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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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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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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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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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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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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11

DUMMY

청팀 본부에 다다르자, 꽤 그럴싸한 풍경이 플라누스와 친구들을 맞이했다.


“여기가 청팀 본부!?”


“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으리으리한데?”


전통적인 것처럼 보이는 대형 천막과 이에 대비되는 현대식 설치형 화장실 컨테이너가 질서정연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 이질적인 모습은 플라누스로 하여금 지구의 영화 촬영장을 연상케 했다.


“봐봐! 저쪽에서는 밥도 주나 봐!”


케밥처럼 종이로 간단하게 포장해놓은 점심과 여러 가지 음료들이 수많은 냉장고에 구비되어 있었다. 수험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주최 측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준비한 티가 팍팍 났다.


“이크! 다른 수험생들 꼴 좀 봐! 군인이 아니라 난민 아냐!?”


물론 주최 측이 얼마나 노력했든 간에,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허겁지겁 점심을 챙겨 먹는 짠한 모습과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 줄을 서고 있는 한 무더기 수험생들의 모습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거기 너희들!”


“음?”


4인방은 그들의 뒤통수 너머에서 누군가를 목소리에 반응하여 다 같이 돌아섰다. 한 수험생이 그들을 딱 가리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너희들 말이야!”


“저··· 무슨 볼일이라도?”


“대장이 너희들을 불렀어.”


그 수험생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가 나오자 그들을 서로를 돌아봤다. 호프스는 자기만 잘못 들었냐는 표정으로 묻자 나머지도 똑같이 답했다.


“대장이라니? 우린 못 들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청팀 임시 대장이겠지? 투표로 뽑은 건 아니니까. 그럴 여유도 없었고.”


호프스에게 맡겨둬서는 얘기가 앞으로 진행되지 않을 테니, 플라누스가 나서서 그에게 되물었다.


“수험생 사이에 특별히 역할 지정은 없었을 텐데, 어느새 대장까지 생겼지?”


그는 예상외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쩐지, 아예 단체 통신 채널을 끊고 있었구나? 그러면 모를 만도 하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줄 수 있나?”


“쉽게 말하자면, 우리 대장이 개나 소나 중구난방으로 날뛰던 그 난장판을 말 몇 마디로 팍! 휙휙! 제압하고는 암묵적으로 지휘권을 확 휘어잡았다, 이거야!”


플라누스는 그의 말에 턱을 검지로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어쩐지 단체 통신 채널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싶더라니··· 일단 지휘 계통이 생겼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소식이네. 하지만 그 대장이라는 수험생은···.” 


“그치!? 우리 대장이 양인지 사자인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지만, 설령 양이 이끄는 양 무리라도 우두머리 없는 사자 무리보다는 낫지 않겠어?”


“···나는 각개행동하는 사자 쪽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아직도 플라누스의 뇌리에는 유스티아가 양갈래 뿔늑대를 학살하는 광경이 깊게 남아있었다. 집단의 무력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개인··· 지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에엑!? 그러냐? 뭐어, 그럴 수도 있지. 앗!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그들과 여유롭게 잡담이나 떨고 있을 새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 그는 허겁지겁 만남을 제안했다.


“그래서, 우리 대장 한번 만나볼래? 이것도 나름의 임무라서 완수하지 못하면 내가 좀 곤란한데···.”


플라누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대장이라는 녀석을 잘 구슬리면 시험을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만나보겠어. 그에게 안내해줘.”


“좋았어! 따라와!”


그 수험생이 선행하자, 호프스는 고개와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주먹을 꽉 쥐면서 친구들에게 속삭였다.


“모두 그 대장이라는 녀석한테 고개 숙이지 마!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놈한테 커다란 활약을 하고 온 우리가 얕보일 수는 없지!”


“푸흡!?”


“···.”


“하아.”


그 수험생을 따라서 그들이 따라간 곳은 청팀 본부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천막이었다.


“대장은 안에 있어.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자 수험생들이 팔찌에서 흘러나오는 보고를 들으며 커다란 종이를 빽빽이 채워나가고 있는 기이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과정을 세심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조율하고 있던 한 여자 수험생이 특히 눈에 띄었다. 실체는 없지만, 주위에서 기품과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기에 본능적으로 소문의 대장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오! 여성분이신데?”


“진짜!? 신기하다!”


“···신기하다? 여자라고 지휘를 못 한다는 법이라도 있어요?”


칼데의 눈초리가 차가워지자 호프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언에 대해서 해명했다.


“아니!?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들을 안내한 수험생이 지휘관에게 손을 들고 말했다.


“셰에라자? 시킨 대로 예의 그 친구들을 데려왔어.”


그러자 셰에라자라고 불린 그녀가 그들 쪽을 바라보면서 걸어왔다.


“아, 수고하셨습니다. 참모 조가 점심시간에 대비하기 위해서 전선 쪽의 수험생들에게 배급을 준비 중인데, 그걸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알았어.”


셰에라자에게서 새로운 임무를 받은 수험생은 다시 천막 밖으로 사라졌다. 그가 나가자 그녀는 얕은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다가와서 자신을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임시직일 뿐이지만 청팀의 지휘 역을 맡은 셰에라자 마기 솔라리스라고 합니다.”


플라누스는 셰에라자의 모습을 위아래로 빠르게 훑어보았다.


‘이름에 마기가 달려있으니까 귀족, 밖에서도 들어봤을 만큼 그렇게 유명인은 아니고.’


깊게 생각하는 대신 그는 그들을 대표해서 셰에라자에게 인사했다.


“나는 플라네타 플라누스, 이쪽부터 순서대로 호프스, 칼데, 케시라고 불러. 말 편하게 해. 이쪽 녀석들은 전혀 신경 안 쓰니까.”


“제가 워낙 엄격하게 교육받은 편이라, 존댓말이 도저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곤란하던 참입니다. 개의치 않고 편하게 셰에라자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좋아, 셰에라자. 그래서 우리를 부른 용건이 어떻게 되지?”


“먼 길 걸어오느라 피곤할 텐데, 선체로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는 건 예의가 아니겠죠. 이쪽에서 앉아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플라누스는 다른 친구들을 살폈다. 시험이 시작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쉬지 못했으니 여기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전술적으로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들이 모두 천막 안에 준비되어있던 간이 의자를 하나씩 차지한 후에, 셰에라자는 선 채로 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시험이 시작된 후부터 여러분들을 쭉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호프스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우리를? 어떻게?”


“별거 아닙니다. 팔찌의 위치 공유 기능을 이용했을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백팀의 진영 안쪽에서 휘젓고 있다는 사실 정도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복귀하는 걸 확인하고, 부하를 시켜서 마중 보냈구나.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원하는 게 뭐지? 정보인가?”


“정보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아실 겁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기억에 남는 특징적인 지형은?”


“백팀 2개 조를 잡고 총 350포인트를 챙겼어. 점심시간도 다가오고, 호프스의 보호막도 아슬아슬해서 정비를 위해서 복귀한 거야.”


셰에라자는 플라누스의 보고를 잠자코 듣더니 박수로 마무리 지었다. 그녀는 그들의 활약에 큰 감명을 받은 듯했다.


“···인상적인 활약입니다. 백팀 2개 조의 목숨을 소비시키고, 그들의 포인트도 탈취하였으며, 심지어는 무사히 복귀까지 한다니.”


그들의 실력을 확인한 셰에라자는 확신을 얻었는지 본론을 꺼내놓았다.


“사실은 여러분들이 특별히 해줬으면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청팀의 승리에 기여한다면 여러분의 평점도 오를 테니, 서로에게 이득일 겁니다.”


호프스가 손을 번쩍 들면서 플라누스 대신 답했다.


“셰에라자, 우리에게 맡겨만 줘!”


“호프스, 아까는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몰라도 강하게 나가겠다며!?”


극적인 태세 전환에 케시가 옆에서 어깨를 툭툭 치자 호프스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상호 존중! 셰에라자가 나를 믿어줬다면 나도 셰에라자를 믿어 주겠어!”


“흐음! 좋아, 나도 찬성!”


보기에도 듣기에도 너무나도 멋진 말이지만, 셰에라자가 치켜세워줬다고 너무 쉽게 그녀의 페이스에 넘어가 버린 게 아닐까 싶었다···.


“존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프스 그리고 케시. 플라누스와 칼데, 두 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당연하게도 판단은 듣고 나서 해도 늦지 않는다.


“나는 내용을 듣고 결정하겠어.”


“···저도 마찬가지예요.”


“존중합니다. 상호존중의 미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믿음을 줘야 하고, 그것이 지휘하는 사람의 의무입니다. 이제 작전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셰에라자가 선발 시험이 이뤄지고 있는 시험장이 그려진 지도를 들고 왔다. 아직 군데군데 빈 곳이 많았지만,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나아 보였다.


“이 지도는 어디서 어떻게 구했지?”


“제가 지휘 권한을 획득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지도를 제작하는 부대의 편성이었습니다. 지형지물을 알면 전략 전술적 이점을 가진 위치를 점유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4인조로 이루어진 2개 조가 매핑 중입니다. 현재 진행률은 50%. 앞으로 30분 정도면 청팀 진영을 전부 매핑할 수 있을 겁니다.”


“···굉장히 빠르네. 판단도, 실행도.”


플라누스는 셰에라자의 전략적 수완과 혜안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마치 무슨 시험문제가 나올 줄 미리 알고 준비해뒀던 것처럼 보였다.


“···귀족으로 태어나면 원치 않더라도 가문의 사람들과 하인들을 다뤄야 할 때가 옵니다. 반복하다 보면 억지로라도 능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셰에라자가 무언가 한이 담긴 슬픈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살사 젓고 지워버렸다. 그녀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그들을 집중시켰다.


“이곳이 바로 문제의 미션 영역입니다. 운이 좋게도 저희 청팀의 조 하나가 이곳에서 큰 포인트를 벌었습니다. 다만 운이 나쁘게도 이 미션 영역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중입니다.”


“어째서?”


“포인트를 뺏으려고 기다리는 백팀 여러 조가 옆에 딱 붙어있다고 합니다.”


“하아, 너무 백팀 진영 안쪽에 있는 미션 영역에 간 거 아냐? 왜 그랬대?”


“상대 진영 쪽의 미션일수록 가산점을 크게 부여한다는 사실이 30분 전에 밝혀졌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이 조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들어가 크게 포인트를 따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대로 갇혔습니다.”


“저 녀석들은 벌어봤자 얼마나 많이 번다고 겁 없이 저기까지 간 거지?”


“혹할 만도 합니다. 기본이 만 단위입니다.”


“만!?”


셰에라자의 말에 호프스와 케시가 경악했다.


“자릿수가 두 자리나 다르잖아!? 우리가 생고생해서 뺏어온 게 150에 200인데? 뭐야 이게!?”


“···하지만 아무리 크게 벌었다 하더라도 죽으면 절반을 고스란히 상대팀한테 줘야 해요. 포인트는 반반, 그에 비해서 팀은 목숨을 소모했죠.”


“그러면 죽 쒀서 개 준 꼴이 되어버려! 으으! 의욕이 너무 앞선 친구들이었네!”


어쨌거나 호프스가 셰에라자가 부탁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했다는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셰에라자! 너의 부탁은 확실히 알아들었어!”


“네?” 


“게네들을 구출해달라는 거지? 우리한테 맡겨! 밥 챙겨 먹은 후에 바로!!!”


“하하! 설마요!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그런 무리한 부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엥?”


“저는 청팀의 지휘관으로서 해당 조에 제 의사를 확실하게 전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순순히 죽어서 본부로 즉시 복귀하라고.”


“어째서!?”


“죽어도 절반은 안전하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목숨 소모도 아직 감당할 수 있는 손해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허송세월 보내는 건 막심한 손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구하러 간다면?”


“위험부담을 안고 백팀의 진영 깊숙이까지 구하러 갈 조는 없을 테고, 저 또한 그런 특공을 염치도 없이 다른 조에 부탁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에게는 특히.”


셰에라자의 냉정한 반응에 호프스는 입을 닫았다.


“그들 자신이 큰 리스크를 안고 한 도박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리스크를 팀에게 전가하고 자신들은 빠져나가려고 한다니? 몰상식한 겁니다, 그건.”


팀이 위기에 처했다면 어디에 있든지 구하러 가겠다는 열정은 아름답지만, 그렇게 순수한 마음은 이용당하기 너무 쉽기 마련이다.


“여러분들에게 이 정보를 공개한 이유는 고립된 조의 구출을 부탁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시사하는바?”


셰에라자의 말에 플라누스는 고심에 빠졌다. 흥미롭긴 했지만, 특별한 정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녀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목숨이 3개씩이나 있어도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 그리고 자기 팀 진영 안에서도 안정적으로 포인트를 수급할 수 있다는 이 두 가지 조건···.”


셰어라자가 오른쪽 검지와 중지 두 개를 펴 보였다.


“두 조건에 의하여 백팀과 청팀의 수험생 대부분은 암묵적인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전투를 극도로 회피하고 안전하게 포인트를 획득하기로···.”


그리고 나서는 왼쪽 검지를 펴서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여기에 조금 전의 정보가 더해짐으로서···.” 


플라누스의 뇌리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그것을 재빠르게 잡아채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셰에라자를 향해 외쳤다.


“기존의 조건은 새 정보와는 양립될 수 없어! 그리하여 기존의 가정은 완전히 붕괴하고, 포인트 게임의 구도는 180도 뒤집히게 돼!”


플라누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플라누스?!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었어.”


“···하지만 아무런 안내도 없었는데!?”


그는 셰어라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상대방의 진영에서 더 큰 포인트를 벌 수 있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야? 그걸 노리겠지?”


“그야, 상대보다 포인트를 더 벌어야 하니까 될 수 있으면 적극적으로 노려야겠지.”


“우리 팀의 약점은 상대 팀의 약점이기도 해. 우리는 상대가 숨어들지 못하도록 철저히 전선을 틀어막고 반대로 우리는 상대 쪽 진영으로 열심히 침투해야 돼.”


“아아! 이전까지는 서로 갈 길이나 가자 식이었는데, 이제 적극적으로 숨어들어 가고 잡아내야 할 이유가 생겼구나?”


“이제 평화로운 미션 놀이는 끝. 곧 있으면 백팀도 같은 생각을 할 거야. 평화는 곧 깨질 거고, 전선에서 치열한 힘 싸움이 시작되겠지.”


플라누스가 셰에라자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대책은 있겠지?”


셰에라자가 그의 물음에 지도를 가리켰다.


“전선은 2킬로미터. 각 팀에 150명가량. 움직일 수 있는 단위는 2인 1조. 가시 범위 300미터. 따라서 7개 정도의 조로 전선을 육안 감시할 수 있습니다.”


“똘똘 뭉쳐서 진군해오는 적은 어떻게 막을 거지? 어중간한 방법으로 막으려 하면 그대로 밀릴 텐데.”


“천연 장애물과 지형은 물론, 마법사를 총동원해서 인공 장애물과 함정을 넓게 설치하고 적의 진격을 늦추고, 적 공세 방향을 원하는 장소로 유도, 이쪽에서 더 많은 병력으로 분쇄할 예정입니다.”


“지연전에 함정을 판다라. 정석이네.”


“또한 매핑 작업이 끝난 후부터 방어전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전까지는 상대팀에게 동향을 들키지 않도록 작전을 각 조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플라누스는 지도를 한쪽을 가리키면서 세예라자와 전략 전술에 대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방어는 좋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백팀과의 격차를 벌릴 순 없어. 공격은 어떻게 할 거지?”


“상대 지휘관도 최전선을 아예 틀어막으려고 하진 않을 겁니다.”


“수중에 있는 패의 숫자가 부족하니까. 2킬로미터에 걸쳐서 일렬로 세우기에는 무리가 있지.”


“만약 백팀 지휘관이 일렬로 세운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면 오히려 좋습니다. 구차하게 포인트를 벌 필요도 없습니다. 백팀을 한번 섬멸할 겁니다. 목숨 수에서 우위를 점하면 매우 유리해질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약점으로 보이는 여러 위치를 동시 타격할 겁니다. 그러면 어딘가에는 약점이 생길 테고, 그곳에 기동대를 투입하여 구멍을 뚫습니다. 그 후에는 전과를 확대하여 우회기동, 나머지 상대를 포위하면···.”


“···소련식 제파 전술인가?”


“소련식이라니요?”


플라누스는 지구 시절, 2차 세계대전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었던 적이 있었다. 지구상 가장 치열한 전쟁이었던 만큼, 인생에도 나름 도움이 될만한 각종 전략 전술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2차 대전 당시와 이전에 제파 전술이 어렵다고 여겨진 이유는 모든 부대가 쉬지 않고 전선을 두들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찌가 제공하는 강력한 통신망을 이용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플라누스는 결론 내렸다.


“어쨌든 나쁘지 않네. 조건도 충분히 갖췄고.”


플라누스와 셰에라자의 느닷없는 전술토론회를 잠자코 듣고 있던 케시는 결국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혀를 내둘렀다.


“···잠깐만잠깐만! 너희들 진짜 수험생 맞냐?! 제국군 장교 후보생 아니고?!”


호프스는 아예 끔벅끔벅 졸고 있었다.


“호프스, 일어나! 자면 어떻게 해?”


“흠냐··· 하, 하지만 내 분야가 아니라서 끼어들 틈이 전혀 없었다고!”


셰에라자가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보더니 얼굴을 얉은 붉은색으로 물들이면서 전부 건너뛰었다.


“···플라누스 씨, 다른 분들이 따분해하는 것 같으니 이런 세부 사항은 차치하겠습니다!”


플라누스처럼 무언가 통하는 수험생을 우연히 만나 너무 기뻤던 나머지, 무심코 대화를 너무 길게 해버리고 만 것이다.


“흠흠! 요약해드리자면, 저희 청팀이 전력으로 전선에 구멍을 만들어놓을 테니, 여러분들은 그곳을 기점으로 백팀 진영으로 침투해주셨으면 합니다!”


드디어 이해할 수 있는 말이 나오자 호프스와 케시의 얼굴색이 확 환해졌다. 셰에라자는 약간 당황한 미소와 함께 그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건넸다.


“미션을 완수하고 포인트를 획득! 무사히 복귀해서 청팀의 승리에 기여해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한번 해보셨으니, 어렵지 않게 해내실 겁니다!”


“진작 그렇게 말하지! 맡겨만 줘, 셰에라자!”


“하하하! 전설로 남을만한 활약을 해보자고!”


“여러분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셰에라자와 플라누스가 대화하는 동안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다른 생각에 골몰히 빠져있던 칼데의 팔을 케시가 확 잡아끌었다.


“···앗! 이게 무슨!? 케시!?”


“우리 다 같이 모여서 파이팅 한번 할까!?”


“···에에!? 굳이요?”


셰에라자가 플라누스에게 슬며시 미소 지었다.


“좋은 분들입니다. 앞으로 좋은 관계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플라누스 씨가 참 부럽습니다.”


“하하···.”


“플라누스도 빨리!”


“그래그래···.”


호프스와 케시의 블랙홀 같은 에너지에는 못 당해낸 플라누스와 칼데는 반강제로 천막의 한가운데서 화이팅을 외쳐야만 했다.


작가의말

크웨에우에웨웨우에웨우에웨웨웨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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