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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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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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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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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DUMMY

옆에서 제냐와 오토멜이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케이와 라미조차도 그가 실없는 농담을 한다는 투로 바라봤기에 겨우 용기를 내서 고백했던 플라누스는 너무 억울했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푸핫! 웃기지 마! 어떻게 사람이 소거인이 없어!”


“아니, 진짜 없다니깐!”


그가 농담을 한다고 믿던 그들은 그가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반복해서 강력하게 말하자 하나둘씩 얼굴을 굳혔다. 그들은 혹시나 싶어서 그에게 물었다.


“설마··· 진심으로 하는 얘기는 아니지?”


“거짓말이겠냐! 나는 3m 짜리 벽도 자력으로 넘을까 말까 조마조마한다고! 이런 약해빠진 몸으로 너희랑 치고받고 싸울 때 내가 얼마나 목숨 걸고 싸웠는지 니들이 알 리가 있나!?”


그 후로 팔씨름, 암석 들기, 제자리 높이뛰기, 제자리 멀리뛰기, 단거리 달리기 같은 것들로 그의 신체 스펙을 측정한 동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젠장! 그런 허약해 빠진 몸을 가진 놈한테 내가 져버린거야?! 이게 사람들한테 퍼지면 쪽팔려서 고개도 못 들고 다니겠어!”


“이럴 수가, 소거인이 없는 아예 사람도 있었어? 나는 처음 봤는데. 물론··· 태어나서 이곳을 나가본 적이 없는 우리가 뭘 알겠느냐마는···.”


모두의 시선이 케이를 향했다. 케이만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젠장, 플라누스가 널이었다고?”


케이는 플라누스에게 ‘널’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는 잠시 고민한 끝에 그 단어를 어디서 들었는지 떠올려냈다. 분명히 수용소에 갇히기 직전에 만났던 점술가에서 널이라는 단어를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소거인이라는 힘이 없는 게 죄는 아니잖아.”


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죄야.”


“잠깐만. 약해빠진 게 죄라는 소리는 하지 말아줄래?! 안 그래도 우울해 죽겠는데···.”


“아니, 실제로 사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부랑자면 이곳 수용소에 끌려오는 것처럼, 제국에서는 널이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해.”


“···널이면 어떤 처벌을 받는데?”


“처형.”


모두 말문이 막혔다.


“실화냐?”



“그, 그딴 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


당사자인 플라누스는 물론이고 다른 친구들도 그딴 법이 있을 수 있냐면서 황당한 얼굴로 케이를 질타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악법이라고 할지라도 법은 법이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냐. 꼬우면 황제랑 싸워야 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케이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플라누스, 어찌 된 지는 몰라도, 너는 운이 참 좋았던 거야.”


케이는 운이 좋은 것처럼 포장해주지만 그는 하나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밖에 나갔다면 영문도 모르고 사형당할 뻔했다.


“운이 좋다고?”


“제국의 널 사냥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널 박멸이 78대 제스페라에 의해서 공포되었거든.”

 

“박멸?!”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제국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서 널이라고 불리는, 지구인 기준으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완전히 멸종시켰다는 뜻이었다.


‘인종 말살. 제노사이드잖아···.’


플라누스는 자연스럽게 20세기에 있었던 잔혹한 학살에 대해서 떠올릴 수 있었다. 둘 다 악랄한 범죄행위에는 틀림이 없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지구에서는 실패했던 일이 링 월드에서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윽.”


지구에 있었을 때는 와닿지 않았는데, 말살당한다는 감각이 살결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게 다가와 숨이 턱 막혀왔다. 케이는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비공식적으로야 아마 극소수의 널이 아직 살아는 있겠지만··· 어쩌면 정말 네가 이 세상 마지막 널일 수도 있겠네.”


“이런 십···.”


“···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어.” 


“뭔 소리야?”


“제국 정부는 널이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너가 경솔하게만 행동하지 않으면, 너가 널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거야.”


케이가 다가와서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러니깐 플라누스? 걱정이 되는 건 물론 이해하지만! 그런 걱정은 우선 바깥세상에 무사히 나가고 나서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 맞는 말이네. 좋아.”


침울해진 플라누스를 달래기 위해서 케이는 다시 본론으로 대화의 주제를 되돌렸다.


“어쨌든! 소거인이 있든 없든 간에 인간의 순수 신체 능력으로 벽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해. 하지만 인간이 어떤 동물이냐?”


“······.”


“뻘쭘하게 가만히 있지만 말고 대답 좀 해줄래?”


진지하게 모르겠다는 눈치로 제냐가 대답했다.


“···어떤 동물인데? 너처럼 쓸데없이 말을 빙빙 돌리는 동물?”

 

“아니! 지혜를 가지고 있는 동물!”

 

“아~”

 

라미가 손뼉을 쳤다.


 

“내가 수년 동안 짱구를 오지게 굴리면서 세운 계획이 무엇이냐 하면···!”

 

“하면?”

 

케이가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서 움직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 끝을 따라갔다. 마침내 도달한 곳은 플라누스에게는 익숙한 곳이었다.

 

그가 매일 일과를 하는 벽, 그중에서도 거대한 도르래가 있는 곳을 그는 가리키고 있었다. 케이는 모두의 앞에서 단언했다.

 

“우리는 도르래를 이용해서 점프할 거야.”


모두가 그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이 외쳤다.


“도르래를 이용해서 점프!?”


케이는 다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간단해, 플라누스는 날마다 벽의 중상부 쯤에 설치된 거대 도르래에서부터 내려온 줄을 온몸에 휘감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벽에 망치질하고 있잖아?”

 

제냐는 팔짱을 끼면서 입술을 조물조물거렸다.


“작업용 줄을 타고 올라가서 벽 위에 올라가자는 뜻이야? 하지만 그 도르래는 벽의 중상부에 설치되어 있어서 남은 부분은 어떻게 할거야? 결국 파이프라인을 타고 올라간다는 계획과 차이점을 모르겠는데.”


케이는 제냐의 지적에 피식거리면서, 그 정도 반응이야 별것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훽훽 저었다.


“천만의 말씀. 난 단순히 줄을 타고 올라가자는 게 아니야. 가속력을 얻어서 도약하는 거지.”


케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획의 전모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옆에서 오토멜이 그의 시연을 보조하기 위해서 돌로 깎은 도르래 모형 하나를 꺼냈다. 

 

케이가 도르래에 작은 실을 걸고 바구니를 매단 다음에, 그 안에 작은 돌들을 5개 넣었다. 그리고 나선 오른손으로 반대쪽을 잡았다.


“이게 저 벽에 달린 도르래라고 치자, 그리고 이 실이 바로 우리가 탈 줄이야. 이렇게 인간 대신 조약돌들을 태우고, 반대쪽을 강력한 힘으로 잡아당기면!”


케이가 강하게 실을 잡아당기자, 휙! 하고 작은 돌멩이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한 10m 정도 높이 날았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 새처럼 하늘을 날아서 벽을 넘을 거야.”


계획을 듣고 플라누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해는 갔지만 솔직히 인간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호응해줄 수 있는 계획은 아니었다. 따라서 나서서 계획의 허점을 짚기 시작했다.


“계획에 허점이 좀 많지 않나?”


“열린 마음으로 비판을 수용하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말해봐.”


“우리를 하늘로 던질만한 강력한 힘을 어디서 끌어오겠다는 거야? 뭐, 제냐보고 지상에서 죽을 힘을 다해서 당기라고? 하지만 직접도르래의 힘은 1대1로 대응해. 도르래를 이용해서 우릴 날릴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직접 던져도 무방하다고.”


“그렇지.”


“언어도단이잖아! 결국 그런 힘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자력으로도 벽을 넘을 수 있는 초인밖에 없어! 그런데 너는 어디서, 어떻게, 어떤 힘을 구하겠다는 거야? 간절히 기도하면 하늘이 나서서 도와주기라도 한데?”


케이는 바닥을 가리키면서 그의 비판에 답했다.


“인간이 힘이 아니라, 중력. 중력을 이용하면 돼. 대자연의 힘을 빌리면 불가능이란 없지.”


“중력···?”


케이가 그에게 되물었다.


“너라면 뭔가 번뜩할 텐데? 요즘 일과는 어때? 어디에서 뭐를 하고 있지 있지?”


케이의 물음에 플라누스는 생각에 잠겼다.


“요즘은 제 3구역의 벽면을 파고 난 후의 부산물을 처리하는 중이었는데··· 벽을 팔 때 작은 암석 블록들로 자른 후에 몇 개 정도는 위에 남겨놓지. 그것들은 나중에 마감 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까···.”


공교롭게도 그가 현재 하는 곳은 도르래의 바로 밑쪽에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도르래에서 내려온 줄이 있어야 작업을 할 거 아닌가?

 

“어?”


그리고 그들이 파낸 공간의 안쪽에 수북이 쌓여있을 암석 덩어리들을 떠올린 플라누스는 이내 큰 깨달음을 얻고 탄성을 금치 못했다.


“그 수많은 암석 블럭들을 모으면 아주 무거운 무게추가 되겠구나! 그걸 매달아서 살짝 밀기만 하면 중력에 의해서 엄청난 힘으로 변환되니까!”


“우린 그 힘으로 날아가는 거지!”


플라누스는 계획에서 조그만 가능성을 엿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옆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제냐가 끼어들었다.


“좋아, 하지만 저 암석 블럭들을 어떻게 묶어놓을 건데? 뭐, 저 암석 블럭들을 한군데 모아놓을 그물이라도 있어?”


 

확실히, 대충 묶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을 게 분명했다.

 

“설령 그물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저 무게에서 나오는 무지막지한 반동을 견딜만한 튼튼해야 할 텐데? 그런 그물은 벽 안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맞나?”


오토멜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걱정 마, 제냐! 쓸데없이 튼튼한 그물. 우리가 이미 구해놨으니까!”


케이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은 오토멜의 호언장담에 깜짝 놀랐다.

 

“정확히는 그물이 아니라 줄이고, 그걸 이용해서 우리가 직접 그물을 짤 생각이지만.”


“하지만 어떻게?”


케이와 오토멜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왜 나랑 케이가 악을 쓰고 도박을 한 줄 알아? 바로 담배 수천개랑 바꿔서 튼튼한 줄을 만들어줄 수감자와 거래하기 위해서였지!”


다른 동료들은 그제야 케이와 오토멜이 왜 그렇게 열성적으로 도박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들의 모든 행동이 탈옥에 보태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물건은?”


“···물건은 완성된 상태고, 거래를 위해서 우리가 돈만 주면 되는데 말이야···.” 


갑자기 케이와 오토멜의 자신감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거의 다 모았었는데, 어제 도박에 돈을 잘못 걸어서 빵구가 좀 많이 나버렸거든···.”


“결국 물건은 못 구한 거잖아 미친놈들아!”


“아, 아하하! 빵구만 메꾸면 끝이야! 내일 도박에서 2배로 따오면 물건을 바로 구할 수 있으니까!?”


케이와 오토멜은 염치가 없다는 듯이 목 뒤를 쓰다듬으며 재빠르게 해명했다. 라미와 제냐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 돈을 보태면 바로 할 수 있겠지?”


“어, 어어! 너희 돈을 보태면 바로 가능하지!”


“알았어. 있다가 받으러 와.”


“좋았어! 그러면 그물 문제도 해결!”


케이는 다 해결되었다는 듯이 하늘을 향해서 두 팔을 뻗었다. 하지만 그들의 검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점프의 높이는 어떻게 계산하지? 암석을 그물에 충분히 싣지 못하면 벽을 못 넘을 거고, 너무 많이 실어서 지나치게 높게 뛰어버린다면, 벽 위에 착지할 때 충격이 너무 커져서 찌그러져 버릴 거라고.”


“으엑...”


“케이, 설마 암석 블럭을 그물에 얼마나 담을 건지, 그 숫자를 인간의 감으로 적당히 정한다는 멍청한 계획은 아니겠지?”


“흐으음···”


제냐가 코웃음 치면서 힐난했다.


“보아하니··· 이 계획은 취소하는 게 좋겠어. 라미의 목숨을 그런 도박 같은 요소에 맡길 수는 없어!”


하지만 단 한 사람만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아니아니!”


“플라누스!?”


마치 희열과 광기에 사로잡힌 매드사이언티스트처럼 플라누스는 머리를 부여잡고 발을 심하게 떨었다. 강박적으로 양손을 비비면서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계산할 수 있어! 확신할 수 있어!”


“어, 어떻게 그런 일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제냐를 제쳐두고, 그는 모두의 앞에서 당당하게 선언했다.


“모두들 잘 들어, 해답은 바로 물리학에 있어!”


“?”


다른 동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였다. 그야 ‘물리학’를 링 월드에서 어떻게 부르는지, 그런 학문이 존재하긴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그게 뭔데? 처음 듣는 말인데?”


플라누스는 괜히 혼자 흥분해서 동료들이 못 알아들을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좋아. 모두 집중해서 잘 들어. 자, 이 세상에는 중력가속도라는 게 있어. 내 기억대로라면 중력가속도는 제곱 초당 9.8m. 내 몸이 특별히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링 월드에서도 거의 비슷할 거야. 무거운 물체든 가벼운 물체든 무조건 이 중력가속도에 따라서 떨어지는 속도가 늘어나게 되지.”


“??????”


물체에는 질량이라는 것이 있어. 질량에 중력가속도를 곱한 게 바로 무게 혹은 힘이라고 부를 수 있지. 줄의 양쪽에는 우리와 암석 블럭 그물이 걸려있는데, 각각의 힘으로 줄을 잡아당기고 있어. 그물에 암석 블럭이 충분히 실리게 되면 블록 질량이 우리의 질량을 넘어서 그쪽으로 가속하기 시작하겠지. 도르래에 의해서 힘이 전환, 우리가 올라가게 되는 거야!”


“??????”

 

“암석 그물과 우리는 똑같은 속도로 가속하기 시작해. 전체적으로 보자면 3개의 객체에 가해지는 힘은 암석 힘 빼기 우리 힘이야.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니까, 우리 질량에 암석 질량까지 다 더해서 암석 힘으로 나누면 우리가 가속하는 정도를 알아낼 수 있어. 가속은 암석 그물이 땅에 떨어지면 끝나겠지?”


“시발, 이 새끼 뭐라는 겨?”


현기증이 난 오토멜이 나서서 한마디를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플라누스는 침을 튀기면서 떠들었다.


“사실은 암석이 얼마만큼 떨어지는지 그 거리를, 또한 우리가 점프해야 하는 벽의 높이를 알아놓을 필요가 있어. 하지만 그렇게 긴 자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간수들이 보는 앞에서 그걸 어떻게 대놓고 측정하겠어? 하지만 고대 그리스 에라토스테네스가 한 방법, 삼각측량을 이용한다면 수학적인 방법으로 벽의 높이를 구할 수 있을 거야!”


“그리스? 에라토스테네스? 뭐, 뭔 헛소리야 이건?!”


“뭐어, 제냐. 오랜만에 즐거워 보이는데 냅두자.”


라미가 실실 웃으면서 제냐를 다독였다. 제냐는 삐쭉삐쭉거리면서 한심한 눈으로 그를 째려봤다.


“암석의 질량도 우리가 객관적인 기준만 정해둘 수 있다면 상대적인 값으로 측정해서 인간 1명당 평균적으로 필요한 암석 블록의 개수도 이미 알아놓을 수 있을 거야. 블록 개수를 구했으니 필요한 그물의 규모도 대략 산출해낼 수 있겠지. 그러니까 우리는 계산만 하면 돼. 뉴턴의 고전 역학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점프 시작 시점에서의 사출 속도를 구할 수 있을 거야!!!”


“뉴턴의 고전 역학···?”


모두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르고 케이는 대단히 흥분하면서 말을 더 빠르게 이어 나갔다.


“사출 속도를 구했으면 벽의 정상에 사뿐히 착륙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안심하면 안 돼! 왜냐하면 공기 저항에 대한 감속을 고려해야 하거든! 달리기만 해도 공기 저항 때문에 더 빠르게 가속할 수가 없잖아? 이 공기 저항은 일정하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물체의 속도와 면적 등에 따라서 변하기 시작하니까, 그걸 고려해야 하고···.”


“···케이 형, 진짜 미친 게 아닐까?”


“쟤가 미쳐버리면 좀 곤란한데···.”


“속도가 빠르면 빠를 수록 공기 저항은 커진단 말이지? 중력에 의해서 감속하는 우리에게 가해지는 공기 저항은 매 순간 약해지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서 변화하는 값에 대해서 무언가를 구하기 위해서는 역시 미적분이지!”


“미적분···?”


“먹는 거야?”


“맛있나 그거?”


“잠깐 멈춰봐!”


케이의 외침에 동료들은 잠깐 생각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만 못 알아 들은 것이 아님을 서로 확인한 후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만 이해 못했어?”


“아니 나도 못했어.”


“괜찮아. 포기하면 편해. 암튼 뭐 그렇다는데.”


오토멜이 그에게 요구했다.


“3줄 요약해봐.”


“3줄 요약? 삼각측량과 고전역학, 미적분, 그 밖에 간단한 물리학 법칙을 활용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수치를 추산하고 시뮬레이션하여 검증하겠다는···.”


그제야 그는 흥분 상태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자각했다. 지구에서 억지로라도 그런 개념들을 배워야 했던 그와는 다르게, 다른 동료들에게는 사실상 마법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런··· 이걸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하지? 초등학교 때 개념부터 가르쳐야 하나?”


아무래도 나머지 3명을 제대로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작가의말

후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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