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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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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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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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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수 :
6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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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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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27

DUMMY

숲속에 수상한 그림자들이 부자연스럽게 들썩인다. 20명 가량의 무장한 일반 부하들과 간수 기사 둘과 마법사 하나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놈이 올 만한 길목에 매복해라. 귀빈분의 주문 사항도 있고, 산채로 잡아오면 보너스가 나오니까 모두 각별히 신경 쓰도록.”


“예! 빅 마더!”


라미, 제냐, 오토멜을 무릎 꿇려 제압해놓는 소수의 부하들만 주변에 남기고 다른 부하들은 플라누스를 맞이하기 위해서 숲속에 넓게 전개했다.


“빅 마더님? 그런데 정말 녀석이 오겠습니까?”


옆에 남은 기사 하나가 빅 마더에게 의문을 표했다.


“녀석이 동료를 버릴 가능성도 없진 않잖습니까? 뭐, 살려주겠다는 그 약속을 진짜 믿는 멍청이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빅 마더는 코웃음을 치면서 비아냥거렸다.


“아니, 녀석은 분명히 다시 올 거야. 라미를 버리고 가지 못할걸?”


“하지만 저라면 여자보다는 조금이라도 사는 걸 선택할 텐데요.”


 빅 마더는 녀석이 뭘 모른다는 듯이 혀를 쯧쯧 찼다.


“그런 점에서 우리와는 다르다는 거야··· 근본에서부터 다른 특별한 상품성이라는 게. 그게 바로 귀빈들이 환장하는 점이지···.”


“뛰어난 상품성이라. 듣고 싶은 칭찬은 아니군요.”


빅 마더는 남은 부하들의 배치를 세심하게 마무리한 후에, 무릎을 꿇은 채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라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겨우 몇 명 빠져나간다고 당신의 왕국이 무너져? 이젠 좀 놔줘! 충분히 우리의 삶을 망가뜨렸잖아!”


“라미야··· 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칙을 유지하는 것이야. 아래 것들에게 하나 여지를 내주면 다음에는 열을 내주게 된단다.”


“당신한테는 일말의 양심조차 없는 거야!? 나를, 우리를, 여기에 사는 사람들을 희생시켜서 혼자서만!”


빅 마더는 라미의 절규를 코웃음을 치면서 내려다봤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이 어떻게 되는 상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거든.”


무언가의 감상에 젖은 빅 마더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깊은 친구던, 사랑하던 남자든, 혹 그 사이의 자식이든 전부... 자기애와 비교하면 전부 뒷전일 수 밖에 없어.”


빅 마더의 말에 라미는 강력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있어!”


“희생? 그런 건 다 거짓말이다, 라미!”


“아니, 사람이라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야! 그게 희생이고!” 


빅 마더는 무엇이 그리 불편했는지 가슴을 움켜쥐면서 꾸짖었다.


“그래! 그렇고 말고! 목숨보다 소중한 무언가가 있어야 사람이지!”


“당신에게 그런게 없잖아! 당신은 그저 추악하게 늙은 괴물이야!”


“그 애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게 뭐니? 그게 설마 너라고 생각해?!”


“그게 사랑이야! 그가 나에게 알려준!”


“틀려! 그 애는 그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멋진 자신, 굉장한 자신에 취했을 뿐. 위선에 취해 자신의 목숨조차도 가져다 바치는 철없는 비겁함을 멋지다고 포장하지 마라!”


“사랑을 모르는 괴물이야, 당신은!”


빅 마더가 라미의 뺨을 어루만졌다. 마치 보물을 다루듯이 부드럽게···.


“결국 다 모든 것을 너에게 물려주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야. 너의 피와 살이 될 거니, 받아들여···!”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누군가한테 줄 수 있는 가장 유의미한 것은 경험이야. 대를 이어서 성공하는 부자는 돈만 물려 주는 게 아니라, 자식들에게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나도 똑같은 걸 하는 거야.”


“당신같은 괴물이 되는 길 따위, 내가 거절하겠어!”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좁다고 한들 어딘가의 왕이 되어야만 해! 연인, 가족, 학교, 기업, 나라, 세계··· 아니라면 감옥에서라도! 그렇지 않으면 결국 타인에게 목숨을 맡길 수밖에 없어!”


옆에서 듣고 있던 오토멜과 제냐는 어릴 적 자신들이 봐왔던 한 존재와, 지금의 빅 마더를 비교하면서 그저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왜 자기 딸한테 그러는 거야 당신은?”


그 말에 빅 마더가 라미에게서 한걸음 떨어졌다. 

 

“옛날부터 이해할 수 없었어. 너무 무서워···! 딸을 그렇게 사랑하던 어머니가, 아무리 힘든 일을 겪었다곤 한들 그래도 이렇게까지 돌변할 수 있는 거야?!”


그럴싸한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댈 수 없었다. 아예 사람의 뇌를 꺼내서 세척한 후에 다시 넣은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제냐에게는 감히 거역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큰 압박 기제였다.


“제냐, 말해봤자 소용없어. 사람이 미쳐버린 거야... 그냥 다른 사람이라고 보는 게 편해...”


옆에서 오토멜이 고개를 저으며 제냐에게 단념할 것을 권했다. 단순히 말해서 그냥 사람이 미쳐버린 것이다. 미친 인간을 정상인의 뇌로 이해해 보겠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했다.


“얘들아. 시작은 불행한 사고였지.”


빅 마더는 과거의 기억을 가슴속 깊은 곳에서 파헤쳐냈다. 지극히 평범한 제국의 시민이었던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그 모든 일의 시발점으로 기억을 되감아 돌아갔다.


“도시에 역병이 돌았다. 모든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무시무시한 역병이! 살이 썩어들어가고 모든 것이 하얗게 변하는 ‘백색 공포’가 퍼졌다!”


라미와 동료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몸을 흠칫 떨었다. 


“당신, 밖에서 왔었어!?”


완전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차갑게 식은 돌덩어리 지옥 속에서 난 부모 둘을 다 잃었다. 유언은 부디 살아남으라는 말 하나. 얼굴조차 기억도 잘 나지 않아. 내 얼굴을 보면서 부모의 편린을 느껴보려 노력해보곤 하지만··· 그마저도 휘발되어 공기 중에 흩어졌다.”


“하...”


“백색 공포에 혼자가 된 나는 곧 폐허가 된 도시를 고아로 정처 없이 떠돌다가 이곳으로 왔다.”


빅 마더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용소의 불길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때의 나는 너무나 어리고 나약했다. 흉악했던 감옥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당시에 이곳을 지배하던 나는 빅 파더를 찾아갔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글거리는 분노의 불길이 그녀의 과거와 눈동자에 담겨있었다.

 

“빅 파더는 단 한마디만 했다. 살려는 주겠다. 그 한 마디. 그 후 나는 바닥에서 지하로 떨어졌어. 너도 갔었던 바로 그 지하에서!”


제냐와 라미는 동시에 주먹을 꽉 쥐었다.


“조각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하나하나 모아서 맞춰보려고 하지만 이내 다시 부서져 마침내 가루가 되어버려, 마음을 긁어모아 양손에 들고 지하에서 빠져나왔을 때에는···.”


빅 마더는 눈을 부릅떴다. 과거의 추억은 젊었을 적의 혈기를 잠깐만 되살려줬다.


“한때는 빅 파더에게 복수를 맹세했다! 그때는 나름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어. 여러 동료가 있고,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고···.”


빅 마더가 라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라미는 죽일 듯한 표정으로 노려봤지만, 폭삭 늙어버린 노인의 얼굴을 가지게 된 한 여자는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숨겨놨었던 칼날은 빅 파더에게 들키고 말았지. 아니, 이미 다 알고 있었을 거야! 그 반란조차 귀빈들에게 보여줄 이벤트 중에 하나였으니!”


빅 마더가 단검을 라미의 목을 들이 댔다. 살짝 가져다 대자 핏방울이 칼날을 따라 슬쩍 흘러내렸다. 핏방울이 뿜어내는 비릿한 향기와 맛을 음미했다.


“예상외로 우리의 칼은 날카로웠다. 마침내 빅 파더를 건물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려 그 머리가 산산조각 났을 때, 마치 세계의 정복자가 된 기분이었어···.”


옆에서 오토멜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왜 빅 마더가 된 거지!? 똑같이 역겨운 존재가 되는 게 복수라고?!”


“간과한 게 있었다는 거다. 우리의 칼은 예리하며 날카로웠지만, 튼튼하거나 단단하지는 않았던 거야.”


작은 눈물이 빅 마더의 눈가에서 떨어져나왔다.


“결국 동료도 사랑하는 이도 나를 이 지옥에 혼자 남겨두고 떠났다. 결국 나는 혼자야.” 


 라미는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아빠는··· 최소한 당신이나 내가 이딴 지옥에서 생활을 이어 나가길 원하진 않았을 거야!”


“정론이구나. 하지만 입에 발린 소리로 해결할 수 있는 지점에서 우리는 너무나 멀리 왔어!”


“지금이라도···.”


“하아! 영악하긴! 현재 상황을 모면하려고 아무 말이나 하는구나! 뭐아, 감성 팔이도 나쁘지 않은 시도야.”


“크윽!”


빅 마더는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라미에게 던졌다. 라미는 의심스러운 눈치로 보고 있다가 마지못해서 단검을 받아 꽉 쥐어 들었다. 빅 마더는 다가오는 부하들을 제지했다.


“잡아! 그렇게 노려만 보지만 말고 찌르려면 어디 한 번 해봐! 그러라고 준거야!”


라미는 손에 쥔 단검을 빅 마더의 목을 향해서 강하게 내질렀으나 아쉽게도 빗나갔다. 빅 마더는 최소한의 동작으로 라미의 팔을 꺾어버렸다.


“이러니까 아직 너는 부족하다는 거야! 처음부터 목을 노리면 너무 쉽게 읽히잖아. 주먹은 조금 잘 쓰게 되었건만, 역시 날붙이는 형편 없구나!”


빅 마더는 라미의 선생이라도 된 마냥 단검술의 시연을 보였다.


“이제부터는 무기술을 연마하도록 하렴. 자, 종횡무진 궤도를 바꿔서 난도질 할 수 있는게 단검이란다. 막혀 튕겨 나와도 망설임 없이 다시 찌르면 돼.”


라미는 빅 마더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가소롭다는 듯이 침을 닦아내며 조언을 건넸다.


“자신이 없으면 다른 방법을 써. 남자를 흥분시키는 법은 이미 알잖니? 상대가 여자라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여자라고 꼬시지 못하는 거는 아니니까.”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오토멜은 속이 급작스럽게 메스꺼워졌는지 헛구역질했다.


“라미야, 내가 상처 입고 강해졌듯이, 너도 상처 입으면서 강해지리라. 그것이 피와 피로 이어지는 경험이니까!”


빅 마더는 칼날에 흐르는 피 한방울 햝짝였다. 라미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소리 질렀다.


“뭘 하려는 거야?! 그래서 대체 원하는 게 뭐냐고!”


“과정이지! 너의 남자를 죽인다! 바로 눈앞에서! 잔인하게! 내가 잃었듯이!”


빅 마더가 마침내 진정한 목적을 밝히자 동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플라누스를?”


옆에서 오토멜과 제냐가 이를 갈았다.


“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우리를 인질로 잡고?! 플라누스를 오게 하면 안돼! 이건 함정이야!”


“열심히 소리 질러봐라. 그 아이가 이끌려 오도록. 그놈은 설령 함정이라도 스스로 들어올테니까말야!”


빅 마더는 저 멀리 달이 없는 밤하늘을 조금이나 밝히는 불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빅 마더의 부하들도 그쪽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플라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플! 오지 마!!!”


라미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플라누스에게 경고하기 위해 목 놓아 소리 질렀다.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선 그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이길 수 없다. 빅 마더는 그녀의 애처로운 애원을 비웃었다.


“하지만 바보는 온다!”




그 말대로였다.




“빅 마더!! 빅 마더!!!”


먼 수풀에서 황급하게 빅 마더의 부하 하나가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드디어 왔나!? 위치는 어디냐!?”


빅 마더는 드디어 플라누스가 온 것이라 직감하고 바로 부하에게 구체적인 위치를 물었다.


“위치는··· 불명입니다!”


하지만 부하의 입에서 나온 보고는 그녀의 예상과는 크게 다른 내용이었다. 빅 마더는 자기도 모르게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뭣이?”


“뭔 소리야! 자세히 보고해!” 


“그, 수색으로 보내놨던 부하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당했습니다! 아무래도 플라누스 그 녀석에게 당한 거 같습니다만 실제로 목격하지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빅 마더는 노련하게 정보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피해는 어느 정도냐!?”


빅 마더는 직접 봤기에 확신했다. 플라누스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은 한두 명일 테니 포위하면 가볍게 제압할 수 있다고···. 


“그, 현재 피해는 10정도 입니다!!”


“뭣?”


그럴 수는 없었다. 데리고 나온 부하들은 빅 마더의 부하들 중에서도 실력자들, 그런 놈들이 소거인조차 없는 맨몸의 플라누스를 상대하는 상황이었다.


“그럴 수는 없어.”


그런데 그들이 겨우 플라누스 하나에게 신호 하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잘못된 보고임이 분명했다.


“네놈! 감히 나를 기만하나!?”


빅 마더가 눈앞의 부하를 의심하자 그는 두려움에 떨면서 부인했다.


“저,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무슨 이득이 있다고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옆에서 다른 간수 기사 하나가 시원찮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쯧, 빅 마더님. 이래서 수감자들은 갱생이 안 된다는 겁니다. 겨우 한 놈한테 이리 애를 먹다니!”


“저희가 나섭니까? 맡기신다면 이 쓸모없는 놈도 처리하고, 플라누스라는 놈도 10분대로 잡아 오지요.”


빅 마더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흠, 예정이 좀 틀어졌지만 오차 범위 내야. 연극을 하는 이상, 조금의 위험은 감수해야 해.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지···.”


이대로 있다간 처분당할 처지라는 것을 깨달은 부하는, 그의 동료들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간 불가사의한 물건을 그들의 앞에 내놓으며 책임을 회피했다.


“빅, 빅 마더! 저, 정말입니다! 부하들의 머리에 한결같이 이런 이상한 막대기가 박혀있었습니다! 보시죠!”


다른 부하가 그것을 받아 범벅이 된 걸쭉한 피를 옷으로 쓱 닦아내니, 한쪽 끝은 뾰족하고 한쪽 끝에는 아주 작은 날개가 달린 기묘한 형상이 드러났다.


“이건···?”


그건 화살이었다. 플라누스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완성도가 그리 좋지 못했던 급조 화살.


“흠, 이게 도통 뭔지··· 보기에는 깃털이 달려있습니다만. 찌르기용 무기 아닐까요?”


“단검보다도 조악한 이런 걸로 내 부하를 열 명 넘게 찔러 죽였다고? 그 플라누스가?”


그러나 일반 부하들은 물론 간수나 빅 마더도 화살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활. 마법이 사회를 지탱하는 세계에서 도태된 지 수천 년은 지난 시대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그 이름을 일생에 딱 한 번 듣고, 학자들조차도 박물관에서 실물을 볼까 말까.


바깥 세계에서도 그럴지언데, 정보와 단절되고 역사에서 고립되어있는 그들이 활의 존재는 물론 그 능력을 알리가 없었다.

 

단지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 그들은 이미 사냥당하고 있었다.


“플라누스, 놈이 이딴 막대기로 두개골을 뚫을 괴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어쨌든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 대응책은 마련해야겠지.”


빅 마더는 플라누스가 괴물 같은 신체 능력을 지금껏 숨겼다고 결론 내린 후에, 분산시켜 놓았던 병력을 소리 신호로 집결시켰다. 


“놈의 전투력을 너무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맹수와 같은 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래봤자 맹수에 불과하다.”


호랑이를 상대하고 있다면, 섣불리 병력을 분산시켜 각개격파의 여지를 주기보다는 차라리 집결시킨다. 그렇게 판단했다.


“어차피 그 애는 화력이 부족해. 그러니 기습을 하는 거지. 라미를 인질로 잡고 있는 건 우리다. 인질의 안전을 지키면서 한 번에 우리를 제압할 화력은 없어.”



병력을 집결시킨 마친 빅 마더는 괜찮은 대응이라 자평했다. 오랜 세월 군림했던 빅 마더는 노련함을 십분 발휘해 예상외의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여유로움을 지키고 있었다.

 

“발악해 봤자다. 이 싸움은 이미 이겼어.”


한편, 숲의 어둠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한 그림자가 날카로운 화살을 그들에게 겨누고 있었다.


‘역시, 한놈 살려두면 지휘관과 인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는군··· 덕분에 수고를 덜었어.’


집결하는 부하들을 몰래 따라붙은 플라누스는 어둠 속에서 호흡을 안정시켰다.


‘미지의 상대에 대해서는 섣불리 병력을 분산시키지 않고 힘을 집중시킨다. 확실히 너의 입장에선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전술이라는 것은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있을 때만 제대로 작동하지.’

  

적들은 화살의 존재마저도 방금 인지했다. 그마저도 인지했을 뿐, 파악하지 못했다. 잘못된 근거로 제대로 된 대응법이 도출 될 리가 없다. 오히려 불리한 배치로 스스로 전환하고 만 것이다.


‘나를 안다고 생각한 것이 빅 마더, 너의 패착이다.’


그래서 적들은 오늘 밤 모두 죽는다.


“그러니까··· 이제 좀 뒈져라···!”


피이이이이이이잉!


등골이 섬뜩해질 정도의 파공음과 함께, 그가 쏜 화살이 숲의 나무 사이를 스쳐 지나가, 인질로 잡힌 동료들과 적들 사이의 공간을 쫙 가르며 전진했다.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에 빅 마더는 고개를 돌렸다.


“음?”


빅 마더, 끈질기게 이어져 왔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생애 마지막 광경은, 불길의 빛을 받아서 붉게 반짝이는 화살촉이 자기 눈에 꽂히는 장면이었다.


푹!


섬뜩한 소리가 적들의 사이에서 울려 퍼졌다. 화살은 눈 사이에 정통으로 꽂혔고, 눈을 뚫어버린 탓에 빅 마더는 단말마조차 제대로 내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어!?”


“···괜찮으십니까!?”


반응 하나 하지 못한 사람은 빅 마더뿐만이 아니라, 간수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빅 마더가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쓰러졌음에도 자리를 지켰다.

 

“많이 다치셨습니까?”


숲속에 깊게 낀 어둠 때문에 빅 마더가가 그저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고 생각할 뿐, 그 누구 하나 먼저 빅 마더에게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봐, 뭔가 이상하지 않아?”


수초가 지나고도 일어설 낌새를 보이지 않자, 부하들은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넘어진 빅 마더에게 우르르 다가갔다.


“자, 잠깐! 빅 마더님!”


부하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가 빅 마더의 상태를 살폈다. 모두가 바라보는 가운데, 부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죽었다···?”


작가의말

점점 늘어가는 선호작 수. 진짜 폼 미쳤다!


장난이고요. 그래도 7인 결사대(???) 덕분에 든든합니다. ㅋㅋ;;


드디어 수십 화를 지나서 주인공이 활을 겨우 다시 들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까 너무 분량 조절을 못했어요. 30화 동안 주먹질 한 건 좀 심했다고 저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최신화는 폭풍전개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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