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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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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최근연재일 :
2023.09.08 15:36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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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273
추천수 :
3,574
글자수 :
645,036

작성
21.1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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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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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11쪽

020 나도 미남

DUMMY

진철은 긴 숨을 내쉬며 목검을 몸의 정중선을 따라 세웠다.


“후우~!”


탁기를 뱉으며 풀어냈던 기를 거둬들였다.

폭우가 쏟아지기 전처럼 무겁던 오디션 장 안의 공기가 다시 가벼워졌다.







굳이 무술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방금 전 본 검술이 엄청났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당연하지, 방안에 폭풍이 치는 것 같았는데. 그런데 어느정도 경지인 거야?’


신피디와 그렇게 생각하며 홍경표 무술감독을 보았는데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홍감독은 이런 건 본적도 없고 들어본적도 없었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려 진정이 되지 않지만 모두 다 그의 얼굴만 보고 있으니 뭐라도 말해야 한다.


“무술 부분은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분이 아니네요. 왜 제가 모르고 있었죠? 깊은 산 속에서 수련만 하지 않는 이상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수준인데요?”


진철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것저것 수련을 하기는 했지만 혼자서만 수련을 해서요. 산 속에 들어앉았던 것과 다를 바 없었죠”


하지만 홍경표 무술감독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럴리가, 천지가 개벽해도 혼자 수련해서 저런 무술을 익힐 수는 없지. 그렇다면 뭔가 밝힐 수 없는 사연이 있다는 건데 굳이 내가 그걸 캐낼 필요는 없지’


그 때 신피디가 말했다.


“홍감독님, 그래서 결과는 어떻습니까?”


오디션 결과를 당사자가 있는 자리에서 바로 말하지는 않기에 홍감독이 놀라 눈을 약간 크게 떴다.


“그걸 지금 얘기해도 될까요?”

“아!”


그 대화로 홍감독의 정신이 약간 돌아왔다.

검술에 놀랐던 어쨌든 지금은 [삼국 팔검전]의 무술감독으로 일을 할 때다.


“강진철씨 혹시 검지호 배역과는 별개로 무술 액션을 짜는데 도움을 해 줄 수 있겠습니까?”


조심스러운 질문에 진철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힘들 것 같은데요? 만약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다른 배역 알아봐야 해서 도와 드리기는 힘들겠네요”


홍경표감독은 눈을 반짝이며 신피디와 두 작가를 보았다.

그들은 그 눈빛이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강배우님 오디션 끝났습니다. 조만간 결과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신피디의 말에 강진철이 말했다.


“아! 아직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배우가 준비를 많이 해왔다는데 기분 나쁠 건 전혀 없다.


“준비해온 게 남았다면 얼마든지”


오디션 시작전과 달리 신피디의 말은 아주 부드러웠다.


“아까 제 얼굴에 기괴함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좀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진철은 고개를 숙였다가 역용술로 얼굴을 바꾼 후 고개를 들었다.


오디션장 안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졌다.







강진철은 감독과 작가들이 놀란 걸 이해했다는 듯이 역용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 뒤 오디션장을 나갔다.

그 뒤를 따라 그의 매니저들까지 다 나가고 난 후 한참 지나고 나서야 문득 정신을 차린 신피디가 한마디 했다.


“강진철씨 다시 불러와서 그 역용술이라는 것에 대해 더 물어봐야하지 않을까요?”


눈 앞에서 얼굴이 막 변하는 것에 놀라 제대로 질문도 하지 못했다.


“다시 불러와서 뭘 어떻게 할까요?”

“그러게요?”


이성민작가의 말에 바보처럼 대답하는 게 신피디 역시 아직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게 분명하다.


“어차피 아직도 놀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일단 결정한 뒤에, 며칠 후에 자세한 걸 물어보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그 얼굴 바꾸는 거 보기 전에도 저는 강진철로 결정하자고 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아까 바꾼 그 얼굴, 그 얼굴로 모자라던 기괴함이 더해졌어요. 딱 내가 상상하던 그 얼굴이예요. 아니, 제 상상을 훨씬 뛰어 넘었어요. 아! 아직 진정이 되지 않아 횡설수설하네요”

“나도 이제 그 얼굴이 아닌 검지호의 얼굴은 상상이 안되네요. 검지호 나이를 고치도록 하죠”


두 작가는 서로 눈을 맞춘 후 말했다.


“저는 강진철씨로 결정했으면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신피디의 시선이 무술감독에게 향하자 홍감독도 입을 열었다


”강진철씨 꼭 잡아야 합니다. 검술액션 면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될 겁니다. 검지호 역은 대역을 쓸 필요도 없겠죠”


역용술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그 역시 아직 얼굴에 핏기가 없는 게 충격을 받았다는 흔적이 역력했다.


신피디도 반대할 생각 없다.

연기와 분장을 봤을 때 이미 대본을 고쳐서 캐스팅을 할지말지 고민을 했고 검술액션을 봤을 때는 거의 결정을 했었다.


‘그런데 저렇게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최고의 화재성이다.

자기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세상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마구 끌어올 거다.


“좋습니다. 검지호는 강진철씨로 결정하죠”







“통보 시기에 따라 AAA와 계약관계가 좀 애매하게 될 수도 있으니 좀 늦게 연락이 왔으면 좋겠지만 그건 제 욕심이겠네요”


백실장의 말에 진철이 물었다.


“실장님은 오디션에 붙었다고 확신 하시네요?”

“네. 바보들이 아니라면 강배우님을 선택하겠죠. 아니면 이해못하는 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겁쟁이이거나”


운전을 하던 김정수 매니저도 그렇게 말을 했다.


“네. 아마 그 분들 정신차리면 바로 합격했다고 전화부터 할 겁니다”


백실장과 김정수 두사람은 기분이 좋은 걸 넘어 약간 들뜬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 때 전화가 왔다.


[띠리릭]


혁철이다.


“진철아. 광고주 승인이 났어”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오디션 준비에 매진하느라 CF건은 거의 잊고 있었다.


“나는 영상광고 전반을 총괄하는 사람이야. 모델 캐스팅만 가지고 승인을 받는 게 아니라 예산과 일정을 포함한 전체 광고전략을 가지고 승인을 받아야 하니까 시간이 걸리지”


진철의 관심사는 그런 것 보다는 연기에 있다.


“어쨌든 CF에서 내가 어떤 연기를 해야하는 건데?”

“복잡하게 하면 관심이 분산되기밖에 더 해? 그냥 너는 문 하나 지나면서 ‘쓱’ 미남으로 얼굴이 변하는 걸 보여주기만 하면 돼. 그리고 딱 화장품을 보여주면 광고 보는 사람들은 이거 쓰면 나도 미남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겠지?”

“그거 과대광고 아니야?”

“히히. 요즘 시대에 설마 CF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이 있을까? 그냥 제품의 이미지를 보는 사람 머리속에 강렬하게 박아주는 거지. 명확하게 말로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 돼. 어차피 모든 광고는 이미지야. 이미지가 제일 중요해”

“어쟀든 알았어. 정확한 일정은 어떻게 돼?”


이 후는 CF관련 일정은 백실장님이 나서 정리를 하기로 하고 진철은 혁철이 전화를 끊기 전 가볍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그 화장품 이름이 뭐라고?”

“나도 미남”

“응?”

“[나도 미남]이라고. 화장품 이름”

“설마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바꾼 거냐?”

“히히”


혁철은 대답을 피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진철이 자기 연습실의 소파에 누워있는 수희를 보며 말했다.


“그건 뭐냐?”


소파는 원래 없었다.


“이거? 내가 하나 들여놨어. 쉴 데가 없어서”

“일부러 들여놓지 않은 거야. 여긴 연습실이니까. 쉬는 데가 아니라”

“누가 너 보고 쉬래? 내가 쉬려고 들여 놨다. 왜?”


자기 연습실이지만 소파를 두고 수희와 싸워 이길 자신이 없던 진철은 입만 삐죽거리고 말았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뭐가?”

“오늘 오디션 보러 가는 날 아니야?”


수희는 오디션 연습에 도움을 주기도 했으니 대답을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잘 될 것 같아”

“그렇게 짧게 얘기하지 말고 길게 얘기하라고 길게”

“어쩌다 보니까 수염도 붙이고 메이크업도 하고 의상도 입어 봤어”


연습을 도와준 수희는 당연히 역용술에 대해서도 안다.

조금 망설이다 말했다.


“그 나쁜놈 얼굴도 했고”


수희가 눈을 빛냈다.


“어땠어?”


진철은 정수매니저가 찍어 준 사진을 보여줬다.


“우와~! 역시 분장하고 의상도 갖춰 있으니까 분위기가 확 달라졌네?”

“거기 감독하고 작가들도 그렇게 얘기하더라”

“그런데 그 잘생긴 얼굴로 분장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아니, 그 얼굴이 어울리는 캐릭터는 아니야”


그 때 수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얼굴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수희가 연습실의 한쪽 벽에 다가가 흰 천을 걷었다.

원룸 벽에는 더 그림을 달 공간이 없어서 [닥치고 나쁜놈] 초상화는 연습실에 걸아 두었다.


“이 얼굴에 내가 생각한 검지호의 인상대로 좀 수정했어”


수희도 수긍했다.


“하기는 검지호는 악당이라도 사악하다기 보다는 기괴한? 약간 미친? 그런 인물이지”

“피디님과 작가들은 요사함이 있다고 하더라”


살짝 자랑하는 거다.


“그래, 그래 보여”


수희가 스마트폰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캐스팅 승낙을 할 걸 그랬어. 같이 드라마 찍으면 재미 있을텐데”


이미 계약한 작품 때문에 거절했지만 수희는 사실 [삼국 팔검전]에 진철보다 먼저 캐스팅 제의를 받았었다.


“같이 드라마 찍으면 재미있기는 하겠다. 가뜩이나 이 드라마는 삼십부작이라 다른 드라마보다 찍는 시간이 두배는 더 걸릴텐데.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좀 그런가?”

“왜?”

“왜는 왜야? 학교 다닐 때 생각 안나? 나 연기 준비해야 하는데 네가 맨날 방해하니까 그렇지”

“그게 방해야? 내가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냐? 에휴!”

“한숨 쉬는 게 평소하고 좀 다른데?”

“이유는 모르겠고?”

“내가 점쟁이냐? 그걸 알게?”

“에휴~!”


다시 한숨을 길게 내 쉰 수희는 화제를 바꿨다.


“주리선배가 내가 거절한 그 배역에 캐스팅 됐데”

“어? 그래?”


한주리는 명성예술종합학교의 무용과 출신으로 진철과 수희의 2년 선배였는데 졸업 후 배우로 전향해서 상당히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학교 다닐 때도 연기에 관심이 있어서 학생들의 작품에서 무용관련 배역이 필요할 때 출연하고는했고 그런 인연으로 이 둘과도 안면이 있다.


“좋겠네? 주리선배 예쁘잖아”

“응? 주리선배가 예쁜데 내가 왜 좋아?”


진철은 어리둥절해서 반문을 하는데 수희는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네. 네가 좋을 게 없지”

“아니, 현장에 아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나쁠 건 없기는 한가?”


그러자 수희가 혀를 쏙 내밀더니 쏘아붙이듯 말했다.


“베~! 그 선배 배역은 중반이 넘어가야 나오고 검지호 배역과는 거의 부딪치지도 않으니까 현장에서 만날 일도 없네요”

“그러면, 네가 캐스팅됐어도 나랑 만날 일이 없었잖아?”

“어? 그건 또 그러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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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지옥행 워터슬라이드 +5 21.11.09 1,884 44 11쪽
23 023 150개의 인물사진 +3 21.11.08 1,884 41 10쪽
22 022 마음이 착해 +2 21.11.07 1,885 41 11쪽
21 021 MAPA +1 21.11.06 1,928 4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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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19 요사함이 있어 +4 21.11.04 1,912 45 10쪽
18 018 오디션 +1 21.11.03 1,934 42 11쪽
17 017 그는 배우다 +1 21.11.02 2,009 41 9쪽
16 016 눈에서 빛이나 +2 21.11.01 2,053 45 10쪽
15 015 삼국 팔검전 +6 21.10.31 2,129 54 10쪽
14 014 재현하다 +7 21.10.30 2,149 42 11쪽
13 013 300 +1 21.10.29 2,178 42 11쪽
12 012 진상들과 변호사의 의기투합 21.10.28 2,166 40 9쪽
11 011 취향을 타지 않는 미남의 얼굴 +1 21.10.27 2,274 45 11쪽
10 010 진료는 의사에게 처방은 화가에게 +2 21.10.26 2,393 46 12쪽
9 009 망나니까지는 아닌 진상들 21.10.25 2,431 51 9쪽
8 008 미친놈들 중 제일 미친놈 +3 21.10.24 2,554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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