묶여있다는 소리는, 한 놈만 끝장내면 나머지는 알아서 우르르 무너질 거란 뜻이야.”


“······.”


그녀의 말대로 그들을 위한 역전의 한 수가 존재할지도 몰랐다.


물론 그 신의 한 수를 찾아내거나 붙잡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지만.


* * *


“자! 봐봐!”


유스티아는 그의 앞에 한 서류를 쾅! 하고 내려놓았다. 플라누스는 그녀가 내밀은 종이 더미를 자신의 바로 앞에 끌어당겨 그 내용을 들여다봤다.


“으음?”


 가장 위에 크게 인쇄된 검은색 제목이 그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에듀그라운드 시립종합학교 소거인응용개발융합과정 입학 신청서류···?!"


플라누스는 이런 서류를 내미는 의도를 가늠하기 위해서 붉은 입술이 달린 유스티아의 얼굴을 멀뚱히 올려다보았다.


“이게 뭔데?”


“여기 친절하게 적혀 있잖아? 입학신청서. 당연히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서류야.”


“학교···?!”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정의를 구현하는 거랑 학교랑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가?


“뭐? 아니, 내가 왜 학교에 가는 건데?”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복수하려면 일단 놈들의 둥지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 메소스트릭스에서 뭘 하겠어? 뭐 초장거리 전략 화염구 포격이라도 날릴 거야? 에듀그라운드는 고속열차를 타도 7시간은 걸린다고. 너 7시간 동안 출퇴근하면서 복수할 거야?”


“아니, 그래서 그거랑 학교랑 무슨 상관인데?”


“···설마 모르는 거야? 정당한 사유 없이는 거주 이전을 할 수 없는 거?”


“뭐? 아니, 이사를 하면 전입하는 거지. 거기에 무슨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냐?”


“황제 폐하와 제국의 법률이 그런데 이제는 일개 시민에 불과한 내가 어쩌겠어?”


“이럴 수가.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다고? 무슨 전근대 국가 같은 일들이···.”


그제야 유스티아의 계획에 대해서 이해한 플라누스는 요약했다.


“그러니까, 학교에 학생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통해서 합법적으로 에듀그라운드로 전입하겠다?


“그런 셈이지.”


그다지 끌리는 계획은 아니었기에, 그는 반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냥 너한테 낑겨서 가면 안 되는 거야?”


“나한테 껴서 가다니? 너랑 나랑 무슨 관계인데?”


“어···.”


그러고 보니까 플라누스와 유스티아라는 인간은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다.


“그냥··· 하숙인이라고 하면 안 돼? 네가 나한테 돈 주고, 다시 너한테 임대료로 반환하면···.”


“경찰이 호구로 보여? 같이 불려가서 조사받고 싶어? 그리고 에듀그라운드 경찰들도 진범들한테 매수되어 있을 텐데? 꼬투리라도 잡힌다면 추방령이나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질걸?”


“그러면 니가 내 보호자인 걸로 하면 어때?”


“어이, 성인한테 보호자가 어떻게 있냐? 그리고 너희를 수용소에서 꺼낼 때 전부 새로 시민 등록을 마쳤어. 너한테 시민등록증도 줬잖아. 이제 와서 수정할 수는 없어.”


“너의 전 부하들이나 인맥으로 부탁해서 어떻게 잘 안 되냐?”


“부정 청탁이잖아. 공문서위조라고. 걸리면 끝장이야. 무조건 감방이야. 옥중 복수라도 하게?”


그녀는 그에게 에듀그라운드 시립종합학교의 입학서류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제 더 할 말 없지? 내가 다 해놨으니까 사인만 하면 끝이야. 웬만하면···.”


“잠깐만, 그런데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뭘 배우게 되는 거지? 무슨 학과라고?”


“일단 소거인응용개발융합과정으로 해놨는데.”


“소거인응용개발융합과정? 뭐냐 그 난해한 이름은?”


“소거인응용개발융합과정, 통칭 소거인 학과. 이른바 마법사와 기사가 되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서 제국 시민이라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야. 나도 이 학과를 졸업했어.”


“하필이면? 다른 거로 가면 안 돼?”


유스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전직 제국치안부 기사로서 전문성을 가지고 추천서를 써줄 수 있는 곳이, 그리고 확실하게 합격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 수 있는 학과는 그곳밖에 없어.”


물론 에듀그라운드 시립종합학교에는 제국문학과 같은 비교적 평이한 학과들도 많이 있지만, 그들도 나름의 역사, 전통, 기준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게 쉬워 보이나?


“다른 분야는 네가 알아서 독학해서 할 수밖에 없는데, 평생 책 읽고 공부하던 놈들을 네가 몇 개월 독학한다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음.”


그가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라미 때문이었다. 정의와 복수라는 명분이야 있다지만, 무엇하나 해내지 못한 채로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로 하여금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게 했다.


침울해진 표정은 역시 감출 수가 없었는지, 플라누스 마음속을 읽은 유스티아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면서 다른 방법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정 다른 방법을 찾는다면, 아예 없는 거는 아닌데···이건 말하기가 좀···.”


“···일단 들어나 보자.”


다른 방법이 있다는 얘기에 솔깃해진 플라누스는 유스티아에게 그 방법에 관해서 물었다. 그녀는 볼을 붉히면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너랑 나랑 혼인 관계로 당국에 신고하면 되긴 한데···.”


“어? 결혼?”


“근데 그건 말이 안 되잖아? 그니까···.”


“나름 괜찮은 방법인데?”


“그렇지? 너도 역시 반대할··· 어라?!”


유스티아는 삐질삐질 어색한 웃음을 짓다가, 그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자 눈을 부릅뜨고 책상을 쾅! 내리치면서 그를 질타했다.


“자자자, 잠깐만!? 장난치냐!? 너, 너너! 뭔가 이상하잖아!?!? 라미와의 약속 때문에 학교는 꺼림칙한 거 아니었어?!”


“그렇지···.” 


“그, 그, 그런데 나와의 위장 혼인은 괜찮은 거냐고!?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어!? 말을 해봐!!!”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야 진짜 너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게 아니잖아··· 복수를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려야 하나? 협력자랑 위장 혼인쯤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라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으면 그냥 아가리 닥치고 학교로 가라고!!!”


그러자 그는 왜 결혼이 합리적인 수단인지에 대한 근거를 설명했다.


“아니, 실용적으로 생각해봐! 너랑 결혼한 걸로 해놓으면, 학교라는 곳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는 학생 신분보다는 훨씬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잖아!”


“윽?!”


“계획의 여러 단계에서 훨씬 수월해질 거라니까? 이렇게 좋은 방법을 놔두고 더 불편하고 제한적인 수단을 굳이 써야 하는데?”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는 근거를 그가 제시하자 유스티아는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그, 그건 그렇네···?”


“납득했어? 그럼 결혼했다는 설정으로 가자. 어차피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널 건들겠냐? 반대면 몰라도.”


“어어어?”


유스티아는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이, 이자식 진심이야?!’


근처의 동네 관공서에 가서 플라누스와 유스티아 혼인신고서를 작성하면서도 그녀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자, 유스티아 인감만 찍으면 되네.”


“어어어?”


“나는 찍었다. 너도 찍어. 공무원이 나머지 수속 진행해 준다네. 이제 대외적으로는 혼인 관계야.”


“어어어어어?”


유스티아가 떨리는 손으로 인감을 서류에 가져갔고 마침내 진짜로 찍어버리기 1cm 전···!


“결! 결혼하기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음? 물어봐.”


“만약 정의 구현이랑 복수 실현이 끝났는데도 우리 둘 다 멀쩡히 살아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유스티아는 플라누스가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침을 꼴깍 삼키면서 긴장했다.


“난 복수를 마쳤다고 해서, 비관과 우울로 자살한다든가···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데···.”


“어···!?”


그 말은 결혼 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이 않은가.


‘그, 그러면 진짜 결혼하는 거랑 뭐가···!?’


그녀는 돌아가는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작은 목소리로 괴상한 비명을 흐느꼈다.


“흐으으으아아아아···!? 그러니까 너 말은···.”


그녀가 대답이 나올 그의 입술의 주름 하나하나에 초집중하고 있을 때, 마침내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입을 열었다.


“플라누스···.”


“그렇게 되면 이혼하지 뭐.”


“어라!?”


“다 끝나고도 위장 혼인을 이어 나갈 필요는 없지 않나? 너한테 너무 짐짝에, 실례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데···.”


그녀가 혼인신고 서류를 구기면서 그에게 죽빵을 시원하게 갈겼다. 주변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면서 둘 쪽을 돌아봤다.


“나가 죽어버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할아버지가 옆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할머니와 수다를 떨었다.


“하이고, 저것들 봐라.”


“그럼 그럼, 참말로 부럽구먼~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당황하면서 지팡이를 덜덜 떨었다.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키면서 다시 묻는다.


“아, 아니 할멈. 그게 아니라, 신부 쪽이 남자를 죽도록 패고 있잖아··· 이제부터 부부가 될 사이인데···”


“할아범, 딱 좋아질 때야 좋을 때~ 저렇게 힘이 솓아날 때가 좋지 않겄어?!”


“히익···.”


할아버지는 옛날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거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흘렸다.


* * *


“자, 빨리 사인해!”


결국 결혼 건은 없던 일로 하고, 플라누스는 유스티아가 준비해놓은 서류의 서명란에 사인을 갈겼다. 서명하면서도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이상한 조항이나 약관 있는 거는 아니지?”


본래 외국어보다 더 난해한 게 바로 법률 용어다. 아마 파라과이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게 한국어로 변호사랑 얘기하는 것보다 쉽다.


“불공정 계약은 당연히 관련 법에 따라 무효야.”


“시발, 그놈의 지랄맞은 제국법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내 입장에서 생각해봐라. 너 같으면 믿겠냐?”


“귀족 자제분들도 여기에 들어오고 싶어서 난리인데, 문제없지 않겠어?”


“···.”


자신의 안위는 세상 철저하게 챙길 귀족 놈들도 서명하는 서류라면 별문제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쪽에서 알아서 해결할 테니.


“이 학교에 들어가면 귀족 놈들의 자식들이랑 한 공간에 있는 건가. 으, 아주 엿같겠는데···.”


“널 대놓고 따돌리지는 않을 거야. 이곳 학생들끼리는 서로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거든.”


그는 펜을 잠깐 멈추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러면 은근슬쩍 따돌리기는 한다는 거잖아.”


“···따지고 들면 할 말은 없지만, 평민들도 은근히 많이 들어오니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일도 없어.”


뭐, 겨우 귀족 애새끼들의 패악질이 두려워서 복수를 포기하고 도망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니, 보통은 귀족이 다니는 학교 따로, 평민이 다니는 학교 따로 만들어놓지 않나? 그게 개꼰대같은 제국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데.”


“···제국은! ···대충 30년 전만 해도 그랬었지만! ···그래도 발전하는 나라라고! 너는 제국을 뭐··· 그래, 너는 그럴 수도 있지···.”


그녀는 제스페라 제국을 변호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그는 제국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차곡차곡 넣기 시작했다.


“30년 전이라면··· 무지개 작전 발동 연도인가?”


유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지개 작전, 신세계 작전의 후속.


현재 제국은 50년에 달하는 긴 불황의 늪에 빠져있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전대 황제는 한계전선을 밀어붙이고 정벌하는 신세계 작전을 다시 벌여서 각종 산업을 부양하고자 계획했다.


그것이 통칭 무지개 작전.


전대 황제가 그 뜻을 직접 드러내자, 수하의 대신들은 묘수라고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최강을 자신하는 제국군도 전진할 엄두를 못 내는 한계전선을 어떻게 밀어내겠다는 것인가?


용어 그대로 더 이상 전진할 수가 없으니까 ‘한계전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에 황제의 대답은 아주 명확했다.


지금까지 기사나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공식적인 자격은 오직 귀족에게만 주어졌다. 정식으로 제국군에게 입대할 수 있는 인재는 귀족에서만 수급하니, 그 수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법.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하나가 셋을 당해내지는 못한다. 하나는 제국군이고, 셋은 몬스터다. 보통 공격자가 방어자의 3배가 있어야 한다고 하니, 어찌 보면 한계전선을 유지하는 것도 감지덕지하는 상황.


한계전선을 밀기 위해서는 질이 아니라 숫자 자체를 늘려야만 했다, 그러므로 황제는 만민에게 선포했다.


‘셋에게 대적하려면 마땅히 셋을 준비해야 하는 법! 백만으로 안 된다면 삼백만의 군사를 조직하여 짐의 영토에 눌러앉아 있는 저 가증스러운 괴물들을 하나 남김없이 도륙을 내리라!’


그 의중은 삽시간에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대형 지각 변동에 각 지방 정부들이 헛다리를 짚고 있을 때, 에듀그라운드 시는 발 빠르게 나섰다.


‘귀족-평민 혼합 부대가 매끄럽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둘의 융화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학교는 케케묵은 허례허식을 파괴하겠다는 겁니다!’


미래에 한계 산맥 너머에서 한 부대가 되어 싸워야 하는 귀족과 평민들의 융합을 위해서, 학교에 있는 동안 서로를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이를 전해 들은 황제가 선진적인 제도라며 공을 치하하자, 인재들이 전국에서 몰려들면서 에듀그라운드는 제국 최고의 학원도시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아직 의문점은 많아. 나를 제국의 일류 인재들과 경쟁시켜서 당당하게 합격시키겠다는 거잖아. 어떻게 그게 성공할 거라 확신하지?”


유스티아는 자기 가슴을 두드리면서 큰소리를 쳤다.


“걱정 마! 에듀그라운드 시립종합학교 1892년도 수석 입학자이자 1896년도 수석 졸업자인 이 몸이 여기 있잖아! 내가 가르치면 아무 문제 없어!”


설마 유스티아는 자기가 다녔던 학교여서 그곳을 고른 건가? 어쨌거나 수석 입학자에 수석 졸업자라, 확실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대단하긴 했지만···.


“역시 너, 나보다 나이가 훨 많은···.”


“조용히 해라.”


“아, 아니. 이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 선발시험 통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한테는 무리한 주문이라고!”


“네가 얼마나 약하든지 상관없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해결될 거야! 쯧, 남자 새끼가 시작하기도 전에 빠져서는 말이야!”


어떤 폐급 신입생도 특급 신입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그녀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그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말하지 않아서 미안한데,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널이야! 소거인이 아예 없는 널이라고!”


“널? 하하하하!”


유스티아의 웃음을 터뜨렸다.


“엄청 웃긴 농담이네!”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제국인도 시퍼렁이도 아니라니까?! 그러면 아예 소거인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냐!?”


유스티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거짓말 맞지?”


작가의말

쓸데없는 잡담이... 물론 저는 재미있는 파트라고 생각하고 쓰고 있긴 하지만...


그나저나 언제 달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0명은 뚫었습니다. 주변에 자랑하긴 쪽팔리고 혼자서 파티라도 해야할까요. 성실하게 500화 쓰면 100명은 넘는 부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링 월드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2-20 23.11.19 18 0 17쪽
64 2-19 23.11.12 15 0 16쪽
63 2-18 23.11.05 15 0 15쪽
62 2-17 23.10.29 21 0 16쪽
61 2-16 23.10.22 23 0 15쪽
60 2-15 23.10.15 24 0 16쪽
59 2-14 23.10.08 24 0 15쪽
58 2-13 23.10.01 20 0 17쪽
57 2-12 23.09.24 22 0 16쪽
56 2-11 23.09.17 25 0 19쪽
55 2-10 23.09.10 31 0 16쪽
54 2-9 23.09.04 27 0 15쪽
53 2-8 23.09.03 26 0 16쪽
52 2-7 23.08.28 29 0 16쪽
51 2-6 23.08.26 25 0 15쪽
50 2-5 23.08.21 26 1 15쪽
49 2-4 23.08.20 26 1 17쪽
» 2-3 23.08.14 31 1 18쪽
47 2-2 23.08.13 28 1 16쪽
46 2-1 23.08.07 31 1 15쪽
45 2-0 23.08.06 35 2 16쪽
44 1-31 23.07.31 35 1 13쪽
43 1-30 23.07.30 34 1 17쪽
42 1-29 23.07.24 37 1 17쪽
41 1-28 23.07.22 34 1 15쪽
40 1-27 23.07.17 39 1 18쪽
39 1-26 23.07.16 39 1 17쪽
38 1-25 23.07.10 41 2 17쪽
37 1-24 23.07.09 46 0 17쪽
36 1-23 23.07.03 50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