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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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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5)

DUMMY


김윤은 알고 있었다.

허우진을 떠나보낼 때부터 이러한 날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허우진은 알고 있었다.

세간에 도는 길을 만드는 자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수록.

백민호가 그 길을 만드는 자고, 그 존재의 필요성이 커질수록.

결국 김윤과 충돌할 것이라는 것을.


그가 그때에도 죽이지 않았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받아들이지 못했다.

모두를 해치려했던 그에게 세계를 구할 힘이 주어졌다는 것을.

고혜린을 죽인 그가 영웅으로 칭송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래, 이러한 상황은 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서도 서로 받아들이는 것은 달랐다.


김윤은 거부했다.

허우진은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공격은 차이가 났다.


김윤이 들고 있는 트라우마가 담긴 단검.

그것은 굳이 단검일 필요가 없었다.

아니, 단검이어도 하나일 필요는 없었다.


즉, 그는 언제든지 허우진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그는 그를 떠나보내는 날을 기억했기에.

그리고 그의 기억이 기억의 지대를 통해 흘러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반면 허우진은 다짐을 했다.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자신이 선택한 길을 위해서.

그렇기에 그는 마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체내를 마력이 펌프질하며 근육을 강화했고 혈류의 순환 속도를 높였다.

또한 체외를 둘러 다시 한번 전신을 강화했으며, 마지막으로 검을 향해 마력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갔다.


오라, 검기라 불리는 마력 운용의 극치.

그것이 그의 검을 타고 찬란히 불타올랐다.


이제 자신의 것으로 만든 새로운 기술과 함께 말이다.


늘 한쪽만 빛나던 그의 눈동자가 이제는 두 눈 모두 빛나고 있었다.

보랏빛 섬광이 그의 두 안광을 차지했다.

동시에 그의 검을 타고 똑같은 빛깔의 섬광이 차올랐다.


절단의 길.

그것은 그의 눈동자가 보고, 길을 새기고, 무기에 담긴 마력이 그것에 이끌려 베어낸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러나 지금의 것은 절단의 힘을 줄인다.

대신 지속 시간은 물론 절단의 길이 지녔던 제한을 끊어냈다.


보는 것만이 아닌 검이 향하는 목표를 베어낸다.

검에 길을 새긴 것이었다.


모든 것을 베어낼 수는 없지만 오라를 뛰어넘는 절삭력을 가진 스킬.

절단.


‘마력 소모가 극심해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


허우진이 자세를 다잡았다.


속전속결.


김윤을 죽일 생각은 없다.

그는 자신의 은인, 복수의 대상이 아니니까.


가볍게 제압만 한 후, 곧바로 백민호의 목을 친다.

그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허우진이 쏘아지듯 날아갔다.

김윤 역시 맞대응하기 위해 곧장 돌진했다.


‘오라보다 위험하다.’


저것은 방금의 것보다 더 위험한 공격.

허우진의 기억을 통해 저것이 어떻게 구현됐는지 읽었기에 그는 알 수 있었다.


과거 백민호와 맞서며 사용했던 임시방편에 불과하던 것을 완연한 기술로 만들어낸 것.


저것에 맞서 그를 막으려면 김윤 역시 좀 더 강경하게 나서야 했다.


지금과 같은 소극적인 무기가 아니라.


화르륵.


더 커다란 무기를.


김윤의 단도가 새카만 불길을 휘감으며 길게 늘었다.

애초에 마력과 기억으로 만들어진 검.

그것만 바꾼다면 형태는 쉽사리 바뀐다.


그의 왼손에 다시 새카만 채찍이, 오른손엔 기다랗고 새카만 검이 생겨났다.


김윤은 곧장 채찍을 휘둘렀다.

뱀처럼 허공을 휘저으며 날아가는 채찍.


공기가 찢어지는 파열음이 터져 나오며 채찍이 거리를 좁혔다.


허우진은 가속을 사용해 속도를 한 번 더 끌어올려 채찍을 피했다.

이어 채찍을 가르며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거리를 좁혔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휘둘러지는 검.


서걱.


그의 보랏빛 검기가 김윤의 오른팔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크윽!”


새빨간 선혈이 흩날리며 김윤의 자세가 틀어졌다.

생생한 통증이 그를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통째로 날아간 오른팔.


허우진은 김윤을 무력화했다 생각하고 백민호를 향해 돌진을 이어갔다.


백민호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막겠다면서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구는 거야. 이놈은 죽여야만 멈춘다고.”


그의 전신을 휘감는 마력의 소용돌이.

그것에 어둠이 첨가되고 화염이 첨가되었다.

그리고 뇌전이 첨가되고 폭풍이 첨가되었다.


카가가가가각!


그의 주위를 맴도는 소용돌이가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허우진을 집어삼키기 위하여 말이다.


허우진은 점점 커져 가는 소용돌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런 간단한 스킬 정도는 두부 썰 듯이 갈라버리는 검.


그러나 백민호의 목을 갈라버리기 직전, 그러한 매서운 검이 변화를 일으켰다.


“크으윽······!”


평소 백민호를 뒤쫓고, 그의 목숨을 노릴 때마다 느꼈던 느낌.

그의 마력이 뒤틀린다.

정확히는 검에 새겨진 절단의 길이 뒤틀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의 고유 스킬인 시공간의 뒤틀림이 펼쳐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늘 놈만 공격하면 이렇게 뒤틀림이 일어난다.


‘길을 비트는 자의 힘이라는 거냐.’


자신은 가지지 못한 힘.

저것이 없으면 놈을 죽일 수 없는 것인가.


‘아니, 절단은 사라져도 오라는 남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마력은 끊어내기 충분한 위력이다.

놈의 방어를 뚫고, 목을 베어내기엔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래, 마력은 물론 살점을 끊어낼 수 있다.

시공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백민호의 전신에서 마력의 안개가 쏟아져 나왔다.

시공간의 뒤틀림.


그러나 허우진은 당황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자신을 방해는 공격은 모조리 뚫고 백민호의 옆구리를 갈라냈다.

그의 팔을, 다리를, 곳곳에 자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아직 결정타는 부족했다.


주변을 자욱하게 휘감는 마력의 안개.

그것의 변화가 그를 교묘하게 지켜주는 것이었다.


세계는 놈의 편인가.

그렇기에 그의 학살을 묵인하고, 이렇게까지 살려두려고 하는 건가.


그래, 그럴 것이다.

세계는 멸망을 바라고 있지 않을 테니까.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길을 만드는 자라는 존재가 있는 것이고, 그들이 멸망을 막을 수 있는 힘을 지니는 것이다.

그래, 자신이 그른 것이다.

자신만이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놈에게 희생된 다른 이들은?’


그러나 그들 역시 생명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였으며, 그들 역시 생존을 바랐다.

하지만 놈의 손에 무참히 살해되었다.

그리고 수가 너무도 많다.


그런데 그런 놈에게 멸망을 막을 힘을 준다고?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힘을 놈은 학살에 이용했다.


그 변명이 멸망을 막기 위함이라 해도 그는 생명을 무참히 해쳤다.

그것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

그렇기에 그러한 뒤틀린 세계라면 자신이 끊어낼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그 모든 것을 걸어서.


허우진은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여러 개의 지도를 꺼내 들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건······!”


상처를 회복하던 김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소리쳤다.


“안 돼-!!”


저것은 안 된다.


김윤은 지금 허우진이 사용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과거 아름이었던 곳, 그곳에 있는 창고에서 꺼내간 지도들.

그중에서 특히 위험한 부정적인 감정의 덩어리들.


하나하나 따로 본다면 평범한 기억에 불과한 것들.

그러나 그것들이 한곳에, 동시에 개방된다면 그것은 하나의 재앙으로 재현된다.

그것에 담긴, 사람들이 지우고 싶어하던 끔찍한 것들이 뒤섞이기 때문이었다.


과거 그곳에 담긴 기억을 보관이 아닌 완전히 제거하려다 알게 된 사실.

그리고 그것이 이곳에 다시금 재현되었다.


화륵.


허우진의 양손에 들린 수많은 지도가 일제히 불타올랐다.


“네놈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목숨.”


화르륵!


지도가 모조리 불타오르며 그것에 담긴 것이 마력을 통해 재현되기 시작했다.


“남김 없이 불태우겠다.”


그것은 누군가의 기억이었다.


소중한 사람이 죽었다.

그것을 통한 절절한 절망이 터져 나왔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끔찍한 광경에 토악질이 치밀었다.


살아숨쉬는 수많은 생명을 자신의 손으로 끊어냈다.

피비린내가 코를 자극하며 손에 묻은 질척이는 피의 감촉이 소름이 돋았다.

그 온기가 너무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팔이 잘려 나가는 고통.

상실감.


당사자가 느끼기에 지옥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과 기억들.

그것이 일제히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엉키며 하나의 변화를 일으켰다.


기억의 응축.

마력으로 재현된 부정적인 감정인 것들.

그것들은 자신을 구현한 마력을 오염시켰다.

그것을 넘어 주변의 마력을 모조리 오염시켰다.


부정적인 감정 그 자체로.


“새기는 힘이로군.”


레부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 황금빛 마력과 같은 변화.”


저것은 미약하나 새기는 힘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그것들이 뭉치며 그 힘이 증폭, 주변에 있는 마력에 길이 새겨지는 것이다.


마치 김윤이 사용하던 새카만 채찍처럼 말이다.


검보라빛으로 물든, 재현된 기억들이 계속해서 뒤엉키며 부풀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것 중 누구의 감정이 뒤섞여 있는 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걸쭉한 액체가 끓는 것처럼 끈적한 기포를 토해내는 검보라빛 마력.


“여기서 벗어나야 해!”


김윤이 소리쳤다.

그러나 벗어날 방도는 없다.


곳곳에 솟구쳐 길을 막고 있는 섬광의 기둥.

그리고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 이 상황을 만들어낸 이.


허우진의 검이 검보라빛 마력을 뚫고 솟구쳤다.

오라를 두른 검이 백민호의 주변을 가르며 퇴로를 봉했다.


“크으윽······.”


전신에 검보라빛 마력을 두른 허우진이 신음을 흘렸다.

마력에 닿는 것만으로 뒤섞인, 정체를 알 수 없는 끔찍한 기억이 뇌를 휘젓는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순식간에 정신이 무너져 내릴 그러한 고통.


그러나 허우진은 참았다.

그는 목적이 남아있었으니까.


이 끔찍한 마력과 정순한 마력의 뒤섞임.

그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반발이 극에 달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


대폭발.


그것이 일어나야 한다.

그것은 정신을 휘젓고 육체를 훼손한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


이 좁은 공간에서는 말이다.

아니, 이곳만이 아니다.


‘이 거대한 건축물 전체가 날아갈 거다.’


만약 폭발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정신을 헤집는 고통의 기억이 그를 결국 죽음으로 이끌 것이다.


“죽, 어라······. 백민호.”


허우진이 전신에서 마력을 쏟아냈다.

그러자 검보라빛 마력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게걸스럽게 처먹었다.


점차 불어나는 덩치.

그것은 마치 마력의 안개처럼 순식간에 일대를 휘감았다.

그리고.


파즈즈.


모든 세계에 퍼져있는 기본적인 마력.

그것과 맞닿으며 반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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