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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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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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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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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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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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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25

DUMMY

“자··· 이해했지?”


“우우우우욱!!!”


수일간에 걸친 물리학 속성 강의가 방금 끝났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수강생들이였지만··· 딱히 방법은 없었다.


계획에 필요한 튼튼한 줄을 구해온 케이와 오토멜은 자리에 앉아서 블럭들을 꽉 잡아줄 그물을 한 땀 한 땀 정성들여서 짜기 시작했다.

 

“집중해, 대충했다가는 찢어지는 수가 있어.”



그동안 플라누스와 라미 그리고 제냐는 땅바닥에 온갖 수식을 펼치면서 그들이 날아오르는데 필요한 암석의 개수를 기존의 이론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했다.


“여기 부분의 계수를 바꾸는 게 좋겠는데?”

 

셋은 서로의 계산과정을 철저하게 교차 검증하면서 길고 지겨웠던 검산을 마침내 마쳤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정말 다 했나?”


“그래, 다 했어.”


나름 리더의 역할을 하는 케이를 모두 바라봤다. 케이는 굳은 결심과 함께 탈옥 계획의 실행을 결의했다.


“일주일 뒤에 하겠어. 모두 그때까지 준비해둬. 개인 짐은 단 하나도 못 갖고 간다는 건 명심하고.”


그전까지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입단속을 철저히 하라는 케이의 당부와 함께 다른 동료들은 해산했다.


“플라누스, 너에게만 할 얘기가 있어.”


“할 얘기라니?”


다른 동료들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 케이는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 계획이 성공할 거라고 나는 확신해. 우리는 저 벽을 넘을 수 있을 거야.”


“그야 당연하지.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하지만 말이야, 벽 너머에 어떤 것이 있는지 우리는 몰라. 수많은 간수, 이중장벽이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지. 그래서 나는 진정한 의미로 탈옥할 수 있는 인원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


케이의 회의적인 예측에 플라누스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그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하, 케이!?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해!? 네가 이 계획의 리더라고! 그러니까 성공할 것이라는 의지를!”


“이게 내 전략이야. 플라누스.”


“전략이라니?”


“만에 하나, 내가 탈옥 도중에 낙오하게 되면 나 대신에 소원을 이뤄주지 않을래? 전에 말했던 내 친동생이랑 전 연인인 아뉴트를 찾아가서 이 가짜 편지라도 전해줘.”


케이가 품속에서 편지 두 개를 건넸다. 겉에는 수신인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플라누스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걸 받지 않기 위해서 손사래를 쳤다.


“잠깐만··· 케이. 이딴 플래그 세우지 마. 이러면 꼭, 불길하게 이래야겠어!?”


꼭 이런 짓을 하는 놈이 창작물에서는 먼저 죽는다는 것 때문에 케이의 그런 부탁이 너무나도 꺼림칙하게 여겨져서 그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한사코 거부했다.


“플라누스, 이건 만약을 위해서 부탁하는 거 뿐이야! 누구는 이딴 편지 쓰고 싶겠어? 나도 무사히 탈출해서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케이는 간절한 얼굴로 플라누스의 팔을 붙잡았다.


“알잖아··· 플라누스··· 부탁 좀 하자···.”


플라누스는 결국 그의 손을 떨쳐내지 못하고 꾸깃꾸깃 구겨진 편지 봉투를 받아들였다.


“좋아··· 약속은 할게. 하지만! 내가 니 멱살을 잡아끌어서라도 저 벽을 넘게 만들 거니까···!”


케이는 그거면 됐다는 듯이 코를 훌쩍이면서 플라누스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고마워, 고마워.”


“······.”


케이와 플라누스는 굳은 신뢰를 확인하며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케이는 물론이고, 다른 동료들과 플라누스 그는 의형제나 마찬가지였다.


“케이.”


“음?”


플라누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꺼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사 정도는 직접 하자. 남한테 부탁하지 말고.”


케이는 그의 말에 큰 웃음을 터뜨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해볼게.”


* * *


결행 3일 전, 라미가 그를 찾아왔다. 


“무슨 일이야?”


“약속한 게 있잖아.”


“약속? 돈 빌려 갔었나?”


“하하, 내가 오토멜이야!?”


“아니, 그게 아니면 진짜 뭐지?


“내가 플의 성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었잖아!”


그런 적이 있었나? 워낙에 오래된 일이라서 플라누스도 깜빡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라미는 그녀 나름대로 계속 고민해왔던 모양이었다.


“플라네타.”


“플라네타?”


“응, 플라네타 플라누스.”


“플라네타··· 예쁜 이름이네. 혹시 뜻은 뭐야?”


라미는 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플은 아름다운 사람이잖아. 그래서 별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 플라누스로했어. 이름과도 음이 잘 맞아떨어져서 좋지? 사실은 더 일찍 알려주고 싶었는데, 뒤로 미루다가 여기까지 오고 말았네··· 미안.”


“아니야. 정말 고마워. 앞으로 잘 쓸게.”


플라누스와 라미는 주제를 돌려서 탈옥하고 나서 할 것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자, 이게 왕자님 조각이야.”


“오, 이걸 아직도 가지고 있었구나.”


“나한테는 꿈을 상징이나 마찬가지거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밖에 나가면 역시 학교에 다녀보고 싶어.”


그는 지구에서 보냈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별것 아닌 아주 평범한 일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특별한 경험임이 분명했다.


“학교, 학교라.”


플라누스는 라미를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그녀에게 약속했다.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면 아픈 과거는 잠시 덮어둘 수 있었다.


“라미, 내가 약속할게. 내가 너를 꼭 학교에 다니게 해주겠어.”


그의 약속에 라미는 눈을 크게 떴다. 언젠가 들어본 것만 같은 말에 불현듯 눈물이 주렁주렁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

 

어째선가 그리운 느낌이 마음을 헤집어놓았다. 사랑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떨리는 팔로 더욱더 강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그래··· 그래!”


* * *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플라누스는 혼자서 시장으로 갔다. 시장에서 팔고 있는 나무를 보다가 좋은 탄성을 가지고 있는 나무를 하나 구입했다.


“이걸로 여러 개.”


또한 공장에 슬며시 숨어들어 가서 그곳에서 여러 용도로 쓰이는 고무들을 집어 들었다. 강하게 당겨서 가장 팽팽한 것으로 여러 다발 챙겨왔다.


“이거면 되겠어.”


 그리고 그는 한적한 곳으로 가서 빼돌린 도구를 이용해서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 그다음 날도 그는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좋아, 이제 적절한 곳에 숨겨놓으면···.”


그는 인적이 드문 장소에 완성품을 숨겼다. 설사 운 나쁘게 걸린다 할지라도, 그것만으로는 그를 추적하지는 못할 테니 아무 문제 없었다.


그리고 결전의 날은 째깍째깍 다가온다···.


* * *


드디어 결전의 날. 탈옥 계획의 결행은 새벽 5시. 보초도 졸고 있을 시간대를 일부러 노렸다. 


툭툭.


한 숨 자고 있던 플라누스를 건드려 깨운 자는 오토멜이였다. 오토멜은는 어떤 간수에게서 몰래 빌려 온 알람기능이 있는 작은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채로 잠들었다. 즉, 마침내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


그들은 다른 이들이 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환풍구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능숙한 솜씨로 환풍구 덮개를 뜯고 먼저 안으로 나아간 오토멜의 뒤를 따랐다.


잠시 뒤에 그들은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오토멜은 미리 준비해놨었던 그물을 어깨에 둘러메고 먼저 나아갔고, 플라누스는 공사판에서 빼돌린 가위처럼 생긴 절단기를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물품 챙겼다. 합류 지점으로.”


“좋아, 침착하게 가자고.”


“핫, 네가 더 떨고 있는 거 같은데.”


“하아, 하아.”


저번에는 케이와 플라누스는 제 2구역과 제 4구역 사이의 높은 장벽으로 갔었지만 이번 목표는 제 3구역에 있는 관계로 특별히 절단기가 필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 1 구역과 제 2구역 사이에 있는 장벽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제냐와 라미와 합류할 수 있었다.


“요. 안 들키고 나왔지?”


“없어. 너네야말로 문제없지?”


“물론. 가자. 주의를 최대한 기울여.”


“말 안 해도 알아.”


절단기로 윤형철조망을 자르고, 슬쩍 민 후에 제냐와 라미가 뻗은 손을 붙잡고 둘은 장벽을 휙 넘었다. 나아가 그들은 제 3구역에 있는 우거진 나무들 밑으로 몸을 숨기는데 성공했다.


“1단계 종료.”

 

목표 위치에 도달하자 오토멜은 손목시계를 다시 살폈다.


“현재 시각 새벽 4시 13분, 케이 형이 예정대로 움직인다면 앞으로 7분 뒤인 4시 20분에 이쪽에 합류할 거고···.”


“좋아, 이제 케이만 오면 바로 시작하는 거다.”


“아직까진 케이 형의 계획대로야. 나쁘지 않은데.”


“안 그래도 심장이 폭발할 거 같으니까···.”


케이는 계획 상 따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4시 20분에 따로 합류한다고 했다. 물론 동료들은 케이가 세부 사항에 대해서 숨기는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케이는 뭘 하려고 하는 거지?”


“몰라, 하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겠지.”


“설마 의심하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그래도 그들은 케이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의 계획대로 제자리에서 숨을 죽이고 대기했다.


“···4시 20분까지 얼마나 남았어?”


침묵의 늪에 빠진 것만 같은 끔찍한 침묵을 깨고 제냐가 작은 목소리로 오토멜에게 남은 시간을 물었다. 오토멜은 조용히 시간을 확인했다.


“···1분! 지금 정확히 19분이야.”


“시계 잘 맞추어 둔 거 맞지?”


“···몇번이고 확인했어! 수일에 걸쳐서 확인해본 결과야. 오차라고 해봐야 5초 이내 수준이야.”


아무리 그래도 초 단위로 계획을 맞출 생각인가?


“플랜 B··· 케이가 말한 플랜 B가 뭐였지?”


“그럴 일은 없지만, 20분까지 못 오면 자기를 버리고 우리만으로 진행하라고 했지.”


“지랄하지 말라 그래, 시발.”


1분 1초가 한평생 같았다.

 

이대로 케이가 오지 않는다면 케이는 일이 꼬였다는 거고, 그들만으로 계획을 결행할 수 밖에 없었다. 플라누스는 무언가의, 소름이 끼치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제 와서 지적하기는 좀 그런데. 뭔가, 이상해. 케이한테 딴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닐까?”


“플라누스, 케이가 우리 뒤통수를 칠리가 없잖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잠깐! 곧 4시 20이야!”


오토멜이 모두의 입을 막고 카운트다운을 했다.


“5···.”


플라누스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케이의 그림자를 찾아 눈알을 굴렸다.


“4···.”


오토멜의 카운트다운에 집중하며, 종잡을 수 없는 케이의 의도에 대해 고민했다.


“케이··· 도대체 언제 오려는 거냐?”


“3···.”


“밤마다 나가던 녀석이 하필 오늘 간수한테 걸렸다? 그건 말도 안 돼.”


“2···.”


“그렇다면 일부로 우리한테 오지 않고 있는 거야. 역시 배신? 아니, 그럴 리가?”


“1!”


“케이!?”


무언가의 가능성을 깨달은 플라누스의 비명, 그리고 2단계의 개시 시간을 알리는 오토멜의 선언.


“4시 20분이다!”


쥐마저 죽은 듯한 침묵을 깨고, 케이가 언질 해뒀던 신호가 마침내 왔다.



퍼어어어어어어어엉!!!!!!!!!!!!!!!!!!!!!!!!



귀를 찢어버릴 만한 강력한 폭발음.

 

발을 분쇄해버릴 만한 대지를 흔드는 진동.

 

어두컴컴한 하늘을 밝히는 눈부신 섬광.

 

화염이 시야의 끝에서 피어올라 어둠을 밝혔다.



“으악!?!?”


“폭, 폭발!?!?”


“이게 뭐야?”


“신호다! 케이야!”


“케이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분명히 케이가 벌인 일이었다. 4시 20분에 딱 맞춘 완벽한 타이밍은 그것 외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케이... 우릴, 날 속였구나!!!”


플라누스는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외침에 다른 동료들은 혼란에 빠졌다. 오토멜이 그에게 달려와서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젠장! 플라누스! 정신 차려! 아까 그게 무슨 개소리야!? 케이 형이 배신이라니!”


“케이는, 케이는! 처음부터 우리와 같이 나갈 생각이 없었어! 젠장, 나만큼은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제냐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알아듣게 말해!” 

 

“케이는 애초부터 자신을 미끼로 삼아, 자신을 희생할 생각이었어! 우리들이 들키지 않고 탈옥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시킬 생각이었다고!”


“뭐!?”


플라누스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무지함에 한탄하면서 주먹을 꽉 쥐는 것 밖에는 없었다. 모두가 충격받은 듯이 시뻘건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 수용소의 반대쪽을 바라봤다.


“불이야! 불이야!”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빌어먹을, 이 수감실 문 좀 열어! 안에 갇혀서 타 죽는다고!”

 

그 어떤 간수들도 못 본 체할 수 없는 거대한 소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폭발의 여파로 제 3구역의 건물에서는 벌써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아이들을 달래면서 바깥 상황을 어떻게든 파악해보려는 사람들의 비명이 쉴새 없이 터져 나왔다.


“탈옥을 은밀하게 하는 것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 아예 혼란을 일으키고 그 틈을 타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겠지···.”


“하지만 저런 일을 일으키려면 적어도 마법은 써야 할 텐데!? 케이는 마법사가 아니라고! 너희들 케이가 마법을 쓰는 것 본 적이 있어?!”


그렇다. 이 수용소에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편리한 물건은 없었다. 그렇다면 저런 폭발과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수단은 오직 마법 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거법적으로 생각한다면, 눈앞의 광경은 케이가 마법사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플라누스는 눈을 부릅떴다.


“케이가 귀족 시절에 사귀었다는 여자··· 분명히 마법사라고 했어. 사귀던 동안에 그녀에게서 마법 몇 개를 배웠던 거야!”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케이는 자신이 가문의 비전 소거인 식을 이식받지 못했다고만 했지, 마법을 아예 배운 적이 없다거나, 못쓴다고 얘기는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


그러고 보면 그때고 이상했다.


“라미를 소생시킨 것도 케이였어! 그땐 단순히 기적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어쩌면 마법으로 간단한 전기 충격을 발생시켜서 재세동을··· 아니, 확실해!”


그렇다면 어떻게 불을 냈는지도 예상이 갔다.


“케이와 함께 타고 올라갔던 파이프 중에서는 가스관도 있었어. 거기에 작은 스파크 하나만 있다면 저런 가스 폭발 정도 일으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


케이의 마음속이 훤하게 느껴졌다.


“케이는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단정을 지은 거야. 자신의 마법으로는 자력 탈출은 꿈꿀 수도 없지만, 집단이라면 다르다···.”


플라누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모두의 이목을 끌고, 화재 진압에 대다수의 간수들의 눈길을 끌고 사람들을 동원하게 만들어서, 우리 쪽에 대한 경계를 없앨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고···.”


모두 함께 여기서 나가기 위해서 계획한 일이었다.

 

그런데 혼자서, 자기만의 기준으로 계획의 가능성을 점치고, 실패를 예감하고, 제멋대로 희생하기로 결정하다니.


숭고하지만 비겁한 결정이었기에 인정할 수 없었다.


“그딴 건 시발 난 절대 용납 못해! 밖에 나간다면 케이 형도 무조건 함께 가야 해! 죽어도! 그 형은 친동생이랑 전 연인도 만나야 하고, 통쾌한 복수도 하고 가문도 되찾아야 해!”

 

오토멜은 당장이라도 케이가 있는 곳으로 뛰어갈 기세였다. 

 

“빌어먹을! 그 형은 꼭 행복해져야 한다고! 나 같은 놈 때문에 희생하는 게 아니라!”


플라누스도 당장이라도 함께 뛰어가 케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가서, 마음껏 웃으면서 그를 두들겨 패고 싶었다.


“정신 차려, 오토멜!!!”

 

하지만 플라누스는 눈물을 삼키고 오토멜에게 일갈했다. 이렇게 해야만 했다. 이것이 아마도 케이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모질더라도 아무리 매정하더라도 아무리 추하더라도 단 한 번, 눈 딱 감고 뛰어라. 자신은 뒤에 놔두고 잊어버려라. 그저 앞으로 달려 나가라.


“플라누스! 케이 형을··· 버리고 가자는 거야?! 그건 아니지!? 너무하잖아 그건!? 인간이 어떻게 그래? 사람이 어떻게 그래!?”


“모든 걸 헛되게 만들 수는 없잖아! 케이의 목숨, 희생까지 헛되게 만들 수는 없잖아!”


“니가 나보다 케이에 대해서 잘 알아? 너 따위가 케이 형에 대해서!”


“누군 몰라?! 누구보다도 밖에 살아서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고, 나가고 싶어하는 녀석이잖아!”


“그걸 아는 놈이 저버리자고해?!”


“그런 녀석이! 누구보다 가슴이 찢어졌을 녀석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야. 그러니까··· 존중해줘야 해.”


오토멜은 화염이 피어오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무나 분했지만 그들은 주먹에서 피가 날 정도로 꽉 쥐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오토멜···.”


“케이 오빠···.”


최소한 그녀들한테는 익숙한 비극이었다. 지옥을 거쳐왔던 그녀들에게 목숨이란 항상 케이처럼 스러져 만가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붙어있을 수 있던 목숨조차도 이름 모를 다른 이가 이어줬던 것.

 

지금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남에게 빚지고만 살던 운명을 스스로 끊기 위해서였으니··· 하늘 아래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결코 멈춰서는 안 됐다.


오토멜은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2단계로···.”


작가의말

진짜~ 마침내 1부 클라이맥스입니다. 그나저나 라미가 플라누스의 성 지어주는 거 진짜 까먹을 뻔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작품 제목 어떻게 바꾸는 걸까요? 내 서재의 작품 설정에서는 딱히 안 보이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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