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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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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최근연재일 :
2023.09.08 15:36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68,289
추천수 :
3,574
글자수 :
645,036

작성
21.1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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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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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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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16 눈에서 빛이나

DUMMY

진철은 다음날 혁철의 회사 [하늘고래 테러단]의 사옥에 갔다.

광고주에게 보여주기 위한 아주 짧은 영상을 촬영하려고.

일종의 영상을 통한 오디션이다.

진철은 혁철의 말만 듣고 그냥 얼굴 변하는 모습을 잠깐 찍으면 될 거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현장 – 사옥 2층 스튜디오 -에 도착하자 마자 그렇게 쉽게 생각할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간단한 영상이야. 숙이고 있다가 딱 얼굴을 들고 변신하는 모습을 찍으면 되니까”


그렇게 말하는 혁철의 뒤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득실거렸다.


“정말? 그럼 저 사람들은 그냥 영상 찍는 걸 구경하기만 하는 건가?”

“다 우리 스튜디오 관계자야. 헤어, 메이크업, 의상, 카메라, 조명. 신경쓰지 마. 다들 자기 할 일 알아서 할 거야”

“오늘 촬영에 그런게 다 필요해?”

“당연하지. 광고주를 설득하려면 어느정도 퀄리티가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하니까”


전문가가 그렇다니 진철은 수긍했다.


“알았어”


진철은 이후 상당한 시간을 들여 메이크업을 받고, 헤어스타일을 손보고, 의상을 갈아입은 후에야 카메라 앞에 섰다.


[확~!]


조명이 켜지자 혁철이 진철을 향해 말했다.


“자~! 여기를 보시고, 조명과 카메라 세팅을 조금 조절할 게”


혁철의 뒤에는 어슬렁거리던 하늘고래 테러단의 스텝 중 하나가 혁철의 뒤에 다가가 작게 말했다.

물론, 진철도 다 들었다.


“이봐. 감독아. 네가 한 말이 정말이라고? 정말 역용술이라는 게 가능하다고?”


혁철은 신경질이 나는지 획 뒤로 돌아 ‘빽’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몇 번이나 물어보는 거야? 응? 내가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를 했는데 왜 믿지를 않는 거냐고”

“아니, 우리는 네가 평소처럼 농담을 하는 줄 알았지. 그런데 지금 촬영 준비하는 거 보니까 진짜 같기는 하네”

“사실 나도 직접 보지는 못했어. 지금이 처음이야. 진철아. 준비됐냐? 여기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진철은 사람들의 기대와 의혹에 찬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왜 사람이 많은지 알게 되었다.


‘사실 직접 보지 못하면 믿기 힘든 일이기는 하지’


과시욕은 별로 없는 진철이지만 그도 기본적으로 배우라 사람들이 그에게 주목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말했다.


“여러분!”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몰렸다.


“여기 다 광고나 영상 쪽 관계자 맞죠? 모두 오늘 본 걸 주변에 많이 얘기해 줘요. 배우 강진철이 대단한 연기를 한다고”


그 당당한 모습을 보고 혁철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야! 진철, 멋진데? 촬영 전인데 벌써 좀 달라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진철은 씩 웃었다.


“얼마전부터 카메라에는 잡히는 게 좀 달라 보인다고 하기는 하더라”


좀 희한한 점이기는 하지만 [캐리어]의 감독과 촬영감독도 혁철처럼 말했다.


“더 기대가 되는데? 그럼 시작하자고”


혁철의 말에 온 촬영장이 조용해졌다.


“그래. 잠시만. 후우~!”


촬영장 중앙에 선 진철은 심호흡을 한 후 눈을 감고 정신을 신경과 근육에 집중했다.


“어어?”

“어? 어? 어?”

“우와~!”


진철의 얼굴이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감탄사가 들렸지만 진철은 신경쓰지 않고 계속 근육과 신경을 조작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변신이 완료되자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음?’


혁철은 놀랐다.

정말 진철의 얼굴윤곽이 조금씩 변해 가기 시작했다.

눈섶의 모양은 미세하지만 더 날카롭게, 이마는 약간 평평하게, 턱도 미간도 인중도 광대도 모두 약간씩 변했다.

경이롭고 놀랍다.


‘놀라워. 그런데···”


그런데 혁철은 처음 변한 진철의 얼굴사진을 봤던 때의 충격을 다시 받지는 못했다.


‘내가 이미 그 사진과 영상을 봐서 그런가? 아냐, 뭔가 좀 다른 것 같은데?’


혁철은 내심 약간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진철이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눈에서 빛이나?’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흑백사진에 컬러가 채색되듯, 말 그대로 호불호가 없을 잘생긴 얼굴에 생기가 감돌았다.


CF감독으로 가끔 그런 사람들을 본다.

눈빛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 아니면 눈빛으로 나름의 개성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들.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많은 스타들이 그런 눈빛을 가졌다.

하지만 단언컨데 혁철은 지금 진철의 미남형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런 강렬한 눈빛은 본적이 없다.

그리고 그 눈빛은 진철에게 압도적인 존재감을 부여했다.

혁철은 결국 그가 원했던 충격을 다시 받았다.


“휴~!”


결국 한참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혁철이 소리쳤다.


“컷! 오케이. 좋았어”


그 때 촬영 모니터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 중 한 여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좋기는 뭐가 좋아? 저 분 피부 밝기는 왜 변하는 건데? 혹시 중간에 조명 만졌어?”


진철의 메이크업을 해준 여자였다.


“아니, 아닌데? 내가 만지긴 뭘 만져?”


조명 담당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억울할 만한 게 그도 조명콘솔과는 상당히 떨어져 모니터를 보고 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럼 왜 얼굴이 갑자기 밝아지는데?”

“그걸 내가 아나?”


메이크업 담당 여자가 혁철과 진철을 향해 말했다.


“어쨌든 메이크업 고쳐야 돼요. 다시 찍어요”

“다시 찍어야 할 정도야?”


얼굴에 집중하다가 피부색 같은 건 전혀 신경쓰지 못한 혁철이 물었다.


“찍어 놓은 장면 보면 알 거예요”


혁철과 진철이 모니터로 앞으로 다가가자 그 뒤로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둘러서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았다.

진철이 눈을 감고 있다가 뜨는 아주 짧은 영상을 본 후 혁철이 말했다.


“그러게? 왜 피부 밝기가 변하지? 조명에 이상이 있는 거 아닌가?”


그러자 조명 담당이 말했다.


”조명은 이상 없어요. 이건 그냥 갑자기 피부색이 더 밝아지는 것 같은데?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피부 밑에서 조명이 켜진 것 같아 보여요”


혁철이 진철을 돌아보며 말했다.


“왜 그러는 거야?”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진철에게 쏠리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모르지”


사실 짐작은 하고 있다.

아마도 얼굴 피부 밑의 경락에 기가 집중되어 저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완전히 다 씻어내고 베이스부터 다시 해야 저 충격적인 얼굴을 더 부각시킬 수 있어요. 그렇게 해요. 지금과는 또 다를 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딱 잘라 말하자 그 옆의 여자도 한마디 한다.


“옷도 바꿔야 해요. 지금 입은 옷은 저 피부색과 톤이 맞지 않아요”


이게 아주 좋은 일이라는 걸 깨달은 혁철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의상은 준비된 게 있어요?”

“아뇨. 밖에 나가서 구해와야 해요”

“그럼 의상은 그냥 넘어가고, 대신 오늘 촬영을 참고해서 다음 진짜 CF촬영 때 어떻게 할지 연구해 봅시다. 메이크업은 당장 할 수 있는 게 맞죠?”

“네. 메이크업 기구야 여기 다 있으니까요”

“그럼 시간을 얼마나 줄까요?”

“한 시간”

“좋아요. 진철아. 바쁜 일 없지?”


진철도 자기 몸상태를 체크했는데 전에 느껴졌던 두통 같은 후유증은 전혀 없이 오히려 몸이 더 상쾌하다.


“나는 괜찮아”


촬영은 한 시간 후 다시 재개되었고 상당한 시간이 더 흘러서야 끝이 났다.







“아니, 형은 딴 생각하지 말고 닥친 일이나 잘 처리해. 밖으로 나와 다니거나 하다가 또 위험한 일 당하지 말고”


전화를 끊은 진철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는 안 왔으면 좋은데”


그는 혼자 파주의 추모원에 왔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안그래도 쳐진 진철의 기분을 더 떨어뜨렸다.

진철은 따로 믿는 종교는 없지만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잘 계시도록 여러 종교의 신에게 돌아가며 빌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유골단지를 보며 생각했다.


“엄마, 아빠.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일까?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고 연기에만 모든 걸 쏟아 부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진철은 평범한 중산층 집의 2남 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두 분 다 평범한 분이었지만 아들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둘 다 하고싶은 것만 하려하고, 관심 없는 일은 죽어도 하기 싫어해서 부모님의 속을 무척 썩혔다.

그래도 그들의 부모님은 사랑으로 두 아들을 잘 키워 주셨고 그들이 하겠다는 건 무조건 지지해 주셨다.


진철이 대학을 입학하고 얼마되지 않아 부모님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나이는 이미 성인이었던 두 형제는 유별난 자신들의 최대 이해자였던 부모님을 잃은 상실감을 의연하게 견뎌내는 것 같았다.

겉으로는.

하지만 후유증은 확실하게 남았다.

서번트 증후군으로 의심을 받을 정도로 외골수였던 그들 형제는 부모님이란 현실에 걸쳐진 브레이크가 없어지자 다른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자기들의 관심 분야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형 성철은 자기가 연구하던 분야에, 동생 진철은 [슈퍼액터 프로젝트]에 모든 걸 쏟아붇기 시작했다.


“그동안 노력했던 게 이제 약간 성과가 나왔어요. 이 역용술 능력만 제대로 활용해도 명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 아빠. 내가 여기서 더 나가야 할까?”


앞으로도 계속 인생의 대부분을 연기에 바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형 성철보다는 외골수적인 성향이 조금 덜한 진철은 가끔 – 부모님 기일 같은 날- 이런 고민을 하기도 한다.

다만, 다음날 연기연습을 하다보면 고민은 바로 사라져 다음 해부모님 기일까지는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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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지옥행 워터슬라이드 +5 21.11.09 1,885 44 11쪽
23 023 150개의 인물사진 +3 21.11.08 1,885 41 10쪽
22 022 마음이 착해 +2 21.11.07 1,886 41 11쪽
21 021 MAPA +1 21.11.06 1,929 44 10쪽
20 020 나도 미남 +2 21.11.05 1,957 45 11쪽
19 019 요사함이 있어 +4 21.11.04 1,912 45 10쪽
18 018 오디션 +1 21.11.03 1,935 42 11쪽
17 017 그는 배우다 +1 21.11.02 2,010 41 9쪽
» 016 눈에서 빛이나 +2 21.11.01 2,054 45 10쪽
15 015 삼국 팔검전 +6 21.10.31 2,130 54 10쪽
14 014 재현하다 +7 21.10.30 2,150 42 11쪽
13 013 300 +1 21.10.29 2,178 42 11쪽
12 012 진상들과 변호사의 의기투합 21.10.28 2,166 40 9쪽
11 011 취향을 타지 않는 미남의 얼굴 +1 21.10.27 2,275 45 11쪽
10 010 진료는 의사에게 처방은 화가에게 +2 21.10.26 2,393 46 12쪽
9 009 망나니까지는 아닌 진상들 21.10.25 2,431 51 9쪽
8 008 미친놈들 중 제일 미친놈 +3 21.10.24 2,554 55 10쪽
7 007 일기[一技]로 관통[貫通]하다 +3 21.10.23 2,675 49 11쪽
6 006 그게 언제부터였더라? +2 21.10.22 2,761 47 9쪽
5 005 캐리어 +2 21.10.21 2,928 60 11쪽
4 004 큰 벌을 받을거야 +4 21.10.20 3,284 56 10쪽
3 003 슈퍼액터 프로젝트 +2 21.10.19 3,735 56 10쪽
2 002 체인지맨 +3 21.10.18 5,001 6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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