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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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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보라빛 지옥 (1)

DUMMY


아름 내부에 위치한 지도 가게이자 길을 만드는 자들의 길드, 길잡이.


이지우는 주은서는 그곳에서 오랜만에 주어진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주은서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렇게 쉬니까 좋긴 한데 조금 신경 쓰이네요.”


자신들은 쉬고 있으나 쉬지 않고 던전 공략을 하는 것을 택한 김윤.

그는 근 2년간 제대로 된 휴식이라는 것을 취하지 않았다.


3년 안에 모조리 공략해야 하는 마석 던전.

그러나 이제는 얼마 남지도 않고 기간도 넉넉하다.

그런데 그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쉬지 않고 싸움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짤막한 휴식조차 함께 취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기면 이 통신구로 연락하신다고 했으니까요.”


이지우가 웃으며 테이블에 올려둔 통신구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것이 반응을 보일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이 향하면 된다.

더군다나 이지우는 길을 잇는 자.

고유 스킬조차 공간에 간섭하는 힘을 지닌 그녀에게 공간을 뛰어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긴 하죠. 사장님 성격상 연락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였다.


파앗.


순간 섬광을 내뿜는 통신구.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으나 이곳에 있는 둘이 모두 보기엔 충분했다.


통신구가 바로 옆에 있었으며, 때마침 둘 모두 그것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주은서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건······?”


잠깐 반짝인 통신구 그것은 연락인 것일까.

아니면 오류에 불과한 것일까.


이것은 이름 그대로 통신구기에 통신이 가능하다.

그리고 방금의 섬광은 반대쪽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곧장 끊겨버린 빛.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위급 상황······?’


“으, 은서씨.”

“네, 네!”


주은서와 이지우는 곧바로 서로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간단하게 무구들을 챙긴 후 다시금 그 장소로 모였다.


그러자 곧장 공간을 찢어버리는 이지우.

위치는 김윤이 향했던 태산.


허공에 커다란 흉터가 새겨지자,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곳으로 몸을 던졌다.


찢어진 공간을 통과하기 무섭게 뒤바뀌는 풍경.

그것은 이제 건물의 내부가 아니었다.


거대한 산이 놓인 곳.

그들은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전초 기지.


그들은 우선 그곳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전력이 산으로 향했기에 사람이 몇 남지 않은 기지.

최소한의 관리 인원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누구냐!”


기지로 다가가자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이가 무기를 겨누었다.


주은서와 이지우는 두 손을 들고 자신의 신분과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에서 온 길을 만드는 자입니다. 먼저 이곳에 온, 다른 길을 만드는 자에게 이상이 생긴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길을 만드는 자가 많이도 찾아오는군. 증명해라. 지금 이곳은 가장 중요한 격전지의 초입부. 증명되지 않은 수상한 자를 들여보낼 수는 없다.”


경계를 서던 이들이 연락을 돌렸는지 리 웨이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초 기지에서 경비대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그.

그는 금방이라도 그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을 듯이 마력을 발현했다.


“신분을 증명할 물건은 없지만, 이거로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지우가 허공을 찢어냈다.

동시에 주은서가 그들에게 보일 정도의 마력으로 그 공간을 감싸고 지워냈다.


희귀하기 그지 없는 공간에 관련된 스킬.

그것이 둘이나 있다.

더군다나 그 능력의 종류가 세계에 알려진 길을 만드는 자와 동일.

그것만으로 그들을 증명하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그래.”


리 웨이가 마력을 거두었다.


“그래서 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냐?”

“자세한 것 모릅니다. 하지만 좋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은 확실할 겁니다.”


마력구가 반짝이려면 반드시 그 통신구에 직접적으로 마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오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의지와 마력이 병합되어 발동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내릴 수 있는 답은 하나.

길게 연락을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다급한 상황.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지원이 필요하다.


“······길을 만드는 자들은 작전대로 마석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마석은 남천문이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리 웨이가 품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 그들에게 날렸다.


“그곳에 표식이 새겨진 곳이 남천문이다.”


지도를 건네 받은 주은서가 그것을 곧장 펼쳤다.


“이곳이에요.”


주은서가 표식이 새겨진 곳을 가리키며 지도를 이지우에게 보였다.

그러자 이지우는 산을 바라보며 마력을 눈에 집중했다.


저 멀리 느껴지는 마력의 움직임과 산의 풍경이 눈에 담겼다.


위치는 얼추 파악이 됐다.


“감사합니다.”


주은서와 이지우는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 후, 다시금 공간을 찢으며 장소를 이동했다.


쩌어억.


하늘에 길쭉하게 생긴 금.

그것이 이내 더욱 커지며 공간이 찢어졌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주은서와 이지우.


높은 하늘에 있었기에 현재 태산의 전황이 한 눈에 들어왔다.


“모래로 된 몬스터들이네요.”


주은서가 바닥에서 솟구쳐 리터너들을 공격하는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모래로 이루어진 몬스터들.


그들은 죽어도 코어가 파괴되지 않는 이상 대지의 파편들을 삼켜 몸을 복구했다.

그들의 몸에 흡수되기 무섭게 갈려나가며 모래로 변하는 바위와 흙들.


“이 던전을 구성하는 몬스터들이 저건가 봐요.”


그들은 마력으로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마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석은 저곳에 있고요.”

“다시 한 번 이을게요.”


이지우가 다시금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들의 앞에 또다른 균열이 생겼났다.

동시에 마석의 앞에도 그것이 생겨났다.


그들은 다시금 균열을 통과하고 마석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보이는 거대한 마석에 걸맞은 거대한 포탈.


“가죠.”


이어 그들은 곧바로 포탈을 통과했다.

특유의 울렁거림도 잠시 새로운 풍경이 그들을 맞이했다.


방금까지 있던 산과는 또 다른 풍경.

그것은 사막이었다.

그것도 온통 모래로 구성된 사막.


휘오오오오.


바람이 몰아치며 모래가 흩날렸다.


“여기······.”


주은서가 근처에 느껴지는 마력을 감지했다.

그것은 김윤의 마력, 그리고 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마력이 이상······.”


이지우가 변해버린 마력의 흐름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주은서 역시 상황이 다르진 않았다.


마력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력의 흐르는 방향이 제멋대로 그렇기에 신체 강화조차 풀려 나가고 있었다.


물론 마력만 변한 것이지 감각과 신체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력에 의존하며 살아오던 그들에게는 마치 신체에 이상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으윽······.”


주은서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 이런 곳이면 확실히 일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이 변화 때문에 연락이 오다가 끊긴 걸까요?”


그들이 천천히, 다시금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이기는 하나 적응하기 버거운 정도는 아니다.


흐름에 어느정도 패턴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력의 변화에 적응을 해가는 찰나.


콰아아아앙-!!


저 멀리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과과과!


얼마나 큰 폭발인지 주변의 모래를 모조리 밀어내는 충격파가 그들이 있는 입구까지 날아왔다.


“큽!”


주은서는 적응되지는 못했으나 끌어올 수 있는 마력을 사용해 배제 구역을 펼쳤다.


터엉!


그것과 동시에 배제 구역을 후려치는 충격파.


원래라면 가볍게 막고도 남았을 것들.

그러나 현재 그녀의 마력 사용이 온전하지 않았기에.


콰드드득!


배제 구역이 박살나며 충격파가 그들을 휩쓸었다.


덕분에 모래 사막을 한바탕 시원하게 뒹구는 둘.


그들은 한참을 굴러간 뒤에야 멈춘 후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게 대체 무슨······.”


주은서가 머리에 가득한 모래를 털어내며 충격파가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파가 밀어내 일시적으로 사라진 모래 폭풍.

그렇기에 늘어난 그녀의 가시거리.

그것을 통해 저 기괴한 것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척 봐도 한참은 떨어진 거리.

그곳에서 검보라빛 무언가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무기가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과도 같았으며, 화산이 분화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 후자가 더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저것은 전자처럼 신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니까.

저 정체를 모를 것은 마치 용암처럼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처럼 사나웠다.

불길하기 그지 없는 기운.


“이 느낌은······.”


이지우 역시 그것을 발견하고는 몸을 웅크렸다.

멀리 있음에도 저것이 내뿜는 흉흉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위험해요!”


주은서가 이지우의 곁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즉시 배제 구역을 펼쳤다.


“네?”


이어 곧바로.


콰아아앙!


저 멀리서 다시금 폭발이 일어나며 충격파가 날아왔다.


솟구치던 검보라빛 기둥의 중앙이 부풀더니 다시금 폭발한 것이었다.


콰과과과과!


일대를 휩쓰는 충격파.


“저기서 대체 무슨 일이······.”


저 멀리, 폭발한 검보라빛 기둥의 잔재가 안개처럼 내려앉았다.

마치 화산재처럼 하늘을 뒤덮고, 대지를 뒤덮었다.


“우선은 가봐야 알 수 있겠죠.”


주은서가 이지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지우가 그것을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 사장님이 새긴 길이 남아있으니까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거예요.”


주은서가 먼저 김윤이 새긴 길 위에 올랐다.

몬스터의 인식을 저해하고, 인식했다 한들 지켜주는 길.


“지금 저 주변을 감싼 게 뭔지 모르지만 위험해보이니까. 길을 잇는 것보단 이거로 가죠.”

“그래요.”


이지우 역시 곧장 길을 올랐다.


그들은 변화된 마력에 적응하며 새겨진 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허억, 허억.”


마력을 온전히 운용할 수 없기에 차오르는 숨.

요 근래에 느낀적이 없는 감각에 그들은 힘겨워하며 나아갔다.


이제 검보라빛 안개가 감싼 곳을 지나치는 그들.

그들은 그곳을 내달리며 주변을 살폈다.


길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으나 바깥은 아니었다.

바깥에 가득한 몬스터들과 리터너들.


“저건······.”


안개에 휘감긴 그들은 하나같이 고통에 차 몸부림 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주, 죽고 싶지 않아-!!”


검보라빛 마력을 몸에 두른 채, 괴성을 내지르는 그들.

그들 중 다수는 코피, 혹은 피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뿐만이 아닌 서로에게 자신들의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라도 무기를 휘두르는 이들은 나았다.

바닥에 쓰러진 채 정신이 무너져 그저 꿈틀거리는 이들보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단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이곳의 풍경.

그것은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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