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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 (3)

DUMMY

“내부도 무슨 숲처럼 되어 있네.”


성 내부로 들어간 길을 만드는 자들.

김윤은 내부를 둘러보며 감상을 뱉었다.


성 내부는 그가 말한 대로 숲이나 다름없었다.

벽을 타고 자라난 수많은 나무와 덩굴들.

그리고 바닥에 자라난 기다란 풀들.


곳곳에 꽃이 피었고, 열매가 자라있는 그야말로 동화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숲.

그러한 공간이 성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식물 하나하나에 상당한 마력이 깃들어있군.’


김윤이 무릎까지 자라있는 풀을 헤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러한 풀 하나하나에도 웬만한 C급 마력에 해당하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럼 코어도 있으려나.’


김윤이 식물을 살피려고 할 때였다.

그는 무언가를 감지하고는 자세를 다잡았다.


“대비한다.”


김윤이 품에서 지도를 하나 꺼내 불태웠다.

그러자 그의 오른손에 도끼가 한 자루 쥐어졌다.


아름다운 숲, 그러나 그것과 대비되는 흉흉한 마력이 느껴진다.

누군가 일부러 갈무리하지 않고 내뿜는 위압감과 같은 것.

식물에 깃들어 있는 마력과는 또 다른 그것.


김윤은 그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숲 안쪽, 계단과 덩굴들이 뒤엉킨 쪽이었다.


2미터는 족히 넘는 키.

옷 너머로도 알 수 있는 탄탄한 근육과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목을 타고 흐르는 긴 금빛 머리칼과 그것에 가려진 조각상과 같은 미모.


그러나 그러한 것들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

그것은 인간의 것과는 다른, 기다란 귀였다.


인간의 것보다 몇 배는 길어보이며 끝이 뾰족한 귀.

김윤은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존재를 접했다.


‘엘프?’


엘프.

그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하긴 세상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다른 세상이 겹쳐서 넘어온 거라고 했나.’


김윤은 과거 카룬이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

그것들은 전부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머릿속으로 넘어와 전해진다.


모든 세계는 아공간, 우주를 통해 이어졌기에.

마력을 통해 이어졌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전해져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렇기에 엘프 또한 존재할 것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김윤은 우선 그를 향해 말을 걸었다.

대화로 해결이 가능하면 가장 좋게 끝나는 일이니 말이다.


“당신이 이 세계의 길을 만드는 자인가요?”

“······그렇다.”


‘이지가 있다.’


김윤은 도끼에 불어넣었던 마력을 거두었다.

이지가 있다는 것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할 지도 몰랐다.


장신의 엘프가 푸른 눈을 빛냈다.


“네가 이 세계의 길을 만드는 자인가?”

“네.”

“그렇군. 그리고 나의 실패한 세계를 배제하러 온 것이겠구나.”


그의 눈에 슬픔이란 감정이 깃들었다.


“도대체 몇 번째인가. 그러나 이것은 나의 죄. 그러니 달게 받겠다.”


그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그의 손으로 몰려들며 하나의 나무 창을 완성시켰다.


창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마력.


“빌어먹을.”


김윤은 그것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저놈은 이지가 있다고 한들 대화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고.


‘지금까지 겪어왔잖아.’


수많은 죽음을 반복하는 이들.

그들의 정신이 정상일 리가 없다.


“와라. 이 세계의 길을 만드는 자여. 나 케일룬의 죄를 사하라!”


케일룬이 창을 내던졌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주변이 일그러지며 폭음이 터져 나왔다.


“주은서!”


김윤은 케일룬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외쳤다.

덕분에.


콰아아아앙!


황금빛 배제구역을 통해 케일룬의 창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대화할 마음이 없는 거 같은데요?”

“그런 것 같네.”


김윤은 도끼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강화.


기초적인 마력 운용이 그의 방대한 마력을 통해 도끼의 힘을 더욱 이끌어냈다.


“이것은 나의 죄를 심판하는 자리이며 너희의 세계를 지키는 자리. 세계를 지키고 싶다면 맞서라. 나를 죽여라.”


케일룬이 내던진 창을 회수했다.

그리고 그것에 다시금 마력을 불어넣었다.


나무로 이루어진 그의 창에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마력을 토해내며 창을 휘감았고, 창에 기이한 힘을 심었다.


‘저건 위험하다.’


이전의 투척보다 더욱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창 주위가 비틀리기 시작했다.


“비트는 자였나.”


김윤이 도끼를 내던졌다.

도끼를 휘감은 마력이 불길로 화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콰앙!


그러나 주변에서 급속도로 생장한 나무에 막힌 공격.


“주은서!”

“또 저예요?”


김윤의 외침에 주은서가 마력을 운용했다.

배제 구역.


그녀의 황금빛 마력이 창 주위를 휘감았다.

그러자 그 사이로 김윤의 마력이 비집고 들어왔다.

길이었다.


“지워!”

“으음, 길을 만드는 자들의 연계.”


드드드드!


케일룬이 배제구역을 찢기 위해 창을 움켜쥔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그것에 깃든 뒤틀림이 배제구역을 헤집기 시작했다.


“큭······!”


그녀가 길을 지우기도 전에 막대한 마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창을 지우기도 전에 마력이 바닥난다.


주은서는 황급히 배제 구역을 거두었다.


“지우씨!”


김윤이 곧장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창을 막지 못한다.


이지우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김윤의 앞에 있는 공간이 찢어졌다.


이어 케일룬의 배후에 똑같은 찢어짐이 생겨났다.

공간을 멋대로 이은 것이었다.


김윤은 찢어진 공간을 통과하며 케일룬의 배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력을 휘감은 주먹을 내질렀다.


콰르릉!


그의 주먹을 타고 번개의 꽃이 피어났다.


‘아직이다.’


그러나 한 던전의 보스이자 길을 만드는 자.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김윤은 마력을 펼쳐 기억의 지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필연을 사용했다.


이어 품에서 새하얀 지도를 한 장 꺼내 불태우는 그.

그러자 그의 머릿속과 주변에 하나의 기억이 가득 차올랐다.


그것은 어떠한 세계에 한 기사의 기억이었다.


단 하나를 베기 위해 수만 번의 검을 휘둘렀다.

아니, 수억 번을 휘둘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완성된 일검.


그것은 모든 것을 가른다.


“흐읍!”


김윤의 손 위로 마력이 응집됐다.

그것은 한 자루의 검이 되었고, 그대로 케일룬의 팔을 잘라버렸다.


마력과 나무들로 팔을 휘감았으나 그것을 그대로 갈라버린 일검.


그것은 필연이었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강하구나.”


마력을 흡수하던 창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높게 치솟는 흙먼지.

다시 한 번 공격을 날릴 것이라면 지금이 기회, 그러나 김윤은 그러지 않았다.


‘연속으로 날릴 수는 없다.’


지도를 사용해 빠르게 불러오는 다른 세계의 기억.

그러나 그것은 단 한 번에 불과하다.


갑작스러운 과다한 정보, 일변하는 마력.

그것을 그의 몸과 뇌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김윤은 다시 찢어진 공간으로 이동하며 주변의 기억을 읽었다.

다음 공격을 위한 필연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 공간에 새겨진 기억.’


그런데 공간에 기억이 읽히지 않았다.

무언가 방해하는 듯이 말이다.


“큭.”


케일룬의 마력이 김윤의 기억의 지대를 파고들었다.


“읽을 수 없을 거다.”


그의 마력이 기억의 지대를 파고들며 김윤의 마력을 비튼 것이었다.


“파악했다. 이 세계의 새기는 자여. 너는 기억을 읽고 그것을 새기는 구나.”


케일룬이 잘려나간 팔, 그곳에 녹색 기운이 스며들더니 그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곳에서 나무가 자라나며 그의 팔을 새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지우는 자. 그대는 배척하며 지우는구나.”


케일룬이 나무로 이루어진 손을 쥐었다 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다시 피부색을 포함해 원래의 형태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잇는 자. 그대는 공간을 관여하는군. 내가 본 그 어떠한 잇는 자보다 뛰어난 능력이구나.”


케일룬이 다시금 창을 움켜쥐었다.


“가능성이 있는 세계구나.”


그리고 방금과 같은 현상을 다시금 재현하며 그것을 내던졌다.


“피해!”


김윤이 마력을 쏟아내며 외쳤다.


그의 앞에 수많은 길이 생겨났다.

케일룬의 공격이 일으키는 충격이 지나갈 길이었다.


콰과과과과과!


길의 갈림길과 충돌하는 창.

그러자 성 내부를 모조리 집어삼키는 폭발이 일었다.


“크으윽······!”


너덜너덜해진 김윤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분명 길을 새겨 충격이 비켜나가도록 한 그.

그런데 그 충격이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비트는 힘.’


김윤은 비타를 떠올렸다.

그녀는 길을 만드는 힘을 잃었음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비트는 힘.


그것은 모든 것을 비튼다.

힘을 잃었어야 하는, 그들에게 주어지는 룰도.


“비트는 것으로 힘을 남긴 거냐.”

“일부지만.”


김윤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직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상태.


그리고 이 던전을 공략해야만 세계를 멸망으로부터 막아낼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일어났다.


2년간 반복해온 일.

그저 그것일 뿐이다.


케일룬이 창이 다시금 김윤을 노리고 날아왔다.

김윤 역시 주먹이 마력을 휘감고 내질렀다.


창과 주먹의 충돌.

새기는 것과 비트는 것의 충돌.


콰아앙!


마력의 폭발이 일어나며 김윤의 오른팔이 터져 나갔다.


“크으윽······!”


그러자 움직이는 그의 내부에 심어진 비타의 힘.

하지만 김윤은 그것의 흐름을 막아섰다.

그리고 품에서 지도를 꺼내며 그 기억을 재현했다.


콰드득!


터져 나간 그의 오른팔에 마력이 응집되며 무언가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기계로 된 팔이었다.


그것 또한 다른 세계의 기억.


김윤은 기계로 된 팔을 내밀고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그것의 형태가 변하며 내장된 미사일과 마력의 파동을 쏘아냈다.


콰아아아앙!


전방을 모조리 불태우는 위력.


성의 내벽이 무너지며 바깥의 풍경이 드러났다.


“부족하다.”


케일룬이 폭발 사이에서 멀쩡히 모습을 드러냈다.


김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비타의 힘을 막던 마력을 거두었다.

그러자 사라진 그의 오른손이 다시 만들어졌다.


“그 힘. 비타의 것이로구나. 비타의 배려인가. 확실히 이 세계의 종족은 너무나도 허약하더군. 마력이 있음에도 선천적으로 약하다.”


케일룬이 다시금 창을 만들어 움켜쥐었다.

이어 그것을 휘두르며 성을 마저 깨부쉈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성벽들이 무너지며 바깥의 풍경이 드러났다.


케일룬은 멍하니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나무의 최상층, 사방을 날아다니는 거대한 나뭇잎.


이어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타고 올라오는 인간의 마력을 느꼈다.


“이번에도 실패인 것인가. 아니, 비타가 개입했다면 가능성이 있는가.”


김윤이 재생된 손을 움직이며 상태를 확인했다.

이어 그 손으로 지도를 불태우며 새 무기를 꺼내 들었다.


케일룬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금 창을 겨누었다.


“하지만 그러한 세계도 결국엔 모두 실패했다.”


나무가 뒤엉켜 만들어진 창에 다시금 꽃이 피어났다.


“그리고 너희 역시 그렇겠지.”


우우웅.


나무 창이 마력을 토해내며 부르르 떨렸다.

창 곳곳에 피어난 꽃이 황금빛 섬광을 구체 형태로 토해냈다.


그것은 하나둘 창의 날에 모이며 그것을 더욱 날카롭게 벼렸다.

그러자 다시금 비틀리는 창 주위의 공간.


“나의 죗값은 아직 전부 치러지지 않았구나.”


케일룬이 창을 내던졌다.


콰과과과과!


일대를 비틀고, 찢어발기며 날아가는 창.


김윤이 그것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마력을 통해 자신의 고유 스킬을 사용했다.


“그걸 어떻게 생각하든 그쪽 마음이고.”


기억의 지대.


“나는 멸망을 막는다. 반드시.”


그는 그것으로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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