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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4)

DUMMY


김윤이 잠시 고민하다 백민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받아들인다고 해도 바깥의 리터너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바깥에 있는 수많은 리터너.

애초에 그들이 모인 이유는 이 던전을 공략하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던전의 공략을 미루고 이곳을 힘을 기르기 위한 거점으로 사용한다.

자신의 나라에 위험을 계속해서 들고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직 그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확정된 멸망을 위한 힘을 위한 곳으로, 전 세계의 모두가 이용하는 곳으로 말이다.


“설득이 어려울 거라는 건가.”

“그래.”


레부가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건가?”

“길을 만드는 자들만이라면 받겠다. 그게 절충안일 테니까.”


수많은 던전을 돌며 김윤은 느꼈다.

인간이라는 종은 약하다.


마력이라는 것을 통해, 상상력과 응용력을 통해, 그리고 머릿수를 통해 버티고 있을 뿐.

선천적으로 약하다.


육신이 나약하며, 마력을 담는 그릇조차 타 세계에 비하면 작다.


‘이대로라면 멸망을 막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제 곧 다가올 멸망.

그것을 위해선 한 번 더 나아갈 필요가 있었다.

최소한 길을 만드는 자들만이라도 말이다.


김윤이 품에서 통신구를 꺼내들었다.

평범한 통신구와는 다른 물건.

그것에는 무려 길을 잇는 자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즉, 그 어디에 있든 이지우와 연락이 가능한 물건.


“그래, 그것만이라도 큰 힘이 되겠지.”


백민호가 그 통신구를 바라보다 문 뒤를 가리켰다.


“그나저나 얼마나 걸려? 바깥 놈들도 너무 안 오면 찾아올 텐데. 인간이 약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발버둥을 잘 치는 종족이라서 무시하긴 어렵잖아?”


레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걸리는가.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건가.”

“그래. 그러나 너희는 길을 만드는 자. 뛰어난 정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즉, 다른 이들과 다르게 단기간에 극적인 성장을 보일 수 있을 거란 뜻이다.”


쿠드드드득!


레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언가가 거대한 석문을 날카롭게 긁어냈다.

아니, 정확히는 갈라냈다.

석문을 넘어 입구를 막고 있는 섬광의 기둥마저 말이다.


“그렇다면 기다릴 수는 없겠군.”


섬광이 사라져 잠시 비게 된 입구.

그곳을 통해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눈동자와 검.

허우진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우진 씨······.”

“그간 많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길을 만드는 자······. 멸망을 막기 위한 힘을 지니고 있는 자라고 하던가요.”


그의 검이 곳곳에서 솟구치는 섬광을 반사해 반짝 빛났다.


“하지만······.”


그의 손에 힘이 실렸다.

검이 천천히 올라갔다.


“그런 힘이 사람을 해치는 자에게 주어졌다면.”


그리고.


콰앙!


그가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


“살려둘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백민호에게 거리를 좁힌 허우진.

그는 보랏빛 기운이 사라져가는 검을 재빠르게 휘둘렀다.


“흐음, 후보 중 하나인가.”


레부가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허우진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의 검에 미약하게 깃들어 있는 힘.

그것은 후보의 자질 중 하나였다.


“뛰어난 자질을 지녔으나······.”


레부가 김윤을 흘끗 바라보았다.


“다른 후보에게 밀렸나.”


허우진의 검이 백민호의 급소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흉흉한 살기가 고스란히 담긴 검.

그것이 지나치는 곳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어지간히 나를 죽이고 싶은가 봐? 스토커도 아니고.”


백민호가 뒤로 크게 물러나며 화염과 바람을 뒤섞어 전방에 쏘아냈다.


“그런데 그거 알아?”


화염의 회오리가 전방을 휩쓸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그것을 소멸시키며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허우진.


“길을 만드는 자를 죽이면 안 된다는 거. 나는 멸망을 막아줄 존재라고?”


백민호가 다시금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시금 속성을 부여하며 전방에 쏘아냈다.


집광.


그의 주변에 응집된 마력이 섬광이 되어 쏘아졌다.

그리고 그것은 그 앞에 생긴 마력의 장벽을 통과하며 한 곳으로 모였다.


전방에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광선.

그러나 그것 역시 허우진은 가볍게 갈라버리며 백민호를 집요하게 노렸다.


“날 죽이면 세상이 멸망한다 이 말이야.”

“동족을 학살하는 그런 존재를 떠받들어야 하는 세계라면 멸망해도 상관없다.”


허우진이 오라가 담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쩌억!


백민호가 허리를 뒤로 숙여 그것을 피하자, 방 전체에 가로로 금이 생겨났다.


“와아, 모두를 죽이려고? 괜히 이명이 사신인 게 아니네. 응?”


백민호가 쏟아지는 검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김윤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마주치자, 김윤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그야 지금 백민호가 웃고 있었으니까.


콰드득!


대지를 길게 찢어내는 검.

그것이 백민호의 목을 노리고 다가갔다.

그런데 지금까지 회피 일변도였던 모습과 달리, 이번에 그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이.


“빌어먹을······.”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윤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몸을 날렸다.


백민호와 허우진의 사이.


김윤이 지도를 불태워 기다란 봉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에 기억의 지대를 담으며 필연을 발동시켰다.


반드시 막는다.

그렇기에 그것은 오라조차 막아냈다.


“사장님.”

“우진 씨.”

“비켜주십시오.”


허우진이 검을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불어넣었다.


“그럴 순 없어요.”

“학살자를 옹호하시는 겁니까?”

“······놈이 멸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니까. 다른 사람들을 지켜야 해요.”

“제게는 이제 지킬 사람이 없습니다.”

“길잡이의 직원들은 이제 지킬 사람이 아닌가요?”


허우진의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고유 스킬, 절단의 길이 준비되었다는 뜻이었다.


“······세간에 이런 소문이 있습니다. 길을 만드는 자를 죽이면 죽인 자에게 힘이 전해진다. 그렇다면 그것을 통해 지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콰과과과!


그의 검에 실린 마력이 더욱 거세어졌다.


“······모두 거짓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가 왜 우진 씨를 막아 서겠어요. 길을 만드는 자의 힘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오직 한 세계 넷. 그게 전부입니다.”


김윤이 품에서 지도를 여러 장 꺼내 들었다.

이어 기억의 지대, 필연을 이용해 허우진을 밀어냈다.


모든 것을 밀어내는 척력.


“그 외엔 없어요. 이 넷으로 멸망을 막아야 합니다.”


‘내키지 않더라도.’


김윤은 지도를 불태웠다.


기억의 지도.

그것은 재현이다.


지도에 담긴 수많은 풍경이 일대에 재현되었다.

수많은 풍경이 뒤죽박죽 섞이며 백민호와 김윤, 그리고 레부의 모습을 감추었다.


간단한 환영.

그러나 인간은 시각에 상당히 의존하기에 그를 방해하기엔 충분했다.


그가 이러한 방식을 자주 접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허우진은 과거 길잡이의 직원.

그렇기에 그가 다루는 스킬은 지겹도록 봐왔다.

그렇기에 벗어나는 방법도 알고 있다.


그의 검을 타고 마력, 오라가 거세게 피어났다.

그것은 예리함을 포기하고, 마치 톱처럼, 그리고 거대하게 피어났다.


이윽고 그것의 크기가 검날의 세 배가 넘어가자, 허우진은 그것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일대를 찢어발기는 검격.


그것으로 인해 마력, 그리고 기억의 힘으로 재현된 모든 환영이 찢겨나갔다.

압도적인 힘을 통한 파괴.


허우진이 다시금 검을 당겨 쥐었다.


“흐음.”


레부가 섬광으로 몸 주위를 두르며 그들의 대치를 지켜보았다.


“기다려줘야 하나?”

“······그래. 내가 해결하겠다.”


김윤이 기억의 지대를 통해 기억을 끌어모았다.

자신의 과거의 기억.

그 속에 그는 하나의 무기를 재현했다.


과거 기억을 재현하는 수많은 지도와 같은 이름을 지닌 채찍.

온통 새카만 채찍.

기억의 지도.


김윤은 그것을 오른손에 들고 왼손에 단검을 하나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미소를 짓고 있는 백민호를 힐끔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새끼.”

“네가 해결하겠다며?”

“닥쳐.”


김윤이 허우진을 향해 쇄도했다.

동시에 휘둘러지는 채찍.

그의 마력으로 피어난 염동력이 채찍을 휘감으며 궤도를 멋대로 비틀었다.


한 번만 닿는다면 무력화할 수 있다.

그것이 그가 지닌, 그리고 자신이 지녔던 트라우마를 통한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이것 말고는 방도가 없다.’


저 굳센 의지를 꺾을 수 있는 방도가.

그를 죽이지 않고 막을 수 있는 방도가.

그의 길을 막을 방도가.


새카만 채찍이 허우진의 주위를 휘감았다.

그대로 당기면 반드시 한 면이 그와 닿게 되는 상태.

그리고 그것은 허우진 역시 알고 있었다.


‘살상을 위한 공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박 또한 아니다.’


허우진이 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저 어떻게든 채찍이 닿게 하려는 방식. 그렇다는 건 닿기만 하면 끝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모조리 밀어내고 베어내면 그만.


허우진이 가속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증폭된 속도를 바탕으로 사방에 검을 휘둘렀다.


오라가 잔상처럼 남으며 주위를 구 형태로 둘러쌌다.

검기의 방어막.


그것에 닿는 것은 모조리 갈려 나갈 것이다.


카가가가각!


채찍의 포위망과 검기의 방어막이 충돌했다.

그리고 그것의 승자는 당연하게도 검기, 오라의 쪽이었다.


산산조각이 나 흩어지는 채찍.


“큭.”


김윤은 거의 손잡이만 남은 채찍을 왼손에 든 단검에 가져갔다.


두 개의 기억을 멋대로 뒤섞어 만들어내는 무기.

단검과 채찍이 합쳐지며 단검이 새카맣게 물들었다.


김윤과 허우진이 충돌했다.

오라가 휘감긴 검과 트라우마가 휘감긴 검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충돌하는 것은 근접한 둘의 팔.


김윤은 오라를 통해 무기가 잘려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허우진은 저 심상치 않은 검은 기운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그렇기에 그들은 무기를 휘둘렀으나, 충돌하는 것은 대체로 두 팔이었다.


검을 휘두르는 팔을 손목으로 막고 자신의 무기를 휘두른다.

서로의 손목과 손목이 교차한다.


때로는 무기가 들리지 않는 반대 손이 서로를 후려치며 접전을 이어간다.

한 측이 무기에 닿을 때까지.


김윤이 손목이 교차된 상태에서 단도를 역으로 쥐었다.

그대로 허우진의 손목을 그어버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곧장 눈치채고 뒤로 손을 빼는 그.

김윤은 당황하지 않고 단도를 그대로 내리그었다.


허우진은 뒤로 슬쩍 물러나며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나 곧장 따라붙으며 이어지는 김윤의 공격.


재빠른 단검술이 그를 압박했다.


거리가 좁혀지면 김윤이 유리하다.

짧은 동작으로 치명타를 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지금 그의 무기는 그저 스치기만 해도 되는 극독의 무기와 마찬가지.


반면 장검인 허우진은 그것을 휘두를 공간이 부족했다.


허우진은 다시금 가속을 사용하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김윤 역시 보유한 스킬.


김윤은 역시 가속을 사용하며 그를 추격했다.

이대로는 떨쳐낼 수 없다고 생각한 허우진이 마력을 폭발시켰다.


콰아앙!


마력의 소모는 크나 김윤을 확실히 밀어내며 충격을 준 그.


“정말 비키지 않으실 생각이군요.”


허우진이 짙은 살기를 비췄다.


“멸망을 막아야 하니까요.”

“저놈의 방식으로 멸망을 막는다면 결국 그 누구도 남지 않을 겁니다.”


김윤은 침묵했다.

그것은 그 역시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으니까.

저렇게 사람을 희생시킨다면, 멸망을 막아내도 누가 남을 것인가.

그렇기에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소수의 사람이라도 살릴 방법이니까.


김윤은 단검을 꼬나쥐며 허우진을 바라보았다.

허우진 역시 자신의 검을 단단히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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