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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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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최근연재일 :
2023.09.08 15:36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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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4
글자수 :
645,036

작성
21.1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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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1쪽

022 마음이 착해

DUMMY

홍감독은 직접 진철 옆에 붙어서 액션센터의 이곳저곳을 소개했다.

너무 조심스럽게 대해서 진철은 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왜 그러는지는 알겠지만’


홍감독 몸을 보면 그도 꽤 무술을 오래 연마한 무술인이다.

나이나 그런 걸 다 떠나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러워지는 건 무술가의 본능에 가까운 거다.


“이쪽은 검지호와 검천호의 액션장면을 담당하는 전병호라고 합니다.


액션센터의 사람들 전체에게 진철을 소개한 후에 홍감독은 굉장히 단단해 보이는 몸을 가진 남자를 진철에게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전병홉니다”

“네. 안녕하세요. 강진철입니다”

“병호야, 강진철씨한테 검지호의 맹룡쾌검[猛龍快劍]에 대한 설정을 알려드려, 지금까지 짜 놓은 움직임과 동선도”


진철의 귀에 쏙 들어오는 소리가 있다.


“맹룡쾌검이요? 등장인물에 맞춰 무술까지 만든 건가요?”

“우리가 만든 건 아니고, 작가들이 만든 설정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 설정에 맞춰 액션을 짜죠”


홍감독의 대답이다.


“쾌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검지호의 무술은 빨라야 하겠군요?”

“정확하게는 빠르게 보여야 하죠. 요새는 촬영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빠르게 보여야 한다고 배우가 빠르게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 보다 움직임이 빠르면 사고 날 가능성만 높아집니다”

“아! 그렇군요”


진철은 방금 액션연기의 가장 중요한 점을 들은 것 같았다.


“요는 카메라에 비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우리에게 빠르다는 건 촬영과 편집을 한 후에 빠르게 보인다는 거지 실제 빠른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아! 그리고, 검지호와 검천호 형제는 간간히 쌍검을 씁니다. 길고 짧은”


이후에는 전병호가 진철에게 검지호의 움직임과 동선에 대해 설명했는데 1, 2편에서 검지호의 액션이 많은 것은 아니라 금방 외울 수 있었다.


“이 장면이 2편의 클라이막스인 장면입니다”


검지호가 당대 최고수라는 신라 화랑의 대장 풍월주[風月主] 이신을 꺾고 삼한제일검이 되는 장면을 설명했다.


“이 장면에서는 주변을 위사들이 둘러싸고 있을겁니다. 궁전의 돌로 된 계단 위에서 이신이 도약을 해 뛰어내리고, 검지호는 반대로 계단 밑에서 뛰어올라 결판을 내는 장면입니다”

“이신의 역할은 누가 하나요?”

“부족하지만 제가 맡았습니다. 이 장면에 딱 한 번 나오는데 따로 배우를 구하는 것도 힘들어서요”


전병호는 좀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이 장면에서 서로 부딪칠 때 검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아! 위아래에서 뛰는 장면까지 찍고 실제로 부딪치는 장면은 찍지 않을 예정입니다. 짜 놓은 콘티에 의하면 다음 장면은 김신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왜죠?”

“서로 천하제일에 가까운 사람들이 부딪치는데 어설픈 액션을 보여주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요”


검지호가 연기자로서 굉장히 탐나는 역할이기는 했어도 주인공이 아닌 조연인데 너무 많은 장면을 할당하는 것은 맞지 않기도 하다.


“아~! 그렇군요”


진철은 두 사람이 교차할 때 실제 검이 부딪치는 장면으로 딱 한 장면만 넣으면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좋은 장면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말 하지는 않았다.


‘내가 작가도 아니고, 감독도 아닌데 나서는 건 월권이야’


직접 무술감독을 할 게 아니라면 그러면 안 된다.

또 진철은 액션센터의 액션배우 전체와 싸워 이길 자신은 있어도 막상 액션씬을 만들고 연출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나는 내 전문분야인 연기에 전념해야지’


진철이 할 일은 정해진 동선과 움직임 안에서 연기로 좀 더 검지호라는 사람을 더 잘 표현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연기에만 모든 시간을 들여도 모자라다.

그 때 전병호가 말했다.


“강진철씨, 이 장면 한 번 저와 합을 맞춰 보겠습니까?”







그 때 한주리와 두명의 젊은 남자 배우는 스마트폰을 보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것 봐”

“응? 이거 저 형님?”

“응”

“맞다고? 아닌데? 뭐지? 생긴 건 같은데 또 아닌데요? 그냥 쌍둥이 아니예요?”


고려제일의 무장이자 고려 태조 왕건의 무신 유금필[庾黔弼]역을 맡은 천문상이 묻자 한주리가 대답했다.


“아니야. 내가 아까 물어봤어. 연기로 인상을 바꾼 거라고 했어”

“그게 가능해요? 아! 여기서도 그것 때문에 시끄럽네요”


나중에 검지호를 죽이는 신라왕가의 후손 김지상 역의 신세계가 손가락으로 사진 밑에 달린 댓글을 가리켰다.


[이 미남 누구냐]에서 시작해, 누군가 [배우 강진철]이라고 대답하고, 또 그 밑에 그건 아니라는 반박이 달리고, 그 밑에 또 강진철이 맞다는 반박이 달려있다.

거기에 포토샵이네, 분장이네 하는 말이 있고 그 밑에는 또 전문가라는 사람이 등판해서 사진 이곳저곳을 지적하며 조작된 사진이 아니라는 의견이 붙어있다.


“이 사진, 요즘 좀 핫한 논란거리인 것 같네요”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아. 대학 때부터 알았는데 이런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또 몰랐네. 무술을 잘하는지도 몰랐고”

“숨기는 게 많은 사람인가 보네요? 가까워지기 힘든 스타일?”

“아니, 그렇지는 않아. 먼저 다가오는 스타일은 아닌데 다가오는 사람 밀어내지는 않으니까. 까탈스럽지도 않고, 또 마음이 착해. 다른 사람이 부탁하면 최대한 도와주려고 해”


둘러 앉아 그렇게 쑥덕거리던 진철이 있는 곳을 보다가 막 전병호가 계단 위에서 뛰어내리고 계단 밑에서는 진철이 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을 보았다.

둘 다 소품 장검을 들고 휘두르고 있다.


“어떻게 저렇게 가볍게 움직이지?”


한주리가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진철은 방금 열댓개의 계단을 도약 한 번으로 뛰어올라가는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주었지만 한주리가 집중한 것은 다른 것이다.

그녀는 마치 바람을 타고 저절로 떠 오르는 것 같은 움직임에 큰 인상을 받았다.


‘나도 연습하면 저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그녀가 맡은 배역은 아주 빠른 검술을 구사하는 천재 여검사 평산 유씨의 장녀 유자광이다.

한주리가 캐스팅된 이유는 연기를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무용으로 다져진 유연한 몸과 가벼운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가볍게 움직여야 해. 저렇게’


그녀의 옆에 그녀와는 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검을 저렇게 가볍게 움직이지?’


김지상역의 신세계다.

그가 맡은 역은 검을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요즘 검을 콘트롤하는 방법을 몸에 익히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요즘 검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저 강진철 배우는 계단위로 뛰어오르는 그 짧은 순간 공중에서 검을 세번이나 휘둘렀다.

그러면서도 몸의 중심은 전혀 흔들림이 없이 안정적이었다.

신세계가 저렇게 했다면 손목이 부러졌을 거다.


‘저런 건 어떻게 배워야 하지?’


그 옆에서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

천문상이다.


‘검지호 역할이면 나하고 원류가 똑 같은 무술을 배웠다는 설정이잖아? 그럼, 나도 저렇게 움직여야 하는 건가?’


각자 진철의 움직임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







사람이란 뭐든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존재다.

전병호는 강진철이 액션센터에 오기 전 그에 대한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자기들은 바라보기도 힘든 고수이고 무협소설에나 나오는 역용술을 할 줄 안다고.


전병호도 홍감독을 믿고는 있지만 솔직히 믿어지지 않는 말이었다.

특히 역용술 이야기는.


‘그게 정말 믿으라고 한 이야긴가?’


그런데 밑에서 위로 뛰어오르며 검을 휘두른 것 하나만으로 깨달았다.


“어우! 홍감독님 말대로 무술로는 제가 뭐라 할 수 없는 분이네요”


위에서 밑으로 떨어지면 눈이 마주친 것 만으로 몸이 굳어 착지에 실패를 할 뻔했다.

눈 빛은 칼날 같았고 검의 속도는 질풍 같았다.


”홍감독님이 얘기는 못하는데 강진철씨가 무술 동선 짜는 걸 도와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하던데 생각 있으세요?”


홍감독이 기회봐서 슬며시 운을 띄워보라고 했었다.


“아뇨. 없습니다”


진철이 딱 잘라 거절하자 전병호는 어깨가 축 쳐졌다.


“저는 홍감독님과 얘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전병서는 그렇게 말하고 홍감독을 찾아 떠났고 그 자리를 한주리가 차지했다.


“진철아!”

“네. 선배”

“나 좀 도와줘”

“뭘요? 연기요?”


연기라면 언제나 도와줄 의향이 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너처럼 가볍게 움직일 수 있을까?”


무술은 아니다.


“제 움직임은 그리 가볍지 않은데요?”


진철은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그의 기본 보법은 창니보[倉泥步], 즉 진창을 발 끝으로 더듬어 나아가는 듯한 걸음걸이다.

빠르게 움직일 수는 있지만 그건 가벼움이 아닌 묵직한 빠름이다.

하지만 한주리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내 움직임에 비하면 한없이 가벼워. 나도 그 정도만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어”


속도라는 건 항상 상대적인 것이기 때 때문에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리고 진철 역시 조금 전 그녀와 똑 같이 어떻게 하면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을지 그 고민했다.

전병호의 설명에 의하면 검지호의 검술은 빠름에 기반을 두었다고 하니까.

아까 들은 것처럼 감독이 검지호의 빠른 움직임을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 편집으로 만들어 낼 것이다.


‘하지만 원재료가 좋으면 더 좋은 요리가 나오지. 그렇다면 어떻게 움직이는 게 가장 좋은 액션 연기일까? 더 빠르게만 움직이는 건 답이 아니야’


카메라가 잡지 못하는 움직임은 필요없다.


‘즉, 카메라가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이면서도 빠르게 느껴져야 해’


진철은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표홀[飄忽]함, 즉 가벼움이 있어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하는데 한주리 선배가 또 말했다.


“좀 도와줘”


답은 알아도 도와줄 방법은 없다.


“그건 그냥 연습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진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방법을 그녀가 따라올 수 있을리 없다.


“지금까지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너는 또 뭔가를 할 것 같아서. 우리 미미는 또 어떤 미친 연습방법을 생각해 낼 게 분명해”


한주리 선배는 확실히 진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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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지옥행 워터슬라이드 +5 21.11.09 1,885 44 11쪽
23 023 150개의 인물사진 +3 21.11.08 1,885 41 10쪽
» 022 마음이 착해 +2 21.11.07 1,886 41 11쪽
21 021 MAPA +1 21.11.06 1,929 44 10쪽
20 020 나도 미남 +2 21.11.05 1,957 45 11쪽
19 019 요사함이 있어 +4 21.11.04 1,912 45 10쪽
18 018 오디션 +1 21.11.03 1,935 42 11쪽
17 017 그는 배우다 +1 21.11.02 2,009 41 9쪽
16 016 눈에서 빛이나 +2 21.11.01 2,053 45 10쪽
15 015 삼국 팔검전 +6 21.10.31 2,129 54 10쪽
14 014 재현하다 +7 21.10.30 2,150 42 11쪽
13 013 300 +1 21.10.29 2,178 42 11쪽
12 012 진상들과 변호사의 의기투합 21.10.28 2,166 40 9쪽
11 011 취향을 타지 않는 미남의 얼굴 +1 21.10.27 2,275 45 11쪽
10 010 진료는 의사에게 처방은 화가에게 +2 21.10.26 2,393 46 12쪽
9 009 망나니까지는 아닌 진상들 21.10.25 2,431 51 9쪽
8 008 미친놈들 중 제일 미친놈 +3 21.10.24 2,554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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