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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보라빛 지옥 (3)

DUMMY



새빨간 흔적을 남기며 바닥을 구르는 머리.

그것이 도달하는 곳은 한 일행의 발밑이었다.


“우, 진 오빠······?”


주은서의 발밑에 맞닿은 허우진의 머리.

그녀는 충격적인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다 시선을 옮겼다.

그것이 굴러온 방향을 향해서 말이다.


“사장님······?”


그의 손에 들린 검.

그것에는 생생한 피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목이 잘린 몸뚱어리가 놓여있었다.


누가 보아도 그가 죽였다라는 것을 인정할만한 상황이었다.


정말로 그가 그런 것인가.

이 던전에 지옥을 펼치고 허우진을 죽이고.


‘어째서?’


도대체 왜?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리고 생각으로 품고 있던 말을 내뱉었다.


“어째서?”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에 백민호가 나섰다.


“하하하, 이것도 세계의 뜻인가. 재미있군. 뭐 보면 알지 않겠어? 특히 너는 잘 알잖아.”


백민호가 손가락을 뻗었다.


“놈이 나를 죽이려했다. 그래서 김윤이 죽었다. 그리고 나는 길을 만드는 자다. 간단하지?”


김윤이 들고 있던 검을 백민호에게 겨누었다.


“닥쳐. 지금이라도 당장 널 찢어 죽이고 싶은 걸 참고 있으니까.”

“죽일 수나 있겠어? 나는 네가 해결하고 싶다고 해서 양보한 거야. 못 죽인 게 아니라.”


백민호가 살기를 내뿜었다.

동시에 김윤에게 걸려 있던 비트는 자의 힘을 거두었다.


이 던전에 걸려있는 마력의 변화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힘.

그것이 사라지자 김윤의 마력이 변화를 일으켰다.


“큭.”


전신에서 빠져 나가는 힘.

그의 손에 들린 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너도 완벽하게 적응은 못 했잖아.”


김윤이 즉시 변화에 적응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손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마력이 발현되었다.

백민호가 했던 것처럼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시나 그것으로 충분하다.


김윤은 그것을 백민호를 향해 휘둘렀다.


콰앙!


백민호의 교차되는 두 팔이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갔다.


“여기서 죽이려고?”


백민호가 통증이 느껴지는 팔을 털었다.


“그랬다면 이거로 끝나지 않았겠지.”


김윤 역시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하하, 살기는 거두고 그런 말을 하지 그래?”


콰앙!


그 둘의 사이에 떨어지는 황금빛 마력.


“거기까지 하지.”


그들을 지켜보던 레부가 나섰다.

그들은 이제 이 세계의 길을 만드는 자들.

어떤 식으로도 충돌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들의 충돌은 결국 하나를 죽게 만들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세계의 멸망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멸망을 막지 않을 셈인가?”

“하하, 이거야 보스몹한테 도움을 받을 줄이야.”


이지우가 그 말에 레부를 바라보았다.

저 말에 따르면 저기 있는 황금빛 기운을 두른 남자가 이 던전의 보스.

즉,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다.


‘이지가 있는 건가?’


그런데 지금 그들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


레부가 시선을 옮겼다.


“저 자가 너희를 부른 이유는 나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마력의 변화는 눈치챘겠지?”


레부가 이지우와 주은서에게 간단하게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주은서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의 이야기가 귀에 담기지 않았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잘려나간 머리와 몸뚱이의 허우진뿐이었으니 말이다.


“사, 장님. 왜 죽인 거예요? 우진 오빠잖아요······?”

“······.”

“죽이지 않는 방법도······.”


김윤이 침묵하자 레부가 다시금 나섰다.


“그만, 이 또한 세계의 수작질이다. 정확히는 아공간의 수작질이지. 너희도 알 텐데. 이 세계는 멸망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너희를 갈라놓으려고 할 거다.”

“알고 있다.”


김윤이 허우진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모두.”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콰과과과과!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검보라빛 기운.

그가 죽으면서 흐름으로 모아두었던 힘이 다시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기랄.”


김윤이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그곳에 길을 여러 겹으로 새겨 기운이 퍼지는 방향을 억제했다.


콰과과과!


하늘 높이 기둥처럼 솟구치는 검보라빛 마력.

그러나 그것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레부, 지금 당장 그 시련이라는 것을 시작해. 나는 힘이 필요하다.”


하늘로 솟구쳤지만 그곳에서 퍼져 다시 지상으로 내려올 저것.

그렇기에 그 안에 시련으로 강해지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도 힘이 필요하다.


김윤의 시선이 다시금 허우진에게 향했다.


또다시 지키지 못했으니까.


약했기 때문이다.

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힘이 필요하다.

모두를 지킬 힘이, 세계의 멸망을 막을 힘이.


“그리고 리터너들을 이곳에서 내보내 줘.”

“흐음, 바라는 것이 많군. 하지만······.”


레부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것을 허공에 휘두르자 황금빛 궤적이 생겨났다.


“어차피 이곳에서 모두 소모할 힘이다. 들어주도록 하지.”


그러자 이 던전 내부에 있던 모든 리터너가 포탈 바깥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이어 그가 황금빛 마력이 담긴 손을 내밀었다.


“네가 바라는 것은 이거겠지.”


그의 손에서 쏘아진 황금빛 섬광이 김윤을 휘감았다.

동시에 그가 적응한 마력 패턴이 다시금 변화를 선보였다.


“이 던전에 펼쳐둔 길에 몇 배에 달하는 변화의 반복이다. 그것을 이겨낸다면 너희는 자신만의 마력을 가지게 되고, 멸망에 진정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레부가 이번엔 그러한 섬광을 백민호에게 쏘아냈다.

마찬가지로 그를 휘감는 황금빛 섬광.


레부가 시선을 이지우와 주은서에게 옮겼다.


“너희는 어쩔 거지?”


그러자 이지우가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저는 받을 게요.”


이지우는 시련을 받기를 택했다.

선택하기 무섭게 그녀를 휘감는 섬광.


“너는 어쩔 거지?”


레부가 마지막 남은 길을 만드는 자,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이게 세계가 꾸며낸 일이라고요?”

“그럴 거다. 나의 세계에서도 그러했다. 멸망을 막는 존재, 길을 만드는 자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고 멸망을 맞이하게 한다.”


레부가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기회? 아니, 그들은 애초에 기회를 주지 않을 셈이었다. 이건 기회가 아닌 그들의 유희, 농락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것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나는, 우리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멸망의 끝에 도달했음에도 지키지 못했다. 막지 못했다. 그렇기에 너희를 돕는 것이다. 세계를 멸망시키는 무언가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서.”


주은서는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서서히 내려앉고 있는 검보라빛 마력.


자신이 지나온 길.

그리고 지나갈 길.

그것은 모두 지옥이었다.


“······받을 게요.”


그렇기에 힘이 필요했다.

그 지옥을 다시 사람이 살아갈 세계로 바꿀 힘이.


그녀는 레부의 시련을 받기로 택했다.

그러자 그녀를 황금빛 섬광이 휘감았다.



***



쩌적.


신전이었던 곳에 놓여 있는 거대한 황금알 네 개.

그 중 하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깨어났는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레부가 입을 열었다.


알이 깨진다.

그것은 내부에 있던 길을 만드는 자가 자신만의 마력을 깨우치고 빠져 나온다는 뜻.


쩌저적.


알에 새겨진 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곳으로 생긴 틈을 통해.


콰과과과과!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이 던전 내부에 자욱하게 깔린 검보라빛 마력 안개를 말이다.


“이건?”


레부가 그 기이한 현상을 살폈다.


저 알은 길을 만드는 자, 그 중 새기는 자가 깃든 알.


‘새기는 자의 힘으로 탄생한 힘이기에 그것조차 삼키는 건가? 더 큰 힘을 위해?’


“아니면 알에서 깨어날 이들을 배려한 것인가.”


황금빛 알이 새카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콰직!


완전히 깨진 알.

그곳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만 새하얗게 탈색되어 잿빛에 가깝던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새카맣던 눈동자는 더욱 까매져 이제는 생기가 없어보이는 정도가 되었다.

이어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검보라빛 마력.


“변화했군.”


그런데 변화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또다른 힘.


꾸드득.


저 검보라빛 마력에 신체가 무너지고, 내부에서 샘솟는 붉은 힘에 의해 회복되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비타의 힘.’


서로 다른 두 힘이 반복해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었다.


“욕심이다. 새기는 자여. 힘을 버려라.”

“아니.”


이것은 내 책임이다.

이것으로 인해 허우진이 죽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 모든 일에서 그는 지키지 못했다.


대재해의 날도.

반란의 날도.

탐색대에 올랐을 때도.

잃어버린 형을 찾았을 때도.

그리고 허우진과 맞설 때도.


늘 지키지 못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강해졌지만 지키지 못했다.

늘 부족했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이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의 몸에서 소용돌이 치는 여러 가지의 힘.

서서히 무너지는 몸.

그때였다.


그의 심장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힘.

꿈쩍도 하지 않던 그 힘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건?’


레부의 눈이 그 움직임을 포착했다.

전혀 다른 힘이 그의 코어에서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로 다른 힘들을 휘감아 코어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잇기 시작했다.


그것들을 하나로 엮는 것이었다.


‘잇는 자의 힘?’


그것은 바로 카룬의 힘.

그것이 지금 비트는 자의 힘, 그리고 새기는 자의 힘.

마지막으로 그것으로 인해 태어났던 절망의 힘을 하나로 엮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윤의 전신에 고르게 퍼지며 깃드는 힘.

한 사람의 육신에 세 개의 길의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사람이 지닐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자의 힘은 하나.

그리고 한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자 또한 종류 별로 하나.

그런데 그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새기는 힘.

비트는 힘.

잇는 힘.


물론 하나의 힘을 빼고는 온전한 것이 아니나, 그 변화는 커다란 것이었다.

지금까지 세계에 주어진 룰을 비트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 모든 것이 뒤섞여 김윤의 마력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의 전신에서 새카맣게 타오르는 마력.


“성공이다.”


김윤이 그 마력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군.”


레부가 김윤에게 다가갔다.


“알고 있나? 지금 네게는 서로 다른 세 힘이 하나로 섞여 안정화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세계의 길을 만드는 힘이 네게 깃드는 이 일이 말이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렇기에 레부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렇기에 이 세계는 멸망하지 않겠군.”


변화한 마력, 다른 세계의 길의 힘.

그것이 있다면 반드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가능성이 보였다.”


레부가 찬란한 황금빛 마력을 내뿜었다.


“힘을 시험할 상대가 필요하겠지?”

“······그래.”


레부가 자세를 다잡았다.

김윤 역시 새카만 마력을 두르며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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