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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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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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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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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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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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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2

DUMMY

“처음엔··· 분명 동쪽의 자유연합에서 보낸 간첩이라고 생각했어.”


잠시 과거로 돌아가서, 유스티아는 그를 수용소에 잡아넣은 후부터 반년 가까이는 제국 중부 여러 지방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에 치이며 바쁘게 살아왔다.


하필이면 그때 어찌나 일이 많았는지, 다른 무언가를 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미루고 미루다 겨우겨우 얻은 휴가를 이용해서 겨우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간첩을 잡으면 분명 인사고과에도 반영될 테니까··· 힘내자! 유스티아! 승진을 위해서!”


그녀는 한눈에 봐도 특별해 보이는 의복 양식부터 조사하기 시작했다. 옷이 동쪽에서 왔다는 것만 밝혀내도 간첩 혐의는 입증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그녀 선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정보망을 최대한 동원했다.


그러나 대외첩보망에 연이 있는 동창, 연합의 사정에 정통하다는 인물 등등, 수많은 인원에게 접촉하여 정보를 수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유사한 제품을 특정하는 데 실패했다.


“설마 직접 만들어 입은 건가? 직접 바느질도 안 할 것 같은 남자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지.”


단지 옷의 디자인만 문제였다면, 아무래도 스스로 만들어 입었겠거니 짐작하며 넘겼을 것이다. 패션에 민감한 인물이야 그녀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소재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서 시험을 맡겼었던 섬유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후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그녀의 가설에도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건··· 이 섬유는 혁명 그 자체입니다!!!”


“···예?”


각종 테스트 결과, 그 옷에 사용된 섬유는 이 세상에서 개발된 적이 없던 신소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방수성, 항균성, 내열성, 내오염성, 내마모성을 가진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막말로 황제 폐하가 걸치는 최고급 의복조차도 이렇게 완벽하진 않을 것이라는, 듣는 이에 따라서는 불경죄가 될 수도 있는 평을 그 전문가 양반은 그녀의 앞에서 쉬지도 않고 쏟아냈다.


“옷 조각 하나만 잘라가도 되겠습니까!? 제국 의류 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물건이···!”


“네··· 조금만 잘라가세요.”


아무래도 옷으로는 입증이 불가능할 것 같으니, 유스티아는 다른 증거물을 살펴보기로 했다. 각종 산업재 생산 감독 일을 하는 오랜 인연이 있는 후배에게 압수한 활과 화살의 분석을 의뢰했다.


“유스티아 선배! 도대체 이런 물건을 어디서!?”


“응? 설마 너도···.”


“이건 세상을 바꿔놓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소지하던 활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이 세계의 어떤 기업과 국가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혁신적인 강도와 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후배는 그 활을 마치 신화 속에나 존재할 법한 보물처럼 받들었다.


“시료 채취를 위해서 일부분만 절단해 갈게요!”


“어··· 그래라.”


결국 황금 같은 휴가를 활활 태워 가면서 밤낮으로 수사에 매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동쪽의 자유연합에서 온 간첩임을 입증할 수 있는 그럴싸한 증거 하나조차 그녀는 찾아내지 못하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조사와 모든 정황 증거로 미루어보았을 때, 플라누스는 제국인은 절대 아니지만, 동쪽에서 온 시퍼렁이 간첩일 수도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자기 손으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무고한 제국 시민을 잡아넣은 끔찍한 실수는 아닌 건 천만다행이지만···.” 


그래서 그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귀신이라도 잡은 거야?”


다음 휴가를 이용해 그를 다시 만나볼 생각을 하던 차에 그가 갇혀있던 불법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에 의한 반란이 발생했고, 시점은 현재에 이르러 그녀는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너, 태생 제국인은 아니지?”


“아니지.”


“자유연합의 간첩도 역시 아니고?”


“아니지.”


이제 와서 그녀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플라누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서쪽에 너머에서 온 인간은 아니지?”


플라누스는 유스티아의 물음에 코웃음 쳤다. 요즘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제국의 역사는 물론 이 세계 인류의 역사에 대해서 벼락치기를 한 그였다.


그녀가 말한 ‘서쪽 너머’가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제국의 최서단이자 인류의 최서단, 한계전선 너머라는 것 정도는 어렵잖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괴물 아니냐고 물어본 것이다.


“유스티아, 너 눈에는 내가 인간형 몬스터로 보여?”


“그렇겠지, 너는 몬스터라기에는 너무 약하니까···.”


“······.”


유스티아는 플라누스의 대답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정말 서쪽에서 온 인간이라면 그건 간첩보다 더 큰 일이었다!


최정예 모험가나 정상급 병사들도 살아 돌아오기 힘든 죽음의 기운만이 감도는 한계전선 너머에서 온 인간이라면, 전 인류가 발칵 뒤집힐 중대한 사건이다.


수틀리면 극단적 지식 주의 마법사 집단 혹은 몬스터를 신으로 받드는 신수우생교 같은 곳에 납치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히 해부당하는 연구 대상이 되거나 멋대로 신으로 모셔질 게 뻔했다.


그녀는 내심 안심하면서도 다른 가설을 하나하나 제시하며 대해서 그를 살짝 떠보기 시작했다.


“서쪽이 아니면··· 동쪽은 어때? 바다 폭포 너머에서 배 타고 왔어?”


인류의 영향력과 세력이 닿는 곳 중에서 가장 최동단에 있는 곳이 바로 바다폭포다. 제스페라 제국의 대륙을 넘고, 자유 연합 있는 대륙도 넘어서, 말 그대로 동쪽 바다 끝에는 무지막지한 폭포가 있다. 


당연히 일반적인 배로는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인류 쪽에서 바다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무리더라도, 반대쪽에서 뛰어 내려오는 것은 물리적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미안한데, 내가 진짜 바다폭포에서 왔다고 쳐도 말이야. 제스페라 제국까지 오지도 못하고 동쪽 나라 어디선가 붙잡히지 않았을까? 어딘가의 누구가 해준 것처럼 간첩 취급도 좀 당하고?”


“으.”


유스티아는 순순히 그의 반박을 받아들였다.


“하긴··· 운이 좋아서 연합과 제국의 경계까지 왔다고 쳐줘도, 그 철혈전선을 공식 외교사절도 아닌 네가 어떻게 몸 성히 건너오겠어.”


철혈전선은 제스페라 제국과 나머지 인류의 국가인 자유연합과의 국경선을 지칭한다. 제1차 대륙 간 전쟁, 제2차 대륙 간 전쟁을 거치며 전사한 병사들의 시체가 무분별하게 널려있는 광대한 무인 지대다.


그곳은 휴전 선언 이후 쭉 비무장지대였으며, 지금까지도 정상 작동하는 살인적인 마법 지뢰들이 매설되어 있다. 전사자의 유골 발굴작업이 현대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섬뜩한 곳이다.


“흠, 이것도 아니면···.”


유스티아의 입이 꾹 닫혔다. 스스로 생각해도 설득력이 없는 가설들만 넘쳐났기 때문이다.


‘링 월드 사람들의 관점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내 고향을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지···.’


애초에 그는 둥근 모양의 지구에서 온 인간인데, 완전히 다른 세계인 링 월드 내의 어떤 장소를 짚든 간에 그건 결코 정답이 될 수 없었다.


“으으··· 너 진짜 정체가 뭐야···!?”


유스티아는 의심의 눈초리로 플라누스를 째릿 노려봤다. 그녀는 아무래도 그가 자신을 상대로 같잖은 말장난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


‘어차피 못 맞출 텐데, 그럼 힌트 정도는 줘볼까···?’


그녀의 불만 가득한 시선을 의식한 플라누스는 힌트를 넌지시 건네주었다.


“이 세계의 구조상, 동쪽에 서쪽까지 다 해봤다면, 어디 하나 남는 게 하나 있지 않아?”


링 월드는 남쪽과 북쪽이 닫혀있고, 동쪽으로 쭉 가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 동쪽도 서쪽도 아니라면 당연히···.


“···어디가 남는다고?”


“위가 있잖아. 위가.”


그의 조언에 어리둥절해진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진심으로 화를 내면서 그를 비난했다.


“뭐, 하늘에서 왔다고? 아니면 태양에서?” 


“소거법에 의하면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잖아.”


그도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혹시 밤하늘에 있는 별 중에 지구와 달 있는 태양계가 숨겨져 있다면? 아예 다른 차원이나 다른 우주로의 전이보다는 물리법칙 면에서 현실적인 가정이니 말이다.


물론 ‘비교적’ 현실적이라는 것이지, 지구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들이 있는 센타우루스자리의 4광년부터, 수천만광년-수억광년, 심지어는 수천억광년··· 그 거리를 초광속 이동했다는 가정도 그는 외면했다.


차라리 판타지에 불과하더라도 다른 시간 법칙을 가진 우주라서, 지구로 돌아가면 만물이 원상태 그대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이 마음이 훨씬 편했기에 그는 차라리 그러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여러 가정 중에서도 최악은 이게 가상현실에 불과하다는 경우다. 그가 경험한 모든 것이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했다면, 그는 혀 깨물고 자살한다는 선택지를 고를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확실한 사실은 단 하나. 이런 생각 자체는 복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뭐, 설령 당장 돌아갈 방법을 찾았다 치더라도, 복수를 끝내기 전에는 딱히 돌아가고 싶지도 않으니 당분간은 잊고 살아야지···.’


“에이!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라! 그래! 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곳일 수도 있지!? 어!?”


그는 그녀의 힐난에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지만,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입 밖으로 꺼내기도 전에 예상할 수 있었던 전형적인 반응이었으니 말이다.


‘자기 고향인 링 월드가 아니라, 둥그런 지구에서 왔다고 말해주면 아주 등신 취급을 하겠네···’


그는 지구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고 싶었지만, 지구 사람한테 링 월드의 이야기를 해주면 그쪽도 믿지 않을 텐데, 그녀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그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본명은 뭐야?”


유스티아는 식탁에서 일어나려는 그의 손을 붙잡고 질문의 내용을 바꿨다.


“플라네타 플라누스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니잖아. 플라누스는 내가 붙여준 거고, 플라네타라는 성은··· 어··· 음···.”


그녀는 본의 아니게 그의 아픈 구석을 찌르고 말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재빠르게 사과했다.


“아··· 미안. 내가 괜히···.”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겨우 그런 걸로 역정을 낼 정도로 소인배는 아니었다.


“됐어. 소중한 사람이 붙여준 성인데, 그거 가지고 화를 내진 않아···.”


“···본명 정도는 기억하고 있지?”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 어떤 과정으로 21세기 지구에서 링 월드라는 괴이한 세계로 떨어지게 되었는지 떠올리지 못할 뿐, 지구에서의 기억은 온전했다.


“······.”


하지만 그걸 유스티아에게 말해주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행위인가? 라미에게도 말해준 적 없는 이름을?


“잊어버렸어.”


“잊었다고?!”


괜한 소리로 오해받느니, 적당히 둘러대는 편이 앞으로 협력에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그는 판단했다.


“나는 어두운 숲속에서 갑작스럽게 깨어났어. 전에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조차 기억해낼 수가 없어. 왠지 모르게 사용법이 기억나는 활과 화살이 운 좋게 곁에 있었을 뿐···.”


“숲을 정처 없이 방황하다가, 에듀그라운드 초입에서 나와 조우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겠지?”


기억 상실을 앓고 있다는 설정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불현듯이 떠올랐다는 식으로 둘러대면 되니까, 굉장히 편하게 써먹을 수 있는 설정이었다.


“기억 상실이라···.”


유스티아는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조심스럽게 추측하였다.


“플라누스, 어쩌면 너는 초고대인일지도 모르겠다.”


“초고대인?”


“엄청난 아티펙트를 던전에 남기고 이 세계에서 문명째로 사라져버린 인간의 선조들.”


“하하하.”


그는 어색하게 웃음으로 답했다. 그의 머릿속, 링 월드라는 세계관에 판타지다운 설정이 점점 늘어간다. 현대인들은 재현할 수 없는 로스트 테크놀로지라, 좋고 그럴싸한 건 다 갖다 붙이는군.


“뭐어, 전설에 가까운 얘기일 뿐이지만.”


쾅!


유스티아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비장한 표정으로 내리치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됐고, 플라누스, 어제 못다 한 얘기를 마저 할까?”


“넌 뭐 이렇게 나한테 할 말이 많냐?”


플라누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더니, 이내 그녀에게 되물었다.


“어제 하던 내용을 이어 하자니··· 설마 이 아침에 섹스하자고? 아침 먹고 바로? 술이 아직 덜 깼어?”


“···아니! 아니아니아니!!!”


유스티아는 얼굴색을 붉으락푸르락하며 플라누스의 정수리를 포크로 내리 찍으려 했다. 그는 진심으로 깜짝 놀라서 의자를 뒤로 빼고 거리를 벌렸다.


“진짜 착각이었어,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 테니까 그 포크 내려놔!? 잘못하면 진짜 찔러 죽이겠어!?”


“끄으으윽! 아오오오!”


“진지하게, 방금은 실수야! 애초에 네가 술 처먹고 주정 부린 탓에···.”


“후우우우우···!”


그녀는 이를 박박 갈면서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는 가슴을 쓸어내린 후에, 미리 끓여놓은 물로 예쁘게 생긴 찻잔에 차를 우려내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다.


“일단 이거 마시면서 진정해. 어?”


후루륵, 차를 한 모금 마시자 분위기가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있잖아, 네가 어제 했던 말, 곰곰이 생각해봤어.”


“···그래.”


그녀는 그의 시선을 살짝 피하면서도, 성찰을 통해서 얻은 자기 생각을 찬찬히 읽어나갔다.


 “하, 차마 반박할 수가 없더라?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소원과 주변이 나한테 바라는 모습, 남들이 멋대로 정해놓은 틀에 맞추며 살아왔던 거야···.”


그는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맞아! 나는 휩쓸리면서 살아왔어! 그래서 사람들이 정해준 궤도에서 실수로 탈선했을 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와장창 무너져내렸던 거야···.”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차를 한 모금 삼켰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세상이 멋대로 나를 쫓아냈다고 원망하고 증오하고, 그러면서 너한테 징징거리기나 했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추하게 느껴지네.”


그는 그녀를 위해서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사람들은 때로 너무나 과중한 기대를 겨우 한 사람에게 몰아주곤 하지, 그 짐이 사람 하나 짓눌려 죽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유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전부 들이켠 다음에, 눈을 감은 채로 자신의 정의관을 재정립했다.


“나는 지금도 네가 원하는 사적 제제를 긍정하지는 않아. 그런 것이 정당화되고 만연하는 사회는 결국 서로 죽고 죽이는 지옥이 될 뿐이라고 나는 믿으니까.”


유스티아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고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가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면 진실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렇다면 비록 내가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것은 그와 진심으로 협력하기 위해서 유스티아가 내놓은 용기 있는 합의였다.


“나는 더 이상 남이 정해주던 꿈, 호민관이라는 직책에 집착하지 않겠어.”


“유스티아···.”


“내가 너한테 협력하는 게 아니야. 시민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너에게 협력을 구하고 싶어.”


그녀는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여있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기품을 내는 가녀린 오른손을 내밀었다.


“플라네타, 부디 제 손을 잡아주십시오. 당신의 도움이 전 필요합니다.”


“유스티아, 당신의 맹세를 믿고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서 조력하겠습니다.”


플라누스는 옅은 웃음과 함께 유스티아의 손을 꽉 붙잡았다. 온기와 함께 불현듯이 그는 생각했다.


‘제냐는 내가 나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했어. 하지만 유스티아와 함께라면 왠지 괜찮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복수를 막는 족쇄가 아니라, 인간성의 궤도를 벗어나 폭주하는 것을 방지하는 든든한 철길. 각성한 그녀가 옆에 있다면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둘은 마주 잡은 두손을 위아래로 강하게 흔들며 동료의 맹세를 맺었다.


작가의말

우우우랑루아루아아룽라우라아루아루아루아루루룰루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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