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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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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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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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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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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26

DUMMY

“좋아, 지금이다···.”


선행한 플라누스가 문제 없다는 수신호를 보내자 뒤쪽에서 대기하던 나머지는 그의 뒤에 착 따라붙었다. 나뭇가지 때문에 부스럭부스럭거리는 소음 따위는 무시했다.


쾅! 연쇄적인 폭발은 간헐적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어차피 간수나 수감자들의 의식은 그쪽에 쏠려있을 테니 누군가가 이쪽으로 올 것이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

 

오히려 동료들은 그 폭발음에서 자그마한 위안을 얻고 있었다. 최소한 폭발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케이가 살아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다음.”

 

그들은 은밀하면서도 과감하게 다음 엄폐물을 향해서 약진했다. 머릿속에 넣어둔 지도에 따르면 이제 곧 도착이었다.

 

“곧 있으면 목표 지점이야.”

 

“사방을 잘 둘러봐!”

 

이 수용소에 유일하게 조성된 녹지, 그리 크지는 않은 작은 숲의 어둠을 가로질러 그들은 도르래 근처에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어!? 뭐야!?”

 

그러나 위를 올려다본 그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줄이 없잖아?!”


도르래로부터 밧줄이 내려와 있어야만 했지만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었던 것이다···.


“어째서···?”


도르래에서 줄을 제거하는 경우는 계획되어있던 작업을 마무리했을 경우 외에는 없을 텐데, 작업 일정도 이미 확인했었는데, 어째서 줄이 끊겨있단 말인가?


“말도 안돼! 어제 저녁에 봤을 때만 해도 멀쩡히 걸려있었잖아!”


“하지만 실제로 줄은 사라졌다고!”


플라누스는 한대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건 밧줄을 누가 일부러 제거한 거야.”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


“우리가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있었다면···?”

 

플라누스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모두에게 팔을 휘저으면서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모두 흩어져!!! 발각당했다!!!”


“!?!?”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던 숲속에서 그림자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동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매복!?”

 

“당했다!”

 

그들의 행동과 계획이 제삼자에게 완벽하게 예측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습격자 중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팔을 내지르면서 명령했다.


“쳐라!”


플라누스도 다시 한번 더 동료들에게 외쳤다.


“산개해!”


동료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는 나머지 동료들이 무사히 도망가기를 기도하면서 숲의 어둠 속으로 뒤늦게 뛰어들었다.


“산 채로 잡아 와라!”


습격자들이 그들의 뒤를 쫓아서 달려들었다. 수적으로 너무나 불리했다. 동료들 중에 가장 먼저 발이 묶인 것은 오토멜이었다.


“젠장! 여긴 내가 막을 테니까 그 틈을 타서 너희들이라도 도망쳐!”


오토멜은 달라붙은 적을 내려찍으면서 떼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그 사이에 하나 둘 덤벼들기 시작하면서 완벽하게 고립되고 말았다.


“이런···!”


제냐는 라미의 뒤를 따르다가 발이 빠른 적이 다가오자 발로 차내면서 적의 앞에 나섰다. 그녀는 라미에게 붙으려 하는 놈들을 차례차례 때려눕혔다.


“내 뒤로 갈 순 없을 거다···!”

 

그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적들은 그녀를 순식간에 둘러싸서 라미와 단절시켰다. 위기의 순간, 라미는 제냐를 두고 도망치지 않았다.


“너어!”


라미는 적들을 제치고 제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제냐는 화가 난 기색이었지만 라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와 등을 맞댔다.


“이젠 도망가지 말자···!”


라미의 말을 듣고, 제냐는 숨을 가다듬으면서 전의를 다졌다. 그녀는 섬뜩한 살기와 함께 달빛을 받아서 환하게 빛나는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젠장!”


숲의 어둠 속을 달리면서 플라누스는 눈물이 절로 새어 나왔지만, 눈가를 훔칠 새조차 없이 나무 사이를 헤쳐 나갔다.

 

“젠장, 이러면 케이가 미끼가 된 게 무슨 의미가!”

 

동료들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이 겨우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엉망진창 망가지고 있었다. 케이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만들어낸 절호의 기회였는데, 일이 이렇게 돼버리다니.


“시발!”


 마치 자신이 잘못 이끈 탓에 다 어그러져 버린 것만 같은 착각, 죄책감에 온몸에 피가 끓어올랐다.

 

“···안녕, 귀여운 애야!”


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멈추어 섰다. 만악의 근원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빅 마더···!”


빅 마더는 플라누스와 동료들의 가여운 몸부림을 조소하며 그에게 물었다.


“정말로··· 너희들이 탈옥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너희들의 얄팍한 계획 따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군림한 빅 마더는 수용소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수상한 동향과 계획을 체스판을 내려다보듯이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일부러 막지 않고 내버려 뒀다.


“이런 걸 박살 내는 거야 일도 아니지··· 하지만 그건 전혀 극적이지 않으니까 말이야. 과실이 달콤하게 무르익을 때까지 아주 조금 기다렸을 뿐이야···.”


왜냐하면 반역이라는 스토리도 VIP들이 좋아하는 전개이자 ‘구경거리’니까. 팔리는 상품을 조급함으로 망치는 감독은 돈을 벌 자격이 없다.


“이래야지만 농밀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으니까! 진실을 파헤치고 뜻이 있는 동료들이 모여서 압제에 대항하다가 결국 맞이하는 비극적인 결말!”


“······.”


“조미료 겸으로, 너희들이 맞이하게 될 미래를 지금 알려주지···.”


빅 마더는 일방적으로 그들의 미래를 결정지었다.


“일단 너는 라미의 앞에서 참수할 거야. 라미의 비명이 듣고 싶으시다는 VIP께서 방금 큰 돈을 내셨거든? 두고두고 빨아먹을 상품성을 생각하면 좀 안타깝지만 엔터테인먼트 차원에서 어쩔 수가 없네.”


플라누스는 씹어 먹어도 시원찮다는 듯이 이를 박박 갈면서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제냐는 미리 선납금을 지불하신 재벌에게 팔아넘길 거야. 좀 가슴이 아프지만··· 그분은 수집품을 소중하게 다루는 걸로 유명하신 분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니. 나름 좋은 곳에 취직하니까 마음은 좀 놓여!”


“좆까.”


“오토멜은 뭐··· 딱히 사겠다는 분이 없어서 여기서 계속 일이나 시키는 게 수지타산에 맞겠네.”


빅 마더는 깜빡했다는 듯이 박수를 쳤다.


“맞다, 케이! 케이는 꼭 살려서 본보기로 공개 처형해야지! 지금까지는 계약 때문에 물주님 눈치를 보느라 취급이 영 힘들었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네!”


빅 마더는 박수를 짝 치면서 옆에 있는 유일한 부하 한명을 앞으로 나서게 했다.


“자, 메인 이벤트 전에 내기를 합시다!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계신 귀빈 여러분들은, 원하는 만큼 돈을 가득가득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빅 마더는 이 싸움조차도 유희로 만들 생각이다. 어디선가 편안한 곳에서 와인과 안주를 즐기며 이 지옥도를 내려다보고 있을 귀빈들의 오락을 위해서···.


“더 이상, 너희들 맘대로 하게 둘 거 같아!?”


플라누스는 곧바로 주먹을 들고 적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속전속결로 끝내기 원했지만, 상대 역시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젠장, 비켜!!!”


“크큭! 버러지같은 놈! 절망에 떨어라!”


 빅 마더가 믿고 데리고다닐만큼 놈은 정예였고, 주먹 하나하나에 플라누스의 의식을 단절시킬만한 위력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승기는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회축, 뒷차기.’


회축은 뒤돌려차기라고도 불리우며, 축이 되는 발을 중심으로 몸을 뒤로 돌려 몸의 체중을 효과적으로 싣고 추가로 회전력까지 이용하는 기술. 

 

여러 발차기 중에서도 위력이 가장 극대화된다.


‘단 한 번이면 돼. 머리에 맞추면 기절이고, 갈비뼈에 맞추면 부숴버리기에 위력은 이미 충분하다. 급해서 자세가 무너지면 더 낭패야.’

 

그러나 그 위력이 발휘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

 

몸을 뒤로 돌려서 회전하는 중에 몸은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균형이 무너진다면 기껏 실어놓은 자신의 체중, 위력을 거의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침착해야만 해. 놈 앞에서 어설프게 내지르면 오히려 이쪽이 끝장이야!’


모든 공격에는 체중이 실리고, 관성이 생기고 그것은 빈틈을 만든다. 들인 힘이나 실은 체중이 클수록 관성은 더 커지기 마련.

 

회축이나 뒷차기는 준비동작이 너무 커서 사전 동작이 읽히기가 쉬웠다.아무리 강하더라도 맞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그만큼 중요하다. 단 한번의 실수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압박감 속에서 쉽게 읽힐지도 모르는 공격을 시도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반격의 타이밍은!?’


이 약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그리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은 바로 상대의 공격이 들어올 때 반격으로 사용하는 것. 


‘적의 생각을 읽어야해!’


애초에 반격에 무게를 둔 기술이다. 상대가 들어오는 경로에 미리 발을 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상대의 진입 각도를 잘 감지하는 능력만 갖추면 된다.


상대가 자신의 기술을 쓰는 것에 집중하느라 회축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었고, 알아차리더라도 상대 또한 관성 때문에 회피 동작을 취하는 것이 제한된다.


한쪽이 나아가고 한쪽이 물러서는 일반적인 공세 양상과는 다르게 둘 다 나아가는 충돌 양상에서 회축의 위력은 가히 살인적이다.


‘침착하게··· 일격에 보낸다···.’


하나 주의할 점은, 상대가 이 기술의 존재를 깨닫고 난 후부터는 가망이 없다는 것. 멍청이가 아닌 이상 한번 당한 기술에 두 번 다시 당하지 않는다.


‘내 의도를 감춰서 철저히 약자를 연기해.’ 


의도를 감추고 약점을 노린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상대의 공격을 또 피하고 또 막았다. 제냐와 지겹게 연습했던 방어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오른쪽 잽, 왼쪽 잽, 그대로 이어지는 연격, 견제하는 발차기, 주먹을 내지르면서 위치를 조정하고, 급소만큼은 지키면서 공격을 유도···.’


그는 숨을 들이쉬었다. 길이 보였다.


‘지금이다!!!’


플라누스는 번개처럼 몸을 회전시키면서 회심의 뒷차기를 날렸다. 무슨 기술인지 모르는 상대의 입장에서는 한순간 그가 약점을 노출한 것처럼 보였다.


빠악!!!


회심의 일격은 적의 오른쪽 팔에 꽂혔다. 뼈가 박살 나는 듯한 섬뜩한 소리와 동시에 놈의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윽! 내 팔이!?!?”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비명을 지른 놈은 오른팔을 붙잡고 뒤로 여러 걸음 물러섰다. 플라누스는 이를 꽉 깨물었다.


‘젠장, 나쁘지는 않지만··· 좋은 상황도 아냐!‘


적의 한 팔을 잃게 만들었으니 소득은 있었지만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이제부터 적은 그의 회축을 최대한 경계할 것이니 선택할 수 있는 수의 폭이 줄어들었다.


“크으윽··· 하! 이게 네놈의 노림수였나!? 하지만 그렇게 요란한 기술, 내가 두 번 당해줄 거 같아!?”


그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가볍게 도발했다.


“아하? 한번 맞으면 보통 두 번, 세 번 더 맞더라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그게 니 같은 인간이거든?”


“퉤! 꼴에 여유 있는 척은! 뒈져라!!!”


놈은 갈라지는 고함과 함께 야생동물처럼 플라누스에게 달려들었다. 저돌적인 돌진에 한순간 플라누스는 다시 한 번 더 회축이나 뒷차기를 사용하고 싶은 달콤한 유혹에 빠졌다.


‘직선으로 돌진!? 함정인가?!’


플라누스는 그것이 적의 노림수가 아닌가 의심했다. 놈의 눈동자, 그것은 동물적인 돌격을 감행하는 사람의 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냉정했다. 저건 회축을 다시 끌어내기 위한 연기에 불과했다.


‘아니, 그렇다면 승부는 여기서!’


플라누스는 앞에 있는 발을 축발 삼아, 뒷 발을 등 뒤쪽으로 빼면서 앞으로 전진시키는 동작을 취했다. 그것은 누가 봐도 방금 전에 그가 날렸던 회축의 준비 동작과 동일했다.


‘허어?’


뒤에서 뒷짐을 진 채로 지켜보던 빅 마더가 의아함이 가득한 소리를 냈다. 이미 한번 본 공격, 그것도 너무나도 준비동작이 눈에 띄고 긴 회축을 부하가 또 당해주리라고는 상상할 수는 없었다.


‘하, 밑천이 다 드러났군?!’


한계까지 느려진 의식의 시간 속에서 놈은 플라누스의 뒷발이 땅에서 조금 떨어진 것을 포착했다. 발차기의 징후로 볼 수 있었다. 놈은 곧바로 부러졌던 오른팔을 들어서 태세를 갖췄다.


‘설마 그게 연기였다고?!’


 플라누스조차도 예상 밖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부러진 팔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정확한 움직임이었다. 적의 노림수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는 오히려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그는 땅을 끌던 오른발을 그대로 땅에 디뎠다. 그가 회축을 날릴 거라 생각했던 놈은 깜짝 놀라 그대로 태클로 이어 나가려 했다.


“어?”


놈의 시야가 플라누스의 팔꿈치로 가득 찼다. 녀석의 가드, 오른팔에 혹시라도 걸릴까 봐 멀리 돌아오는 게 아니라 거의 찌르듯이 얼굴로 직행했다. 봐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거리였다.


‘백스핀 엘보우···.’


플라누스의 팔꿈치가 놈의 얼굴에 정통으로 꽂혔다. 상대적으로 느린 회축이나 뒷차기에는 반응할 수 있을지 몰라도, 변칙적으로 섞여들어 간 상체 타격기에는 반응할 수 없었다.


“컥!?!?”


뿌드득! 코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감각과 함께 그대로 혼절한 놈의 몸은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지구 격투기의 완전한 승리였다.


“하아, 하아···!”


플라누스는 질질 흐른 침을 닦아내면서 헉헉거렸다. 극도로 흥분한 온몸의 혈류가 그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유발했다.


“하하하··· 대단해!!!”


옆에서 지켜보던 빅 마더가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다가오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설마 네가 이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건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겠는걸!!! 역시 너는 최고의 상품이야!”


우수한 부하를 그가 정면 승부를 통해 쓰러뜨린다는 것은 빅 마더에게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는지, 진심으로 그에게 감탄한 얼굴이었다.

 

“다음은 당신이야, 자신은 무사할 거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플라누스는 살기가 가득한 얼굴로 몸을 바로 세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근처에서 수많은 사람의 발소리가 몰려왔다.


“하지만 이제 겨우 1명 쓰러졌을 뿐이야. 너 혼자서 내 부하 수십명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렴! 구경하는 귀빈들께서 기뻐하실 테니까!”


빅 마더의 다른 부하들이 소란을 눈치채고 합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동료들은 벌써 사로잡혔다는 뜻일까? 그는 이마를 찌푸리면서 고민에 빠졌다.


“큭···.”


“어머, 도망칠 거니? 뭐, 추격전도 괜찮지? 우리 귀빈분들은 에피타이저 정도는 가리지 않고 잘 드시니까 상관없어.”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죽인다.”


플라누스는 이를 갈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도망치기에는 숲이 어두워 유리했다.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플라누스! 너 같은 상품을 지금 잃기에는 너무 아까워. 그러니까 내 직권을 이용해서 제안을 하나 하지!”


하지만 여기서 도망쳐 목숨을 몇분 연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만악의 근원인 빅 마더의 목이라도 꺾어놓는 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발악일지도 몰랐다.


“이대로 도망쳐서 수감실에 틀어박혀. 그러면 이 일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다른 동료들이 뒤지건 말건 신경 끄고 살아가는 거야! 어때!?”


결국 플라누스는 결정을 내렸다. 빅 마더를 그곳에 내버려 두고 숲의 어두운 그림자에 숨어들어서 도주하는 것을 택했다.


“후후후···.”


달아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빅 마더의 비열한 웃음이 입술 사이로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하지만 플라누스, 넌 금방 돌아올 거잖아. 너는 그런 인간이잖아? 라미를, 동료들을 버릴 수 없는 너무나도 착해빠진 사람···.”


덫을 쳐놓고 희생양이 제 발로 걸어들어오는 것을 기다리는 사냥꾼의 살벌한 시선이 그의 등을 쫓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굳게 믿고 있어. 부디 날 실망시키지 마, 이 무대의 클라이맥스를 화려하게 꾸밀 사냥감의 역할이 되어다오!!!”

 

* * *


하지만 그는 겨우 몇 시간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서 도망간 것이 아니었다. 빅 마더가 원하듯이 사냥감의 역할을 맡기 위해서 도망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피를 게워내고 그 자리에 순수한 분노와 증오를 연료를 채운다, 가축의 정신을 포식하여 배설하고 맹수의 본능으로 근육을 조종한다.


“···어둠 속에서.”


그가 이곳에 갇힌 것이 아니라, 저들이 이곳에 갇힌 것이다. 저들이 사냥꾼이 아니라 그가 사냥꾼이다. 


“···사냥해주마.”


달이 구름에 가려지고, 암흑이 숲속을 잠식한다.


작가의말

아아라아아랑라아랑라아라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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