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5,539
추천수 :
76
글자수 :
645,129

작성
23.08.20 00:33
조회
25
추천
1
글자
17쪽

2-4

DUMMY

유스티아는 침대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심호흡하며 정신을 가다듬은 잠시 후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각오를 다진 플라누스와 침을 꿀꺽 삼키는 한 여자가 따라 들어왔다.


“유스티아, 준비됐어.”


그의 말을 듣고 유스티아는 눈을 슬며시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가 된 듯한 그들과는 달리, 따라 들어온 여자는 여러모로 초조해진 얼굴로 다리를 떨면서 그들의 결정을 만류했다.


“유스티아 선배!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리고 플라누스 씨라고 하셨죠!? 저, 정말로 하실 건가요!?”


그녀의 이름은 시어. 유스티아의 학교 후배이자, 그녀를 열렬한 지지자이며, 현재는 제국 유수의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어, 어떻게 널을 찾아내신 건진 모르겠지만, 소거인을 남에게 이식하는 금술을 직접 하시겠다니··· 발각되면 빼도 박도 못하고 사형감이라고요!?”


제국에서 널 사냥이 아직 한창일 때, 극소수의 의로운 마법사들이 널들을 지키기 위해서 이식술을 개발, 이용하여 심판관의 감시망을 피했다고 한다.


비슷하게, 널인 플라누스가 입학사정관이나 다른 학생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는 그 위험천만한 금술을 직접 받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물론 걸리면 아주 골치 아파지겠지. 하지만 어떻게? 네가 날 정부에 고발할 것도 아니잖아?”


“제가 선배를 그 자식들한테 팔아넘길 리가 없잖아요! 생명의 은인을 제가 어떻게 배신하겠어요?!”


“좋아. 문제해결.”


“···그건 둘째치더라도, 자료가 온전치 않아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요! 저희 셋 중에 하나만 실수해도 시술 대상인 플라누스 씨는 불구가 될 수도··· .”


자그마치 수백 년 전에 개발된 마법이다. 그 원리와 방법이 마도서에 상세하게 적혀져 있다지만, 원작자만 알고 있는 노하우가 구전 중에 소실되었을지도 모르니, 까딱하면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다.


“시어, 그래서 내가 아는 마법사 중 최고인 너를 부른 거야. 난 네가 해낼 수 있다고 믿으니까.”


그렇기에 이 시술을 안전하게 끝마치기 위해서는, 낡디낡은 마법을 현대적으로 개량할 수 있는 시어 같은 우수한 마법사의 도움이 더더욱 필수적이다. 시어는 유스티아의 무한한 신뢰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예엣!? 선배, 그렇게 낯 뜨거운 소리를 남자 앞에서 하시다니!?”


그러다가 깜빡 넘어갈 뻔했다는 듯이 정신을 번뜩 차리고는 플라누스를 보면서 매달렸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플라누스 씨는 그 소거인을 다룰 수 없어요! 유스티아 선배의 소거인이라는 근본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시어 씨.”


플라누스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시어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득이 없는데 부담과 위험만 있는 어리석은 짓을 하려는지 저는 이해할 수가···.”


“위험성, 진심 어린 경고, 다 알아들었고 다 이해했어요. 전부 다.”


“그렇다면!” 


“그래도 전 하겠습니다. 잘못되더라도 시어 씨를 탓하지는 않을게요.”


“···미쳤어···.”


시어가 온갖 앓는 소리를 흘리며 전전긍긍하는 동안 플라누스는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동안 그가 흘린 피땀 눈물, 노력의 결실이 각이 잘 잡힌 튼튼한 근육이 눈에 띄었다.


“시어 씨? 혹시 속옷까지 벗어야 하나요?”


“아니요아니요!?!?”


털썩! 플라누스는 침대에 엎드려 누웠다. 유스티아도 그를 따라서 상의를 탈의한 다음에 엎드렸다. 그들은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시어에게 신호를 보냈다.


“시어, 우리는 준비됐으니까, 언제든지 시작해줘.”


“···하아, 알겠어요. 최선을 다해볼게요···!”


시어는 침대에 누워있는 둘 사이에 앉아서 여러 가지 마도구와 마도서를 펼쳐놓고 금술, ‘영혼이전’의 마도서의 지시를 차근차근 이행하기 시작했다. 소거인을 영혼으로 간주하는 종교의 영향이었다.


“15번 혈맥에, 18번 단전으로 이어지는··· 5번, 16번, 77번 관통지점에는 전기적 자극을 주고···.”


시어는 동양 침술에서나 사용할만한 가느다란 침이 양쪽으로 달린 튜브를 플라누스와 유스티아의 등에 꽂아서 잇기 시작했다. 그게 소거인이 이동하는 일종의 교량이 되어주는 모양이었다.


시어는 둘의 등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최적의 위치를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서 플라누스는 괜히 말을 걸어봤다.


“시어 씨, 혹시 이거 많이 아플까요?”


“죄송하지만 저도 몰라요··· 해본 적이 있어야죠.”


“그렇죠?”


시어는 잠시 고민하더니, 괜히 하지 않아도 될만한 말을 추가했다.


“···아마 엄청 아플 거예요. 소거인을 강제 주입, 서킷을 억지로 뚫는 것이니까요. 감히 예상해보자면 수백마리에 달하는 기생충이 등을 좀먹어 들어가는 감각 아닐까요?”


“음.”


“그리고 이제 집중해주세요,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전신 마비의 가능성도 있으니까··· 요.”


플라누스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시작하겠습니다···!”


시어의 손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시동을 건 마도구가 신기한 소음을 삑삑 뿜어내면서 튜브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금 마도구가 발생시킨 압력 차이 때문에, 유스티아 선배에 있는 소거인이 뽑혀서 플라누스 씨 쪽으로 가게 될 거예요.”


격통이 몰려들기 바로 직전에, 그는 살짝 떨리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제 뚫고 들어갑니다···!”


압력 때문에 그녀에게서 뽑혀온 소거인들이 반대로 그의 몸속으로 맹렬하게 파고들었다. 수천 마리의 개미들이 등을 물어뜯는 끔찍한 고통이 그를 엄습했다.


“아악! 끄윽!?”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고통에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시어와 유스티아를 밀쳐내고 도망가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치밀었다.


“참으세요!”


충분히 많은 양의 소거인들이 그의 몸을 뚫고 들어가 동맥과 정맥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고통은 온몸으로 번졌다. 격통을 참기 위해서 이를 꽉 깨물고 손으로 이불을 쥐어뜯었다.


“아아아아아악!!”


“1단계는 곧 끝나요···.”


유스티아의 소거인이 플라누스의 온몸에 충만했다. 내부 압력 때문에 손끝에서는 오히려 밖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아악!!!"


“이제 2단계, 정신 꽉 붙잡아요!”


시어는 유스티아를 향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는 그녀도 함께해야 했다. 그의 몸에 들어간 것은 본질적으로 시어의 소거인이 아니라 그녀의 소거인이기 때문이었다.


“선배, 멜로디를 맞춰서.”


“내가 너에게 맞출게. 시작하자.”


유스티아와 시어가 호흡을 맞추며 화음을 이루며 그의 등에 새로운 소거인 서킷을 새겨나갔다. 신체에 새로운 장기를 추가하는 것과 다름없는 과정이다.


본래라면 다년간 인내심을 들여서 천천히 개발하는 것이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그럴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끄아아아···!!!”


엄청난 고통이 동반되었지만, 그만큼 소거인들이 새로운 주인의 신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나가면서 면역 반응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옳지, 옳지···!”


흘릴 수 있는 눈물도 다 쏟아내고, 플라누스는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정신줄이 끊어지려는 바로 그 순간, 유스티아가 그의 손을 잡아챘다.


“하아!?!?”


“나를 봐!”


밤하늘의 별과 같이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한순간 고통은 사라지고, 그의 마음속에는 평온함만이 남았다. 


“후! 끝났어요!!!”


시어가 큰 목소리로 외치자 고통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자기 손으로 불구를 만들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잘 참았네.”


플라누스는 베개에 얼굴을 처박았고, 유스티아는 대견하다는 듯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자기 몸 안에서 움직이는 유스티아의 소거인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이상한데. 아까만 해도 박살 날 뻔했는데, 몸이 엄청나게 단단해졌어. 숨소리도 날카롭게 느껴지고, 세상이 엄청나게 환하게 빛나고 있어.”


“소거인의 기본적인 효과야. 이식은 성공했나 보네.”


“혹시 나도 마법이나 오러도 쓸 수 있게 될까?”


그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질문했다. 소거인의 힘을 잘 다룰 수 있다면 복수에 굉장한 도움이 될 테니, 괜히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절! 대! 금! 지! 유스티아 선배의 소거인을 플라누스 씨가 멋대로 부리려고 하다가 면역 반응이 재발할 수도 있어요. 소거인과 면역 기제가 전쟁을 벌이면 전신 염증이나 내장 파열로 죽을 거예요!”


막말로 그의 몸 입장에서는 소거인들은 기생충이나 다름없으니 어쩔 수 없다.


“흉내 내봤자 가짜는 진짜가 될 수 없다는 건가···.”


이 세계 사람과는 본질적인 면에서 결코 같아질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며 그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군 그에게 유스티아는 격려의 한 마디를 툭 건넸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같은 인간이야. 널이든 아니든 같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핫, 대부분의 제국인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어?”


플라누스는 유스티아의 위로를 무심코 비웃었다.


“제노사이드, 널이라는 종을 지워버린지 수백 년이 지났어도, 제국법에는 아직도 널을 발견하는 즉시 사살하라고 명시되어 있어. 제국인들은 학살에 대해서 반성하나? 정말 반성한다면 조항을 삭제했겠지?”


“······.”


“장담하건대 제국인들은 내 정체를 알아차리면 팔아넘길 거야.”


“하지만 나는 너를 팔아넘기지 않았어.”


“···마음대로 생각해.”


* * *


“헥, 헥!”


헐떡거리는 숨을 몰아쉬면서 플라누스는 새가 지저귀는 산책로를 내달렸다. 한참 앞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는 유스티아가 있었다.


“빨리 와!”


“노력하고 있어!”


그는 거북이 기어가는 속도로 겨우 그녀의 뒤에 도착했다. 왼손으로 무릎을 짚어 상반신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오른손을 내밀어서 그녀의 옷깃을 붙잡았다.


“허억, 왜 기본적인 도움도 받지 못하게 막는 건데?”


그녀는 뜀걸음을 시작하기 전에 그를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마!’ 라고 외쳤다. 그녀가 명령한 대상은 그의 몸 안의 소거인이었다. 그는 뜀걸음 내내 순수한 신체 능력으로 그녀를 따라잡아야 했다.


“소거인에 적응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 거 아냐? 치사하게 혼자서만 쓰다니.”


“무슨 소리. 나도 지금 소거인의 힘을 안 끌어 쓰고 있는데?


“···내가 순수한 지구력에서 밀리고 있었다고?”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플라누스. 소거인은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야, 하지만 축복을 당연시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인간은 결코 강해질 수 없어.”


“···이상하네. 선천적으로 주어진 축복이라면 감사히 여기고 누리면 그만 아닌가? 널의 입장에서는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는데.”


유스티아는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의 의문에 답했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나를 훈련하면서 반복해서 하신 말씀이 있어. ‘축복’이 ‘저주’로 돌변할 때,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은 인간은 자리에 주저앉아 절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건··· 일리 있는 말이네.”


링 월드의 인간들한테는 소거인은 당연한 권리겠지만, 지구의 인간인 그의 입장에서는 소거인이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환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사회의 전반을 떠받치고 있는 소거인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이 나라, 이 사회, 이 세계는 그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현대 지구에서 전기를 빼앗아 가겠다는 말과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 이곳 링 월드 문명에서 소거인을 빼앗아 간다면 석기시대로 되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보통은 외면할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한다는 건가? 부모님이 굉장히 철저한 성격이셨네?”


유스티아는 인정받아서 기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에 힘을 주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소거인을 쓰지 않고도 강한 체력을 가지기 위한 훈련을 했어. 이게 바로 수석 졸업의 비결이지.”


“기본기부터 충실하게?”


“그래, 기본기부터 든든하게.”


* * *


한 달 후, 플라누스는 인적이 없는 산의 중턱에서 유스티아의 뒤를 따라 가파른 경사를 타고 올랐다. 그는 급정거한 다음에 화살을 리커브 보우에 걸고 오른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휙!


오래전에 걸어두었던 표적에는 화살이 빼곡하게 꽂혀있었고, 그 사이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가르고 날아간 화살이 정확히 꽂혔다. 그는 환호성 대신에 주먹을 꽉 주었다.


“쉴 시간 없어! 다음!”


그는 유스티아가 이끄는 대로 다시 거친 경사면을 헤쳐 나갔다. 등 뒤로는 경기용 퀴버 대신에 직접 제작한 전투형 화살집을 메고 있었다. 화살을 꽂아 넣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힘을 줘야만 뽑을 수 있다.


“왼쪽에 움직이는 목표다!”


먼저 앞서나간 유스티아가 줄을 끊자, 중력에 의해서 진자 운동을 시작한 표적이 출현했다. 그는 신속하게 조준을 마치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현을 놓았다.


휘익!


화살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적중했다. 지켜보던 그녀는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이제 움직이는 목표도 척이면 척이네?”


“이건 좀 힘들었어.”


양궁 경기에서는 고정 위치에서 쏘기 때문에 변수는 사실상 바람과 자신밖에 없지만, 실전에서 기동하는 목표를 명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결국 그는 해냈다.


* * *


휙!


플라누스는 50cm 정도 되는 목검을 들고 유스티아와 대련하고 있었다. 먼저 몸에 맞추는 쪽이 이기는 규칙이었고, 그녀가 항상 선공을 양보했음에도 그는 한판도 따내지 못했다.


“젠장!”


그는 혀를 차면서 유스티아의 허점을 공략하려고 애썼지만, 그 모든 빈틈은 그가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의도적인 장치에 불과했다.


“눈의 움직임에서 이쪽을 노리고 있다는 게 훤히 드러나잖아!”


“하지만 보지 않으면 약점을 어떻게 찾아내?!”


“눈을 뜨지 않고도 앞을 봐!”


“뭔, 시발?!”


“모르면 맞아야지! 얍!”


“크윽!?!?”


그는 머리에 목검을 정통으로 맞고 검을 떨어뜨렸다. 찌릿찌릿한 정수리를 살살 비비면서 그는 자신이 왜 검을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녀에게 항변했다.


“이럴 시간에 궁술이나 더 가다듬는 게 좋겠는데···.”


“편식하면 이빨 썩는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거지!”


그녀는 땅에 떨어진 목검을 그를 향해서 찼다. 공중에서 검을 잡아챈 그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그녀의 검이 날아들었다.


“적이 네 생각대로 움직여주리란 기대는 버려! 언제든지 공격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해! 적이 활의 간격으로 파고들었는데, 활을 고집하고 있을 거야?”


“그런 것쯤은 나도 알지만!"


검과 검을 맞대고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그는 먼저 힘겨루기를 깨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그녀의 허리를 노렸다.


“느려!”


“악!”


이미 한 걸음 떨어져 있던 그녀는 검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다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또다시 검을 떨어뜨린 그를 향해서 그녀는 호통쳤다.


“다시!”


* * *


덜컹덜컹하는 기차의 2등석 칸, 중간에 있는 창가 쪽 자리에서 플라누스는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자, 여기 점심.”


드넓은 초원이 기차가 일으킨 바람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동안 유스티아가 식당칸에서 챙겨온 점심거리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마침 배가 허전했던 그는 향긋한 풍미를 뽐내는 그것을 자신의 앞으로 당겨왔다.


“으음, 이거 어떻게 먹는 거야?”


“구운 닭고기, 채소, 노른자를 한군데 모아놓고 잘 비빈 후에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돼.”


“대충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네.”


나름대로 즐거웠던 식사를 마친 후에, 그녀는 식당칸으로 가서 식기를 반납하고 커피 두 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왜 커피 안 마셔? 어디 메스꺼워? 아까 먹은 게 잘못되었나?”


“아냐, 그런 거.”


“그러면 뭔데? 표정도 별로 안 좋은데?”


“···혹시라도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잠을 좀 설쳤어.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못 붙으면 억울하잖아. 우리 계획이 어그러지기도 하고.”


자신의 무능으로 라미와 케이를, 억울하게 죽어간 동료들을 실망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만큼 그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플라누스. 나를 봐.”


그가 그녀를 바라봤다.


“너는 할 수 있어. 내가 보장할테니까. 그냥 믿어.”


“···그래.”


근거도 없는 그녀의 확신 덕분에 떨림이 겨우 멎었는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저기 봐! 창밖에!”


그녀가 창밖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는 고개를 돌려서 밖을 바라봤다. 딱히 그립지는 않은 풍경과 그는 다시 재회하고 말았다.


“···다시 돌아왔어.”


 그 도시는 태양 빛을 받아서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게 빛나기에, 너무나도 저주스러운 그 도시의 이름을 그는 입에 조용히 담았다.


“에듀그라운드···!”


작가의말

쿠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에에에에엑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링 월드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2-20 23.11.19 18 0 17쪽
64 2-19 23.11.12 15 0 16쪽
63 2-18 23.11.05 15 0 15쪽
62 2-17 23.10.29 21 0 16쪽
61 2-16 23.10.22 22 0 15쪽
60 2-15 23.10.15 24 0 16쪽
59 2-14 23.10.08 24 0 15쪽
58 2-13 23.10.01 20 0 17쪽
57 2-12 23.09.24 21 0 16쪽
56 2-11 23.09.17 25 0 19쪽
55 2-10 23.09.10 31 0 16쪽
54 2-9 23.09.04 27 0 15쪽
53 2-8 23.09.03 25 0 16쪽
52 2-7 23.08.28 29 0 16쪽
51 2-6 23.08.26 25 0 15쪽
50 2-5 23.08.21 26 1 15쪽
» 2-4 23.08.20 26 1 17쪽
48 2-3 23.08.14 30 1 18쪽
47 2-2 23.08.13 28 1 16쪽
46 2-1 23.08.07 30 1 15쪽
45 2-0 23.08.06 35 2 16쪽
44 1-31 23.07.31 34 1 13쪽
43 1-30 23.07.30 34 1 17쪽
42 1-29 23.07.24 36 1 17쪽
41 1-28 23.07.22 34 1 15쪽
40 1-27 23.07.17 39 1 18쪽
39 1-26 23.07.16 39 1 17쪽
38 1-25 23.07.10 41 2 17쪽
37 1-24 23.07.09 46 0 17쪽
36 1-23 23.07.03 49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