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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잘생김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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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맨
작품등록일 :
2021.10.18 01:01
최근연재일 :
2023.09.08 15:36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68,272
추천수 :
3,574
글자수 :
645,036

작성
21.10.25 09:00
조회
2,430
추천
51
글자
9쪽

009 망나니까지는 아닌 진상들

DUMMY

“그 미미소리 하지 말라니까”


미친놈 중 제일 미친놈.

줄여서 미미는 진철이 제일 질색하는 별명이다.


“그리고, 이 미친놈들이 뭐라는 거야? 안 그래도 교수님들이 나 싫어하는데 더 찍히기 싫어서 학교 다닐 때 정말 조용히 다녔다는 거 알잖아. 그런데 내가 왜 제일 미친놈이냐?”


세 친구가 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입학시험 때 자유연기 한다고 시험장 바닥을 네 혓바닥으로 다 핥고 다녔을 때부터 쭉 너는 우리 중에 제일 미친놈이었지”


영락한 흡혈귀 역할이었다.


“맞아. 나도 그랬지만 그 때 같이 시험 봤던 애들 다 충격 받았잖아”

“애들만 충격 받았나? 교수님들도 다 충격 받았지”

“어쨌든 그 별명 다시 꺼내지 마. 또 그러면 나도 니들 별명 사방에 다 얘기하고 다니는 수가 있어. 특히 진형이 너”

“왜 콕 집어서 나야? 그리고 내가 별명이 어디있어?”

“네가 그 별명 꺼냈잖아. 그리고 네가 왜 별명이 없어. 버섯아”

“하하!”

“히히. 맞아. 그 별명이 있었지”


다른 두 친구는 소파를 두들기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이···그게 언제적 별명인데 아직도 물고 늘어져?”


진형의 별명인 버섯은 먹는 버섯이 아니고 대학 입학 초기 술 취하면 덥다고 웃통을 막 벗어던져서 붙은 별명이다.

교수님 중 한분에게 걸린 뒤로 고치기는 했지만.


“그럼 내 별명은?”


어쨌든 진철과 진형은 이후 서로의 별명을 입에 담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로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진우가 거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말했다.


“야~! 진형아. 집 진짜 좋다. 회사에서 얻어 준거야?”

“응. 그리고 집 좋아 봐야 그거 다 내 부담이야. 어차피 내가 버는 돈에서 임대료 다 까는 거니까. 하지만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어쨌든 잘나가는 배우는 역시 대우가 좋구나. 나는 언제나 이런데 살아보나?”


진철도 한마디 하자 진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건 관심도 없으면서 괜한 소리는”

“왜? 나도 이런데 관심 많아”

“네가? 헛소리가 많이 늘었네?”


그 때 진우가 말했다.


“진철이도 사회에 나오고 나이 먹으면서 조금은 관심사가 바뀌지 않았을까?”


진형은 그 의견에 부정적이었다.


“그럴리가. 아까 수희 표정 못 봤냐?”


채신도 한마디 했다.


“저놈이 그럴 놈이 아니지. 아마 결혼해서 애를 낳지 않는 이상 그럴리 없지 않을까?”

“수희 불쌍해서 어쩌냐?”

“어쩌긴 수희가 그만큼 더 많이 벌면 되지. 연극하고 뮤지컬만 하던 애가 이 쪽으로 넘어온 건 자기라도 돈을 좀 많이 벌어야겠다 생각한 거 아닐까?”

“무슨 소리야?”


대화를 따라가지 못한 진철에게 진형이 뚱해서 핀잔을 준다.


“진철이 너는 모를 소리니까 그냥 잠자코 있어”

“그런데 진철이 너도 이제는 꽤 잘 벌지 않아? 꽤 여러 작품에 출연했던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그 좁은 원룸에서 살아? 설마 이사간 건 아니지?”


진우가 물었다.


“그 돈 다 썼다”

“어디에? 네가 돈 쓸데가 어디 있다고? 명품도 안 사고 옷도 안 사는 녀석이?”


진철은 ‘피식’ 웃었다.


“그런 것 보다 더 비싼 걸 샀지. 내 취미가 좀 돈이 들어가는 거라서”

“뭘 샀는데?”

“잘생긴 얼굴”

“응? 무슨 소리야?”


그날의 자리는 평소와 다르게 늦은 밤까지는 가지 않고 끝났다.

자기는 마시지 못하는데 친구라는 놈들이 눈 앞에서 자꾸 술을 홀짝대는 걸 보다 짜증이 난 진형이 저녁을 먹인 후 바로 쫒아냈기 때문이다.








‘다음 주가 기일[忌日]인데 그 인간이 기억이나 할까?’


새벽에 부모님 꿈을 꾸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번 돈을 쓴 곳에 대해 생각을 한 것 때문인지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진철은 그의 하나뿐인 혈육, 형 강성철을 생각났다.


‘작년에도 기억 못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겠지’


그의 형이 날짜 하나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나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지능은 굉장히 높은 쪽이다.

대한민국에서 겨룰 사람이 몇 없을 정도로.

다만 그 좋은 머리를 자기가 관심을 가진 분야에만 사용을 할 뿐이라 다른 신변잡기들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정신머리로 뭘 한다고. 요즘에는 또 어디 틀어박혀서 뭘 하는지 연락도 안 되고’


그런데 진철은 자신의 원룸에 들어가기 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원룸 안에서 뭔가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쿨··· 푸푸푸···쿨···푸푸푸···쿨]

[드르렁···큭···드르렁···큭]

[음냐···음···음냐···음]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안은 술냄새와 코고는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원룸 바닥에는 소주병 하나와 과자봉지 몇 개와 오징어 다리가 굴러다니고 그 주변 이곳저곳에 고추장과 마요네즈 같은 소스들이 점점이 떨어져 있었다.

시선을 더 옮기니 침대에는 남자 한 명이, 바닥에는 남자 두 명이 정신없이 자고 있는 것이 보인다.

향과 형 같은 형의 친구 두명이다.

진철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올해는 기억했나보네”








[보글, 보글]


진철이 찌개가 끓는 것을 확인하고 밥솥을 열어 밥이 잘 되었나 주걱으로 뒤집어 볼 때 줄기차게 원룸을 울리던 코고는 소리가 멎고 대신 신음소리가 들렸다.


“아! 머리야”

“우···!”

“으윽!”


진철이 식탁을 차리며 말했다.


“그만 자고 일어나 밥들 먹어”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뒤를 돌아보자 세 사람은 다시 쓰러져 잠이 들어있다.


“이 인간들이!”


진철은 세 사람에게 다가가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빨리 일어나. 밥 먹어”


굼벵이들이 일어나지는 않고 꿈틀거리기만 하면서 웅얼거렸다.


“그러지 마. 넘어올 것 같아”

“읔···! 그런 말 하지 마. 나도 넘어올 것 같아”

“으윽!”


진철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셋이서 고작 소주 한 병 나눠 마시고 뻗어버리는 인간들이 정말 할 건 다 하네. 내 방에다 토하기만 해봐. 그 때는 정말 가만 안 둬”


크게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세 사람은 어기적어기적 일어나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전체적으로 대화 없이 수저소리만 가득한 가운데 진철이 말했다.


“납골당에는 언제 갈 생각이야? 일요일에 갈 거야? 아니면 기일에 딱 맞춰 갈 거야?”


수저소리가 딱 멎었다.

설마하는 생각에 진철이 고개를 들어 형의 얼굴을 확인해 보니 그의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


“어···음···그게, 내가 기억 못한 건 아니야. 의식적으로는 아니라도 무의식 중에 기억을 하고 있던 게 분명해”

“모르고 있었구나? 또 무슨 허튼 짓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던 거야?”

“허튼 짓은 무슨 허튼 짓.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된 일이야”


성철이 펄쩍 뛰며 변명을 하자 그의 두 친구 김영성과 신병용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이번에는 진짜 일이 잘 될 것 같아. 우리 금방 부자 될 거야”

“맞아”


물론 진철은 세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부모님 기일이라는 걸 몰랐는데 세 사람이 이렇게 내 집에 왔다는 건 살던 집 보증금도 다 날렸다는 거 아냐?”


세사람은 계속 그런 것 아니라고 변명을 했고 진철은 그 변명을 유심히 들은 후 말했다.


“그러니까 형들은 집 보증금을 날린 게 아니라 그냥 그걸 빼서 투자를 했다는 말이네?”

“맞아. 사실 그 선배가 투자를 할 필요도 없다고 했는데 우리가 한다고 했어”

“맞아. 성공이 뻔히 보이는데 우리 지분을 높여야지”

“그럼. 그럼”


진철은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 볼 필요를 느꼈다.

이들이 무슨 사고를 쳤는지.

다시 더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형들 말은 형들이 기술을 대고, 형들 선배라는 사람이 자본을 대서 회사를 세웠다는 말이지?”


세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못 믿겠는데?”


또 세사람이 동시에 발끈한다.


“왜 못 믿는데? 이번에는 계약서 같은 것도 제대로 썼다고”

“당연히 이번에는 변호사 입회 하에 계약서를 썼어”

“이번에는 정말이야”


진철은 그래도 이 형들이 한번 사기를 당하고 나니 배우는 게 있었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못미더운 건 여전하다.


“그런데 형들이 그새 새로운 기술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했어?”

“당연히 개발했지. 끝내주는 프로그램으로. 너도 알잖아”

“내가 뭘 알아?”


형이 진철의 컴퓨터를 가리켰다.


“뭐? 설마 [인체 물리효과 프로그램] 말하는 거야?”

“응!”

“그걸 형들이 왜 사용해? 엄연히 내건데”

“우리가 개발했는데?”


진철이 ‘빽!’ 소리를 질렀다.


“내가 개발해 달라고 의뢰한 거잖아”

“어? 그럼 안되나?”

“당연히 안되지. 소유권이 나한테 있는데. 이 진상들아!”


진철은 속이 터지는 것 같았다.


형과 친구들은 사고를 쳐도 나쁜 의도는 없기 때문에 망나니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항상 자기들 편하게만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 속을 터지게 하는 진상들이다.


작가의말

영화배우 박소담님이 오디션에서 바닥을 다 혀로 핱았다고 하죠. 

혀가 검게 변할 정도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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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그는 배우다 +1 21.11.02 2,009 41 9쪽
16 016 눈에서 빛이나 +2 21.11.01 2,053 45 10쪽
15 015 삼국 팔검전 +6 21.10.31 2,129 54 10쪽
14 014 재현하다 +7 21.10.30 2,149 42 11쪽
13 013 300 +1 21.10.29 2,178 42 11쪽
12 012 진상들과 변호사의 의기투합 21.10.28 2,166 40 9쪽
11 011 취향을 타지 않는 미남의 얼굴 +1 21.10.27 2,274 45 11쪽
10 010 진료는 의사에게 처방은 화가에게 +2 21.10.26 2,393 46 12쪽
» 009 망나니까지는 아닌 진상들 21.10.25 2,431 51 9쪽
8 008 미친놈들 중 제일 미친놈 +3 21.10.24 2,554 55 10쪽
7 007 일기[一技]로 관통[貫通]하다 +3 21.10.23 2,674 49 11쪽
6 006 그게 언제부터였더라? +2 21.10.22 2,760 47 9쪽
5 005 캐리어 +2 21.10.21 2,928 6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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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슈퍼액터 프로젝트 +2 21.10.19 3,734 5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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