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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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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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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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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DUMMY

“그게 무슨 소리야?! 더러운 일이라니?”


호프스에게 여유롭게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포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백팀의 전위들이 그들을 향해서 돌격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호프스, 나중에 얘기할 테니까 일단 눈앞의 싸움에 집중해!”


“···알았어!”


플라누스는 호프스와 함께 즉시 칼데와 케시를 엄호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는 똑바로 다가오고 있는 백팀의 인원수를 눈대중으로 훑어봤다.


“전위가 5명··· 그렇다면 총 10명.”


이쪽은 기습받아서 이미 방어막이 20%밖에 남지 않은 2명 포함해서 4명. 저쪽은 완전한 상태로 10명. 자그마치 4대 10이라는 불리한 형국이었다.


“도주하기에는 지형도 너무 안 좋아.”


절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서 절묘한 방향으로 기습당했다. 백팀을 피해서 도망간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인 연명일 뿐, 결국에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 상황에서 최선은···.”


포인트 게임에는 목숨이 3개 주어진다. 한 번에 탈락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안전장치지만, 전투가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만드는 유인책이기도 하다.


그들은 저번 전투에서 벌었던 포인트를 청팀 본부의 콘솔에 투입해두었다. 그러니 여기서 죽는다고 해서 백팀에 포인트를 빼앗길 걱정은 없었다.


그들이 상대와 1대 1로 목숨을 교환할 수만 있다면 사실상 백팀이 얻어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오히려 백팀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10명이나 되는 백팀 집단과 조우했다는 것은, 다른 위치에서 진입한 다른 조들은 훨씬 더 수월하게 침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청팀의 승리를 위해서 희생했다는 점은 시험관들도 높게 사주겠지.’


결국은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한 시험, 합격이 목적인 그로서는 시험관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모두! 미리 맞춰두었던 시나리오 2로 간다!”


플라누스가 다른 친구들에게 ‘시나리오 2’를 지시했다. 그의 의도를 이해한 친구들은 바로 진형을 구축했다. 방어막이 충만한 플라누스와 호프스가 앞에 섰고, 칼데를 보호하는 케시가 뒤에 섰다.


“온다!”


백팀 기사 5명이 동시에 가장 앞에 있는 호프스를 향해서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플라누스는 화살로 선제공격했지만, 상대는 그것을 보고 피했다. 인간은 표적지랑 야생동물과는 달랐다.


“쯧!”


 그는 바로 활을 등에 수납하고 약간 짧은 한손검을 뽑아 들었다. 수용소에서 제냐와 연습했던 격투술과, 유스티아와 지겨울 정도로 연습했던 검술이 빛을 발할 때였다.


“우와아아아아아!!!”


곧 그들은 백팀과 정면으로 맞붙었다. 플라누스와 호프스는 각각 적을 1명씩 붙들었고, 그 사이로 빠져나간 적 셋은 케시와 칼데에게 곧장 향했다. 칼데와 케시부터 처리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런! 놓쳤다!”


“순순히 당해줄 수는 없지! 하압!”


케시는 기합과 함께 몸 주위에서 빛의 입자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불완전하긴 했지만 그건 분명히 소거인이 일정 밀도 이상으로 응축하여 과다해진 에너지 때문에 자체적으로 빛을 발하는 현상, 즉 아우라였다.


“설마 이건 아우라!? 환각 마법인가!?”


당장이라도 케시와 칼데를 덮치려고 했던 백팀도 눈앞에서 벌어진 진기한 현상을 목격하고는 무심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가짜가 아니야! 진짜 아우라다!”


마법사의 성장은 선형 그래프로 수치화할 수 있다. 재능에 따라서 그 기울기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조금이라도 마법을 배우고 단련한다면, 어제보다 오늘은 분명히 더 강해진다.


그에 비해서 기사의 성장은 계단형 그래프와 같다.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감각과 정신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큰 깨달음을 얻으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어쩌다 슬럼프가 오면 기나긴 정체가 올 수도 있다.


“아직 학교도 못 들어간 수험생, 기사 지망생 따위가 아우라를 쓸 수 있다고!?”


직접 결투라도 하지 않는 이상 우열을 쉽사리 가르기 힘든 수많은 기사 중에서도, 어중이떠중이들과 실력자의 격을 분명하게 나눠주는 가장 쉬운 평가 요소가 바로 저 아우라다.


혹 소거인에 대해서 그리 깊게 배우지 않는 사람들은 정밀하게 다루는 마법사라면 아우라도 쉽게 비교적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는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마법이 소거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집중적으로 다룬다면, 아우라는 일정 간격을 계속 유지하려는 소거인를 강제로 응축시키는 것이다. 마법사와는 소거인을 다루는 방법이 상이한 것이다.


기껏해야 다양한 마법 분야 때문에 상성 차이가 나는 마법사와는 달리, 아우라를 다룰 수 있는 기사와 다룰 수 없는 기사의 격차는 천지 차이다. 애초에 정식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우라를 다뤄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사들은 자신만의 아우라를 완성하기 위해서 평생 온갖 기행을 벌이고는 한다. 자신을 벌주면서 신에게 기도하거나, 폭포를 10년간 맞으면서 정권을 지르든가 하는 일들 말이다.


끝끝내 아우라를 얻지 못한 좌절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가 있는가 하면, 노년에 얻은 아우라를 통해서 마침내 제국 최강의 자리에 오르는 자도 있었다. 그만큼 아우라란 기사에는 핵심적인 능력이다.


불완전하더라도 다른 학생들은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큰 임팩트가 있는 것이다.


“정식 기사급 아냐? 이런 놈이랑 싸우라고!?”


습격해온 백팀 수험생들은 케시가 아우라를 쓰는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아니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듯이, 몹시 당황 눈초리였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가 무심코 말실수하고 말았다.


“젠장! 아우라를 쓰는 놈이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


“저 멍청한 새끼, 말조심해!”


“음···? 비장의 수단으로 지금까지 숨겨왔는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나···?”


케시는 그들의 이상한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어쨌든! 한번 받아봐라!”


케시는 뿜어져 나온 아우라를 그의 검에 휘감아서 수평 베기를 했다. 그가 내지른 검의 궤적을 따라서 초록색으로 빛나는 아우라가 적들에게 방출됐다.


“아우라··· 어차피 우리한테는 방어막이 있잖아! 까짓거 맞고 돌격해!”


“알았어!”


백팀 수험생들은 일제히 케시의 아우라를 향해서 뛰어들었다. 아무리 아우라라고는 해도 방어막이 한 번에 찢어지지는 않을 거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상식을 이용해서 내린 최선의 판단이었지만, 그것이 이번에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뭣!? 몸이!?”


“이거 뭐야!? 뒤로 밀려난다!?!?”


왜냐하면 케시의 아우라는 아직 미완성이라서 공격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 걸렸구나!”


아우라 임계 밀도를 넘어서지 못해서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적을 타격하지는 못했지만, 높은 밀도 때문에 움직이려는 물체의 속도를 늦추는 일종의 감속장, 그물로서 작용하여 백팀의 돌격을 늦췄다.


“지금이다! 호프스! 칼데!”


플라누스의 외침과 동시에, 그와 호프스는 각자 맡고 있던 백팀을 떨쳐냈다. 그리고 칼데가 바로 벽을 올려서 그 두 명을 완전히 차단했다.


“헉!?”


그러니 잠시나마 4대 3으로 형국이 바뀌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보다 훨씬 많은 백팀과 싸울 때를 대비하여 약속해뒀었던 시나리오 2였다.


“으랏차!”


케시와 칼데가 백팀 2명을 차단하는 동안 플라누스, 호프스 동시에 한 놈에게 달려들어서 혼쭐을 내줬다. 협공에 그 녀석의 방어막은 순식간에 동나버렸다.


-잔량 0%! 55번 조 사망 판정! 부활하기 위해서 백팀 본부로 복귀하십시오!-


플라누스는 다른 친구들이 긴장을 풀거나 발을 멈추지 않도록 외쳤다.


“다음 녀석으로!”


그리고 동시에 칼데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위에서 포격이 와요!”


칼데의 그 경고에는 플라누스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방어막이 남아있는 백팀의 인원들이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백팀의 마법사들은 아군도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고 쏜 것이다.


“······.”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에서 거대한 화염구가 강림했다. 채 몸을 피할 틈도 없이 공중에서 화염구가 붕괴하고,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밝은 빛에 그는 팔로 얼굴을 가렸다.


“으윽···.”


주변의 초목이 활활 불타는 현장의 가운데서 그들의 팔찌가 기계적인 목소리로 통보했다.


-전원 페널티 부과! 방어막 잔량 0%! 75번, 36번 조 사망 판정! 부활하기 위해서 청팀 본부로 복귀하십시오!-


* * *


“···그래서 목숨 하나를 잃고 복귀했어.”


청팀 본부로 돌아와 부활 판정을 받은 플라누스와 친구들은 그 길로 셰에라자를 찾아가 그들이 실패한 사정에 대해서 알려줬다.


“미안해! 꼭 해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호프스는 침울한 얼굴로 셰에라자에게 실패에 대해서 사과했다. 그녀는 슬며시 웃음을 흘리고, 고개를 저으면서 답했다.


“너무 상심할 필요 없습니다, 호프스. 운이 안 좋았을 뿐입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이 시선을 확실하게 끌어준 덕분에 다른 침투조가 성공적으로 미션을 완수해서 돌아왔습니다.”


어쩐지 실패 소식을 듣고도 표정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더니, 역시 계획대로 된 모양이었다.


“이제 청팀은 백팀과 유의미한 격차를 만들어냈습니다. 저희가 이 포인트 게임의 주도권을 쥐었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서 공격하느냐, 아니면 지키느냐···.”


플라누스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방금 공세에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지휘관이 문제인지 밑이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백팀에는 지금 체계적인 공격을 할 만한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방어에 집중하겠다?”


“그래서 공격할 겁니다. 백팀이 수비에 전념할 수밖에 없도록, 공격 시도 자체를 꿈도 못 꾸게 가두고 골탕 먹일 생각입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다음 공세 계획이 정해지면 팔찌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먼 길을 걸어 다니느라 체력적으로 부담되었을 테니, 그동안 본부에서 쉬고 있는 건 어떻겠습니까?”


플라누스를 포함한 호프스, 케시, 칼데는 그녀의 제안에 동의했다. 천막 밖으로 나온 플라누스는 케시와 칼데 쪽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잠시 나뉘어서 쉴까?”


“으음··· 어때, 칼데?”


그들은 서로를 잠시 바라보더니, 칼데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있다가 봐요.”


성공적으로 그들과 떨어진 플라누스는 영문도 모르는 호프스를 끌고 다른 수험생들이 대화를 못 들을 만한 장소로 가서 그의 양어깨를 붙잡았다.


“플라누스!? 이렇게 붙잡아도 안 도망가는데?”


“백팀의 습격은 너무 이상했어. 마치 우리가 그 길을 지나간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호프스, 너는 어떻게 생각해?”


호프스는 그에게 의문을 표했다.


“나는 셰에라자가 말했듯이 그냥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침투한 경로는 절벽이었어. 하지만 절벽 너머로 온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대기하고 있었지.”


“으음, 어쩌다가 걸린 거 아닐까? 물론 한두 명도 아니고 10명씩이나 있었던 건 확실히 이상하지만···.”


“아니, 녀석들은 확신하고 있었어. 선제 기습으로 거대 화염구를 날린 게 그 증거야.”


“······.”


플라누스는 호프스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포착하고는, 말을 이었다.


“거대 화염구는 여러 명의 마법사가 1분 이상 합을 맞춰야 쓸 수 있어. 우리를 발견하고 쏜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해뒀다가 사정거리에 들어오자마자 쏜 거야.”


“하지만 상대 마법사가 우리보다 먼저 발견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그랬다면 내가 먼저 알았을 거야.”


이렇게 확신하는 근거가 전적으로 자기 감각이라니? 당황한 호프스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프, 플라누스. 엄청난 자신감인데?”


“또한 오늘 아침에 만난 수험생들이 거대 화염구를 썼다는 사실도 미심쩍어. 한명만 실수해도 지들 머리 위에서 터지는 화염구를 망설임 없이 사용한다고?”


아침에 만난 생판 남과 폭탄을 함께 제조했다고 말하면 믿겠는가?


“그렇구나···! 기술적 난이도에만 너무 집중해서 그런 인간적인 부분까지는 신경 못 썼어···!”


호프스가 깨달았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그 녀석들은 최소한 며칠 전부터 함께 합을 맞춰왔을 거야. 10명 다 한패라는 소리지.”


“그럴 리가 없잖아? 서로가 같은 백팀이 될지 어떻게 알고 모이겠어?!”


“이유가 중요한가? 눈앞의 증거가 중요하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호프스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그에게 반박했다.


“그래도··· 동기가 없잖아? 10명씩이나 몰려다녀서 방어선에 구멍을 내고, 결과적으로는 백팀에 피해를 줬어. 그렇게 해서는 절대 합격하지 못할 텐데!? 


호프스의 논리 자체로는 100% 옳았다. 그들의 비이성적 행동은 분명히 선발 시험에서는 감점받을 수밖에 없었다.


“손해만 있고, 이익은 없는 그런 행동을 자발적으로 한다고? 내 입장에선 이해가 잘 가진 않는걸···?”


···그러나 그의 논리는 논점을 일부러 흩뜨려놓기 위한 그럴싸한 이야기에 불과했고, 플라누스는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그야, 그 녀석들은 선발 시험 합격이 목표가 아니니까!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아? 호프스, 좋은 말로 할 때 지금 여기서 다 털어놔.”


“···다 털어놓으라니? 플라누스? 그게···.”


“계속 숨기겠다면, 좋아··· 꼭꼭 숨기는 속마음을 캐내는 건 그리 내키지는 않지만, 나는 절대 떨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억지로라도 끄집어내 줄게.”


“나는 플라누스한테 숨기는 게···.”


“호프스, 너 마법사지?”


“어···.”


그의 날카로운 물음에 호프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변명이라도 내뱉으려 했던 그는, 플라누스를 속여 넘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프스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플라누스는 그가 등에 메고 있는 특이한 모양의 창··· 아니, 마법 지팡이를 가리켰다.


“등에 그거. 창이 아니잖아. 뾰족한 낱붙이를 달고 있어서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그건 분명 지팡이야.”


“···정확히 맞췄어. 설마 마법사도 아닌 수험생에게 들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몸통에 있는 일련번호.”


“일련번호? 이거? CLKD-ODM-19-0857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A/S용 숫자 아닌가?”


“CLKD. 대표적인 방산기업 클로키드 마르틴의 제품들에 들어가는 이니셜이잖아. 들어보니 부모님이 돈도 많은 것 같은데··· 주문 제작한 물건이지?”


“···맞아.”


“클로키드 마르틴은 마법과 관련된 제품만 연구·개발하는 걸로 유명하잖아. 그렇다면 그런 곳에 마법 지팡이도 아니고 창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넣는 놈이 있을 리가 있나?”


“···플라누스, 너 탐정이야?”


“이제 대충 시나리오를 짜볼까? 마법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한 귀족 아이가 있어. 그러나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마법을 못 쓰거나 사용할 수 없어서 제대로 된 루트로는 합격이 불가능했고···.” 


“윽.”


호프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본인에게는 최대한 숨기고 싶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마법사 지망 주제에 그나마 몸 쓰는 것에는 그래도 좀 자신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부탁해서 마법 지팡이에 근접 전투까지 겸용할 수 있는 무기를 대기업에 주문했을 거야.”


플라누스는 청팀 본부 마당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다른 수험생들을 흘겨봤다.


“최대한 숨기려곤 했겠지만, 주변에 보는 눈도 많으니, 너에 대한 소문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말았어. 마법도 못 쓰는 놈이 자기와 같은 선발 시험을 본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화가 날 만해.”


호프스는 플라누스가 모든 것을 명명백백히 밝혀내 반박할 수가 없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백팀 녀석들이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해.”


플라누스는 호프스를 가리켰다.


“너를 잡기 위해서 누군가가 암약하고 있어.”


호프스는 그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미안해 플라누스. 숨겨서. 그리고 이런 일에 휘말리게 만들어서.”


“사과는 필요 없어. 이미 벌어진 일이고 어떤 녀석들이 내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플라누스···?”


“녀석들의 대의는 잘 알겠지만, 나는 이 학교에 무조건 합격해야만 해.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는 목표가 겹치잖아?”


플라누스는 호프스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우리는 그 새끼들을 개박살내고, 당당히 합격한다. 그것만 알아둬.”


누구도 그의 복수를 방해할 수는 없다. 있다면 뚫고 앞으로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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