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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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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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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3)

DUMMY


긴 회의를 통해 정해진 내용이 공표되었다.


아공간과 지구가 강제로 이어져 아공간이 불안정해졌다.

그 결과 아공간은 3년 이내에 붕괴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3년 안에 모든 던전을 없애며 지구로 돌아갈 것이다.

또한 리터너의 지원 자격을 대폭 하향 조치한다.

이는 더 빠른 지구 재건을 위함이다.


이상이 아름 정부에서 공표한 내용이었다.


“이정도면 진실이 밝혀져도 어찌저찌 덮을 수는 있겠네요.”


주은서가 그 내용이 적힌 종이를 펄럭였다.

종이는 물론 각종 통신구를 통해 전해진 내용.

때문에 아름에는 이제 이 사실을 모르는 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알고 있는 실질적인 내용과는 다른, 변형된 내용.

모든 사실을 밝혔을 때의 디메리트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변형.

또한 그것을 들켰다 한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둔 내용이었다.


“멸망이 확정이라는 게 들킨다 한들 그것을 아공간 때문이라 돌릴 수 있을 테니 말이지.”


노호수가 마력 통신구를 위로 던졌다 받기를 반복했다.


“물론 숨기게 그것만은 아니지. 길은 만드는 자도 밝히지 않았으니.”


그의 시선이 김윤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 편이 너희에게도 좋을 거다. 너희가 죽으면 사라지는 힘이지 않나. 멸망을 확실히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야. 그것이 전파되지 않는다고 해도 너희를 노리는 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요.”


주은서가 김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지금 뭐하는 거예요?”


정확히는 그가 정리하고 있는 상자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수많은 지도, 그러나 지도라고 부르긴 어려운 것들이 담긴 상자.

그야 지도라는 이름과 그러한 형태로 태어났지만 품는 것이 전혀 다르니 말이다.


그것은 지도의 형태이나 스킬을 담는다.


“아무래도 손님이 더 늘 거 같아서.”

“아, 하긴 그렇겠네요.”


지구로 향해야 한다.

그것은 곧 몬스터와 마주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생명의 위협을 뜻한다.

즉, 자신을 지킬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


스킬.

아름의 주민들은 그것을 더욱 필요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을 직접 익힐 수 있는 수단.

혹은 간편히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안 그래도 정부 측도 예상했는지 추가 주문을 좀 해서 말이야.”


김윤이 상자 속에서 푸른 지도를 몇 장 살펴본 후, 도로 집어넣었다.


“새로 좀 만들어야겠어.”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음······.”


김윤이 가게 로비에 있는 이들을 살폈다.

주은서, 이지우, 노호수.


모두 기억을 통해 스킬을 뽑아내기엔 애매한 이들이었다.

고유 스킬에 의존도가 높은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내 기억을 뽑아내기엔 부담이 크고 말이지.’


김윤의 고유 스킬, 기억.

그는 그것을 뽑아내 지도의 형태로 담아내는 것이 가능하나, 그것은 뽑아낼수록 옅어진다.


물론 그것을 사용하고 다시 기억을 새롭게 새긴다면 계속해서 추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여차할 때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더군다나 그가 뽑아야 하는 것은 스킬, 그리고 그것의 메커니즘을 담은 기억.

그렇기에 자신의 것은 함부로 뽑아내기 어려웠다.


물론 온전하게 뽑아내는 방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억의 지대.

그의 고유 스킬을 변형시켜 만든 이 스킬은 일대의 기억을 읽고 복사한다.

그리고 재현한다.


그렇기에 그것을 이용한다면 온전히 뽑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역시 이 인원은 가짓수가 적단 말이지.’


그러나 그것이 있다 한들 자신을 포함 이곳은 고유 스킬에 의존하는 이들.

많은 스킬을, 메커니즘을 뽑아내는 것은 어렵다.


“잠깐 나갔다 올게.”


김윤이 빈 지도를 잔뜩 챙겨 인벤토리가 집어넣었다.


“도시 바깥에 나갔다 오게요?”


주은서의 질문에 김윤은 자신의 본직을 떠올렸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그것은 이러한 지도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아공간의 기억을 읽고 지도를 만드는 일.

그리고 지금의 그는 노이즈 없이 그 기억들을 읽는 것이 가능하다.


완전히 각성했으니 말이다.


‘박건영 때의 기억······.’


그때 읽었던 용살검의 기억.

그것은 분명 다른 세계의 기억일터.


아공간이 우주라면 그러한 기억이 한 가득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세계를 찾아온, 수많은 멸망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타가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멸망을 말이다.


‘그걸 이용한다면 멸망에 대비할 수 있겠지.’


할 일이 더 늘어났다.


“그래야겠다.”

“뭘 그래요.”

“아니야, 저기 스킬 지도도 좀 남아있으니 필요한 거 있으면 익혀둬.”


김윤은 가게를 빠져나와 회귀의 건물로 향했다.

건물의 옥상으로 곧장 도약하며 그곳에서 마력을 뿜어내는 그.


기억의 지대가 회귀의 건물을 둘러쌌다.


“좋아.”


그는 곧장 자리를 잡고 기억을 추출해 지도에 담기 시작했다.

회귀의 건물 옥상에서 마력의 섬광이 번쩍였다.


“여기서 뭐하는 거지?”


그러나 그곳은 회귀 길드, 아름의 2대 길드 중 하나.

그러한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A랭크의 리터너가 있는 곳이니 말이다.


회귀 길드의 길드장, 조호주가 옥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도를 만들고 있어요.”


김윤이 갓 만들어진 지도를 펄럭였다.

새하얗던 지도가 그의 마력을 통해 도형을 새기고 푸르게 물들었다.


“그걸 왜 여기서 만드냐 묻고 있는 거다.”

“전망이 좋아서?”


김윤은 만들어진 지도를 돌돌 말고 끈으로 묶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후 다른 빈 지도를 꺼내들었다.


“그게 요새 거래된다는 스킬이 담긴 지도인가보군.”


조호주가 김윤의 곁으로 다가왔다.


“정확히는 지도보단 스크롤에 더 가깝겠지만.”

“그렇긴 하죠. 생긴 것만 지도고.”


김윤이 지도에 마력과 기억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곳에 사람 형태의 대륙이 새겨지고 길이 새겨졌다.

그리고 기억이 그곳을 파고들었다.


“꽤 많은 마력을 소모하나 보군.”


조호주가 지도를 바라보다 시선을 주변으로 옮겼다.

근방을 둘러싼 김윤의 마력을 살피는 것이었다.


“마력으로 일대를 둘러싸야 하기도 하는 건가. 귀찮은 능력이로군.”

“그래서 여긴 무슨 일이죠?”

“뻔뻔하군. 김윤. 그 질문은 내가 하는 것이다. 그마저 제대로 답하지 않았지만. 뭐, 네 능력을 보자면 뻔한 것이겠지. 회귀의 스킬을 훔치러 왔나?”


조호주의 날카로운 눈빛이 김윤을 향했다.

김윤이 멋쩍은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뭐 상관 없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지구로 돌아갈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만 있다면.”


조호주가 옥상의 끝자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공간, 아름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리터너의 조건을 하향 조치했으니 나약한 이들이 들어오겠지. 그런 놈들에겐 그게 필요할 거다. 죽지 않으려면 말이야.”


마석 던전을 빠르게 소탕하기 위해 나온 안건.

리터너의 인력 보충.

그리고 조건의 하향.


그것에 대해 끝까지 반대한 유일한 이가 조호주였다.

그들이 나약해 방해만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만은 아닌가.’


그러나 지금 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그러한 이유만이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리터너의 조건을 올린 사람도 당신이었죠.”

“약하면 그저 죽어나갈 뿐이니까.”

“사람이 많을수록 재건이 빨라지지 않나요.”

“아니, 약한 이들이 아무리 많아야 강자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니까. 너도 알 텐데.”

“그런가요.”

“그런거다.”


조호주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움켜쥐었다.


“3년이랬나.”

“네. 그 안에 모든 마석 던전을 공략해야 해요.”

“지금 속도로면 일반적인 마석은 1년 내에 모두 소탕할 수 있을 거다. 이번 공략으로 일반적인 마석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파악됐으니까. 박건영, 그놈 때문에 모두 쫄아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하필 도전한 첫 던전이 최초의 마석이었던 것도 있죠.”

“그러고보니 그 마석이 소멸했다더군. 네 짓인가?”


김윤이 지도를 마저 만들며 답했다.


“네.”

“그렇군. 그들이 사용하던 무구들도 가져왔더군. 고맙다.”

“그쪽에게 감사 인사를 듣는 날도 다 오네요.”

“난 감사가 필요한 것엔 확실하게 감사한다.”


조호주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김윤에게 던졌다.


“이건?”

“길을 만드는 자에겐 필요한 물건일 거다.”


김윤은 잡아챈 물건을 살폈다.

특이한 문양의 형태로 만들어진 펜던트였다.


김윤은 그것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 용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1회지만 죽음을 방지하는 물건.

그 어떠한 치명상도 한 번은 막아주는 물건이었다.


‘엘릭서와 동급인 물건이로군.’


“이런 귀한 걸 그냥 줘도 되나요?”

“네놈들이 살아야 우리가 사는 게 될 테니까.”

“그런가요.”


김윤은 받은 물건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에게는 비타에 힘이 있기에 필요치 않은 물건.

다른 길을 만드는 자에게 넘기면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는 가보지. 던전 공략을 준비해야 해서 말이야.”


조호주가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김윤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지도를 마저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회귀의 스킬을 훔치던 그.


그는 마력이 바닥을 보이는 것을 느끼고 지도를 만드는 것을 중단했다.

그리고 가볍게 명상을 한 뒤 몸을 일으켰다.


지도는 꽤 만들었으니 다음 할 일을 할 차례였다.


“아공간을 살피거나.”


그의 시선이 저 멀리 있는 도시의 한 구역을 바라보았다.


“가야하나 가지 않았던 곳에 가거나.”


김윤은 후자를 택했다.

그렇기에 도시 안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과거 미르의 구역이었으나 이제는 캠프와 다른 길드들의 구역이 된 곳.

그는 그 중에서도 캠프의 구역으로 들어섰다.


그들을 이끄는 이 이유진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캠프 역시 이제는 아름의 주요 전력 중 하나.

그렇기에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입장.

그러나 이번 회의에 그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탐색대의 궤멸 때문이겠지.’


탐색대의 궤멸로 인해 주요 전력을 잃은 그들.

더군다나 그 중 하나인 신혜성은 그냥 전력만이 아니었다.


김윤은 캠프의 건물로 들어섰다.

내부는 조용했다.


평소에 이곳에서 자리 잡고 있던 박다민과 최지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김윤씨.”


그가 안쪽으로 향하자 직원이 그를 맞이했다.


“이유진 대표님은 계시나요?”


김윤의 질문에 그녀가 잠시 통신구를 붙잡고 연락을 하더니 그를 올려보냈다.


밝은 아공간 내부에 있는 건물임에도 어두운 내부.

암막 커튼이 잔뜩 쳐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유진 대표님.”

“김윤씨인가요.”


그가 들어서자 그녀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소식은 들었어요. 다시 지구로 향해야 한다고요.”

“맞습니다.”


그녀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마른 세수를 한 번 한 뒤 입을 열었다.


“······그냥 지구에 남을 걸 그랬어요. 이렇게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면 지구에 남을 걸 그랬어요. 그랬다면 혜성씨도, 그 누구도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대표님 잘못이 아니에요.”


김윤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제가 지키지 못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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