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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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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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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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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수 :
645,129

작성
23.07.3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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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30

DUMMY

“내부 고발을 좀 하려고 합니다···.”


케이는 무방비한 간수들에게서 알음알음 수집해왔던 정황 증거를 이용해서, 제국 정보부와의 연루 사실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날조했다.


거짓말이란 사실 위에 교묘하게 얹어놔야 듣는 쪽이 깜박 혹 넘어가는 법.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 정보부가···?”


내부자를 가장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수화기 너머에서 여러 인원이 분주해졌다. 애초에 치안부를 움직이기 위한 거짓말이었으므로 케이는 당당하게 확신을 입에 담았다.


“지금 제 목숨과 명예를 걸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감정은 진실이었다. 그의 호소가 통했는지 유스티아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급히 검토해보겠습니다.”


“네, 꼭 부탁드립니다!”


케이가 한숨을 내뱉으면서 수화기를 내려놓는 그 순간, 복도의 끝에서 수명의 간수들이 그를 향해서 소리 지르면서 달려왔다.


“뭐야! 너 거기서 뭐해?! 너··· 잠깐, 너!?”


케이는 한 박자 늦게 찾아온 간수들을 비웃었다.


“젠장, 벌써 왔나?! 하지만 늦었어!!!”


 동료들을 위해서 미끼가 되어 시간도 끌었고, 겸사겸사 소장을 엿먹일 준비도 끝냈고, 그리고 동생과 연인에게 작별 인사도 플라누스에게 맡겨놨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은 없나···?’


케이는 좁은 공간에서 유용한 마법, 화염구를 간수들에게 날려서 복도를 틀어막고, 골목골목마다 시간을 끌기 위해서 높은 토벽을 세웠다.


“저기다!”


케이가 건물에 숨어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간수들이 무서운 기세로 들이닥쳤다. 그는 실내전을 통해서 최대한 시간을 끈 후에, 포위되자마자 망설임 없이 창문을 향해서 몸을 던졌다.


쨍그랑! 유리창이 깨지면서 케이의 몸이 차가운 흙바닥을 향해서 곧바로 추락했다.


“낙법으로!”


그는 대지의 손을 만들어서 그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내도록 해 충격을 줄였다.


“미친! 쥐새끼같이 빠져나가다니!”


간수들이 그를 따라서 뛰어내리지 못하는 동안 그는 건물에서 멀어졌다. 너무 이목을 끌었는지 주변 인원들이 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케이 저 새끼, 마법도 쓸 줄 알았어!?”


흘끔 보고도 얼굴을 알아보다니, 케이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용소에서도 유명인 행세를 하며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뉴트? 왜 그래? 뭐 불편한 거라도 있어?’


‘케이, 끼 부리지 마. 다른 애들이 자꾸 쳐다보잖아.’


죽음의 향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확실해지자 주마등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행복했던 때, 연인인 아뉴트와의 대화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젠장! 이게 주마등이라는 거냐!?”


케이는 이를 악물고 간수들과 잡히는 죽는 섬뜩한 숨바꼭질을 이어 나갔다. 그는 죽어라 쫓아오는 간수들을 향해서 중지를 들며 화답해주었다.


“엿이나 처먹어라!”


그는 밟고 지나간 자리에 소량의 소거인으로 마법 지뢰를 남겼고, 간수들이 지나갈 때 날카로운 대지의 창이 일어나 그들의 몸을 꿰뚫었다.


“크아아악!!! 내 발!!! 내 발이!!!”


“시발, 예상외로 훨씬 강력한 마법사야! 섣불리 접근하지 말고 포위해서 가둬!!!”


“멍청한 놈들, 백날 따라와 봐라!”


“이쪽은 막다른 길이다! 몰아넣어!”


“이딴 벽쯤이야 가볍게 넘어주마!”


케이는 수천번은 반복하며 습득했던 대지를 확 들어 올리는 마법을 활용한 높이 뛰기로 다른 간수들을 벽을 간단히 넘어서 따돌렸다.


‘그 마법은 이 방정식을 응용하면 더 빠르게 할 수 있어. 잘 봐··· 짠! 어때!?’


‘진짜네!? 으으! 역시 나는 아뉴트에 비하면 마법에 별로 재능이 없는 거 같아···.’


‘하아아! 자기가 천재인지도 모르는 멍청이가 다 있네!? 너는 나 없으면 안 되겠다!’


‘그러면··· 아뉴트, 계속 내 곁에 있어 줘.’


‘케이···.’


마법을 배우는 것은 퍽 지루했지만, 그녀가 칭찬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 손길은 무엇보다도 달콤한 보상이었다. 


“더는 도망가지 못할걸!”


이렇게 사방이 꽉 막힌 곳에서 도망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그는 수많은 간수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하아아···!”


케이는 심장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서 입이 찢어지도록 활짝 웃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그런 평범한 행복을 원했을 뿐인데···.’


마지막 순간, 케이는 저주스러운 운명을 원망했다. 뭐가 그리 못 미덥다고 이러는 걸까.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내가 과한 욕심을 부렸던 걸까?’


케이는 간수들에게 마법으로 공격하면서 지금까지 지켜왔던 귀족으로서의 격도 내려놓고, 쌓여있던 원한을 전부 쏟아냈다.


“내가 시발 뭘 잘못했는데! 왜 세상은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 알면 좀 말해봐, 이 개새끼들아!”


뇌리에 아뉴트와의 마지막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베오잉을 능멸하고, 아니스티아를 멸망시킨 가증스러운 놈들에게 끌려가면서도 나눴던 먼저 만나러 가겠다는 그 약속.


차가운 검이 케이의 갈비뼈를 부수고 폐를 짓이긴다.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다. 그러나 부서진 몸의 고통이 아니라,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속의 고통이었다. 


“플라누스···.”


왠지 모르게 케이는 플라누스가 떠올랐다.


“더 일찍 만났으면 훨 좋았을 텐데 말이야···.”


* * *


새벽 4시 50분, 015부대 총원은 긴급 소집되어서 본부 건물에 모였다. 그녀의 부관과 참모들이 케이가 증언한 내용에 대해서 급하게 토론했다.


“대장님, 제보대로 전산망을 확인해보니 수상쩍은 거래 내역을 적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믿을만한 제보라는 거네?”


“그런데, 그게, 거래 규모가 좀 많이 큽니다···.”


“대략 얼마나 되지?”


“대충 훑어봐도, 1000억, 아니 그 이상입니다.”


“최소 1000억···?!”


“30분도 안 걸려서 이 정도니, 본격적으로 파고들면 2배, 3배 계속 나올 가능성이···.”


보고를 들은 부관과 참모는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크게 환호했다.


“이러면 내부 고발자의 제보대로 정보부가 엮여있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뒷배도 없이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일 수 있는 간 큰 놈은 몇 없을 테니 말입니다!”


참모 하나가 분하다는 듯이 무릎을 내리쳤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 자식들의 자금줄이 설마 이런 곳이었을 줄은! 정보부 새끼들, 타락할 대로 타락했구나!”


“하지만 놈들이 이렇게 허술하게 일을 처리할까?”


의문점을 느낀 유스티아에게 다른 참모가 그녀에게 조언을 건넸다.


“설령 정보부가 엮여있지 않다고 해도 망설일 이유는 없습니다. 이번 일만 잘 해결하면, 대장님도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유스티아는 책상을 두드리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증거야 확실하지만 겨우 몇 시간도 안 걸려서 현장까지 급습하자니 너무 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부관과 참모들의 의견은 달랐다.


“평민으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온갖 모멸과 핍박을 받아온 015부대가 공을 세울 기회입니다! 이참에 다른 부대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줍시다!”


참모 하나가 열성적인 어조로 그녀에게 애원했다.


“유스티아님! 공을 세우셔야 합니다! 공을! 그리고 부모님께서 끝내 이루지 못하셨던 모든 평민의 비원! 평민 출신 호민관의 꿈을 향해서!”


“···부모님이 바랐던 호민관···.”


그 말에 유스티아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호민관이라는 직책을 위해서 그녀는 지금껏 쉬지 않고 달려왔다.


“1000억 이상, 업적, 호민관···.”


제국 시민을 지키는 고위 관직. 평민도 귀족도 할 수 있지만 사실상 귀족들이 독점해오던 관직. 평민인 그녀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박할 수 없는 큰 공을 세워야만 했다.


“평민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호민관을 마친 자는 제국 상원 의회의 의원으로 자동으로 승격되기에, 중앙 정계에 진출할 수 있다.


귀족들의 선심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평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평민 호민관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부모님이 짊어지던 꿈. 그리고 그녀가 이어받은 무게.


“대장님, 아까 그 제보자가 저희의 뭘 믿고 저희에게만 연락을 돌렸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분명히 014도 똑같은 연락을 받았을 겁니다! 선수 치지 않으면 공을 홱 채갈 겁니다!”


그 말대로 남에게 이 공을 뺏기지 않으려면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유스티아님, 결단을.”


그리고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운이 좋게도 범죄 현장도 용의자들도 전부 그들의 관할 지역에 있었다.


“후우.”


명분, 수단, 권한이 전부 갖춰진 삼첩반상이 눈앞에 차려져 있으니 수저만 들면 끝이었다.


“···015부대, 용의자 확보를 위해 긴급 출동한다.”


* * *


간수장과 간수들은 전부 유스티아가 이끄는 015부대에 의해서 무장해제, 용의자로서 구속되었다. 수감자들과의 전투 탓에 지칠 대로 지친 간수들은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이거시 당최 뭔 일이여···?”


유스티아와 그 부관이 수감자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아직도 수감자들은 이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하필 오늘?”


수십 년이 지나도록 정부의 손길이 오지 않아 체념한 지 오래, 참다 참다 죽음을 각오하고 봉기했더니 하필이면 그때 구하러 오다니.


한 수감자가 허탈하다는 듯이 털어놨다.


“좀 더 빨리 오지, 개십새끼들···.”


플라누스는 수감자들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유스티아에게서 활시위를 무르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알아본 유스티아가 먼저 그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오랜만··· 입니다.”


휘이익! 플라누스가 쏜 화살이 유스티아의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가 땅에 박혔다.


“너 이 자식! 지금 누구한테!?”


그녀의 부관이 플라누스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그녀가 제지했다.


“나를 정말 죽이고 싶었다면 머리를 노렸겠지···.”


플라누스는 갑작스럽게 재회한 기사, 유스티아를 향해서 간신히 입술을 뗐지만, 뭐라 말을 꺼내야 할까, 그도 알 수 없었다.


“너 뭐야?”


그의 입장에서는 간수들의 뒤를 봐주고 길거리에서 사람을 잡아 오는 것이 바로 유스티아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너, 여기 놈들이랑 한패 아니었어?!”


“당신을 이곳에 넣은 것은··· 우연의 일치였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당신을 체포했지만, 제국어를 못 했기에, 그 상태로는 심문하기 곤란했으니···.”


“겨우, 겨우 그런 이유로?”


유스티아는 주변의 참상을 둘러봤다. 제국의 부랑민들을 재사회하겠다는 칙령을 악용하여 인간을 가축 삼아 사고팔고 이용하는 현세의 노예 사육장.


“저는···.”


결코 고의는 아니었지만, 자기 손으로 이런 지옥에 사람을 밀어 넣었다고 생각하니, 유스티아도 등골에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었다.


“전 설마 이런 곳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저 평범한 부랑민 수용소인 줄로만···.”


“몰랐다고? 그딴 변명으로! 그런다고 내가! 여기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그녀에게 쏟아냈다.


“당신이 일을 안 하고 쳐 노는 동안 사람들이 팔려나가고, 죽어 나가고! 짓밟히고! 희롱당하고! 농락당하고! 억울하게!”


옆에서 발끈한 유스티아의 부관이 끼어들었다.


“ 유스티아님이 놀았다고!? 네놈은 이 제국에 도움과 정의가 필요한 곳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해결한 사건의 수가 얼만지···.”


“입 닥쳐!”


“이 모든 참상이 유스티아님의 잘못이라는 거냐?! 예언가라도 만났어야 했나? 분노는 이해하지만, 원망할 사람을 헷갈리지 마라!”


“빌어먹을, 닥치라고!”


유스티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깊은 한숨과 한 방울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주변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수감자들의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제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어떤 질타도 달게 받겠습니다···.”


수감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착잡한 표정을 짓더니, 그녀를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드세요. 기사 나리. 나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오셔서 저희가 감사합니다···.”


그녀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서 죽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사죄해주는 사람조차 그녀밖에 없을 것을 알기에 수감자들은 그녀를 용서했다.


“···부대의 의무병들이 급한 분들을 우선 선별해서 응급 치료해드릴 겁니다. 시에 지원을 요청해놨으니 곧 도착할 것이고··· 후속 대처는···.”


그녀는 수많은 수감자-이제는 해방된 제국 시민들 앞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관해 설명했다.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하고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었다.


“하하! 난 모르겠다! 하하!”


플라누스는 진이 빠져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차라리 싸우다가 죽었다면 이렇게 허탈하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내 고개를 급하게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라미··· 라미는?”


찾아야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쓸모없어진 활과 화살을 쓰레기 버리듯이 내팽개치고 피와 시체, 무너진 잔해 사이에서 라미의 흔적을 찾아 떠돌기 시작했다.


“어디 있어, 어디에?”


무언가 묻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돌무더기를 손에 피가 흥건해질 정도로 파헤쳤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유스티아가 다른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집중! 건물 잔해에 묻혀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일일이 수색한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위선적이고, 역겹게 느껴져 그녀를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럴 힘조차, 그 시간 1분 1초조차 아까웠기에 내버려 뒀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뒤쪽에서 제냐가 급하게 달려왔다.


“플라누스! 저쪽이야! 저쪽에!”


* * *


라미는 플라누스의 품 안에서 슬며시 눈을 떴다. 그는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그녀의 영혼을 어떻게든 몸에 붙들어 놓으려고 노력했다.


“플··· 나 아직 살아있네···.”


“괜찮아?! 정신이 좀 들어!?”


“제냐는, 오토멜은?”


“걔들은 멀쩡해!”


“다행이다. 나는, 죽어가고 있는 게··· 이렇게 선명하게 느껴지다니··· 신경이고 근육이고···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숨은 턱턱 막히고.”


주변의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라미, 잘 들어. 정신 놓지 마. 내 손을 잡아. 내가 억지로라도 붙들어놓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하아··· 아프니까 그만둬주라···.”


“안 돼! 약해지지 마!”


라미는 힘을 짜내서 어떻게든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주면서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비겁하지만, 부탁이 좀 많아···.”


“몇 개든!”


플라누스는 라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그녀의 상반신을 일으켜 세워 끌어안았다. 그의 품 안에서 그녀는 분명하게 말했다.


“복수해줘··· 복수···.”


“어, 어어! 그래! 복수할게!”


“진짜 악당들··· 고통, 참상, 이별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서 안심하고 있을 놈들.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는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 그럴게.”


“끝마치면··· 예쁜 꽃다발 하나 선물로···.”


“세상에서 가장 이쁜 꽃으로 준비할게.”


“나 대신에 학교도 가고, 나중에 알려줘.”


“일기장에 빼곡하게 써서 만나러 갈게.”


“약속···.”


거기까지 마치고 나서 라미는 눈을 스르륵 감았다.


“···약속.”


아직 손과 몸에는 따스한 열기가 남아있었지만, 그 두 눈을 뜨는 일은 시계가 뒤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라미···.”


“젠장!”


제냐가 라미에게 다가가서 두 손을 잡고 흐느꼈다. 오토멜은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머리를 감쌌다.


“하아···.”


그가 함께 약속한 미래를 잃은 것처럼 그들 또한 평생을 같이했던 과거를 잃었다.


“···.”


플라누스는 라미를 조심스럽게 땅에 눕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서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유스티아를 향해서 다가갔다.


“유감이야···.”


“···뭐든지 할게. 어떤 일이라도 할 테니까!”


몸이 부서져도 좋다. 정신이 망가져도 좋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케이와 라미의 미래를 앗아간 그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제발, 나에게 기회를 줘···.”


유스티아는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내가 친구들의 복수를 할 수 있게···.”


작가의말

다음 화에 1부를 끝내겠다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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