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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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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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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 (6)

DUMMY


화르르륵!


숲속에 불길이 마구잡이로 치솟는다.


그것은 생명을 불태우고, 그 생명이 살아가던 터전을 불태웠다.


멸망교의 이들과 범죄 집단의 이들이 모인 임시 캠프.

그곳을 마력의 불길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아름에서 떨어진 소탕 명령.


도시를 위협하는 적대 세력, 범죄 집단을 완전히 소탕하라는 명령.


그러한 명령을 수행하는 리터너들의 움직임에는 망설임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그들은 애초에 생명을 끊어내는 일을 통해 되찾는 이들이었으니까.

그것이 몬스터든, 같은 인간이든.


그렇기에 그들은 망설이지 않는다.

만약 망설인다면 오히려 그들이 죽게 될 테니까.


지금 그들이 상대하는 이들은 그러한 이들이었다.


“죽어-!!”


마력의 불길을 뚫고 한 남자가 거대한 망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화르륵!


거센 불길의 파도가 그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이번에는 버티지 못하는 그였다.


“크아아아악!”


그대로 불타오르며 무기를 놓치는 그.

그는 불타오르는 채로 자신의 무기에 깔려 숨을 거두었다.


플레임의 상징, 불길.

그것을 내뿜은 우상훈이 불타오르는 숲을 바라보았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불길이 같은 인간이었으나,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불태웠다.


과거 마력을 통해 같은 인간을 해친 이들에게 선사하는 보복.

다른 이들의 죽음을 바라던 이들에게 선사하는 죽음.


살점이 불타오르는 역겨운 냄새가 퍼져 나갔다.


우상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민머리를 매만졌다.


“소탕 완료했습니다.”

“불을 소화한 후 귀환하겠습니다.”


우상훈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명했다.



***



아름의 리터너 본부.

조호주는 방금 올라온 보고를 훑었다.


“멸망교와 범죄 집단 일당을 소탕 완료했습니다.”


과거 플레임 길드의 길드장이었던 우상훈 리터너를 통해 받은 보고였다.

이제는 길드 채로 리터너 본부로 소속을 옮긴 그.


“알겠다. 나가보도록.”


조호주가 그의 보고를 확인한 후 그를 돌려보냈다.


아름 근방에 숨어있던 멸망교와 범죄 집단의 잔당을 깔끔하게 소통했다는 보고.

이것은 아름이 수많은 던전을 공략했음에도 건재하다는 증거인 것과 동시에.


“모든 마석 던전의 소탕 이후에도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리였다.”


미래에 해야 할 정리를 미래 앞당긴 것.

그렇기에 결국 언젠가는 해야 했던 일이었다.

그것이 타이밍 좋게 맞아떨어져 지금 해결한 것.


‘아니, 오히려 지금이 적기지. 마지막 마석 던전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조호주가 통신 연결을 끊고 다시 다른 곳에 연결했다.


“나뭇잎 하늘에서 수거한 물품의 정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아, 본부장님. 현재 가공이 가능한 물품은 전부 해안 길드에 보내두었습니다.”

“무구 제작은 얼마나 소요된다고 하던가?”

“한 달 정도 소요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마석인지라 품고 있는 마력이 워낙 방대해서······. 더군다나 정부 측에서 최우선으로 해달라고 한 물품들이 몇 가지 있는지라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군. 그럼 황금의 사원 물품도 마찬가지인가?”

“네, 그렇습니다.”


조호주가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하긴 하나밖에 안 남았으니 더 신중해도 괜찮겠지. 기간도 넉넉하니 천천히 준비하되 품질 좋은 것들로 준비해달라고 요청해라.”

“알겠습니다.”


그는 다시 통신을 끊고 다른 곳에 연결했다.


잠시 연결음이 흐르다 통신구 특유의 연결되었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 길잡이입니다.”

“리터너 본부다. 김윤은 없나?”

“아, 자, 잠시만요.”


잠시 우당탕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조용해지며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윤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다음 던전 공략의 일정 때문이다. 아무래도 황금의 사원과 나뭇잎 하늘에서 얻은 자재의 가공이 좀 더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말이야. 마지막 던전의 공략은 아무래도 두 달 뒤에나 가능할 것 같군.”

“두 달도 빠른 편이죠. 리터너들도 휴식을 취하고 정비를 해야 하니까요. 물자 확보도 꽤 걸리고 말이죠.”

“그렇긴 하다만 이번엔 너희가 합류한 덕에 손실이 적어서 말이지. 그리고 빨리 모든 던전을 공략해야 나라를 좀 더 확실하게 재건할 수 있지 않겠나.”

“하나의 멸망을 더 막아서야 하지만요.”

“그것이 재건을 중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막아낼 거니까.”


통신구가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김윤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렇죠.”

“그렇다. 여하튼 그것을 전하기 위해 연락을 한 거다.”

“알겠습니다. 사실 중국 쪽 지원을 나갈 것 같아서 좀 더 여유가 있어도 괜찮아요.”

“그런가. 하긴 지구 전체에 있는 마석을 공략해야 하지. 알겠다. 준비되는 대로 다시 연락하겠다. 너도 지원을 나갈 때면 연락 하나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딸깍.


통신이 끊기는 소리가 가게 내에 울려 퍼졌다.


김윤은 통신구를 잠시 바라보다 몸을 일으켜 방을 빠져나갔다.


“통신은 끝났어요?”


그러자 밖에서 기다리던 주은서가 그를 반겼다.


“응. 아무래도 마지막 마석 공략은 준비가 더 걸릴 거라고 하더라.”

“그렇군요. 그럼 중국 쪽 지원을 나갈 거예요?”

“그 편이 좋지 않을까.”

“전 쉬고 싶은데.”

“하긴 던전을 연달아 공략했으니······. 이번엔 쉬어도 돼. 아마 혼자 가도 충분할 거야. 지우씨는?”

“지우 씨는 데려가게요?”

“아니, 길 좀 이어달라고 하게.”

“음, 아마 방에 있지 않을까요.”


김윤은 곧장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지우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 김윤씨 무슨 일이에요?”

“별 건 아니고 길 좀 이어주실 수 있나요?”

“길이요? 물론 어렵진 않은데······. 설마 중국 쪽 지원을 벌써 가시려고요?”

“마석은 다 치워야 하니까요.”


이지우가 김윤의 뒤에 있는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저희 도움은 필요 없나요?”

“은서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지우씨도 연달아 공략에 참여했으니까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혼자서 괜찮을까요. 김윤씨도 연달아 공략에 참여하셨잖아요. 이번만이 아니라 전부요.”


김윤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이지우는 이제 알고 있었다.

김윤이 저 미소를 지을 때는 아무런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의 시선이 그의 뒤에 있는 주은서에게 향했다.

그녀 역시 포기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어요. 통신구도 이젠 지구에서 전부 연결되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네.”

“그럼 지금 바로 가시나요······?”

“아, 당장은 아니에요. 내일이나 모레 정도?”

“알겠어요. 그럼 그때 다시 불러주세요.”


김윤은 도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 그의 뒤를 주은서가 졸졸 따라왔다.


“너도 가서 쉬어. 쉬고 싶다며.”

“흐음, 그래요. 혼자 보내긴 좀 그렇긴 한데······. 아까 지우씨가 말한 것처럼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요. 아.”


그녀가 자신의 아공간을 뒤져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거 챙겨야죠.”


김윤은 그녀가 건넨 펜던트를 챙겨 넣었다.

과거 정부에서 개발한, 언어가 다른 이들과 소통 가능하게 해주는 물건이었다.


“고마워.”


김윤은 다시 통신구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딘가로 통신을 걸었다.


“······무슨 일이지?”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통신을 받았다.

신민우였다.


“중국 측 지원 요청 승낙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내일이나 모레쯤 넘어가겠다고.”

“그런가. 알겠다.”

“코어 가공은 아직인가요?”

“그래, 이번 것도 마력량이 방대해서 시간이 꽤 걸릴 것 같군. 아, 황금의 사원의 것은 가공이 완료됐다. 최우선 순위로 해달라고 요청해서 말이지. 필요하면 바로 보내주마.”

“그럼 지금 바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

“알겠다. 보내주마.”

“감사합니다.”


김윤은 통신을 다시 끊고 던전 공략을 준비하러 자리를 옮겼다.


자신의 방으로 향한 그.

그는 그곳에서 그간 준비한 지도들을 살폈다.

그리고는 새카만 코트에 하나둘 꽂아 넣으며 채비를 했다.


‘혹시 모르니까.’


이어 그는 가게를 빠져나와 아름의 상공을 향해 뛰어올랐다.

한 가지 더 준비를 마치기 위함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포탈을 막아두는 장치와 그것을 지키는 이들.

김윤은 곧장 그곳을 향해 날아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공간에 볼 일이 있어서요.”


김윤은 정부에서 발급받은 통행증을 꺼내 보였다.


“확인됐습니다. 들어가시죠.”


그러자 곧장 통과되는 그.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포탈을 통과했다.


포탈 특유의 울렁거림도 잠시, 새로운 풍경이 그를 맞이했다.

온통 새하얀 아공간의 풍경.

그리고 이제는 텅 비어버린 유령 도시.


김윤은 과거 자신이 머물던 도시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텅 비어버린 거리를 가로질러 그는 과거의 가게에 도달했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 가게의 뒤로 돌아 창고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아직 멀쩡하군.’


그가 정기적으로 와서 관리를 하고 있는 창고.

그는 거기에 걸린 스킬이 멀쩡한지 확인 후, 인벤토리에서 마력 코어를 하나 꺼내 교체했다.

최초의 마석, 그곳의 몬스터한테서 캐낸 상급 코어였다.


창고의 부식을 막고 침입을 방지하는 스킬들.

그리고 내부의 것이 바깥으로의 유출을 막는 스킬.

그러한 것들을 유지하기 위한 코어.


김윤은 그것의 상태를 마저 확인하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는 곧장 가게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섰다.


‘이건······.’


누군가 침입했던 흔적.


김윤은 내부에 있는 지도를 살폈다.

이어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 지도의 개수를 파악했다.


‘지도가 비어있다.’


누군가 지도를 가져간 것이었다.


이 창고에 들어올 수 있는 이는 한정적.

그것은 자신의 가게에서 일했던 이들.

그리고 그들 중 이곳에 찾아오는 이는 없다.


‘지금까지 남은 애들 중에는 말이지.’


하지만 이곳에 있는 것들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며, 이곳에 들어오는 것이 가능.

그리고 함께하지 않고 있는 이가 하나 있었다.


‘허우진.’


그가 이곳에 있는 지도를 가져간 것이었다.

그것도 조합함에 따라 위험한 것을 골라서 말이다.


‘이걸 사용할 셈인가······.’


2년 전 가게를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그.


그의 목표는 백민호를 죽이는 것이기에 아마도 그를 쫓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치를 파악하고,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이걸 챙긴 거겠지.’


김윤은 창고 내부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이들의 기억이 담긴 지도들.

그 중 대부분은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것들.


그리고 이것들은 마력을 토대로 다시금 바깥으로 꺼낸다.

그렇기에 이렇게 보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들이 뒤섞여 재현된다면 그것은 재앙의 덩어리일 테니 말이다.


김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 손님들의 기억을 보관이 아닌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사용했다가 낭패를 보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허우진 역시 알고 있었다.


길을 만드는 자를 죽게 둘 순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허우진을 막을 수도 없다.


‘막을 수 없어?’


아니, 막아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 자체가 멸망할 테니.


“빌어먹을.”


김윤은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코어를 박아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와 늦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부를 침입할 수 있는 스킬의 패턴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그는 스킬의 패턴을 바꿔낸 후, 그곳에 길을 새겼다.

코어의 마력을 통해 영구히 유지될 길.


허우진이 이곳에 있는 지도를 챙겼듯, 언젠가 이 창고를 통째로 불러오기 위하여.


김윤은 그 길을 저 멀리, 아공간과 지구를 잇는 포탈까지 이어낸 후 아공간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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