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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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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최근연재일 :
2023.09.08 15:36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68,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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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4
글자수 :
645,036

작성
21.10.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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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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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0쪽

015 삼국 팔검전

DUMMY

백실장도 형들과 백변호사의 복수 어쩌고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아까 강배우님이 차를 발차기로 굴려 버릴 때 이미 믿게 되기는 했지만 역용술이란 걸 직접 눈으로 보니까 정말 신기하네요”


백실장은 진철의 얼굴과 초상화를 번갈아 보다가 말을 이었다.


“강배우님, 내일 제가 백이사님, 아니 이제는 백사장님에게 계약금을 올려 달라고 하겠습니다”


진철은 그 말을 듣고 좋아하는 대신 백실장이 왜 그러겠다고 하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금방 이유를 생각해냈다.


“백실장님, 제가 지금까지 액션연기가 필요한 배역을 맡은 적 있었나요?”

“아뇨. 없습니다”


백실장이 아는 바에 의하면 그가 맡았던 배역 중 가장 액션의 비중이 컸던 것은 이번 [캐리어]에서의 병수 역할이었다.

그런데 병수역할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엉성한 동작으로 덤비다가 동네북처럼 돌려가며 맞는 역이어서 액션연기라고 하기는 손색이 있다.


‘그리고, 그 맞는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 냈지’

“저도 제가 어떤 액션이라도 다 소화해 낼 정도로 뛰어난 무술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액션을 위한 배역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액션연기는 싫은가요?”


그 말에 진철이 피식 웃었다.

친구들이 그에게 [연기에 미친놈들 중 제일 미친놈]이라고 하던 것이 생각나서였다.


“아뇨. 그런 편견은 없습니다. 액션연기도 연기인데 싫어할리 없죠. 하지만 연기를 위한 액션이어야 하죠. 액션을 위한 연기는 싫습니다. 그리고, 제 이미지가 액션배우로 고정되는 것도 싫습니다”

“아~!”

“제가 액션연기로 방향을 잡으면 금방 스타가 될 수 있겠죠. 어쩌면 이소룡이나 성룡보다 더 대단한 시대적 아이콘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연기도 되는 액션배우]가 되려는 게 아닙니다. [액션연기도 되는 명배우]가 되려는 거죠”


백실장은 자기가 아까 습격현장에서 했던 말을 진철이 들었다는 걸 알아챘다.


“아~! 네”

“계약금을 더 주겠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가 액션영화나 드라마에 전문으로 출연할 것이라 생각해서 주는 거라면 필요 없습니다”


백실장은 납득했다.







백실장은 먼저 돌아갔다.

형들과 백변호사는 열띤 토론 끝에 조폭들에게 습격당하기 전에 세웠던 온건한 – 개요를 들어본 바에 의하면 전혀 온건하지는 않았지만 – 계획을 폐기하고 다소 과격한 – 들어본 바에 의하면 엄청나게 독한 – 계획을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네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새 숙소를 찾겠다고 원룸을 나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철에게는 백실장이 들고 온 대본을 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삼국 팔검전?”


대본은 1, 2편 두 권이었다.

먼저 백실장이 추천한 배역을 찾았다.


“삼한제일검 검지호와 검천호라. 재미있네”


그 중 드라마의 첫 부분부터 나오는 검지호.

배역의 설명에 천하제일을 자처할 정도로 무술실력은 뛰어나나 심성이 잔인하고 경박하며 신라의 귀족답게 과한 화장과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치장을 하는 걸 좋아한다고 되어있다.

악역이지만 흥미롭다.

배역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연기해 내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반응이 크게 갈릴 그런 배역이다.

포부가 큰 배우로써 탐이 날 수밖에 없다.

다만 후반에 쌍둥이인 검천호의 연기도 해야 한다는데 그 설명은 없다.


“쌍둥이를 연기해야 한다? 똑 같은 얼굴로 두 인격을 표현해야 한다는 말이네?”


마침 미남의 얼굴과 나쁜 놈의 얼굴이 완성되어 있다.


”미남과 악당 중 검천호 얼굴과 맞는 건 어떤 걸까? 작가가 생각하는 게 전형적인 악당은 아닐 수도 있지. 그러면 화련선배에게 캐릭터에 맞게 얼굴을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하나?”


머리속에 계속 생각이 떠오른다.


“쌍둥이라도 목소리 톤에 말하는 속도, 서있는 자세, 손을 움직이는 법 등등 모든게 완전히 달라야 할 것 같고. 그래도 공통적인 특징은 하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 쌍둥이나 이중인격을 연기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점점 배역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해보자”


진철은 백실장에게 문자를 남겼다.


[백실장님, 검지호, 검천호 역할 해보고 싶습니다]


이제 백실장이 배역면접을 봐야 하는지, 아니면 오디션을 봐야하는지 알아 올 거다.







“그래?”


백실장은 아버지 백충성 이사의 사무실에서 진철에 대해 보고를 하는 중이었다.


“네. 어쩌면 제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배우로 성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이사는 아버지로서 자식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기본적인 예절에는 엄격한 사람이었다.

또 상사로서 너그러운 사람이지만 부하직원이 기본적인 매니저의 태도를 지키는 것에는 엄격한 사람이기도 했다.

백현수는 자식이자 부하직원이라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백실장이 남의 말을 끊지 않고 경청 한다거나 부하직원을 꼼꼼히 파악 한다거나 담당 배우의 나이가 어려도 깍듯하게 대하는 것은 다 아버지이자 상사인 백이사의 영향이었다.

두 사람은 둘만 있는 자리라도 회사 안에서라면 상사와 부하직원으로서 행동했다.


“그래서, 계약금을 더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네”

“경쟁자도 없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이번 계약이 아니라 다음 계약을 바라보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음 계약?”

“네. 강배우님은 연기 외에는 다른 곳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배우는 일상 생활에 관련된 건 자기 담당 매니저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큰 편인데 쉽게 떠나려 할까?”

“강배우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적이고, 자립적인 사람이라 매니저에게 곁을 주지 않습니다. 로드 매니저와 스텝이 계속 바뀌어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죠”

“친해지기 힘들겠군”

“네. 그러니 아쉬운 것이 있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주고받는 것에 확실한 사람이기도 하니까 다음 계약을 생각한다면 지금 약간의 돈으로 부채감을 사 두는 게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 생각됩니다”


백이사는 잠시 생각을 한 후 말했다.


“네 생각에 강배우는 이번 계약기간에 크게 성장해서 다음 계약기간에 가장 큰 돈을 벌어들일 것 같은데 그 때의 계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 돈을 더 써야 한다는 말이구나?”

“네”

“네 판단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자”

“알겠습니다”


[띠릭!]


백실장이 스마트폰의 문자를 확인한 후 말했다.


“강배우님이. ‘검천호, 검지호’ 배역을 해 보겠다고 하네요”

“그래. 그건 알아서 하고.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제 서울에 거의 없을 거다. 그러니 새 회사를 세우면 네가 실질적인 사장 노릇을 해야 하는데 자신은 있지?”


백현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의 아버지는 아픈 친구가 요양하는 곳에 내려가 같이 지낼 생각이다.







“정말 그 잘생긴 얼굴을 만드는 능력을 되찾았다고?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하지 않았어?”


혁철의 물음에 진철이 대답했다.


“하늘이 열명의 무기를 든 조폭들을 보내 능력을 되찾게 해 줬지”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바로 CF진행해도 될까?”

“그래”

“계약은 AAA와 진행하면 되나?”

“응. 바로 내 담당 매니저인 백실장님 번호 보내줄 게. 촬영은 언제 할 거야?”


잠시 텀을 둔 혁철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철아”

“왜?”

”내가 먼저 제안해 놓고 좀 미안하긴 한데. 너 우리 스튜디오 와서 촬영 하나만 하자”


진철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광고주 보여주고 설득하려고?”

“그래”

“하기는 내 이름값이나 생긴게 아직 프리패스는 아니지”

“광고주도 네 얼굴 보고, 또 우리 전략을 듣게 되면 좋아할 거야”







“이 밑에 층에 [쓰리헌드레드 엔터]라고 간판이 있던데요?”


진철이 말하자 백변호사가 대답했다.


“네. 맞아요. 우리 아버지 엔터회사”


그리고, 세 형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여기가 꼭대기 층입니다. 엘리베이터는 여기까지 못 올라오게 락을 걸어 두고, 계단에는 철문을 달면 아무도 침입하지 못할 거예요”


그 말을 듣던 성철형이 갑자기 크게 말했다.


“좋아! 우리 다섯 사람의 큰 꿈. 여기서 시작하는 거야”


다른 두 형도 소리쳤다.


“맞아. 그 개자식들에게 복수도 하고”

“그리고, 우리 HBSMALPAP도 크게 키우고”

“하하!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위대할 겁니다”


마지막에 백변호사까지 소리를 지르는 걸 보고 있던 진철은 잠시 머리속에 혼동이 왔다.


“잠깐. 왜 다섯 사람이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그 HBS 뭐라는 건 또 뭐고, 끝이 위대할 건 뭐야?”


네 사람이 진철에게 시선을 모았다.


“진철아”

“왜 목소리를 깔아? 어울리지 않게”

“백변호사님이 우리 멤버로 합류하기로 했어. 앞으로 백변호사님이 HBSMALPAP의 CEO야. 아! 그건 [Human Body Structure And Laws of Physics Apply Program]의 약자야”

“그게 뭔데?”

“뭐긴 뭐야. 네 [슈퍼액터 프로젝트]에 붙여 놓은 프로그램의 진짜 이름이지. 우리가 세울 회사의 이름이기도 하고. 아! 네가 대주주가 될 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네. 다섯 중 하나는 너야. 그 프로그램은 네 거니까”


뼈 속까지 이과라 그런지 회사 이름도 참 답게 지었다 진철이 생각하는데 백변호사가 나서 말을 보탠다.


“물론 회사 이름은 바꿀 겁니다. 아마 HAP 즉 Human And Pysics Program쯤 될 것 같네요. 그리고, 권리관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깔끔하게 정리해 놓겠습니다”


그 이름도 진철이 듣기에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변호사님 회사는 어쩌고요?”

“그 따위 재미도 없는 회사는 나오기로 했습니다. 세상에, 조폭에게 습격을 당해보다니 이 쪽이 백만배는 더 재미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백변호사의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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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 150개의 인물사진 +3 21.11.08 1,885 41 10쪽
22 022 마음이 착해 +2 21.11.07 1,886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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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그는 배우다 +1 21.11.02 2,009 4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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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5 삼국 팔검전 +6 21.10.31 2,130 54 10쪽
14 014 재현하다 +7 21.10.30 2,150 42 11쪽
13 013 300 +1 21.10.29 2,178 42 11쪽
12 012 진상들과 변호사의 의기투합 21.10.28 2,166 40 9쪽
11 011 취향을 타지 않는 미남의 얼굴 +1 21.10.27 2,275 45 11쪽
10 010 진료는 의사에게 처방은 화가에게 +2 21.10.26 2,393 46 12쪽
9 009 망나니까지는 아닌 진상들 21.10.25 2,431 51 9쪽
8 008 미친놈들 중 제일 미친놈 +3 21.10.24 2,554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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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그게 언제부터였더라? +2 21.10.22 2,761 47 9쪽
5 005 캐리어 +2 21.10.21 2,928 6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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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슈퍼액터 프로젝트 +2 21.10.19 3,734 5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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