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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님의 서재입니다.

링 월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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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역설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6.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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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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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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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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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29

DUMMY

서로 결정적인 공격을 가하지 못하고, 격렬했던 싸움은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양측 모두 큰 피해를 보았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간수 측이 수감자들의 축차 투입을 막아냈다.


“졌다···.”


플라누스는 절망감에 휩싸여 감정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간수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긴 했지만 결국 저들을 넘어서 출구에 도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패배라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결과였다.


“하···”


플라누스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푹 떨궜다. 그의 옆으로 오토멜이 다가와서 멱살을 잡았다.


“야! 당장 못 일어나!? 니가 여기에 드러누워 있으면, 저 밖에 사람들은 누가 이끄는데!?”


아직 포기하지 않은 다른 수감자들을 위해서라도 아직 그를 편하게 해줄 수는 없었다.


“네가 해. 아니면 다른 누구한테든 맡겨!”


“케이 형이 마지막 부탁을 맡긴 건 바로 너야! 사람들을 이끌 자격이 있는 것도 너고! 그 숨이 붙어있는 한은 나가서 사람들을 격려하라고!”


“젠장···.”


플라누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오토멜을 노려보았다. 그라고 이렇게 무력하게 주저앉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를 그렇게 만드는 사실은 따로 있었다.


“라미가 안 보여···.”


“뭐!?” 


“싸움 도중부터 라미가 안 보였다고!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어! 라미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오토멜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고개를 마구 저었다.


“설마, 어딘가에 숨어있겠지. 그런 거야!”


“그렇다면 왜 아직도 안 오는 건데?!”


“그래도 아직··· 직접 본건 아니잖아!”


“그런 기적 따위는 없어! 적어도 이곳에는!”


그들의 옆으로 다가온 제냐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주변의 다른 수감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플라누스는 고백했다.


“나는 내 목숨을 위해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킨 거야···.”


“아니!”


“그리고 나서는 내 맘대로 기대했어! 내 친구, 내 동료들은 죽지 않을 거라고!”


“아니!”


“사람들을 검과 창, 불과 얼음 속으로 밀어 넣으면서도, 라미만큼은 뒤로 숨기려 했어!”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 근처의 다른 이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면서 결국 라미 하나 못 지키고···!”


“······.”


동료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온 것은 일면식만 있던 수감자들이었다. 무리 한가운데서 한 여자가 빠져나와서 플라누스의 머리를 톡톡 쳤다.


“이봐! 이봐!?”


“뭐, 뭐요?”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너를 지도자로 뽑은 적도, 그런 존재로 인정한 적도 없어.”


그 여자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큰 목소리로 물었다.


“어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너희들 뭐 투표라도 했나? 혹시 이놈을 우리 리더로 뽑은 사람 여기 있나?”


그녀의 질문에 주변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있으면 손 좀 들어봐!”


플라누스는 돌아가는 상황에 얼이 빠진 표정으로 그 여자에게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간단해. 우리가 너한테 명령을 내릴 권한과 권력을 쥐여준 적도 없는데, 왜 너는 우리의 죽음에 무거운 책임을 지려고 하는 거지? 이상하잖아.”


“뭔 시발··· 엿 같은 말장난입니다. 그런 건···.”


“우린 너에게 판단을 맡긴 적이 없어. 이 전쟁은 우리 스스로 결정했어. 난 그저 그놈의 자유라는 걸 죽기 전에 한번 맛보고 싶었을 뿐이야.”


“하.” 


“그리고 이제 여기 생활은 너무 지긋지긋하거든! 우리 아이들 키우기도 좀 많이 별로고. 귀하게 키운 자식들 간수 녀석들에게 가져다 바치고 싶지도 않고.”


“하, 하하!”


“우리가 너의 명령을 따랐다고 생각해? 지랄, 천만의 말씀. 난 그냥 가장 그럴싸해 보였던 너의 조언에 귀 기울여봤을 뿐이야. 뭐, 정답률이 조금 높긴 했네?”


“허···.”


그녀가 그의 멱살을 잡아 들었다.


“닥치고 들어! 오늘 우리는 스스로가 이끄는 대로 행동하고 싸우고 죽는다! 오늘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가 책임진다!”


“진짜 빌어먹을···.”


“다만 그 과정에서 너의 조언이 조금 필요할 뿐이야! 알겠냐!? 그러니까 싸우지 않아도 좋아, 그 잘난 혓바닥이라도 열심히 놀려봐!”


그녀가 그의 멱살을 놓고 자리에 내동댕이쳤다.


“우리에게 승리로 향하는 길만 보여! 네가 가지 않아도 우린 그 길을 걸어갈 테니까!”


자극과 왠지 모를 위로를 얻은 플라누스는 정신을 차리고 끊어진 활의 현을 새롭게 교체했다. 다시 팽팽해진 활을 들고 그는 일어섰다.


“갑시다··· 끝을 내러···.”


다른 이들이 옅은 웃음과 함께 그를 따라나섰다.


“진작에 그렇게 할 것이지.”


다시 일어선 플라누스는 수감자들과 간수들이 대치하고 있는 전선으로 다시 나갔다.


“왔다! 녀석이다!”


적은 플라누스의 출현에 온갖 욕설과 모욕을 입에 담으며 긴장했다.


“모두 준비!”


수감자들도 최후의 공격이 임박했음을 깨닫고 돌격 태세를 갖추었다.


“후···.”


서로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완전한 한계. 그러나 여전히 절박한 쪽은 수감자들 쪽이었다.


“소장님에게 메시지를 보내놨다! 언젠가 지원은 온다! 조금만, 조금만 버텨!”


저쪽은 엄밀히 말해서 권력을 등에 업고 있는 존재들이었고, 더 시간을 끌면 지원이 올 게 분명한 상황. 플라누스가 활시위를 강하게 당기자 폭발적인 긴장감이 양쪽에 맴돌았다.


“······.”


그리고 그 긴장을 맥없이 깨버린 것은 한 간수의 외침이었다.


“지원이다! 원군이 왔다!!!”


“뭣···!?”


수감자들은 몹시 동요했다. 절망감이 그들 사이사이를 엄습하며 흔한 비명조차 낼 수 없었다. 그저 무기를 든 손에 힘이 스르륵 빠져나갈 뿐이었다.


“하, 하하하!!! 끝났다!!!”


대조적으로 간수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뒷배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발 빠르게 나선 것이 분명했다.


“큭··· 동요하지 마! 침착해! 자리를 지켜!”


플라누스는 급하게 혼란을 수습하려 했지만, 수감자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수감자들이 하나둘 무기를 놓치기 시작했다.


“젠장!”


휘이이익! 플라누스는 온몸을 조여오는 절망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화살을 한 발 쏴서 방심하고 있던 간수 하나를 쏴 죽였다. 또 간수가 하나 죽자 주변의 간수들이 그를 향해서 분노를 터뜨렸다.


“이런 시발! 또 저거에 죽었어!”


“손가락은 자르고 팔다리는 찢어버리겠어!”


“살아있는 상태에서 내장을 하나하나 뽑아주마!”


플라누스는 빠르게 그들의 입을 막았다.


“닥쳐! 개새끼들아! 다음은 니가 뒤질거니까!”


“······.”


아무래도 자신이 다음 화살의 표적이 되기는 싫은 모양인지 간수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그런데도 놈들의 눈은 전부 그를 향하고 있었다.


“하, 분노 조절 한번 잘하네.”


그는 하나의 희극 같은 그 광경이 너무나도 우스워서 절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면서도 다음 화살을 장전했다. 오토멜과 제냐가 그의 옆에 섰다.


“케이 형의 복수를 해야지?”


“이젠 도망치지 않아. 맹세했잖아.”


“너희들···.”


그를 일으켜 세웠던 여자가 그의 옆에 섰다.


“여, 동지. 딴 놈들은 몰라도 나는 안 도망친다고.”


“당신···.”


조니의 추종자들도 그의 옆에 섰다.


“이걸로 빚은 다 갚았다.”


“빚은 진작에 다 갚았어···.”


플라누스가 실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하도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찔끔 나오네···.”


우르르르르르!!!


간수들이 지키고 있던 거대한 출구에서 밖에서 온 사람들이 물 밀듯이 쏟아져나왔다. 하나같이 번쩍거리는 갑옷과 검, 반들거리는 지팡이로 무장한 정예 병사들이었다. 원군이 온 것이다.


“어이쿠, 난리 났다.”


플라누스와 나머지들은 코웃음을 쳤다.


“자, 잘 오셨습니다! 제가 이곳의 간수장입니다! 혹시 어디서 오신 분이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살았다는 표정으로 얼굴 주름이 활짝 펴진 간수장이 소속 불명의 병사들을 향해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한 여자가 중무장한 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플라누스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저건···!!!”


결코 잊을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자신을 이 지옥에 떨어뜨린 자의 얼굴을 어떻게 잊어버리겠는가?


“유스티아···!!!”


그녀와 만나지 않았다면 라미와 동료들을 만날 수 없었겠지만··· 온갖 애증이 느껴지는 얼굴을 보면서 플라누스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본인은···.”


유스티아는 세비히아로를 품속에서 꺼내 간수장에게 보이며 간수장의 물음에 냉담한 어조로 답했다.


“···본 부대는 제국치안부 직할 기동 015부대입니다. 저는 015의 지휘관인 유스티아라고 합니다.”


“오오!!!”


간수장은 예상이나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아군의 등장에 폴짝 뛰어오르며 기뻐했다.


“에듀그라운드 지역 경찰도 아니고 제국치안부의 직속 부대라니!? 귀하신 분들이 이런 누추한 곳까지?! 이거야 원! 영광입니다!!!”


에듀그라운드 경찰만 와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겠지만, 제국 전역의 치안을 확보하는 제국치안부의 부대라면 수감자 따위는 상대가 안 될 테니 말이다.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오셨는지는 전 모르겠지만··· 음··· 으음···?”


간수장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에듀그라운드 시내에 머무르고 있을 소장에게 전보를 보낸 것은 맞지만, 이런 거물을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소장의 측근인 놈도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국치안부 015부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했다. 간수장은 유스티아에게 악수를 청하기 위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지휘관님, 현장의 책임자인 제가 현 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그러자 유스티아의 옆에 있던 부관이 검을 뽑아 들어서 간수장의 목을 향해서 가차 없이 겨눠 접근을 제지했다. 간수장은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접근하지 마라!”


“히익! 죄,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라.”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간수들이 드문드문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기지도 않는 촌극을 지켜보는 수감자들은 보면서 혀를 쯧쯧 찼다.


“지랄 났네.”


플라누스는 말없이 화살을 유스티아를 향해 겨눴다. 그 화살이 그녀의 머리에 꽂히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겠지만···.


“···.”


유스티아는 말없이 그녀의 검을 뽑아 들었다. 간수장은 비굴할 정도로 굽신거리면서 옥중 반란을 일으킨 수감자의 말살을 그녀에게 부탁했다.


“아무튼, 미리 듣고 오셨겠지만 바로 저놈들입니다! 반항하는 놈들을 남김없이 처리해주시면 뒤처리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스티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간수장에게 겨눴다. 좌중이 그의 행동에 경악했다. 왜 그녀가 간수장을 적대하고 있는 것인가?


“지, 지휘관님!?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간수장, 제보가 있었습니다!”


“제보라니요!?”


간수장은 그녀의 말에 당황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뜬금없이 제보라니 그것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왜 저희를 향해서!?”


그러고 보니 부대의 배치가 이상했다. 제국치안부 015부대는 수감자들을 경계하기보다는 오히려 간수들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네 수용소에서 부랑민의 재사회화에 관한 황제 폐하의 칙령을 악용해 벌여 온 온갖 불법적이고 추악한 짓거리들!”


“네, 네엣!?” 


“그 모든 범죄 사실에 대해 고통받던 한 직원이 양심의 가책을 못 이겨, 저희 치안부에 내부 고발을 했다는 겁니다!”


“내, 내부고발!?”


그제야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간수장과 간수들은 깨달았다.


“엣··· 아, 아니. 나리! 그게 아니라!”


“노예 생산과 거래 유통망 조직! 금지된 마약의 생산과 다른 조직과의 연계! 불법 투기장 운용! 이래도 발뺌할 생각이십니까?”


“즈, 증거 있습니까! 영장은 들고 오셨습니까!? 소장님께 연락해야겠습니다! 소장님께서 없는 동안에는 절대로···.”


“이미 돈의 흐름을 통해서 수상한 정황은 확인했습니다. 또한 최고 책임자, 수용소장의 신병은 이미 015부대에서 1시간 전에 확보했습니다.”


“그, 그럴 수가!”


“그리고 그자가 이미 다 불었습니다. 자신이 받을 형량을 줄여주는 대신, 모든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치안부의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입니다.”


“아아, 아아아아아악!? 그 개새끼가 자기 혼자서만 비겁하게!?!?”


듣고 있던 간수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돌아가는 상황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놈들은 완전히 토사구팽당한 것이다.


“이것이 당최 뭔 일이여!?”


한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끼는 것은 멀찍이서 잠자코 유스티아의 선고를 듣고만 있었던 수감자 진영도 마찬가지였다.


“몰라, 나도!”


적의 지원군이 온 줄 알고 마음이 꺾이기 직전이었는데, 알고 보니까 우리 쪽이었다니. 어안이 벙벙해진 수감자들은 얼을 놓고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누가, 누가 불어버린 거야!”


미쳐 돌아버릴 지경에 이른 간수장이 수많은 부하 간수들을 돌아보면서 검을 마구 휘둘렀다. 그리곤 의미 없는 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자식이야! 지금 당장 나와! 나와서 얘기를 해보라니깐! 왜 그랬어!? 회사가 뭐 섭섭하게 했어!? 해달라는 거 다 잘 챙겨줬잖아!? 이러면 다 같이 죽는다고 내가 강조했잖아!? 어!?!?”


어떤 미친놈이 원하는 여자, 남자를 골라잡을 수 있는, 마약을 원하는 대로 빨 수 있는 이 낙원을 깨부수려고 했단 말인가? 썩을 대로 썩은 간수장의 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어떤 개새끼야!!!”


* * *


탈옥 개시 일주일 전. 케이는 자신의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얘들을 내보내고 나서도, 소장과 간수 놈들은 추적자를 보내서 뒤를 쫓을 게 분명해. 우리들로는 기사와 마법사를 따돌리는 건 쉽지 않겠지···.”


그것이 바로 케이가 이번 계획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자신이 희생한다면 간수들의 시선을 잠시 붙잡아 놓을 수는 있겠지만, 동료들은 추적자들까지 따돌릴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녀석들이 밖으로 시선을 못 돌리도록 해야 할 텐데···.”


케이는 이마를 짚었다. 어디 좋은 방법이 없나, 과거의 기억을 하나하나 훑어보다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집단이 있었다.


“제국 치안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015부대가 에듀그라운드에 거점을 두고 있을 텐데? 잘만하면 그놈들을 이용할 수 있겠어!”


그가 밖에서 활동했던 때에도 제국의 정보부와 치안부의 갈등은 표면화되어 있었다. 그 갈등이 심해졌으면 더 심해졌지, 풀렸을 리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발견한다면 바로 물어뜯을 녀석들이었다. 만약 공을 세울 수 있는 건수가 눈앞에 있다면, 참을 작자들은 절대 아니었다.


“이곳의 범죄 사실을 교묘하게 정보부와 엮어놓은 후에 치안부 쪽에 제보하면, 녀석들로서는 그 미끼를 덥석 물 수밖에 없겠지···.”


케이는 치안부가 딱히 정의로울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 만약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면 진작에 이곳의 꼬락서니를 그쪽에다가 일러바치었을 것이다.


하지만 치안부도 황제의 앞에서 충성 경쟁을 벌이는 많고 많은 개떼 중 하나일 뿐, 도긴개긴이다. 어쩌면 케이의 제보를 정보부와의 사법적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여 암묵적으로 묻어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젠 밑져야 본전. 겸사겸사 해볼까나!”


그렇게 케이는 자신만의 계획을 기존 계획에 끼워넣었다. 동료들보다 미리 밖으로 나가서 새벽 4시 20분에 가스관에 스파크를 이용해서 폭발시켰다.


“숨겨왔던 비장의 수··· 마법으로 혼란을 일으킨다면, 범인을 잡기 위해서 간수들은 숙소에서 뛰쳐나오겠지. 그때 간수 숙소에 숨어들어 갈 수 있을 거야.”


간수들이 소화 작업과 범인 추적에 힘을 쏟는 동안 그는 유유히 간수 숙소에 잠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간수들이 밖과 소통할 때 이용하는 마도 통신 장치를 찾아서 그 뚜껑을 뜯었다.


“흐음···.”


물론 통신 장치에는 나름의 보안장치가 되어있지만, 작동 원리를 알고 있는 마법사라면 우회해서 장치를 가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쪽의 회로를 변경하면, 보안 회로를 우회할 수 있을 텐데! 저거를 끊고 대신 이쪽으로 연결하면···!“


사실 모를 수가 없었다. 마도 기판의 설계를 했던 것이 과거의 연인이었던 아뉴트였고, 그것을 등 뒤에서 도왔던 사람이 바로 케이였으니까.


한때 연인과 같은 학교에 다니던 그리운 청춘과 추억을 뒤로하고, 케이는 보안 회로를 우회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아, 불 들어온다!”


케이가 소거인을 기판에 흘려 넣자 장치가 빛을 뿜으면서 에듀그라운드에 있는 제국 치안부의 번호에 연결할 수 있었다.


“여보세요?”


“이거 제국치안부 번호 맞습니까?”


“···네, 금일 당직인 유스티아입니다.”


작가의말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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