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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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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최근연재일 :
2023.09.08 15:36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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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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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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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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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24 지옥행 워터슬라이드

DUMMY

몇 일이 지났다.


“요! 나도 미남!”


김상만의 목소리에는 쓸데없이 익살끼도 넘쳤다.

드물게도 진철을 놀릴 수 있어서 아주 신이 난 것 같다.


‘제기랄. [나도 미남]이라니’


광고주가 화장품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데 어쩔 수는 없지만 왠지는 모르지만 좀 굴욕적인 것 같다.


‘그나저나 상만이까지 알 정도면 정말 화장품 이름을 그런 장난 같은 이름으로 지었다고? 안 팔릴 것 같은데?’


마음이 복잡해 입을 다물고 있자 상만이 말했다.


“왜 대답이 없냐?”

“시끄러! 왜 전화했어?”

“재미없는 놈. 알았어. 얘기할 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이번에 단편 찍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연기력이 필요한 단역이 하나 있다고 해서 전화했다”


진철은 학교에 다닐 때부터 졸업하고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 계속 명성예술종합대학 영상원의 연출과 학생들에게 골치 아픈 배역이 있을 때 연락하는 배우로 굉장히 유명했다.

그 유명세에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는데.


“물론 돈은 없고?”

“당연히 돈은 없지”


출연료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지만.

아니, 작품이 마음에 들 때면 제작비를 보태기도 한다.


“그럼 내가 돈 대신 거는 조건은 알고 있겠지? 지난번 그 친구처럼 나중에 나 욕하는 거 아냐?”


대신 까탈스럽고 이상한 조건을 내세우는 배우로.


“그 머저리 건은 내가 미안해. 그런데 그 놈은 나도 다른 사람에게 소개받은 거였고 이번에는 나도 잘 아는 형님이야. 정말 괜찮은 형이라고”

“그럼, 대본 보내주고, 내 전화번호 그 쪽에 알려 줘”

“오케이”


상만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전화가 왔다 .


[한주리 선배]

“음~”


진철로서는 드물게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네. 선배”

“나 너희 회사 구경시켜 줘”

“네?”







다음날, 한주리 선배가 쓰리헌드레드 엔터에 왔다.


“그럼 소속사와 계약이 곧 끝이 난다는 말이군요? 재계약을 할 의사는 없으시고요?”


백부장.

백현수 실장은 쓰리헌드레드 엔터에서 본부장 직함을 달게 되었다.

김정수 매니저에게 듣기로 사장님은 경영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고 백본부장이 사장대리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백본부장은 왠지 입에 익지 않아 진철은 백부장이라고 한다.

그 백부장이 한주리 선배에게 한 말이다.


“네. 제가 우리 회사에 실망을 많이 했어요. 이번 배역 잡을 때도 회사는 방해만 했지 도움된 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옮길 곳을 찾고 있었는데 진철이가 회사를 옮겼다고 해서 호기심이 들더라고요”

“그럼 잘 오셨습니다. 우리 회사가 이제 막 시작하기는 했지만 다른 신생회사와는 일단 자본금부터 다릅니다. 그리고, 배우 매니지먼트에 경험이 많은 인력들도 충분합니다”

“네. 저도 여기 오기전에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중견배우분들과 매니저들이 많이 이적했다고 했어요”

“네. 사실상 AAA에서 분사를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삼국 팔검전]은 대작이다.

글로벌 영상 플랫폼인 뉴플렉스에서 편당 2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고 편 수도 유래없이 긴 삼십편이나 된다.

한주리는 그런 드라마에 중요배역으로 캐스팅된 것으로 이미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넘치도록 증명한 사람이다.

가만히 있는데 호박이 굴러 들어온 격이다.

백본부장은 한주리에게 열심히 회사홍보를 했고 한주리 선배는 조건에 만족한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절 담당하는 매니저 언니랑 같이 옮겨도 될까요?”

“능력과 경험이 많은 매니저라면 두 팔 벌려 환영입니다”


한주리 선배는 쓰리헌드레드 엔터로 옮기는 걸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기로 했다.







“역시 너라면 뭔가 이상한 짓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 이건 뭐야? 이 이상한 물은?”


한주리는 간이 풀장의 안에 담겨있는 뽀얀 액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전분가루를 물에 푼 거예요. 전혀 이상한 게 아니예요”


쓰리헌드레드 엔터 건물의 꼭대기층.

휑하니 비어있던 공간에 간이 풀장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안에는 전분액체가 20센티 정도 높이로 차 있었다.


“물이 들어있어야 하는 곳에 전분 액체가 들어있는 건 충분히 이상한 일이야. 그런데 이거 뭐에 쓰는 거야?”

“맞춰봐요”

“내가 미친놈 생각을 어떻게 알아?”


말의 내용은 거칠어도 말투는 조용조용 하고 눈은 살포시 웃고 있다.


“선배도 절대 정상은 아니니까 알 수도 있죠”


거기까지 말하던 진철이 갑자기 돌아서 소리를 질렀다.


“거기 그렇게 숨어서 훔쳐보지 말고 나와서 인사해”


그러자 칸막이로 나뉘어진 사무실 문이 열리고 세 형들이 쭈뼛거리면서 나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진철이 형인 김병수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진철이가 제일 믿는 형 신병용입니다”

“야! 니들이 왜 진철이 형이야? 이놈들은 가짭니다. 제가 진철이 진짜 형인 강성철이라고 합니다”


여자에 면역이 없는 세 형들은 말을 하면서도 한주리 선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진철은 한숨을 쉬었다.


“에휴~! 이쪽은 내 대학교 선배인 한주리씨야. 무용과 선배인데 지금은 배우를 하고 있어. 이번에 나 들어간 드라마에서 같이 연기해”


성철이 어색한 웃음을 짓고 양손을 마주 비비며 말했다.


“어... 음... 무용과를 나오시고 여배우시면 아주 훌륭하신 분이네요. 그러니까... 유유상종이라는데 주변에는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있겠죠?”


아주 국어책을 읽는 것 같은 말투에 대신 부끄러워진 진철은 얼굴을 감싼 뒤 손을 휘 저으며 말했다.


“인사 다 했으면 들어가. 가서 일 해”


반발할 줄 알았는데 형들은 의외로 그러지 않았다.


“음. 그···그럴까?”

“어”

“그래. 그래야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주리선배에게 고개를 꾸벅한 형들이 사무실로 들어가며 자기들끼리 작은 소리로 얘기하는 게 진철의 예민한 귀에 다 들렸다.


“역시 진철이 근처에 있으니까 진짜 여배우를 만났어”

“이럴 때를 대비해서 인사말을 연습해 둔 게 정말 다행이야. 나 아까 더듬지 않았냐? 연습한대로 잘했나?”

“넌 잘했어. 내가 문제지. 내가 제대로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나”

“하하! 이 바보들아. 나는 인사말 말고 다른 말도 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공돌이 중 상공돌이 형들이다.


“호호. 진철아 너희 형님들 참 재미있는 분들이다”


아마 모든 여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다.

아주 우습게.







두 사람의 다시 간이 풀에 대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 이거 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어. 이 액체 위를 빨리 뛰어다니면 가라앉지 않는 거 그거 아냐?”


주리선배 말이 맞다.

전분을 푼 물은 그 위에 가만히 서 있으면 가라앉지만 빠르게 디디면 단단한 바닥처럼 반발한다.

멈추지 않고 뛰어다니면 언제까지고 계속 뛰어다닐 수 있다.


“네. 맞아요. 이 위를 뛰어다니면서 가벼운 몸놀림을 몸에 익히려는 거예요”

“나도 할 수 있을까?”


할 수야 있지만 효과가 없을 거다.


“누나는 힘들 걸요?”


주리선배는 양 볼을 부풀리고 볼멘소리를 했다.


“왜? 뛰어다니는 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진철은 그녀의 미련을 끊어 주기 위해 수련 과정을 이야기했다.


“지금 농도에서 그냥 뛰어다니는 건 아무런 수련이 안돼요. 나는 날마다 조금씩 물을 부어서 전분의 농도를 점점 낮춰서 한 달 후에는 절반까지 떨어뜨릴 거예요. 딛었을 때 점도도 그만큼 떨어지겠죠. 그 때 부터가 진짜 수련이 될 거예요. 두 달째에는 또 그 절반을, 세달째에는 또 절반. 최종적으로 현재 농도의 팔분의 일까지 떨어뜨릴 예정이예요”


주리선배는 말 뜻을 이해는 했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다.


“꼭 널 따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 삼십퍼센트 정도만 농도를 떨어뜨려도 효과를 볼 것 같은데?”

“삼십퍼센트로도 쉽지 않은 일이예요. 멈추면 가라앉으니까 쉴 새 없이 뛰어다녀야 해요. 엄청나게 힘들어요”

“이거 왜 이래? 나, 한주리야. 내가 힘들다고 포기할 것 같아?”


그래서 더 걱정이다.

시간만 보내고 아무것도 못 얻을 것이 보이니까.


“뭐. 알아서 하세요. 이것 말고 다른 비밀은 없으니까”


그 때 전화가 왔다.


[띠~!]

“네. 강진철입니다”

“아! 강진철 배우님? 저는 상만이 소개로 전화 드린 류승철입니다”

“아. 네. 오셨습니까?”


오늘 진철은 주리선배 외에도 상만이 소개해준 단편영화의 감독과도 약속이 있었다.

단편영화 [지옥행 워터슬라이드]의 대본이 꽤 그의 마음에 들었다.


“네. 주신 주소 건물 앞입니다”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류승철 감독과 진철은 쓰리헌드레드 엔터의 작은 회의실에서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대본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출연 해주시는 건가요?”

“보자고 해 놓고 출연 못하겠다고 하는 건 경우가 아니죠”


류승철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저는 하루동안 면접을 보고 마음에 들어야 출연을 해 주신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진철이 쓰게 웃었다.

그런식으로 소문이 퍼져있는 줄은 몰랐다.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로 면접을 보자는 게 아니고 그냥 하루 날 잡아서 대본을 쓴 분과 감독님에게 질문을 좀 하자는 겁니다”


진철의 연기 준비과정에 상당히 중요한 과정이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촬영 날자는 다가오는데 마땅한 배우를 구할 수 없어서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배역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되나요?”

“강진철씨가 출연한 전작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연기를 잘 하실 수 있을겁니다”


말은 그렇게 하는데 안색이 그리 밝지 않다.


‘내가 절대로 만족스러운 선택은 아니구나?’


최선은 아니고 차선이나 어쩌면 차악 정도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상관없다.

진철이 돈도 안 되고 힘든 단편영화나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건 그의 연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취약한 순발력 부분에.


“제 배역이 여기 미스터리한 남자 맞죠?”


진철이 대본을 펴 들고 말했다.


“네. 맞습니다”

“이 남자는 딱 한 장면 나오는데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시죠?”

[딸깍!]


펜을 꺼내 든 진철은 그가 맡을 배역에 대해 류승철감독에게 꼬치꼬치 질문했다.

류감독이 지난 작품에서 본 것과 지금의 연기력은 아주 다를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깜짝 놀랄 걸?’


진철도 배우로서 자존심이 있다.


작가의말

“전분에 물 타면 전분이 밑에 가라앉아 물과 분리될 거야”


주리선배가 말하자 진철이 반박했다. 


“그때그때 휘휘 저어서 쓰면 돼요”



사실 어떻게 되는지 찾을 수 없어서 제 가설을 믿기로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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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6 이제는 질투 안 해 +2 21.11.11 1,803 41 13쪽
25 025 미스테리한 남자 +3 21.11.10 1,846 50 10쪽
» 024 지옥행 워터슬라이드 +5 21.11.09 1,885 44 11쪽
23 023 150개의 인물사진 +3 21.11.08 1,884 41 10쪽
22 022 마음이 착해 +2 21.11.07 1,885 41 11쪽
21 021 MAPA +1 21.11.06 1,928 44 10쪽
20 020 나도 미남 +2 21.11.05 1,957 45 11쪽
19 019 요사함이 있어 +4 21.11.04 1,912 45 10쪽
18 018 오디션 +1 21.11.03 1,934 42 11쪽
17 017 그는 배우다 +1 21.11.02 2,009 41 9쪽
16 016 눈에서 빛이나 +2 21.11.01 2,053 45 10쪽
15 015 삼국 팔검전 +6 21.10.31 2,129 54 10쪽
14 014 재현하다 +7 21.10.30 2,149 42 11쪽
13 013 300 +1 21.10.29 2,178 42 11쪽
12 012 진상들과 변호사의 의기투합 21.10.28 2,166 40 9쪽
11 011 취향을 타지 않는 미남의 얼굴 +1 21.10.27 2,274 45 11쪽
10 010 진료는 의사에게 처방은 화가에게 +2 21.10.26 2,393 46 12쪽
9 009 망나니까지는 아닌 진상들 21.10.25 2,431 51 9쪽
8 008 미친놈들 중 제일 미친놈 +3 21.10.24 2,554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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