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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보라빛 지옥 (2)

DUMMY


검보라빛 지옥.

지금 이 마석 던전, 기의 사막을 정의할 수 있는 표현이다.


온통 검보라빛으로 물든 이곳에서 사람들은 고통에 차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니, 그들만이 아니다.

몬스터들 역시 마찬가지.


모래로 이루어진 그들의 몸이 검게 변색되며 기괴한 비명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바닥을 구르다 이내 동그랗게 뭉쳐 움직임을 멈췄다.


곳곳에 그러한 변화들이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주은서는 이 검보라빛 안개가 시작된 곳을 바라보았다.

이지우 역시 마찬가지.


저 멀리 보이는 무언가 건물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파편들.

그것을 바라보던 이지우는 주변 안개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기운을 감지했다.


“이건······. 김윤 씨의 힘이에요.”


그것은 김윤이 지닌 힘, 새기는 힘.

그것이 저 검보라빛 안개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네······? 그럼 이걸 사장님이 했다고요?”


주은서는 다시금 이 끔찍한 환경을 바라보았다.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을 한 번에 처리하기 위해 이러한 짓을 저지른 것일까.

그리고 이 길은 그것을 피하기 위한 대피소인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저곳에 있는 리터너들은 이곳에 오르지 않았는가.


주은서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나 그것을 정리하기도 전에.


쿠구구구!


또다른 난관이 그녀를 찾아왔다.


뒤흔들리는 땅.

아니, 그것은 땅이 뒤흔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길’이 뒤흔들리는 것이었다.


저 멀리서부터 검보라빛 안개에 침식되어 무너지고 있는 길.


“안개가 길 내부에도 들어오고 있어요!”


이지우의 외침에 주은서는 곧장 마력을 일으켰다.

배제 구역.

그것이 자신과 이지우를 감깠다.


이어 그녀가 가진 길을 지우는 힘.

그것이 검보라빛 마력을 쏘아올리는 길을 없애버렸다.


콰르르르!


길이 새카만 어둠에 물들어 사라지며 본래의 풍경을 드러냈다.

기의 사막의 본래 모습.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검보라빛 안개가 순식간에 자리를 잠식했다.


‘지우는 힘으로도 일시적인건가.’


길을 통해 지우기에는 저 양이 너무도 많다.

그렇다면 저것을 피할 방법은 단 하나.

우선은 배제 구역을 유지한다.

저것에 닿아서는 안 되는 것은 확실하니 말이다.


“배제 구역을 유지할게요. 이동해요.”

“네.”


길이 없어져 몬스터의 인식을 받게 되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몬스터들 역시 저 안개에 둘러싸여 고통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단 둘.

주은서와 이지우뿐.


그들은 발걸음을 재촉해 안개의 근원지로 향했다.



***



기의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었던 것.

과거 신전이었던 그것은 지금, 흔적이라고 할 법한 파편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었다.


대폭발.


검보라빛 마력과 정순한 마력이 뒤엉키며 일으킨 거대한 폭발이 날려버린 탓이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그것을 일으킨 범인이 서있었다.


“쿨럭.”


피를 게워내며, 피눈물과 코피를 줄줄 흘리는 그.

허우진.


보랏빛 사신이라는 이명을 지닌 과거 리터너였던 사내.

그리고 그 이후에는 길잡이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사내.

그러나 이제는 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가 된 이였다.


“죽, 지 않았나.”


허우진이 다 부서진 검을 집어들며 백민호를 찾았다.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시공간의 뒤틀림과 비트는 힘을 통해 목숨을 건진 그.

이후에는 김윤이 새긴 길을 통해 검보라빛 안개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었다.


반면 허우진은 달랐다.

폭발을 직접 몸으로 견딘 것도 모자라 검보라빛 안개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지금 그는 그것이 품은 수많은 트라우마, 지옥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상실이 계속해서 다가왔다.

그것으로 인한 절망과 공포가 그의 정신력을 좀먹었다.


하지만 그는 목적을 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 안개가 제공하는 트라우마 중 하나.

타인의 죽음.


그것이 그에게 고혜린의 죽음을 상기시켰다.

그렇기에 그는 목적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백, 민호······!”


허우진이 비틀거리며 발을 내딛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부가 주변으로 시선을 옮겼다.


신전이 통째로 날아간 덕에 주변이 훤히 담겼다.

검보라빛 안개에 휘감겨 고통에 몸부림치는 리터너와 몬스터들.


레부는 그것에 대한 평을 내렸다.


“지옥이 따로없군.”

“지··· 옥······.”


허우진이 그가 내뱉은 말을 되새겼다.

그래, 이곳은 지옥이다.

그리고 지옥에는 그곳을 인도하는 사신이 있기 마련.


그는 사신이다.


“내가, 너를, 죽음으로··· 인도하겠다.”


허우진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낸다고 한다.

평소에는 몸이 견디지 못했을 힘, 그러나 생명이 위급한 지금 이제는 거릴 껏이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허우진은 평소 낼 수 없던 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선보였다.


차오르는 마력이 자신의 코어, 심장에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블랙홀이라도 된 것마냥 주변의 모든 마력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콰과과과!


그의 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의 중심이 되었다.

주변의 마력, 검보라빛 안개.

그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오직 하나의 목표, 백민호의 죽음을 위하여.


그가 집어삼킨 마력이 피부를 뒤덮었다.

그의 전신을 푸른 마력이 갑옷처럼 감싸고, 그 위를 검보라빛 안개가 휘감았다.


마치 검보라빛 근육을 전신에 휘감은 듯한 기이한 모습.

더군다나 그것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그의 몸을 휘감았다.


“우진 씨······.”


김윤은 그 상황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는 알 수 없었다.


저렇게까지 절실한 그를 막아야 하는가.

하지만 막아야 한다.

그것이 멸망을 막는 길이니까.


그렇기에 이렇게 길까지 새기며 그를 지킨 것이 아니겠는가.


김윤은 자신의 옆에 있는 백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허우진의 뜻도 옳다.


그는 합당한 복수자이며 백민호는 학살자였으니까.


‘빌어먹을.’


김윤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백민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려 안개를 내뿜으며 스킬을 준비했다.


허우진이 모조리 빨아들인 덕에 일대에 검보라빛 안개는 사라졌다.

그렇기에 길에서 벗어나도 상관이 없다.


백민호는 길에서 벗어나며 스킬을 쏘아냈다.

수많은 섬광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콰과과광!


그대로 허우진에게 적중하며 폭발을 토해내는 스킬들.

그러나 허우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모습을 드러냈다.


“백, 민호.”


그리고는 그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뭉개진 목소리로 백민호의 이름을 불렀다.

증오를 한 가득 담아서 말이다.


검보라빛 근육 갑옷을 둘러쓴 허우진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근육들이 꿈틀거리더니 한 자루의 검이 되어주었다.

뭉뚝하기 그지 없는 몽둥이에 가까운 그것.

그러나 그의 마력이 실리자 그것은 그 어떠한 명검보다 날카로워졌다.


근육의 검이 검보라빛으로 타올랐다.

동시에 백민호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집념 하나는 인정이야.”


백민호는 쏟아지는 검을 향해 길을 비틀었다.


“하지만 네가 두른 힘은 김윤이 만든 것. ‘길’이 새겨져 있다고.”


그러자 뒤틀리며 끊어지는 허우진의 검.

덕분에 그의 검격은 허공을 갈랐다.

날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백민호가 자신에게 두른 비트는 힘을 거두었다.

그리고 받아들이는 이 던전 내부에 주어진 변화.


“너희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그는 그 마력의 변화를 순식간에 받아들였다.

그러자 그의 전신에서 들끓는 마력이 변화를 일으켰다.

마치 레부의 마력과 같은, 평범한 마력과는 다른 성질.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임시 방편, 그리고 잠깐에 불과한 것.

그러나 지금 사용하기엔 충분했다.


백민호는 마력을 손에 둘렀다.

그러자 그것은 하나의 송곳처럼 뾰족하게 응축되며 그의 손을 벼렸다.


백민호는 마력이 휘감긴 손을 내질렀다.

그것은 허우진의 근육 갑주를 꿰뚫으며 그의 복부에 구멍을 뚫어냈다.


“어때?”


이어 그는 마력을 그곳에 응축, 폭발시켰다.


콰아앙!


허우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발.

그러나 그의 몸은 터져 나가지 않았다.


그의 몸을 두른 근육의 갑주.

그것이 더욱 단단해지며 그를 지켜냈기 때문이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던 근육 갑주가 곳곳으로 폭발의 여파를 내뿜었다.

그리고는.


꾸드드득.


몸에 뚫린 구멍으로 파고들며 백민호의 팔을 움켜쥐었다.


“크윽.”


팔이 부서질 것만 같은 압력이 가해졌다.


백민호는 팔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뽑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맞닿은 부위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검보라빛 기운.


“크아아악!”


그것이 품고 있는 트라우마들이 백민호의 정신을 괴롭혔다.


“죽어라.”


허우진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것을 감싼 근육이 변화를 일으켰다.

마치 사신의 낫처럼 변한 그것.


허우진은 그것을 천천히 내려 백민호의 목에 가져갔다.

그리고 곧바로 잡아당겼다.


캉!


목, 인간의 살점을 베었으나 금속끼리 맞부딪친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살점을 베어내지 못했으니까.


백민호의 목과 낫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창대.

김윤의 짓이었다.


“미안해요. 우진 씨.”


김윤이 허우진의 머리를 걷어차 그를 멀리 날려보냈다.


“······멸망은 막아야겠습니다.”


김윤이 창을 회전시켜 제대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사, 장님.”


허우진이 낫이 된 손을 되돌렸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근육의 검을 만들어 움켜쥐었다.


둘의 충돌이 다시금 이어졌다.


기억의 지대, 필연.

그것을 발동시킨 김윤이 쏟아지는 허우진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다.

그의 창대가 필연을 머금어 허우진의 검격을 ‘반드시’ 막아냈다.


이어 반격의 차례.

이번에도 필연이 깃들었다.


창날에 깃드는 필연.

그것이 허우진을 두른 근육 갑주를 찢어발겼다.


콰지직!

콰직!


창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넝마가 되어가는 갑옷의 곳곳.


이대로 질 수 없다.

허우진은 갑옷이 품고 있는 검보라빛 마력을 쏟아냈다.


김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함이었다.


‘아니, 죽인다.’


아니, 봉쇄로는 끝나지 않는다.

제압되지 않는다.


저 재생된 팔을 보라.

그는 죽여야만 자신의 앞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래야만 백민호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죽여야 한다.


콰과과과!


그의 전신에서 검보라빛 마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김윤은 그것을 받아냈다.

그리고 하나로 뭉쳐 새카만 단검을 만들어냈다.


김윤은 이러한 것을 마주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한 일을 해왔으니까.


그는 늘 타인의 트라우마와 접했고, 나중에는 자신의 것과 접했다.

그리고 이겨냈다.

그렇기에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김윤은 창을 거두었다.

그리고 검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허우진의 팔을 도려냈다.

다리를 갈랐다.

그리고 그의 목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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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재회 (1) 24.04.17 6 0 12쪽
146 아름 (6) 24.04.16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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