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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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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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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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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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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파멸 (1)

DUMMY


리아나가 레자르였던 마력 덩어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끝을 타고 새하얀 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레자르를 휘감고, 그녀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을 창조했다.

창조의 힘이었다.


‘빌어먹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그 광경에 김윤은 의문을 품었다.

방금까지 죽어라 패던 레자르가 사라지고 왠 여자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그 몸에서 빠져나온 마력 덩어리가 다시 레자르가 되었다.


‘분열? 안 그래도 말투가 계속 변하는 게 여러 인격이 있는 거 같긴 했는데.’


단순한 분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잉그였던 존재, 레자르도 상당히 지쳐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저 여자는 아니었다.

그녀는 아주 멀쩡히 창조의 마력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단순한 분열이 아닌가.’


김윤은 자세를 다잡았다.

한계에 달한 몸이지만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였다.


그는 곧장 돌진하며 리아나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콰앙!


그의 앞에 투명한 장벽이 생겨나며 그를 막아섰다.


“큭!”


장벽에 그대로 튕겨져 나온 김윤이 바닥을 굴렀다.


김윤은 다시 몸을 일으켜 장벽에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어찌나 단단한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김윤이 방벽과 씨름하는 사이, 창조된 레자르는 리아나에게 다가갔다.


“리아나. 미안하다.”


그의 시선이 리아나의 팔로 향했다.

그녀의 팔에선 새카만 기운이 미약하나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팔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 곳곳에서 그러한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불완전한 부활.

부족한 마력으로 강제로 부활시켰기에 내제된 창조와 파멸이 깨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완벽하게 흡수하고, 그리고 새로운 세계와 함께 되살렸어야 하는데.’


하지만 김윤과 다른 이들로 인해 그것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렇게라도 살려야만 했다.


그는 듣고 싶은 답이 있었으니 말이다.


“괜찮아요.”


리아나가 웃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상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었으니 말이다.


몸 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네가 했던 말의 의미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하지만 알 수가 없었어. 우리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거지? 잉그는 왜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하지만 너는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걸까.”


레자르가 고개를 푹 숙였다.


“네가 우리 잉그의 변환점이었던 거다. 널 여왕으로, 새로운 어머니로 추대했으면 모두가 그 감정을, 다른 종족의 삶을 알았을 거야.”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모두 내 잘못이다. 나는 끝내 그것을 알지 못했어. 그리고 내가 이 모든 일을 시작했다. 내가 종족을 파멸로 이끌었다.”


레자르의 눈동자가 리아나의 것을 직시했다.

정확히는 그 너머의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 모두 나의 죄다.”


리아나가 손을 뻗어 레자르의 두 손을 잡았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은 하나에요. 저도 잘 모르거든요.”


그녀가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수호자님이 제게 주었던 게 바로 그 감정이 아닐까요?”


그때였다.


쩌저적.


그녀의 온몸에 나타나는 금.

그리고 그 안에서 파멸의 힘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창조주를 집어삼키려한 오만한 피조물이 이룰 것은 없다.”


그것은 파멸이었다.


레자르는 리아나가 다시금 목숨을 잃는 모습을 허무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금 강림한 파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새카만 어둠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손을 뻗어 레자르의 목을 움켜쥐었다.


“사랑? 웃기는군. 애초에 지니지 않은 것을 탐하다니!”

“커허억······.”


레자르는 목을 움켜쥔 손을 부여잡으며 눈을 굴렸다.

주변에 있던 마력 덩어리들이 파멸의 힘으로 이루어진 불꽃에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모두 창조가 불어넣은 헛바람 때문이다.”


새카만 어둠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새하얀 빛이 하나로 응집되며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고 있었다.

창조였다.


“창조! 우릴 집어삼키려고 한 이놈을 살릴 셈은 아니겠지?”

“······.”


창조는 침묵했다.


“그래, 죽어라.”


그리고 파멸은 힘을 주어 레자르를 소멸시켰다.

그의 영혼마저 새카만 불길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파멸의 흉악한 눈길이 장벽 너머에 있는 김윤으로 향했다.


“잘했다. 피조물. 쓸모 있는 피조물도 있는 법이군.”


이어 그 시선이 다시금 창조에게 향했다.


“쓸데 없이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창조가 입을 열었다.


“모두 제 탓이에요.”


따스한 목소리라고 표현할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주변을 장악했다.


“그래, 네 탓이다. 네가 지닌 그 망할 외로움 때문에 내가 태어났고, 피조물이 태어났다.”

“······창조의 기반이 그것이기 때문이니까요.”


창조가 아공간의 중심을 쓱 훑어보았다.


“홀로 있기엔 우주가 너무도 넓었고, 그랬기에 외로움이 깃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세계가, 생명이 태어난 거죠.”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노렸지.”


파멸의 흉흉한 기세가 일대를 짓눌렀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사명을 실현하겠다.”


파멸이 손을 뻗었다.


“모든 세계와 생명을 파멸로 이끌겠다.”


그러자 그의 손을 타고 새카만 기운이 꿈틀거리며 쏟아졌다.

그것은 순식간에 주변을 집어삼키고 갉아먹기 시작했다.


“모두 무로 돌아가라.”

“파멸!”


창조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비켜라 창조. 네가 창조하듯이 나는 파멸을 선사할 뿐이다. 이게 피조물들이 바란 길이다.”

“미친 소리로군.”


김윤이 검은 연기를 걷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지. 가만히 뒀으면 알아서 다 사라졌을 텐데 말이야.”

“감히 피조물이 파멸의 말에 핀잔을 주는가!”


파멸이 분노하며 광선을 쏘아냈다.

파멸의 힘이 듬뿍 담긴 광선이었다.


“그만두세요.”


그러자 창조가 빛을 쏘아내 그것을 격추했다.


“그가 우리를 구했잖아요.”

“그럴 힘을 가졌으니 처리하는 거다. 피조물에게 창조와 파멸이 깃들었으니까.”


그가 다시금 손바닥에 힘을 응축했다.


“애초에 네가 피조물 따위에게 마력을 선사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창조.”

“제 선택이 곧 당신의 선택인 걸 모르나요? 당신은 나예요.”

“그리고 나의 선택이 너의 선택이다.”


파멸이 다시금 광선을 쏘아냈다.

창조 역시 다시금 광선의 앞을 막아섰다.


“넌 날 막아설 수 없다. 창조.”


파멸의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아공간의 중심, 그것을 유지하던 힘이 그에게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깨달은 창조는 곧장 힘을 펼쳐 그것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김윤.”


창조가 김윤을 돌아보았다.


“파멸을 막을 수 있는 건 길을 만드는 자들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저이기 때문이죠······.”


그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구 형태로 응축되어 떨어졌다.

그것은 총 네 개로, 그 중 하나가 김윤의 몸을 파고들었다.


“당신의 망가진 몸을 모두 고쳤습니다. 마력도요.”

“······저걸 막으라는 겁니까.”

“······마지막입니다.”


얼굴이 없는 마네킹 같은 창조의 몸.

그러나 김윤은 그가 미소를 짓고 있다고 느꼈다.


그사이 저 멀리 날아간 창조의 구체가 세 명의 길을 만드는 자들을 회복하고, 이 자리로 불러왔다.


김윤의 배후에서 백민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백민호.”

“신을 삼킨 놈을 처리했더니, 이제 그 안에서 나온 신이 깽판을 치는 거야?”


주은서가 김윤의 곁으로 다가왔다.


“사장님.”

“김윤씨.”


이지우도 마찬가지였다.


김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입니다.”


그러자 창조가 설명을 더했다.


“제가 파멸이 힘을 회복하는 걸 막고 있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드린 힘을 파멸에게 과거를 창조해주세요.”

“창조?”

“파멸이 없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는 세계를 이루는 이치 중 하나니까요. 그리고 그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게 다시금 창조하는 겁니다. 그의 시작으로 돌아갈 수 있게요.”

“신을 재창조한다라 미친 스케일이로군.”


백민호가 손을 쥐락펴락하며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그 위로 새하얀 마력이 솟구쳤다.


“이 힘으로 하라는 건가?”

“파멸의 몸 깊숙한 곳까지 그 힘을 옮겨주시면 돼요. 그럼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


창조가 텅 빈 마네킹의 시선으로 백민호를 바라보았다.


“좋아. 그럼 나 먼저 간다.”


백민호가 온몸에 그 힘을 두른 채로 하늘로 쇄도했다.


그 뒤를 이지우, 주은서, 그리고 김윤 순서대로 잇따랐다.


주은서가 이지우에게 말을 걸었다.


“싸움이 끝나질 않네요.”

“하지만 이거로 끝날 거예요.”


이지우는 희망찬 이야기를 하며 창조의 힘으로 만들어진 검을 뽑아들었다.

새하얀 검신을 타고 새하얀 마력이 타올랐다.


그사이 김윤은 주변에 수많은 발판과 길을 새기며 싸움을 대비했다.


중앙에 있는 파멸을 둘러싼 수많은 발판과 길.

준비는 끝났다.

다른 이들 역시 모두 힘의 적응이 끝났으니 말이다.


앞서 김윤을 통해 일깨워진 창조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이것으로 저 파멸을 막고 모든 것을 끝낸다.


최종장이었다.


“창-조-!!”


파멸이 또다른 창조주의 이름을 외치며 분노를 토해냈다.

그의 포효가 파멸의 힘을 휘감으며 곳곳에 새겨진 발판과 길을 깨부쉈다.


“피조물 따위가 나를 막아설 수 있을 것 같냐!”

“그 피조물한테 뒈질 뻔 하셨잖아?”


백민호가 포탄처럼 쏘아졌다.

동시에 그의 주위에 진짜 포탄이 만들어지며 함께 쏘아졌다.


콰과과광!


파멸과 충돌한 포탄이 거대한 폭발을 낳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백민호의 일격이 틀어박혔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주먹이 파멸을 후려쳤다.


콰앙!


굉음이 터져나오며 가득한 폭연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중앙에 멀쩡한 모습의 파멸이 분노를 터트렸다.


“무엄하다. 건방지다. 오만하다.”


그 일격에 꼼짝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제자리에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모두 파멸하여 마땅할지니!”


오히려 더욱 분노할 뿐이었다.

새카만 그의 손에 새하얀 마력의 주먹을 움켜쥐었다.


콰드드득!


거대한 마력 주먹이 파괴되며 새카만 가루가 흩날렸다.

그것은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변에 펼쳐진 발판과 길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김윤은 그것이 파괴되기 무섭게 새롭게 창조해 이들이 나아갈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주은서.

그녀가 파멸의 가루를 모조리 휘감아 날려보냈다.


다시금 돌진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이지우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멸에게 쏘아졌다.

그리고 새하얀 검을 크게 휘둘렀다.


콰드드득!


‘단단하다.’


그러나 파멸을 베어내지 못하는 검.

표피만 살짝 긁어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무의미한 공격은 다시금 그의 화를 돋우었다.


“모조리 파멸하라-!!”


파멸의 형태가 인간이 아닌 구로 변했다.

그리고 동시에.


콰르르르르릉!


사방으로 새카만 번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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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잉그 (9) 24.07.17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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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잉그 (5) 24.07.09 34 0 11쪽
182 잉그 (4) 24.07.04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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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잉그 (1) 24.06.27 34 0 11쪽
178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2) 24.06.26 32 0 11쪽
177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1) 24.06.21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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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길을 잇는 자 (3) 24.06.11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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