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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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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최근연재일 :
2023.09.08 15:36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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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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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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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9 능력공개

DUMMY

“송장아. 이제 리딩 끝났으니까 아까 못한 얘기를 해 보자”

“언니!”


장미가 질색을 했다.


“왜? 아까 시간 없으니까 나중에 하자고 했잖아”


역시 주리선배.

대본리딩을 한 정도로 한 번 정한 목표를 잊어버릴 정도면 장미가 질색 할리 없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는 게 아니고 그만하자는 얘기지. 에휴~! 하기는 언니에게 이런 얘기해봐야 소용없지”


진철이 말했다.


“그래.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냥 헤어지기 그렇잖아. 뭐라도 마시면서 얘기 좀 하고 가자. 대본 보니까 겹치는 장면도 거의 없어서 촬영장에서 보기도 힘들 것 같던데”


워낙 출연자들이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장면에 나오지 않는 배역도 많다.


“그래. 우리 저녁이나 먹으러 가”






진철과 장미, 주리선배는 별실이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왜 갑자기 진철이에게 대쉬를 하기로 한 거야?”


주리선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름 노련해졌는지 바로 원하는 질문을 하지 않고 식사를 하고 장미가 포만감에 방심할 때를 노려 훅 들어갔다.

그런데 내용이 이상하다.


“무슨 소리야?”

“넌 모르는 소리니까 그냥 들어”

“응”


장미는 진철의 눈치를 쓱 보더니 뭔가를 고심했고 주리와 진철은 다그치지 않고 끈기 있게 그녀가 말을 꺼낼 때를 기다렸다.


“나 전에 만나는 놈 있었어”


주리선배는 뭔가 김이 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거야 항상 있었지. 그게 뭐, 비밀이라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굴어?”

“언니!”

“왜?”

“나 여배우야! 조심해야 한다고”

“그래. 알았어. 애기해봐”

“어쨌든 그 놈 바람폈어”

“그것도 항상 있었던 일이잖아. 그게 뭐”

“에휴! 언니는 사귀는 남자가 없었으니 바람피는 놈도 없어서 좋았겠네”

“야! 나도 사귀는 남자 있었어. 이거 왜 이래?”


주리선배는 드물게 발끈했다.


“잘도 있었겠다. 어쨌든 이번 놈도 바람을 피는 걸 보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혹시 내 남자 보는 눈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고”

“그래. 언제나 내가 해 주고싶었던 얘기야. 어디서 그런 바람둥이들만 찾는지 그것도 재주야”


평소 같으면 발끈했을 장미도 이번에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내 주변에 누가 절대로 바람을 피지 않을 남자인지 생각을 하게 됐어”

“그래서 결론이 진철이?”


진철은 깜짝 놀랐다.


“나?”


그의 반응에는 상관없이 두 여자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맞아. 다른 동기 놈들도 워낙에 달려드는 것들이 많으니까 안심할 수 없고, 진철이가 딱이지”

“너 진철이가 요즘 미남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건 모르는구나?”

“나도 알아. 아까 다 들었어. 그래도 진철이는 한 번 마음 정하면 변하지 않을 게 확실하니까 괜찮아”

“진철이는 확실히 마음이 변할 애는 아니지”

“확실히 나는 마음이 변할 사람은 아니지. 하지만 그래도 장미야!”

“얘기해. 너는 나 어떻게 생각해”


장미가 진철에게 쌩긋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물론, 우리 장미는 굉장히 예쁘게 생기고 마음도 그런대로 착하지”

“그렇지? 너도 보는 눈은 있구나”

“그런데 형제! 나는 취향이 스트레이트라. 미안하다”

“야~!”

“호호호!”


주리선배가 막 크게 웃었다.







“그래서 주리 선배가 크게 웃었어”


장미가 진철을 남자로 노리고 있었다는 얘기를 했을 때 누워있던 연습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수희가 격하게 소리쳤다.


“산송장! 이 망할 것! 내 뭔가 낌새가 이상한 것 같았어”

“무슨 낌새가 이상해?”

“지난 번에 술 취해 전화해서 남자친구가 바람 핀다고 주정을 하다가 갑자기 네 얘기를 물었다고”

“그래서 지난 번에 장미가 같은 드라마에 캐스팅됐다니까 쫓아왔던 거야?”


멀거니 진철을 보던 수희는 갑자기 머리를 흔들더니 말했다.


“그러면 나는?”

“네가 뭐?”

“나는 남자야? 여자야?”

“네가 왜 남자야?”


수희가 씽긋 웃었다.


“좋아! 요즘 너 중요한 때니까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무슨 얘기?”

“바로 그 무슨 얘기”


이렇게 가끔 알 수 없는 얘기를 할 때 수희는 죽어도 얘기를 더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남자야? 여자야?”


유진이가 전화를 했다.


“형제!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나도 수희에게 들었다고. 어쨌든 알았어. 그런데 너 우리 개봉일에 와야 하는 건 알지?”

“듣기는 했는데 꼭 내가 가야하는 건가?”


[체인지맨] 개봉 때 무대인사를 하러 오라는 얘기다.


“너는 밖에 안나오니까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지금 우리 영화 주목도가 장난 아니야. 투자도 더 받아서 홍보도 많이 했고. 개봉관도 많이 잡았어”

“안나가도 네가 이렇게 전화해서 알려 주니까 다 알아”

“다 잘생긴 미남님 덕분이야”

“딱 한장면만 나오는데?”


아직 [삼국 팔검전]의 검지호 부분의 촬영이 시작되기 전이라 시간은 되지만 나가기 귀찮았다.


“그 한 장면 나오는 미남님이 영화의 흥행에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이니까 그렇지. 그리고 영화 잘 빠졌어. 와서 봐”


백부장은 희소성이 있는 게 좋다고 개봉일 딱 한 번만 나가는 게 좋겠다고 한다.


“에휴~! 그래 알았다. 갈게”

“고마워. 그런데 그거 알지?”

“뭘 알아?”

“강진철이가 아니고 미남님이 와야 하는 거”

“그게 나야. 임마”

“그래. 너는 몰라도 그 잘생긴 미남님은 꼭 와 주셔야 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체인지맨]의 개봉일이 다가왔다.

진철은 쓰리헌드레드 엔터 소속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코디네이터에게 스타일링을 받고 극장으로 출발했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계시죠?”


조수석에 앉은 백부장은 활기차고 신이 나는 걸 어쩔 수 없어 보였다.


“네?”

“오늘 드디어 모든 의혹과 논란을 빵 터뜨리는 날입니다. 저도 그 지긋지긋한 기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다그침에서 해방되는 날이고요”

“많이 힘드셨나 보네요”


진철의 그 말에 백부장과 운전을 하고 있던 김정수매니저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생활 습관이 연기연습을 하거나 촬영을 할 때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진철이다.

집과 연습실, 액션센터, MAPA의 사무실에만 있었는데 이동할 때도 지하 주차장에서 정수매니저가 모는 차를 타고 이동했다.

아는 번호가 아니면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았다.

당연히 세상에 아무리 난리가 나도 진철은 평소와 달라진 걸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매니저들은 태풍 속의 고요한 눈처럼 지낸 진철과 달랐던 것 같다.


“뭐, 힘들었지만 괜찮습니다. 잘 버텼고 이제는 성과를 거둬들일 때니까요. 즐길 일만 남았습니다”

“오늘 모든 일을 다 터뜨리는 날이기는 하죠”


오늘 [체인지맨]이 개봉되고, 그리고 거기에 맞춰 [나도 미남] CF가 매체를 타기 시작한다.

우연이기는 하지만 서울 단편영화제 대상을 탄 [지옥행 워터슬라이드]의 수상 소식 역시 발표된다.

원래 단편영화의 대상 소식은 단신으로 처리될 정도로 작은 일인데 그 영화에 요즘 최고의 화제 인물인 진철이 출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여러 매체에서 소식을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백부장님은 그 모든 걸 조율했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만도 한데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으로 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방송국 세 곳의 인터뷰와 기타 매체 여섯 곳의 인터뷰는 해야 합니다”

“[삼국 팔검전]의 촬영과 겹치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그쪽과도 일정을 다 조율을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삼국 팔검전]쪽에서도 강배우님의 이번 이슈는 아주 반기고 있어서 촬영계획을 세울 때 기꺼이 반영을 해 주었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시사회에 가면 기자들이 굉장히 많을겁니다.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갈 때도 사방에서 여러가지 질문이 쏟아질 텐데 의연하게 웃어만 주고 아무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가요?”

“네. 대답은 시사회 끝나고 질문시간에만 해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백부장 말대로였다.

극장의 입구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가 진철에게 달려들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백부장이 고용해 놓은 가드들이 그를 보호했기 때문에 스타일을 유지하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서 와. 우리 강스타님. 이리, 이리 와서 앉아. 기자들 뚫고 들어오느라 힘들었지. 아유, 이 땀 봐”

“야! 어디 화장실 휴지 따위로 우리 스타님 얼굴을? 자, 이 수건으로 닦아”

“그거 아까 코 푼 것 아냐?”

“아냐! 누가 수건에 코를 풀어?”


극장 안 관계자 대기실에서는 상만과 유진, 혁철이 상기되고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진철을 맞이했다.

과장되게 호들갑을 떨면서 만담을 하는 상만과 혁철을 뒤로 젖히고 유진이 돌진해 왔다.


“야! 자식들아. 비켜 봐. 진철. 너 말고 미남님 데리고 오라고 했지? 네가 왜 왔어?”

“그게 나야. 임마!”

“변신해!”


혁철이 펄쩍 뛰었다.


“야! 이미 계획 다 세워 놨는데 왜 벌써 변신해?”

“응?”

“무대 올라가 기자들 앞에서 변신해야지”

“변신, 변신 그러니까 무슨 변신로봇이 된 기분이네”


진철이 중얼거렸다.


이후 영화의 주인공 수희도 도착했고 무대인사 시간이 다가왔다.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진철이 무대인사를 하러 올라가자 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플래쉬를 터뜨렸고 마치 얼음이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끊임없이 귓가에 울렸다.

이후 기자들의 여러가지 질문과 배우들의 답변이 오갔지만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진철의[그 미남]으로의 변신이었다.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나오기 전에 이미 그 질문은 마지막에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떤 기자가 물었다.


“강진철 배우님 혹시 요즘 화재의 미남 사진의 주인공이 강진철씨가 맞습니까?”


다들 진철의 입만 보고 있어 극장 안이 고요했다.


“네. 맞습니다”


그 기자가 진철에게 [그 미남]으로 변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 보여드리죠”

[후~!]


속으로 숨을 내쉰 진철은 고개를 숙이고 역용술을 시전한 후 고개를 들었다.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짜, 자자자작···]


셔터 소리의 폭포였다.

카메라 플래쉬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자 진철은 썬글라스를 가지고 올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끝이 없을 정도로 쏟아지던 카메라 소리가 그치고 겨우 기자들의 질문이 재개되었다.

진철은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 주었다.

혼자 십 수년의 수련 끝에 성공했다는 그의 말을 기자들이 믿는지 안믿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질문의 끝자락에 누군가 질문했다.


“강진철씨. 그 얼굴 바뀌는 능력, 혹시 무협소설에 나오는 역용술[易容術] 아닌 가요?


재미있는 농담에 기자들 사이에서 ‘하하하!’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철은 고백했다.


“처음 무협소설을 보고 역용술[易容術]을 만들려고 생각한 건 맞습니다”


기자들이 일제히 ‘오오오~~!’하는 소리를 낸 후 일제히 타이핑을 했다.


“혹시 무술에 얼굴 신경과 근육을 조정할 수 있는 그런 기예가 있지 않을까 열심히 찾았습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찾는 건 포기하고 직접 연구하기로 한 겁니다”


무대인사 겸 인터뷰는 무사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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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6 이제는 질투 안 해 +2 21.11.11 1,803 41 13쪽
25 025 미스테리한 남자 +3 21.11.10 1,847 50 10쪽
24 024 지옥행 워터슬라이드 +5 21.11.09 1,885 44 11쪽
23 023 150개의 인물사진 +3 21.11.08 1,885 41 10쪽
22 022 마음이 착해 +2 21.11.07 1,886 41 11쪽
21 021 MAPA +1 21.11.06 1,929 44 10쪽
20 020 나도 미남 +2 21.11.05 1,957 45 11쪽
19 019 요사함이 있어 +4 21.11.04 1,913 45 10쪽
18 018 오디션 +1 21.11.03 1,935 42 11쪽
17 017 그는 배우다 +1 21.11.02 2,010 41 9쪽
16 016 눈에서 빛이나 +2 21.11.01 2,054 45 10쪽
15 015 삼국 팔검전 +6 21.10.31 2,130 54 10쪽
14 014 재현하다 +7 21.10.30 2,150 42 11쪽
13 013 300 +1 21.10.29 2,178 42 11쪽
12 012 진상들과 변호사의 의기투합 21.10.28 2,166 40 9쪽
11 011 취향을 타지 않는 미남의 얼굴 +1 21.10.27 2,275 45 11쪽
10 010 진료는 의사에게 처방은 화가에게 +2 21.10.26 2,394 46 12쪽
9 009 망나니까지는 아닌 진상들 21.10.25 2,431 51 9쪽
8 008 미친놈들 중 제일 미친놈 +3 21.10.24 2,555 55 10쪽
7 007 일기[一技]로 관통[貫通]하다 +3 21.10.23 2,675 4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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