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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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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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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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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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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에필로그 - 5년 사이

DUMMY


온통 새하얀 공간.

과거 멸망 이후 지겹도록 보던 공간이 김윤에게 다시금 이어졌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심했다.

이곳에선 시간의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과거 아공간은 낮과 밤은 알 수 있었다.

아공간이 어두워졌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것조차 알 수 없었다.


온통 새하얀 공간에 포탈들이 마구잡이로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것으로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겠으나, 그것은 모두 다른 시간대를 보여주고 있었기에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가 미치지 않도록 버티게 해주는 TV 방송과 같은 것이었다.

김윤은 그러한 것들을 가끔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파멸의 힘을 지녔다고, 파멸이 되었다고 그가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이미 시스템은 구축이 되어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큭······.”


지금과 같이 힘이 필요할 때면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파멸이 알아서 필요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또 어딘가 멸망하고 있는 건가.’


이것은 불가항력이다.

이미 과거부터 예정되어 있던 멸망이었으니 말이다.


김윤은 비틀거리며 시선을 옮겼다.

지구가 있는 포탈을 향해서였다.


다행히 그곳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만약 그 예정이 저곳으로 향해 있다면 그는 무슨 수를 써서도 막았을 것이다.


“후우.”


탈력감을 느낀 김윤은 창조가 만들어준 의자에 몸을 맡겼다.

이렇게 힘이 빠져나갈 때마다 영혼이 뒤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영혼으로 파멸을 억누르고 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의 영혼이 조금씩 소멸해가고 있는 것이었다.


“김윤······.”


창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곁에 다가왔다.


“나의 아이, 그렇게 애쓸 필요 없어요. 당신이 그러지 않아도······.”

“저는 당신의 아이가 아닙니다. 내 부모님은 따로 있으니까.”

“모든 세계의 이들은 제 아이예요.”

“······.”


김윤은 침묵했다.

그리고 조용히 상태를 회복할 뿐이었다.


더 버텨야만 했다.

파멸의 마음이 변할 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방금 빠져나간 힘이 멸망시킨 세계처럼, 지구도 그렇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기에 말을 할 체력도 최대한 아껴야했다.

그렇기에 그는 초반과 달리 창조와도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창조는 그런 그의 상태와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렇게 힘이 빠져나가고 버티고, 알 수 없는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지구 기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건 뭡니까.”


김윤이 창조가 손바닥 위로 창조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빛이 응축되며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조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무엇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저것은 형체를 띄지 않는 새하얀 빛이었으니 말이다.


“나중을 위해 필요할 거 같아서요.”


창조의 애매모호한 말.

그 대답에 김윤은 빛을 잠시 바라보다 포탈로 시선을 옮겼다.


당연하게도 지구의 포탈이었다.


그는 그것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켜봤다.

그거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열릴 때면 그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통해 지구의 재건을 살폈다.


멸망을 막아내고 3년.

그들의 마력은 완전히 상실됐다.


천천히 사라지던 마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지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3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지구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마력이 사라지기 전 이득을 취하려는 움직임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들.

마력을 이용해 미래를 대비하려는 이들.

그런 이들이 한데 모여 전쟁을 일으켰다.


그렇게 지구는 다시금 폐허가 되어갔다.

그리고 오늘 그 원인이자, 무기가 되어주던 마력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인간의 본질이 그런 것일까.


물론 모든 곳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 길을 만드는 자들이 남은 그곳은 그 어떠한 전쟁에도 휘둘리지 않고 재건에 집중했다.

그들은 사라진 마력, 그리고 코어를 대신할 것을 찾았으니 말이다.


그것은 모든 세계를 이루는 자연의 마력.

그들은 그것을 끌어와 국방력을 강화, 또한 재건의 박차를 가했다.


다른 곳들이 사라질 마력을 염려해 전쟁을 벌일 동안 그들은 빠르게 발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력, 그리고 코어가 사라진 지금.

그들은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힘이 생겼기에 그들은 다른 나라의 전쟁을 막는 것이 가능해졌다.

힘, 그리고 명분.


길을 만드는 자들이었던 둘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적을 통해 다른 나라와 연합하여 전쟁을 억제했다.

자멸을 막아선 것이었다.


과거 한 남자가 그랬듯이, 이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그들 역시 일반인으로 돌아간 상황.

그렇기에 전쟁을 바라는 이들의 암살 시도와 같은 상황도 벌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결단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을 벗어난 한 존재가 그것을 늘 지켜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포탈을 넘어서 세계로 파고드는 파멸의 힘.

그것이 그들을 향한 위협을 제거했다.


물론 대가 없는 일은 아니었다.

파멸의 힘은 그의 영혼을 뒤흔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김윤은 망설이지 않고, 매번 그 힘을 사용했다.


그렇게 또다시 2년이라는 시간.

김윤은 계속해서 파멸의 힘을 사용하고, 자연스레 나가는 파멸의 힘을 견디고.

도합 5년이라는 시간.


김윤의 영혼은 한계에 달했다.


이제 인간의 영혼으로 파멸을 가둘 수 없는 것이었다.

재창조되었던 파멸이 깨어나며 그의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크으윽······.”


김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그의 전신에서 새카만 기운이 솟구치며 그를 집어삼켰다.


‘이제 끝인가?’


김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 자신은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흐릿한 시야로 포탈을 담았다.

그들은 이제 괜찮을 것이다.


지구는 안정됐다.

자멸의 위협 또한 사라졌고, 파멸의 힘 또한 닿지 않는다.


자신이 아는 모든 이들이 자연히 사라질 때까지.

저 세계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


창조가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김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말을 건넸다.


“나의 아이, 김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이 선택에 후회는 없나요?”


김윤은 포탈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답했다.


“······없습니다.”


어딘가 망설임이 깃든 대답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는 변명하듯이 말을 이었다.


이곳에 온 뒤, 창조가 후회를 하냐 묻거나.

왜 그런 선택을 했냐는 말이 나올 때마다 내뱉던 말.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으니까요.”


어차피 그럴 운명이었다.

자신이 가진 미래를 모조리 써버렸으니까.

자신에겐 저곳에 있는 미래가 없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다시 기회가 주어져도?”

“······그래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그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그가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저 세계가 있는 것이다.


“그래요. 후회하고 있군요.”


창조가 몸을 수그렸다.

그리고 새카만 김윤의 뺨을 매만졌다.


“저곳에 함께 있고 싶었군요. 희생하고 싶지 않았군요.”

“저는······!”


그는 말을 마저 잇지 못했다.

그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자신 말고는 아무도 멸망을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희생했고, 막았다.


하지만 누가 희생을 하고 싶겠는가.

미래를 포기하며 목숨을 불태우고 싶겠는가.


김윤은 저곳에 있고 싶었다.

저 세계, 저 나라, 저 도시, 저 가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럼 됐어요.”


창조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바닥 위로 새하얀 빛을 일으켰다.


김윤이 이곳에 남게 된 이후 매일 같이 만들던 빛이었다.

그것은 찬란한 빛을 거두더니 작은 인형의 형태로 변했다.


“아무래도 모든 세계를 만든 제가 그저 입으로만 감사하기엔 좀 그런 거 같아서요.”


창조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인형을 포탈에 집어넣었다.


“감사 선물이에요. 김윤.”


그것과 동시에 김윤의 몸에서 새카만 기운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파멸이 완전히 깨어난 것이었다.


창조는 그 사이에 손을 뻗어 푸른 무언가를 잡아당겼다.

아주 작은, 손톱만한 크기의 무언가였다.


그녀는 그것을 소중히 두 손으로 감싸쥔 후, 그 위에 새하얀 창조의 힘을 불어넣었다.

그것은 창조의 힘을 집어삼키며 서서히 덩치를 부풀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길을 따라 앞선 인형과 마찬가지로 포탈로 떨어졌다.


“나의 세계들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이제 가지지 못했던 것을 만끽해요.”


그녀가 싱긋 웃으며 포탈을 닫았다.

그리고 깨어난 파멸을 맞이했다.


다시금 수많은 세계를 창조하고 멸망시키며, 우주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은 새하얀 아공간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



“이곳에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이는 없을 텐데? 아니, 이 세계에는 없을 텐데?”


조호주가 갑작스레 모여드는 빛을 바라보며 의문을 품었다.


그것은 뭉치고, 새하얗게 물들며 무언가를 빚어냈다.


김윤.


과거 영웅이었던 그가 새하얀 빛과 함께 새로이 창조됐다.


“여긴······?”


포탈을 통해 보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는 멍한 얼굴로 그곳에 있는 이들을 살폈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로 멍한 얼굴이었다.


“꿈인가?”


자신은 죽었다.

미래의 수명을 모두 소모했기에 죽었고, 파멸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조차 영혼을 모조리 소모해 소멸의 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이 이곳에 있는가.


죽기 직전에 보는,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꿈인 것일까.


그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다.

그간 회피하려고 했던 마음.

그는 이곳에 돌아오고 싶었다.


“사장님!”


그리고 이곳에 있던 모두도 그가 돌아오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주은서와 최현민, 그리고 이서준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이 달려들며 생기는 충격.

그리고 무게와 온기, 그 모든 것이 생생했다.


‘생생한 꿈이구나.’


그는 그때까지도 그렇게 여겼다.


그들이 펑펑 울때도.

이 추모식이 끝났을 때도.

그들과 함께 가게로 돌아갔을 때도.


하지만 다음 날 그 생각은 변화를 맞이했다.


“왜 아직도 여기에 있지······?”


그는 방에 달린 창문으로 다가가 그것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따사로운 햇빛과 함께 바깥의 공기나 내부로 흘러들어왔다.

시원한 바람이 그의 뺨을 스치고,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모든 것이 생생하며 현실적인 이 감각.


“설마.”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이 세계로 돌아왔다는 것을.

그것이 창조가 주겠다고 했던 감사의 선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김윤은 몸을 돌려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고리를 돌리며 방을 빠져나갔다.


과거 아름에 있던 길잡이와 비슷한 형태의 내부.

그는 복도를 지났고,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로비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5년간 바라보기만 했던 그곳.

돌아가고 싶었던 그곳.

보고 싶었던 이들이 있을 그곳.


그는 그곳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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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창조 24.08.02 33 0 12쪽
193 파멸 (2) 24.07.31 32 0 11쪽
192 파멸 (1) 24.07.30 32 0 11쪽
191 잉그 (13) 24.07.26 34 0 12쪽
190 잉그 (12) 24.07.25 34 0 11쪽
189 잉그 (11) 24.07.23 31 0 11쪽
188 잉그 (10) 24.07.19 34 0 11쪽
187 잉그 (9) 24.07.17 33 0 11쪽
186 잉그 (8) 24.07.16 37 0 11쪽
185 잉그 (7) 24.07.12 37 0 12쪽
184 잉그 (6) 24.07.11 32 0 12쪽
183 잉그 (5) 24.07.09 33 0 11쪽
182 잉그 (4) 24.07.04 38 0 12쪽
181 잉그 (3) 24.07.02 32 0 11쪽
180 잉그 (2) 24.06.28 36 0 11쪽
179 잉그 (1) 24.06.27 34 0 11쪽
178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2) 24.06.26 32 0 11쪽
177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1) 24.06.21 37 0 12쪽
176 길을 새기는 자 (3) 24.06.19 42 0 12쪽
175 길을 새기는 자 (2) 24.06.18 30 0 12쪽
174 길을 새기는 자 (1) 24.06.14 38 0 11쪽
173 길을 지우는 자 (2) 24.06.13 31 0 11쪽
172 길을 지우는 자 (1) 24.06.12 39 0 11쪽
171 길을 잇는 자 (3) 24.06.11 40 0 12쪽
170 길을 잇는 자 (2) 24.06.07 35 0 11쪽
169 길을 잇는 자 (1) 24.06.06 37 0 11쪽
168 길을 비트는 자 (3) 24.06.05 41 0 11쪽
167 길을 비트는 자 (2) 24.06.04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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