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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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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충돌 (4)

DUMMY


쿠구구구구!


새카맣게 물들어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기운을 내뿜는 그것.

그것은 백민호가 만든 마력의 구체였다.

수많은 스킬이 뒤엉켜 서로 충돌하며 폭발을 낳고, 그것이 다시금 뒤엉켜 하나의 폭탄이 된 물건.


그 안에 내포된 마력이 얼마나 방대한지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저것은 분명 움직이고 있었다.

느리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충돌을 바라고 있었다.


이 일대를 모조리 날려버리기 위해서.


그런 흉흉한 물건을 따사로운 황금빛 구가 감싸안았다.


배제 구역.

주은서의 고유 스킬이 그것을 휘감은 것이었다.

구체의 이동을 제한, 그리고 그것의 폭발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 정도 접촉으로는 폭발하지 않나.’


배제 구역의 방벽과 맞닿은 구체.

그러나 그것은 폭발하지 않고, 방벽에 연신 몸을 비벼댈 뿐이었다.


투두두두두웅!


그 안에서 요동치는 폭발이 방벽을 마구잡이로 두드렸다.


‘이제 어떻게 한담.’


이동은 제한했다.

하지만 이후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저것이 진동하면서 나오는 타격이 방벽을 수없이 후려쳐 마력이 남아나질 않는 상황.


‘길을 만드는 자의 힘을 써야 하나?’


그러나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겐 길 외엔 지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저 안에는 길이 없었다.


드드드드드!


배제 구역의 방벽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요동쳤다.


‘안에서 마력을 배제해도 구역 바깥으로 밀려날 뿐이야.’


그렇게 된다면 막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폭발을 사방에 흩뿌려 피할 곳을 없앨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제가 도울게요.”


이지우가 그녀의 곁에 다가왔다.


“저 구를 움직일 수 있나요?”

“아마도요.”

“그럼······.”


이지우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력을 일으켰다.


그녀의 고유 스킬, 공간 조작.

그 어떠한 공간이든 관여하여 조작할 수 있는 스킬.

그것은 아공간이든, 자신의 세계든, 인벤토리든 뭐든 관여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백민호가 그녀를 세뇌, 조종으로 이용한 것이었다.

공간을 이어 마석을 데려온다.

그리고 그 길을 비틀어 몬스터의 출현을 막으며 공략을 촉진시킨다.


멸망을 막기 위한 협력.

강제로 만들어진 것이나 협력은 협력이었다.


그리고 지금.

지우는 자와 잇는 자의 협력.


이지우가 체내의 남은 마력을 최대한 짜내며 거대한 공간을 찢어냈다.

배제 구역의 바로 아래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저곳으로 옮기면 돼요!”


이지우가 소리치자 주은서는 곧장 배제구역을 움직였다.


“끄으윽!”


안에 들어간 구체의 마력 밀도가 너무도 높아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는 배제구역.


‘이대로라면 마력이 못 버텨······!’


그 안에 일어나는 충돌의 여파가 배제구역을 마구 두드렸다.


배제구역은 반복되는 타수에 약하다.

하나를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유용하나, 다수에는 약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빠른 속도로 바닥을 보이는 마력.

이대로라면 저 구멍에 넣어도 전에 구역이 풀린다.


‘배제 구역의 아래를 푼다면?’


그러기엔 반복된 충돌로 인해 달궈진 구체가 금방이라도 폭발을 일으킬 것만 같은 상황.

배제 구역의 일부라도 뚫리는 순간 그 폭발은 섬광을 휩쓸 것이다.


‘안에서 지워야 해. 단 한 번에.’


“아, 안에 길을 이어주세요!”


주은서가 배제 구역이 움직이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자신이 새롭게 얻은 힘, 길을 지우는 자의 힘을 끌어올렸다.


“통째로 지워버릴게요.”


이지우는 그 즉시 주변에 김윤이 새긴 수많은 길.

아직 사라지지 않은 길을 멋대로 이었다.


‘길을 잇는 건 익숙해.’


세뇌를 당해 한 것이지만 그녀가 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 어떠한 길이라도 이을 수 있다.


그녀는 길들을 이어 존재하지 않는 길을 만들어냈다.

수많은 길, 푸르게 타오르는 실이 주은서와 구체에게 연결되었다.


“됐어요!”


이지우의 외침.

주은서는 그 즉시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길을 지우는 자의 힘.

깨우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사용법은 알고 있다.


길을 지운다.

동시에 배제 구역의 힘을 담는다.


콰과과과과!


도화선이 불타오르듯 그녀와 이어진 길들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배제 구역의 힘이 그것에 뒤섞여 운용되었다.


마력을 배제한다.

그리고 지운다.


구체에 이어진 길이 지워진다.

그리고 구체가 담고 있던 마력이 지워지는 길에 맞닿자.


화르르르륵!


황금빛 불꽃에 불타오르며 사라졌다.

길이 지워지며 그 위에 존재하는 하나의 존재를 세계에서 배제한다.

마력을 지우는 것이었다.


구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엔 황금빛 불꽃이 넘실거렸다.



***



주은서와 이지우가 구체를 없애는 사이.

김윤은 백민호를 바라보았다.


푸른 실의 형태로, 눈에 보일 정도로 가득해진 길.

그것은 백민호의 주위로 휘감겨, 마치 감옥을 연상시켰다.


고치처럼 수많은 실로 이루어진 길의 감옥.

그 감옥은 백민호조차 벗어날 수 없었다.


“크윽!”


백민호는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길을 비틀고 비틀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감옥은 그를 더욱 옥죈다.

벗어날 수 없었다.


“거기서 반성이나 하고 있으라고.”


김윤이 천천히 감옥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체념이라도 했는지 움직임을 멈춘 백민호가 입을 열었다.


“······하아, 앞으로 어쩔 셈이지?”

“길을 만드는 자의 존재를 밝힐 거다. 그리고 던전을 공략하겠지.”

“멸망을 촉진시킬 뿐이야. 김윤. 너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실패한 세계가 한둘이 아니다. 사람들은 너의 힘을 질투하고 노릴 거다. 모두를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버릴 건 버려야 해.”

“알고 있어. 나도 봤으니까.”


그는 보았다.

그는 알고 있다.


그는 기억의 힘을 통해 카룬의 멸망을 보았다.

그는 비타를 통해 수많은 멸망을 겪었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멸망을 막기 위해서.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서.


“하지만 너처럼 무고한 사람을 죽이진 않을 거다.”

“하하, 네 미래를 볼 수 없는 게 아쉽군. 과거는 보이는 데 말이지. 네가 한 학살들이 보인다. 김윤. 그들은 무고하지 않았나? 그저 믿을 게 필요했을 뿐인데!”


백민호의 두 눈이 푸르게 타올랐다.

미래는 읽을 수 없으나 과거는 읽을 수 있다.



김윤은 답하지 않았다.


“뭐 미래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군. 안 그래? 이미 더럽혀진 손이니 그 미래도 마찬가지겠어.”


김윤은 여전히 답을 하지 않았다.

백민호는 그 무응답이 재미가 없었는지 바닥에 풀썩 주저 앉았다.


“죽이진 않을 테지?”

“······이틀뒤면 풀릴 거다. 그 정도면 충분히 버티겠지.”

“그래, 뭐 잘 해보라고.”


그가 어깨를 으쓱해보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얼굴에 품었다.


“이미 밑작업은 다 끝났으니까.”


이미 밑작업은 끝났다.

백민호는 그간 이지우의 힘을 이용하며 아공간에 있는 모든 도시.

지구에 있는 모든 도시에 다녀왔다.

그리고 마석 던전을 선사하며 던전의 공략을 촉진시켰다.


“그러고보니 해외는 우리보다 마석 던전 공략을 잘 하고 있더라고. 인구가 많아서 그런가?”


그 모든 행위는 섬광처럼 희생을 기반으로 한 행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류를 희생시킨 것인가.


김윤이 백민호를 노려보았다.


“그럼 잘 해보라고.”


김윤은 주은서와 이지우가 있는 곳으로 향해 나아갔다.


“······막아냈어요.”


마력이 바닥나 녹초가 된 주은서가 김윤을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잘했어.”

“······그게 다예요?”

“왜, 월급이라도 올려줄까?”

“나쁘지 않네요.”


그녀가 바닥에 철푸덕 누웠다.


“······사장님은 언제 각성한 거예요?”

“나도 얼마 안 됐어.”

“그렇군요.”


김윤이 이지우를 향해 걸어갔다.


“지우씨는 괜찮은가요?”

“아, 네. 괜찮아요.”


이지우가 텅 비어버린 섬광의 모습을 다시금 살폈다.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죽었다.

자신을 제외하고.

자신에 의해서.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을 잠시 바라보다 주먹을 쥐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이지우의 질문이었다.


“남은 기간은 3년입니다.”


주은서가 되물었다.


“3년이요?”

“그래, 3년. 마석 던전을 모두 공략해야하는 기간. 3년 안에 세계에 있는 모든 마석 던전을 없애야 해.”


김윤은 자신이 들었던 사실을 그들에게 전달했다.

3년 안에 모든 마석 던전을 없애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지금까지 여러 세계에 어떠한 멸망이 찾아왔는지.


“그렇군요······.”

“그래서 우리가 돌아가서 할 일은 우리의 존재를 밝히고 최대한 빠르게 마석 던전을 공략하는 겁니다. 마석 던전의 공략은 다른 이들과 협력할 수 있으니까요.”


김윤이 잠시 감옥 방향을 흘끗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놈이 피해를 일으키며 한 짓이지만, 핵심 마석 던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략할 수 있게 길을 만들어뒀으니 어렵진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 핵심이 어려운 거 아니에요?”


주은서가 손을 들며 물었다.


“그럴 거야. 근방에 있는 것 중 하나는 싸우지 않고 처리했지만.”


나머지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른 던전처럼 이지를 상실했다면 그저 세계의 원칙에 따르는 괴물.

그것도 한 때 길을 만드는 자였던, 그 세계에서 가장 강한 괴물을 상대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던전이라고 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초의 마석.

그들은 더 강하다.

비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멸망을 막을 수도 있었던 이들.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야지. 남은 3년 동안 마석 던전 공략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우선 아름의 협력을 얻어야겠지. 새로운 시장님에게 얼추 말해두긴 해서 어렵진 않을 거야.”

“가게 일도 바빠 죽겠는데······.”

“가게 일이라······. 아르바이트 생을 뽑든, 새 직원을 뽑든 해야지. 너는 이제 다른 일을 하고. 괜찮지?”


김윤이 주은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것을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일단 가게로 돌아가서 쉬어요. 저 힘들어요.”

“그래. 지우씨도 같이 가시죠.”


김윤이 텅 비어버린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런 곳에서 지내서는 그녀만 더욱 우울해질 뿐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백민호와 백화가 있다.


“······알겠어요.”


이지우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김윤을 뒤따라 걸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 백화 애들이 잔뜩 있던데 따로 덤비지는 않네요.”


섬광을 빠져나오자 주은서가 질문을 던졌다.


“그러게.”


김윤은 그 질문에 이제는 멀어진 섬광을 슬쩍 바라보았다.

저곳은 분명 백화의 본거지.

그런데 수장이 당했음에도 놈들은 하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저를 감시하던 놈도 갑자기 사라졌었고요.”

“그 세뇌를 쓰던 놈?”

“맞아요.”


‘또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건가?’


그렇다한들 길을 만드는 자는 모두 이곳에 있다.

또한 놈은 최소 이틀은 갇혀있을 터.


‘우선은 협력과 던전 공략이 우선이다.’


놈이 수작질을 한다고 한들 세 명의 길을 만드는 자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터.

그러니 당장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김윤은 아름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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