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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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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석 (1)

DUMMY


폐허가 된 신전에 또다시 거대한 흉터가 새겨졌다.


김윤과 레부가 충돌한 흔적이었다.


‘확실히 강해졌다.’


김윤이 자신의 몸에 둘러진 검은 마력을 살폈다.


서로를 죽일 것은 아니기에 전력으로 충돌하지는 않았으나, 그것만으로 힘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체내에 있던 모든 힘이 개방되고 하나로 엮어진 상황.

과거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었다.


자신만의 마력으로 평범한 마력보다 더 큰 타격을.

비타의 힘, 비트는 힘을 통한 상처의 재생을.

카룬의 힘, 잇는 힘을 통한 힘의 안정성을.


“이제 다가올 멸망을 맞이해도 되겠군.”


레부가 마력을 거두었다.

그 역시 김윤의 큰 변화를 깨달았다.


자신이 멸망을 맞이했을 때보다 더 강한 그.

그라면 멸망을 막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이 끊없는 멸망의 연쇄를 끊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이상의 세계의 소멸을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자신과, 다른 세계의 반복되는 죽음을 끊어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그를 보완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쩌적.


그들이 힘의 테스트를 끝마치기 무섭게 하나의 알에 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백민호가 깃든 알.


금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찬란한 무지개빛 섬광을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음, 이게 나만의 마력이라는 건가.”


백민호가 자신의 몸에 둘러진 마력을 살폈다.

알에게 깨어나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레 발현된 마력.

찬란한 무지개빛 마력.


김윤과 상반되는 빛깔의 마력이었다.


“김윤, 먼저 깨어나 있었냐? 그게 네 마력?”


백민호가 김윤의 몸을 두른 새카만 마력을 살폈다.


“무슨 마왕한테나 어울릴 법한 마력이네. 이거 나랑 바뀐 거 아니야?”


그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김윤은 그저 침묵할 뿐 그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가겠다.”


김윤이 레부를 향해 말했다.


“당신은 어쩔 거지?”

“나머지가 깨어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다.”


레부가 남은 두 알을 바라보았다.


“그래.”


김윤은 그의 뜻을 전해듣자 곧장 몸을 날렸다.

이곳에서 지체된 시간만큼 더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이 던전이 클리어 됐다고 전해야 겠군.’


현재 이곳을 공략하기 위해 들어왔던 리터너들은 던전 바깥으로 추방된 상황.

그리고 레부의 힘을 통해 입장을 막아둔 상태였다.


그러니 내부의 상황을 무척 궁금해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던전도 클리어되고 그럼 남는 것은 일곱.’


김윤은 순식간에 사막을 가로질러 포탈에 도달했다.


‘이 힘으로 모두 공략한다.’


그리고 이내 포탈에 몸을 맡겼다.



***



김윤과 백민호가 모두 떠나고 남은 두 개의 알.

그 중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쩌적.


그리고 이내 표면에 생기는 거대한 금.

그것을 통해 은색 빛이 새어 나왔다.


“은빛의 마력이라.”


레부가 바위에 앉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러자 이내 완전히 박살나며 내부에 품고 있던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을 잇는 자, 이지우.

그녀가 은빛 마력을 몸에 두른 채 모습을 드러냈다.


“뭐가 달라진 것 같나?”


레부가 몸을 일으키며 창을 움켜쥐었다.


“꽤나요.”


이지우가 눈을 감고 자신의 마력을 감지했다.

과거와는 확실하게 달라진 힘.


“확인해보겠나?”

“······아뇨. 괜찮아요.”


직접 사용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힘은 위험하다.


보통의 마력은 이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물론 저 레부는 보통의 마력을 지닌 것이 아니지만.


“어째서 이런 힘을 우리에게 준 거죠?”

“멸망을 막기 위해서다.”

“같은 사람이 멸망을 일으키는 걸까요.”


보통의 마력에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능력.

그것은 동족을 해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멸망의 형태는 가지각색이니까.”


그녀는 이러한 힘을 원치 않았다.

아니, 길을 잇는 자의 힘 또한 원치 않았다.


힘으로 무언가를 통치해야 하는 세상.

그녀는 그러한 것이 너무도 싫었다.


마력이 깨어난 세상이 싫었다.


그것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앗아갔으니까.

그것이 거대한 학살을 만들어 냈으니까.


이 마력이 깨어났기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재현아.’


그녀는 인벤토리를 열어 마력의 정수를 꺼내들었다.

과거 임재현이 그녀에게 건네주었던 물건.

그것에는 그가 모아둔 방대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도시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위해 그가 주었던 물건.

그러나 그것을 사용할 기회는 오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잡지 못했다.


백민호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인해 그녀는 의지를 빼앗겼으니까.

그저 각성 후 꼭두각시처럼 살아온 삶.

그렇기에 그녀는 그가 부탁을 지키기 못했다.


섬광, 그 이름에 어울리는 도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백민호······.’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 한 쪽에는 복수심이 들끓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김윤처럼.

마치 주은서처럼.


그것이 길을 만드는 자들의 사이를 비틀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억눌렀다.


그녀의 타고난 심성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보다 대의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우선 멸망은 막아야 하니까.

그래야만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끝에 백민호는 필요없다.

그 끝에 죗값을 물을 것이다.


임재현이 목숨을 바쳐 일구려했던 도시를 무너뜨린 죗값을.

자신의 빛을 꺼뜨린 죗값을.


그녀는 정수를 도로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마력을 거두었다.


잠시 꺼진 은빛 섬광.

그러나 그것은 다시금 피어날 것이다.


그래, 모든 일이 끝나고 복수마저 끝마친다면.

지금은 잠시 달이 숨었을 뿐이다.

그러나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임재현이 바라는 대로 사람들을 비추는 달빛이 되기 위하여.



***



각성을 마친 이지우.

그녀는 앞선 둘과 달리 던전을 떠나지 않았다.

주은서를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레부와 마찬가지로 근처 바위에 걸터앉아 하나 남은 알을 바라보는 그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쩌적.


마지막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균열을 통해 새어나오는 푸른 섬광.

그것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마력의 섬광이었다.

기본적으로 짙은 마력은 푸른빛을 띄니 말이다.


‘변화에 실패한 건가?’


레부는 바위에서 일어나 그 마력을 살폈다.

아니, 변화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 빛깔이 변하지 않았을 뿐이다.


쩌저적.


알에 새겨진 금이 더더욱 커지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전히 무너지며 그 안에 모습을 드러내는 주은서.

그녀의 새카만 머리칼이 흘러내리며 푸른 눈동자를 가렸다.


레부는 마찬가지로 창을 잡아들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시험해 보겠나?”


아무런 변화를 지니지 못한 것 같은 색의 마력.

그러나 그것 역시 변화를 지니고 있었다.


주은서가 손 위로 배제 구역을 조그맣게 펼쳤다.

그러자 평소의 황금빛이 아닌 푸른 배제 구역이 펼쳐졌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변화는 증명되었다.

변화된 마력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아뇨.”

“그런가.”


레부가 다시 창을 거두었다.

그리고 폐허가 된 던전 내부를 살폈다.


해질녘의 시간이 유지되는 사막.

이곳에 유일한 건축물인 신전이 무너져 황폐하기 그지 없었다.


“변화 없는 마력 그러나 변화를 품고 있다라. 네가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겠군.”

“네?”

“아니다.”


레부가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손에 마력을 휘감았다.


“이제 내 역할은 끝이로군.”


푹.


이어 그것을 곧장 심장에 처박았다.


“무, 무슨?”

“나는 이 마석 던전의 주인. 너희 세계를 위해서는 죽어야 하는 몸이다.”

“그, 그렇긴 하지만······.”

“그리고 네게 줄 것이 있다.”


레부가 심장에 박아둔 손을 끄집었다.

피로 범벅된 손 사이로 황금빛 섬광이 찬란하게 빛을 내뿜었다.


“그건······?”


레부는 그것을 주은서의 가슴팍에 가져갔다.

그리고 이내.


푸욱.


그것을 심장에 박아넣었다.


“커헉!”


갑작스러운 격통에 주은서가 숨을 토해냈다.


“은서 씨!”


그 모습에 이지우가 즉각 튀어나왔다.


“해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레부는 공격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주은서의 가슴팍에 새겨진 상처 또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선물을 주었을 뿐이다. 네 마력을 보고 너라면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심장을 통해 코어로 곧바로 흡수되는 섬광.

그것은 레부가 품고 있던 마력이었다.


방대한 마력이 그녀의 코어에 깃들고 체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변화했으나 변화하지 않은 마력.

마력이 변화하며 내뿜는 색은 그 사람의 현 성질을 뜻한다.


김윤의 새카만 마력.

그것은 홀로 모든 것을 끌어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하는 성질.


백민호의 무지개빛 마력.

그것은 자신을 과시하는, 오로지 자신이 전부라 생각하는 오만한 성질.


이지우의 은빛 마력.

그것은 숨은 곳에서 모두를 조용히 감싸는 달빛과 같은 성질.


그렇다면 순수한 마력의 색을 유지한 주은서의 마력은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가.


그것은 유지였다.

그녀의 고유 스킬에서부터 나타나는 그 성질.


그것은 변화를 거부한다.

그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고 유지하기를 바란다.


‘그런 마력이라면 이 마력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


김윤은 이미 너무도 많은 것이 엮여 받아낼 수 없다.

백민호는 애초에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아니, 마력조차 그것을 거부한다.

이지우에겐 다른 방안이 있다.


그러니 남은 것은 주은서 하나.

그녀라면 이 힘을 온전히 받아낼 것이다.


물론 100퍼센트 확실한 것은 아니다.

유지라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니까.

그저 변환하여 자신의 것으로 유지하기를 바라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확실하게 멸망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성질. 멸망을 막아내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성질이다.’


그래, 이들이라면 멸망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자신은 진정한 안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

실패의 죗값이 끝나는.

같은 세계의 동족이 고통받지 않는.

진정한 안식을.


심장이 없어지고 마력이 바닥난 레부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멸해가는, 이 익숙한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죽음을 맞이했다.


“멸, 망을··· 끝내다오.”


마지막으로 자신의 염원을 내뱉으며 말이다.


레부가 숨을 거두자, 그의 뒤로 포탈이 하나 생겨났다.

던전이 클리어 됐다는 증거였다.


“괜찮아요?”


이지우는 주은서의 상태를 살폈다.

아직 마력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인지 그녀의 몸 곳곳에 힘줄이 솟아났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괜, 찮아요······.”


격통이 따르지만 견딜만 하다.

주은서는 천천히 호흡하며 힘을 받아들였다.


모두가 멸망을 막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멸망으로 인해 생기는 분열과 희생.

그녀 역시 그것이 끊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이제 그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레부가 제안한 각성을 받아들였다.


힘이 필요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의 이 힘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힘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김윤도 잃을 것만 같았다.

아니, 길잡이의 모두를 잃을 것만 같았다.


그래선 안 된다.

이 이상 허우진과 같은 피해자를 낳을 수는 없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환하게 타올랐다.

체내에 마력이 풍만하게 차올랐다는 뜻이었다.


“가요.”


주은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멸망을 막아야죠.”


서로 다른 네 개의 뜻.

그러나 결국엔 하나로 겹치는 뜻.

그것이 멸망을 막기 위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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